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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을 보여줬더니…“돈 아깝지 않다” 너도나도 줄서서 산다

“프라모델, 오히려 싹 다 뜯어봐야 진짜 만드는 거죠” 프라모델러 공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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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 자체가 멋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건담 애니메이션은 많이 좋아하진 않아요. 건담 프라모델(건프라) 만들다보니 만화도 거의 다 보긴 봤지만 줄거리에는 도통 관심이 안 갑니다. 경험상 건프라 만드는 분들 중 만화에 깊이 빠진 사람은 20~30%인 것 같아요.”


공덕수(50) 씨는 건프라 ‘해치 오픈’ 장인이다. 해치 오픈은 건프라 제작 방식 중 하나로, 건프라의 갑옷 같은 겉면을 살짝 벗겨 내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동차 보닛을 열어 엔진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 

RX-78 GP01 건담. 왼쪽이 공덕수씨 작품, 오른쪽은 설명서대로 만든 모습.

출처공덕수 제공.

건담은 일본 애니매이션사 선라이즈가 그린 상상의 전투 로봇. 1978년 TV 만화 ‘기동전사 건담’이 탄생한 뒤 수많은 시리즈가 나오고 있다. 현재 선라이즈는 반다이가 소유하고 있다.


건프라는 일본 반다이 사에서 독점 제작하지만 해치 오픈 공간만큼은 프라모델러의 순수 창작 영역인 셈. 덕수 씨는 국내 몇 안 되는 2차 창작자이자 ‘덕업일치’를 이뤄낸 ‘성덕(성공한 덕후)’이다. 2011년쯤 관련 커뮤니티에서 유명해진 후, 그의 작품을 찾는 사람이 꾸준히 줄을 이었다. 그의 작품 가격은 80만원 이상. 고객들은 '퀄리티를 생각하면 돈이 아깝지 않다'고 한다. 해치 오픈을 배우고자 찾아오는 사람도 많다.   

공덕수 '풀 해치 오픈 스튜디오' 대표.

출처jobsN

“원래는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앞에서 바(Bar)를 했어요. 그때 가게 이름이 ‘어쿠스틱’이었죠. 통기타 치는 것을 좋아해 지은 이름입니다. 지금도 닉네임으로 사용하고 있죠. 바는 2001년에 그만 뒀습니다. 이후에는 온라인 반려동물 숍, 보석 쇼핑몰을 차렸다가 물류회사를 다녔어요.


바를 접은 직후 아는 동생이 하는 레코드 가게에 놀러가 프라모델을 보고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집에 프라모델 가게에서 건담 프라모델을 처음으로 샀죠. 욕심이 많아 처음부터 크고 비싼 걸로 질렀어요. 흔히 퍼스트 건담이라 불리는 모델이었죠. 이후로 계속 ‘더 잘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하나씩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해치 오픈’에 빠져들었네요.”


-해치 오픈은 ‘건프라 좀 만든다’하는 사람들도 잘 하지 않는 분야 같다.


“비교적 생소하다. 건프라 조립에는 몇 가지 분야가 있다. 설명서대로 깔끔하게 만드는 것을 스트레이트(straight)라 한다. 그밖에 겉면을 일부러 손상시켜 낡은 모습을 보여주는 웨더링(weathering), 건담과 함께 멋진 배경을 만드는 디오라마(diorama), 외면에 금속 등을 새로 박아 넣어 현실감을 올리는 ‘디테일 업(detail up)’ 등이 있다. 해치 오픈도 그중 하나다. 

공덕수 작가 작업실의 작품 중 일부. 맨 왼쪽 작품은 제타 건담.

출처jobsN.

건담이 실제로 있다고 생각해보면, 겉 갑옷은 결국 거대한 금속 합판들을 이어 붙여야 만들 수 있다. 실제로 탱크나 전투기가 그렇듯이. 건담을 정비한다면, 그런 부분을 열고 안쪽을 점검할 것이다. 그런 ‘상상의 접합부’가 진짜 있다고 가정하고, 합판의 경계면을 열고 내부의 기계미를 재현한다. 단순히 갑옷만 떼 놓으면 앙상한 플라스틱 뼈대만 나오니까, 다른 프라모델들에서 적절한 재료를 떼와 만들고자 하는 모델에 붙인다. 재료를 절단하고 칠해야 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어디를 열고 무슨 부품을 쓸지 기획도 스스로 해야 한다.


프라모델을 많이 만들다보면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가 생긴다. 해치오픈은 일반적으로 장갑을 입고 있는 건담을 다시 벗겨 만들기 때문인지, 다른 것에 비해 하는 사람이 적다.”

-해치 오픈을 언제 처음 접했는가?


“해치 오픈은 2009년부터 했다. 그 전에는 프라모델을 깔끔하고 예쁘게 만드는 데 주력했다. 2009년쯤 ‘도색을 해 좀 더 멋지게 만들어볼까’하는 생각이 들어 공방을 찾아다닌 게 해치 오픈을 시작한 계기다. 공방은 금액을 지불하면 일정 기간 동안 개인에게 작업 장소를 빌려주는 시설이다. 유증기와 분진을 남기는 스프레이를 써야 하는 도색을 집에서 하기는 부담스러웠다. 당시 서울 면목동에서 운영하던 공방을 발견해 다녔다. 특별히 뭘 배운 것은 아니고 혼자서 프라모델을 가지고 마음대로 디자인해 보았다. 색도 칠해보고 구멍도 뚫어보고···. 옛날부터 기계를 좋아했는데 어느 순간 ‘건담도 기계니까 내부 기계미를 표현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해치 오픈을 연습했다. 

짐 스나이퍼. 공덕수 씨 작품(왼쪽)과 원작(오른쪽). 다른 프라모델의 부품을 조합해 새 작품을 만들었다.

출처공덕수 제공.

2011년 봄 원래 다니던 공방을 나와 나 포함 네 명이서 가락동에 새 공방을 차렸다. 이전부터 해치 오픈 작품을 건프라 온라인 카페 등에 올렸는데, 이때부터 해치 오픈이 유명해졌다. 해치 오픈이 뭔지 아는 동호인도 많아졌고, 작품을 만들어달라는 의뢰가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2014년 서초동에 해치 오픈 작업실을 차렸고, 최근 정자역으로 옮겼다. 내가 해치 오픈 개념 자체를 창시하진 않았지만, 해치 오픈을 우리나라 건프라 시장에 널리 알렸다고 할 수 있다. 자동차, 전투기, 배 등 다른 프라모델은 다루지 않고 건담만 가지고 작업한다.”

해치 오픈 작업중인 뉴 건담(왼쪽)과 해치오픈을 완성한 모습(오른쪽).

출처공덕수 제공.

-해치 오픈을 하는 방법은?


“프라모델의 겉 장갑에서 어디를 열지 상상해본다. 다음으로 그곳에 어떤 새 부품을 끼워넣어 모양을 내면 멋질지 생각해봐야 한다. 다른 미조립 프라모델에서 해당 부품을 찾는다. 프라모델의 뼈대 부분부터 작업해야 할 때가 많다. 부품을 그대로 붙이면 장갑을 뗀 자리에 딱 들어맞지 않을 수 있어서 종종 연장을 이용해 절단해야 한다. 깔끔하게 잘라 사이즈를 맞춘 후 필요하면 프라모델 전용 도색 스프레이나 물감으로 칠한다. 건조가 끝난 뒤 부품을 장착하면 된다.

공덕수 씨가 가진 부품들.

해치 오픈을 하려면 재료용으로 사용할 프라모델을 많이 사야 한다. 그러나 재료비로 부담을 느껴본 적은 없다. 프라모델 키트 하나에 부품이 많아, 한 번 사면 여러 군데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작품 판매가는 얼마인가?


“보통 MG는 80만~200만원, PG는 200만~400만원 정도 받는다. 2013~2015년 가장 수요가 많았는데, 전체 수요의 20% 정도는 대만·일본·중국 등 외국에서 들어온 주문이었다. 이 때는 한 달에 4~5개씩 작업했다. 선입금을 하면 작품을 보내주는 방식이었다.


건담 프라모델은 얼마나 애니메이션과 비슷하게 재현했느냐를 기준으로 네 등급으로 나뉜다. 낮은 등급부터 HG(High Grade) RG(Real Grade) MG(Master Grade) PG(Perfect Grade)가 있다. HG에서 PG로 갈수록 가격도 올라간다. 보통 HG는 3만~4만원, RG는 5만원, MG는 5만~10만원, PG는 20만~40만원이다. 만화에서 건담은 보통 20m인데 HG와 RG는 144분의 1, MG는 100분의 1, PG는 60분의 1 크기로 줄여 만든다. 공 씨는 HG는 뼈대가 없어 잘 쓰지 않고, RG는 너무 작아 멋이 안 난다. MG와 PG로 작업을 많이 하는데, 크기가 큰 PG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건담 프라모델의 뼈대(오른쪽). PG 제타 건담(오른쪽).

출처공덕수 제공.

가끔씩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들었다. 시중 프라모델 단가를 생각하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다만 가격은 그간 들인 노력과 시간의 대가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이 정도 실력을 쌓는 데 몇 년이 걸렸다. 또 대개 한 작품을 만드는 데 하루에 8~10시간 투자해 일주일~열흘이 걸린다. 어렵거나 복잡하게 설계할 경우 보름이 들기도 한다. 또 작품의 질에 자신이 있다. 작품 완성 후 불만이 크면 100% 환불을 해드리지만, 이제까지 환불 사례는 대만에서 왔던 주문 단 한 건밖에 없다.”


-많은 프라모델 중 건담만 만드는 이유는?


“건담 프라모델은 뼈대 위에 겉 장갑을 붙이는 구조다. 때문에 겉을 열고 뼈대 부분을 장식해 기계미를 나타내기 좋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몇 개 작품 만들었나?


“완성한 것만 최소 300개 이상이다. ‘사자비 Ver.ka’라는 모델이 있는데, 보편적으로 인기가 많은 제품이다. 사자비는 손님들이 가장 많이 의뢰하면서도, 여기서 배워가는 수강생도 가장 많이 들고오는 모델이다. 덕분에 사자비 해치 오픈 작품 제작에 100번 이상 참여했다.” 

사자비 Ver.ka. 공덕수씨 작품(왼쪽), 원작(오른쪽)

출처공덕수 제공.

사자비는 극장판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에 등장한다. ‘Ver.ka’는 반다이의 수석 프라모델 디자이너 카토키 하지메가 디자인한 시리즈라는 뜻이다. 선라이즈는 만화상의 건담을 디자인할 때부터 반다이의 프라모델 디자이너를 투입한다. 처음부터 프라모델을 내놓을 계획을 하고 만화를 그리는 셈이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제품이나 아끼는 작품은 무엇인가?

자쿠(왼쪽)과 공 작가가 대표작 크샤트리야(오른쪽). / 공덕수 제공.

“일반적으로 ‘Ver.ka’ 시리즈를 선호한다. 예를 들어, 사자비 Ver.ka의 부품 수는 1000개인데 그 전에 나온 사자비보다 많다. 다른 제품보다 부품 수가 많기 때문이다. 부품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열어볼 틈이 많다는 것이다. 해치 오픈 하는 사람은 자연스레 이런 제품을 선택한다. 가장 아끼는 작품은 ‘크샤트리아’다. 얼마에 파냐는 질문을 받으면 2000만원이라고 말하는데, 팔 생각이 없다는 의미로 답하는 것이다.”


-어떻게 배울 수 있나


“우리 작업실로 찾아오면 가르쳐 드린다. 함께 프라모델 하나를 만들어 보는 것이 한 코스다. 만들고 싶은 프라모델을 준비해 오시면 된다. 나머지 필요한 용품은 여기서 제공한다. 한 코스에 120만원이라 수강생 대부분이 직장인이다. 지금은 4명이 배운다. 일주일에 2번, 한 타임에 4시간씩 진행한다. 보통 한 코스에 세 달이고 최대 6개월까지 기간을 연장해드린다.”  

공덕수씨 수업을 듣는 사람들의 작품 활동을 보여주는 사진. 도색한 부품 건조 중(왼쪽). 도료(오른쪽).

출처공덕수 제공.

-향후 계획은?


“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차린 온라인 쇼핑몰 ‘만들자 닷컴’을 홍보하고 사업을 본격 시작하는 것이다. 해치 오픈 설명 이미지를 판매하고 완성품 제작 주문을 받는 사이트다. 아직 오픈만 해놓은 상태다. 2015년부터 이 사이트를 만드느라 작품 활동을 많이 줄였다. 또 장기적으로는 건담과 비슷한 콘텐츠를 창작해볼 계획이다.”


글 jobsN 정경훈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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