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4500만개, 시장 싹쓸이하던 회사가 몰락한 의외의 이유

조회수 2020. 9. 28. 00: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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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점유율 약 90%, 1년에 4500만개 팔던 장난감 회사가 망한 이유
포크레인·쮸쮸바·딱풀…
일반명사로 굳어진 상호

‘딱풀·스카치 테이프·호치키스…’


일상에서 흔히 쓰는 물건들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부르는 이름들이 진짜 이름이 아니라는 것 알고 계셨나요? 특정 제품명이나 회사명이 유명해져 물건을 부르는 이름으로 굳어진 것입니다. 제품의 원래 이름은 무엇인지 알아봤습니다.

출처: AMOS 홈페이지·3M 홈페이지·아이오피스 홈페이지 캡처
(왼쪽부터)아모스사의 딱풀, 3M사의 스카치 테이프, 스테이플러

딱풀, 샤프…문구·사무용품의 진짜 이름


사물을 붙일 때 쓰는 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는 제품은 초록색 몸통, 노란색 뚜껑으로 익숙한 딱풀입니다. 그러나 이 풀의 원래 이름은 '고체 풀'이죠. 딱풀은 학용품 제조 전문업체 아모스(AMOS)에서 1984년에 출시한 고체 풀 상표명입니다. 당시 주로 사용하는 액체 풀의 단점을 보완한 고체형 풀은 큰 인기를 끌었죠. 한때 시장의 70%를 차지하던 딱풀은 고체 풀을 가리키는 일반명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다양한 목적으로 쓰는 스카치테이프의 상품 이름은 ‘셀로판테이프(Cellophane tape)’입니다. 스카치는 미국 테이프 회사 3M의 브랜드명입니다. 1930년 3M 직원 리차드 드류(Richard Drew)가 셀로판을 이용해 만든 테이프를 개발했고 스카치테이프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것이 지금까지 셀로판테이프의 일반명사로 자리 잡은 것이죠.


여러 장의 종이를 한 데 철할 때 쓰는 호치키스도 이름이 따로 있습니다. 바로 스테이플러(Stapler)입니다. 일본에서 수입한 스테이플러 제조사가 호치키스(E.H. Hotchkiss)였고 진짜 이름인 스테이플러 대신 호치키스로 불렸다고 합니다. 이것이 한국에도 그대로 넘어와 굳어진 것이죠.

출처: 롯데식품 홈페이지·빙그레 홈페이지 캡처
삼강산업이 출시한 쮸쮸바(좌), 1983년 빙그레가 출시한 요플레(우)

일반명사로 굳어진 식의약품 이름


튜브 안에 들어 있는 아이스크림 쮸쮸바. 이런 형태의 아이스크림 이름은 ‘펜슬형 아이스크림’입니다. 펜슬형 빙과 또는 펜슬바라고도 부르죠. 쮸쮸바는 1975년 삼강산업에서 출시한 펜슬형 아이스크림 이름입니다. 당시 파격적인 TV광고와 맛으로 대박을 터뜨렸죠. 그때부터 한국에서는 펜슬형 빙과를 쮸쮸바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빙그레에서 딸기·복숭아·블루베리 등 다양한 맛으로 출시하는 요플레의 진짜 이름은 ‘떠먹는 요구르트’입니다. 요플레는 1983년 음식료품 업체 빙그레에서 프랑스 회사 소디마(SODIMA)와의 기술 제휴를 통해 출시한 떠먹는 요쿠르트 이름입니다. 출시 초반에는 가격이 비싸기도 하고 소비자 입맛에 익숙하지 않아 판매가 부진했죠. 그러나 점차 자리를 잡았고 떠먹는 요구르트를 부르는 일반명사로 굳어졌습니다.


다친 곳에 붙이는 반창고 대일밴드. 원래 이름은 ‘일회용 반창고’입니다. 파스, 반창고류 등 의약품 제조업체 대일화학공업에서 일회용 반창고에 사명을 따 대일밴드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했습니다. 이 제품이 인기를 끌자 후발주자도 대일이라는 이름을 붙여 출시하기 시작했죠.

출처: 네이버 자동차·지프 인디아 홈페이지·모터스타운 홈페이지 캡처
(왼쪽부터)기아차가 1985년 생산한 봉고 타운, 윌리스 MB, 포클렝사의 굴착기

봉고·지프·포크레인의 원래 이름은?


봉고차는 많은 사람을 태울 수 있는 다인승 자동차인 ‘승합차’를 부르는 단어입니다. 사실 봉고는 1980년대 기아자동차가 출시한 승합차 이름이죠. 기아자동차가 1981년 정부가 실행한 자동차공업 합리화 조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만들어야 했던 차입니다. 이 정책의 명목은 ‘회사별 일정 기간 주력 차종을 생산해 관련 분야 기술력 확보’였습니다. 현대차는 승용차, 기아차는 5톤 미만 소형 상용차, 대림산업은 이륜차만 만들어야 했습니다.


기아자동차는 승용차 시장을 포기해야 했지만 중·소형 상용차를 독점 공급할 기회를 얻은 셈입니다. 당시 기술제휴를 맺고 있던 일본 마쓰다의 마쓰다 봉고를 라이센스 생산했고 봉고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기아자동차는 봉고로 대박을 터뜨렸고 이후 승합차를 칭하는 일반명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높은 차체·큰 바퀴·트렁크 문에 붙어있는 스페어타이어’ 지프(jeep) 하면 떠오르는 모습입니다. 지프도 상품명이 일반명사로 굳어진 경우입니다. 지프는 원래 군용으로 만들어진 사륜구동 소형 자동차입니다. 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독일은 사륜구동 개발에 몰두했고 1937년 G-5가 탄생했습니다. 독일군 기동력에 자극을 받은 미국도 경량차량 개발에 힘쓰기 시작했습니다. 1940년 미군 군용자동차 공개 입찰에 윌리스 오버랜드·아메리칸 밴텀·포드가 참여했습니다. 미군은 이중 윌리스 오버랜드가 만든 프로토타입 모델 MA를 선정했습니다. MA개량형인 윌리스 MB가 오늘날 지프의 조상입니다.


그러나 지프라는 이름 유래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몇 가지 설만 있을 뿐이죠. 1930년대 만화 뽀빠이 애완견 ‘유진 더 지프(Eugene the jeep)에서 나왔다는 설입니다. 순간이동 능력이 있는 유진에 빗대 불렀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납품 경쟁에 참여했던 포드가 내놓은 모델 GP(General Purpose)와 발음이 비슷해서 나온 이름이라는 설 등이 있습니다.


공사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비 포크레인의 원래 이름은 ‘굴착기’입니다. 포크레인이라는 단어는 프랑스에서 왔습니다. 프랑스 중장비 회사 포클랭(Poclain)에서 만든 굴착기를 국내에 수입했을 때 장비에 써있는 회사 이름을 영어식으로 읽으면서 그대로 굳어졌다고 합니다. 영어권에서는 엑스커베이터(Excavator)라고 합니다.

출처: tvN 방송화면·아마존 홈페이지·cdsaint 블로그 캡처
(왼쪽부터)예능에 나온 세계에서 가장 긴 에스컬레이터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던컨사에서 만든 요요, 제록스가 신문에 낸 광고

일반명사로 굳어져 파산까지


제품 이름이나 회사 이름이 일반명사로 자리 잡으면 따로 홍보하지 않아도 제품을 널리 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그러나 마냥 좋은 일은 아닙니다. 상표가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면 일반명사화한 것으로 보고 상표권을 소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하철, 쇼핑센터에서 이용하는 에스컬레이터(Escalator)가 대표적이죠. 1882년 미국 발명가 제시 레노(Jesse Reno)가 자동계단을 고안했습니다. 처음 그가 붙인 이름은 경사진 엘리베이터(Inclined Elevator)였죠. 이를 5년 뒤 찰스 시버거(Charles Seeberger)가 새롭게 디자인해서 에스컬레이터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1900년대 미국 오티스 엘리베이터 컴퍼니(Otis elevator company)가 에스컬레이터를 제작해 세계에 알렸습니다. 오티스 사는 제시 레노와 찰스 시버거 회사를 합병해 상품명을 포함한 모든 권한을 독점했죠. 타사는 움직이는 계단(Moving stairs), 모터 스테어(Motorstair) 등 다른 이름을 붙여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그러다 1950년 에스컬레이터는 움직이는 계단 및 인도를 총칭하는 의미로 사용하므로 상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났습니다. 이미 미국 특허상표청에 등록을 했어도 관용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로 굳어지면 상표권을 잃을 수 있는 것입니다. 진통제 및 해열제 아스피린, 냉각제 드라이아이스 등도 같은 경우죠.


기업 입장에서 상표는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에 상표권을 잃을 경우 손실이 크다고 합니다. 1960년대 요요(yo-yo) 상표를 갖고 있던 미국 완구 제조사 던컨(Duncan)은 당시 연간 4500만개의 요요를 판매했고 시장 점유율이 약 90%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던컨은 요요 상표권 분쟁에 휘말립니다. 그 결과 요요는 제품을 가리키는 일반명사로 자리 잡았고 시장에 유사 제품이 쏟아졌습니다. 결국 1965년 던컨은 파산했죠.


구글(Google)과 제록스(Xerox)도 각각 ‘검색하다’와 ‘복사하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에 제록스는 “'XEROX'는 복사의 다른 말이 아닙니다. 'XEROX'는 법으로 보장되는 상표명입니다”라고 광고 하면서 상표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또 구글은 상표권을 둘러싼 소송에서 ‘경쟁 업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나 야후 이용자는 '검색한다'는 의미로 구글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있다’면서 반박했죠. 2017년 미연방항소법원은 구글의 주장을 받아들였고 구글은 상표권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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