제 토끼 베껴 만든 짝퉁이 더 많이 팔렸지만 억울하지 않아요

조회수 2020. 9. 27. 23: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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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모자' 만들어 대박난 모델 출신 사업가, 그의 정체는..

손잡이를 누르면 귀가 쫑긋 올라가는 토끼모자를 만들었다. 가수 아이유·영화배우 하정우 등 수많은 한류 스타가 이 모자를 썼다. 인스타그램에서 ‘토끼모자’를 검색하면 6만4000여개의 게시물이 나온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서 2018년 인기 검색어 15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모자를 처음 만든 주인공은 사업가 권용태(32)씨. 원래 꿈은 연예인이었다는 그는 20대 때 올레 KT·에뛰드하우스·스프리스 등에서 광고 모델로 활동했다.

출처: 권용태 인스타그램 캡처
월리샵 권용태 대표.

전역 후 진로를 고민하다가 여행 중 우연히 사업가의 길에 뛰어들었다. 2017년 3월부터 평택에서 ‘키덜트’ 장난감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키덜트는 아이를 뜻하는 ‘키드’(kid)와 어른을 말하는 ‘어덜트’(adult)의 합성어다. 아이와 같은 감성과 취향을 가진 어른이 좋아할 만한 장난감을 판매한다. 모델에서 사업가로 과감히 진로를 바꾼 그의 사연이 궁금했다.


-토끼모자 하나로 히트를 쳤다.


“키덜트 시장은 겨울이 비수기다. 작년 3월 비수기에 대비하려고 방한용품으로 쓸 수 있는 토끼모자를 만들었다. 처음 1000개를 제작했는데 잘 안 팔렸다. 잠이 오지 않았다. 방에 재고를 쌓아두고 혼자 전전긍긍했다. 그러다가 5월부터 찾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 코미디언 이국주씨가 방송에서 쓰고 싶다며 SNS를 통해 모자를 사겠다고 연락한 적도 있다. 여름에 잠깐 주춤하다가 9~10월 방송을 타고 히트를 쳤다.


요즘 10~20대는 누가 봐도 튀는 물건을 좋아한다. 지금 팔고 있는 제품 중 똥·치킨·붕어빵 모양을 본뜬 모자도 있다. 젊은 친구들은 사람 많은 거리에서 이런 모자를 일부러 쓰고 다닌다. 그만큼 남들한테 주목 받는 걸 즐긴다. 토끼모자도 SNS에서 알려진 덕분에 인기를 얻었다.”

출처: (왼)권용태씨 제공, (오)holyarrow 유튜브 캡처
토끼모자와 토끼모자를 쓴 아이유.

-지금까지 모자는 얼마나 팔았나.


“1만~1만2000개 정도 팔았다. 출시했을 때 모자 가격은 1만3000원~1만5000원이었다. 다른 업체에서 유사 제품을 내놓은 뒤부터 가격이 차츰 떨어졌다. 최종 가격은 7500원이었다. 현재 3000원에 팔고 있는 업체도 있다. 대부분 만원 정도에 팔았다. 매출은 1억원 정도 나왔다. 제작 단가는 처음 1000개를 주문했을 때는 1개당 5000원이었다. 생산량을 늘리면서 3500원까지 떨어졌다.


제품 출시 후 특허를 출원하거나 상표를 등록하지 않았다. 유사 제품을 만든 업체가 한 달 동안 13만개를 팔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품이 진품보다 10배 이상 팔린 셈이다. 하지만 억울하지 않다. 내 제품만 정품이라고 주장한 적도 없다. 고객이 제품을 사랑해 준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일반인부터 연예인들까지 두루 사랑을 받았는데.


"모자가 유명세를 얻어 기쁘기도 했지만 힘들 때가 더 많았다. 캐릭터 제조사에서 찾아와 자신이 팔고 있는 인형과 비슷하다며 항의하거나 내용증명을 보낸 적도 있다. 법적 분쟁을 돕겠다며 변리사들도 찾아왔다. 내가 떼돈을 번 줄 알고 무작정 찾아오거나 연락하는 사람도 많았다.


지방에서 어린 학생이 썬캡에 토끼 귀를 달아 샘플을 만들어 온 적도 있다. 여름 상품으로 팔면 어떻냐며 동업을 제안했다. 하지만 거절했다. 토끼모자는 더 이상 제작할 생각이 없다. 겨울도 지났고 팔 만큼 팔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아예 새로운 제품으로 승부할 계획이다. 이번에 특허 문제로 고생을 했다. 다음부터는 상표권 등록에 조금 더 신경쓰려고 한다.”

출처: 권용태씨 인스타그램 캡처
월리샵에서 판매하고 있는 장난감.

-완구사업에 뛰어든 계기가 궁금하다.


“원래 꿈은 사업가가 아니라 연예인이었다. 중학생 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평택 집에서 서울에 있는 연기학원에 다녔다. 2007년 수원과학대학 연기영상과에 진학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6년 동안 광고 모델로 활동했다. 통신사인 올레 KT·화장품 브랜드 에뛰드하우스·백화점 가든파이브 등에서 모델로 활동했다. 총 17편 정도 광고를 찍었다. 2009년 스프리스 모델 선발대회에서는 대상을 받았다. 김범·고아라 등과 함께 모델 활동을 한 적도 있다.”


-모델에서 사업가로 진로를 바꿨다.


“전역 후 26살쯤 연기를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연기는 좋았지만 꾸준히 돈을 벌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배고프지 않게 살려면 연기를 포기하는 건 어떻냐고 조언하는 지인들이 있었다. 방황하면서 여행을 많이 다녔다. 특히 혼자서 일본을 자주 갔다. 여행을 하면서 블로그를 시작했다. 숙소나 식당 정보를 공유하고 여행에 필요한 지식을 올렸더니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다.


블로그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일본 매장에서 찍은 소품 사진을 보고 ‘돈을 줄테니 사다 줄 수 있냐’는 댓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물건을 사다 달라고 부탁하는 사람이 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인터넷에서 물건을 팔다가 2017년 11월 평택에 키덜트 매장 ‘월리샵’을 열었다.”


-매장에서는 어떤 제품을 팔고 있나.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 인형이나 아기자기한 소품을 판다. 무드등같은 조명이나 지갑·가방 등 액세서리도 판매한다. 주로 일본에서 물건을 수입한다. 한 달 2번 정도 오사카 출장을 다녀온다. 작년 3월 출시한 토끼 모자가 유명세를 얻어서 바빠졌다. 지난 1년 동안 출장을 못 갔다. 오는 3월 다시 방문할 예정이다.”

출처: VLIVE 캡처
토끼모자를 쓴 배우 하정우와 이선균.

-장난감의 가격대는.


“평택은 서울만큼 월세가 비싸지 않다. 같은 제품이라도 서울보다 저렴하게 팔 수 있다. 스티커는 한 장에 500~1000원에 판매한다. 보통 5000원에서 1만원 사이 제품이 많다. 비싼 제품을 가져다 놓으면 키덜트 마니아는 좋아할지 모르지만 일반 손님은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다. 그래서 누구나 좋아할 만한 제품을 가져다 놓는다.”


-어떤 손님들이 주로 방문하나.


“송탄 관광특구에 매장이 있다. 주로 2~30대 커플이 많이 찾아온다. 요즘은 40대 손님도 늘었다. 성별로는 여성이 대부분이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가게 사진을 보고 다른 지역에서 찾아오는 손님도 많다.”


-진로를 바꾼 것을 후회한 적은 없나.


“당시 함께 연기를 배웠던 지인들 중 성공한 친구가 많다. 이광수의 연인인 탤런트 이선빈, 작년 5월 SBS 드라마 '훈남정음'에서 황정음과 호흡을 맞췄던 최태준 배우도 함께 공부했다. 성공한 친구들을 보면 다시 연기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적성에 맞아서 계속 사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권용태씨 인스타그램 캡처

-키덜트 시장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나.


“국내에서 키덜트 매장을 운영하는 사람들 중 일본에서 물건을 수입해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규모 측면에서 아직 일본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키덜트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매장은 작년 12월까지 한 달 매출이 300만~400만원 정도 나왔다. 올해 1월은 다소 주춤했지만 봄이 오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


“작년에는 토끼모자 덕분에 즐거웠다. 겨울 비수기에 대비하려고 만든 상품이 이렇게 사랑받을 줄은 몰랐다. 12월 처음으로 함께 일할 직원을 뽑았다. 올해도 열심히 일해서 사업을 확장해보려 한다. 조만간 더 넓은 매장으로 가게를 이전할 생각이다.”


글 jobsN 송영조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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