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종'이냐" 비웃을 때..이걸 즐기고 대박난 사람들

조회수 2020. 9. 27. 23: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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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종이라구요? 억대 매출납니다"..SNS스타 출신 사업가

“이 맨투맨 많이 기다리셨죠? 맨투맨 4가지 색상 추가했습니다. 문의 많았던 미니 원피스랑 같이 업뎃 완료입니닷”


그녀의 SNS는 작은 쇼핑몰 같다. SNS에는 아기 잠옷, 즐겨 바르는 화장품, 좋아하는 음료수 등의 사진이 올라온다. 그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게시물은 그녀가 그날 입은 옷 사진이다. ‘거울셀카(거울에 비친 모습을 스스로 찍은 사진)’나 집·카페처럼 평범한 배경의 사진을 올린다. 3000명 넘는 팔로워가 매 게시물마다 ‘좋아요’를 누른다. 영상은 기본 10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한다 

출처: 인스타그램 캡처
임지현((imvely_jihyun) 대표의 sns계정 게시물,

임블리 임지현(33) 대표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83만명이다. 그녀는 패션 브랜드 임블리와 화장품 회사 블리블리를 운영한다. 상품 기획, 디자인 개발, 브랜드 경영 등을 총괄한다.


원래 꿈은 배우였다. 남자친구 부탁으로 우연히 쇼핑몰 모델로 활동했다. 남자친구는 2000년대 초반 ‘멋남’ 등의 유명 남성복 쇼핑몰을 창업한 부건에프앤씨 박준성 대표다. 그는 2007년 여성복 사업에 진출했다. 메인 모델이 바로 임지현 씨였다. 인스타그램에 2012년부터 쇼핑몰 사진을 올렸다.

출처: 임블리 홈페이지 캡처
자신의 일상사진을 올리다 쇼핑몰 창업에 도전했다.

임대표가 배우의 꿈을 접고 사업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이때부터다. SNS에 사진을 올리면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팬들은 그녀가 평소 입는 옷에 대해 모두 알고 싶어 했다. 댓글에는 그녀의 신발, 옷, 화장품 정보를 묻는 질문이 올라왔다. 그녀가 정보를 밝히면 해당 브랜드는 매출이 올랐다. 자신만의 사업을 해야겠다 생각했다. 2014년 여성 쇼핑몰 ‘임블리’와 화장품 브랜드 ‘블리블리’를 창업했다. 두 회사의 2018 매출을 합하면 1500억원이다. 작년에는 일본·중국 등 해외에도 진출했다. 

출처: 인스타그램 캡처
SNS 스타 출신 사업가 (왼쪽부터 아이디 @imvely_jihyun · @haneulina · @cheeuisrumi).

‘임블리’처럼 SNS 스타들이 창업해 백화점에 입점하거나 해외 진출에 성공한 브랜드가 또 있다. 사람들이 “관종(관심종자)이냐”면서 비웃을 때 이마저도 즐긴 이들이다.


’원조 얼짱’이 만든 온라인 속옷 쇼핑몰


‘SNS 스타’의 원조는 싸이월드 ‘얼짱’이다. ‘얼짱’은 2000년대 중후반 싸이월드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던 미남·미녀를 뜻한다. 이 시절부터 지금까지 쭉 ‘얼짱’으로 활약한 이가 있다. 2011년 케이블 채널 ‘얼짱시대’ 출연했던 하늘(27)이다. 같은 프로그램에 나와 인연을 맺은 얼짱 출신 웹툰 작가 박태준의 ‘외모지상주의’ 캐릭터 ‘하늘’의 실존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중학교 1학년부터 쇼핑몰 피팅모델로 활동했다. 사진 찍히는 걸 워낙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공부에는 흥미가 없었다. 대학은 진학하지 않았다. 20살 넘어서도 피팅모델을 했다. 수입은 월 1000만원 이상이었다. 2014년 22살이 되던 해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 1000만원으로 속옷 쇼핑몰을 차렸다. 일반 의류 쇼핑몰은 많은데 비해 속옷 쇼핑몰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직접 속옷 모델로 카메라 앞에 섰다.

출처: 인스타그램 캡처
얼짱출신 사업가 하늘이 속옷모델로 활동하는 모습,

속옷 차림의 사진을 SNS에 올리자 악플이 쏟아졌다. ‘민망하다’, ’에로배우냐’는 것이었다. 그는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왔다. 미국은 남의 일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한국은 달랐다. 이런 반응이 익숙지 않았지만 묵묵히 견뎠다. 당시 속옷만 파는 사이트는 드물었다. 게다가 사장이 직접 속옷 모델로 나오는 경우는 없었다. 속옷 사업은 쇼핑몰 업계에서 블루오션이라 확신했다. 걱정하는 부모님에게 “2년만 기다려달라”고 설득했다. 길에서 만난 남학생이 “잘 보고 있다” 인사를 건네면 “어딜요? 가슴이요?”라고 여유롭게 받아치기까지 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모델 활동을 하면서 쌓았던 인지도는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창업 첫해부터 흑자가 났다. 그는 2017년 방송에 출연해 “쇼핑몰 매출은 약 40억원”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속옷 쇼핑몰 업계 1위다. 유튜브 수익도 난다. 2년 전 시작한 유튜브 채널 ‘오늘의 하늘’ 구독자 수는 현재 약 70만명이다. 그녀의 SNS 팔로워는 100만명 이상이다. 그녀는 “임신하기 전까지 속옷 모델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출처: 하늘 인스타그램 캡쳐
하늘(@haneulina)은 7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로도 활약하고 있다.

소설가 지망생 출신의 의류사업가


여성의류 전문몰 ‘치유의 옷장’ 손루미(30) 대표는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를 나왔다. 그는 스물다섯살까지 신춘문예에 응모하던 소설가 지망생이었다. 취미도 글 쓰는 블로그 활동이었다. 솔직하고 톡톡 튀는 에세이로 많은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었다. 에세이와 함께 일상 사진을 올렸다. 블로그 이웃들과 활발하게 소통했다.

출처: 치유의 옷장 블로그
소설가를 꿈꾸던 중 블로그를 운영하던 손루미 대표의 2012년 에세이와 일상 사진.

그녀는 시선 끄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파티가 있는 날, 동대문에서 옷을 제작하는 지인에게 부탁해 직접 디자인한 원피스를 입고 갔다. 블로그에 파티 사진을 올리자 직접 만든 원피스에 대한 문의가 이어졌다. 아무리 비싸도 꼭 사고 싶다는 것이었다. 2011년 블로그 이름을 딴 의류사업을 시작했다. 그 역시 직접 쇼핑몰 모델로 활동한다.


치유의 옷장의 성공 비결은 옷의 이름에 있다. 허리를 끈으로 묶어 몸매 라인을 그대로 드러내는 원피스가 스테디셀러다. 이 원피스를 손 대표는 ‘몸종(몸매 종결) 원피스’라 부른다. 검은색 바탕의 하얀색 물방울무늬가 박힌 원피스엔 ‘팝콘 먹다 잠들었어’란 이름을 붙였다. 재밌는 옷 이름과 설명에 사람들이 열광했다.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에서 매출 '1000억대' 스타트업 대표로


이건희 회장의 삼성동 자택 앞집을 현금 62억원에 구입한 블랭크코퍼레이션의 남대광(35) 대표. 그 또한 SNS 스타 출신이다. 다른 여성 쇼핑몰 대표들처럼 직접 모델로 활동하지는 않는다. 그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한 경험을 살려 창업에 성공했다.

출처: 조선DB
블랭크코퍼레이션 사옥에서 남대광 대표의 모습,

그는 2011년 페이스북 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웃긴 동영상(세웃동)’을 만들었다. 재밌는 영상에 관심이 많았다. “틈만 나면 유튜브를 보곤 했다”고 한다. ‘귀요미 송 영상’, ‘전설의 몸개그 영상’, ‘무한도전 레전드 영상’ 등을 짧게 편집해 올렸다. 개설한지 3개월만에 구독자가 50만명 이상이었다. 2013년에는 120만명을 넘어섰다. 세웃동 외에 ‘남자들의 동영상’, ‘여자들의 동영상’, ‘세상에서 가장 소름 돋는 라이브’ 등 8개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했다. 이 페이지를 모두 합친 구독자 수는 약 400만명이었다.


이후 그는 2014년 콘텐츠 플랫폼 ‘몬캐스트(Moncast)’를 창업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볼 수 있던 영상을 모바일 어플로 볼 수 있도록 만든 서비스다. 이후 이 회사를 모바일 콘텐츠 회사 메이크어스에 매각했다. 그가 가장 잘하는 일은 콘텐츠로 사람을 모으는 일이었다. 2016년 2월 전자상거래 스타트업 블랭크코퍼레이션을 창업했다. 블랭크코퍼레이션은 물건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기까지의 전 과정(제품기획·광고·판매·유통 등)을 직접 다 하는 회사다.

출처: 블랭크코퍼레이션 홈페이지 캡처
블랭크코퍼레이션이 만든 생활용품 광고 이미지.

먼저, ‘세탁조 전용 세척제’, ‘남성 전용 파마약’, ‘발 각질 제거제’ 등의 생활용품을 제조한다. 평범한 제품이지만 광고가 남다르다. 모바일 영상에 맞게 제품의 핵심적 기능과 효과를 담아 최대한 짧게 만든다. 블랭크코퍼레이션 PD들이 직접 촬영하는 광고다. 온라인과 SNS에만 올린다. 광고를 지켜본 시청자들이 클릭만 하면 바로 구매할 수 있게 판매 서버를 연동시켰다.


악어발팩 광고를 예로 들면,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에 5초 미만의 영상을 올린다. ‘극혐주의’ 등의 문구를 단 제품 시연 영상이다. 영상은 울퉁불퉁 각질 많은 발에 발 팩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잠시 뒤 깨끗한 발 피부가 크게 보인다. 영상을 누르면 제품을 살 수 있는 사이트로 바로 넘어간다. 광고를 본 사용자가 쉽게 물건을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블랭크코퍼레이션 매출은 2016년 42억, 2017년 500억, 2018년 약 1200억원이다. 남대광 대표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할 때부터 영상 콘텐츠로 사람 모으는 방법을 연구했다. 당시만 해도 주위 사람들은 페이스북 페이지 구독자 수 올리는데 시간을 쏟는 남 대표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약 5년 후 자신만의 노하우를 살려 창업에 도전해 연 매출 1000억원 규모의 회사로 키웠다. 블랭크코퍼레이션은 올해 대만·홍콩·싱가폴 등의 국가에 진출한다. 전 세계에 블랭크코퍼레이션만의 비디오 커머스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글 jobsN 김지아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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