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누나따라 병원 많이 다녔던 소년은 커서 이렇게 됐습니다

조회수 2020. 9. 28. 00:03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4번째 사업 아이템 만에 국내 헬스케어 분야 '핫 인물' 된 이 사람
휴먼스케이프 장민후 대표
달력앱→성형견적앱→의료비서앱 거쳐 4번째 아이템
블록체인 기반 헬스케어 서비스로 주목

해외에서는 환자들의 모임인 ‘환우회’ 활동이 남다르다. 질환에 대한 정보 공유가 활발하고, 이렇게 쌓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료진과의 지속적인 접촉이 이뤄진다. 환우회는 의료기관과 연계해 직접 의료 연구도 진행한다.


하지만 국내 환우회는 그렇지 못하다. 유용한 정보를 나누기보다는 정서적 위로나 공감을 얻기 위한 장소로 활용된다. 국내 희귀질환 환우회는 환자들의 개인 의료 정보가 왜곡되거나 의도치 않게 유출되는 것을 염려한다. 우리도 해외처럼 희귀질병을 앓는 환자들의 의료 정보를 의미 있게 모으고, 이를 안전하게 유통해 치료법이나 신약 개발에 사용할 순 없을까.


장민후(30) 휴먼스케이프 대표는 이런 물음을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헬스케어로 풀겠다고 나선 사람이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정보의 왜곡과 변질을 막을 수 있고, 환자들은 자기가 제공한 의료 정보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 환자에게 정보 제공의 대가로 실제 활용이 가능한 코인을 줄 수도 있다.


그가 이끄는 휴먼스케이프는 국내 헬스케어 분야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업체다. 작년 10월 코스닥 상장사 케어랩스로부터 35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Klaytn)’의 유일한 헬스케어 파트너사로 뽑혔다.


장민후 대표는 대학교 재학시절인 2014년 창업한, 벌써 5년차 사업가다. 그 사이 사업 아이템도 여러 차례 바꿨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헬스케어 서비스가 4번째 아이템이다. 지난 1월16일 서울 역삼동 휴먼스케이프 사무실에서 만난 장 대표는 “그동안은 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영업에 관심을 갖고 사업을 진행했지만, 이번은 다르다”며 “이번은 의료 산업과 의료 정보 시장, 환자들 사이에 존재한 문제들을 꼭 해결하겠다는 마음가짐, 즉 사명이 있다”고 했다.

출처: jobsN
장민후 대표.

열정 쏟을 일 찾아 창업의 길로


장 대표는 어릴 적부터 몸이 불편한 누나를 따라 여러 병원을 많이 다녔다. 환우회나 사회복지 단체도 수시로 들락거렸다. 복지 단체들이 기금을 모아 환자들을 지원하고 기금이 떨어지면 지원이 중단되는 경우를 자주 보고 자랐다. 장래희망도 자연스레 안정적인 복지 사업을 하고 싶다는 쪽으로 굳어졌다.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는 2008년 서강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복학생이던 2012년 ‘기술기반 창업의 실제’라는 교양 수업을 수강신청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딱히 창업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건 아니라고 했다. 수업을 들으며 임산부를 위한 달력 서비스에 대한 사업 계획서를 만들었다. 산부인과 진료 일정 등에 맞춰 임산부에게 알람을 보내주는 서비스였다.


학기를 마친 후 장 대표는 이 사업계획서를 현실로 만들고 싶었다. 고등학교 동창이 소개해준 개발자와 기획자를 설득해 앱을 만들었고, 이것을 들고 2013년 서강대에서 열린 창업경진대회에 참여했다. 그리곤 최우수상을 받았다. “부상(副賞)으로 창업 관련 3개월짜리 교육을 수강할 기회를 받았고, 2주간 실리콘밸리 견학을 갔어요. 그곳에서 선데이토즈 이정웅 대표, 샌드버드 김동신 대표 등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밥을 먹을 때나 운동을 할 때나 항상 24시간 자기 사업 생각만 하더라고요. 밤낮없이 열정을 쏟아붓는 모습이 멋있었어요. 저도 그들처럼 창업을 하겠다고 다짐했죠.”

출처: jobsN
휴먼스케이프 사무실 모습.

두 번의 실패


장 대표는 2014년 6월 사업자 등록을 했다. 창업 수업을 들으며 만들었던 사업계획서를 토대로 ‘허니비’라는 임산부 달력 서비스를 시작했다. 초기 반응이 좋았지만,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해 두 달 만에 서비스를 접었다.


서비스 타깃층인 임산부는 이미 다니는 산부인과가 있고, 산부인과가 아무리 광고를 해도 다니던 곳을 쉽게 바꾸지 않기 때문이다. 산부인과 입장에서는 허니비에 광고를 할 필요가 없다. 그는 “임산부가 모이면 산부인과가 광고를 하고, 그것이 수익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고 했다.


장 대표는 다른 사업 아이템을 추진했다. 성형견적 앱이었다. “지하철역에 빼곡히 붙어 있는 성형외과 광고를 보고 관련 서비스를 하면 돈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서비스 이용자가 성형하고 싶은 부위를 사진 찍어 올리면 성형외과 실장들이 견적을 내주는 서비스를 생각했죠. ‘강남 언니’ 같은 앱이 나오기 전 일이었죠.”


성형견적 앱은 한 달 만에 이용자가 1500명이 넘었다. 하지만 법적인 문제가 있었다. 성형 견적을 받는 과정에서 원격 의료에 관한 법률을 위반할 수도 있고, 환자 유인과 병원 알선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장 대표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위법이라는 답변을 받고 3개월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겁이 났던 거죠. 지금이라면 그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업을 2번이나 실패하니 심리적 타격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했던 서비스들이 돈은 못 벌어도 소비자 요구는 정확히 맞혔다는 생각이 들어 다음 사업을 기획하게 됐죠.”

출처: jobsN
장 대표.

의료비서 앱 거쳐 난치병 환자 네트워크 서비스로 진화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한 성형외과에 3개월 상주하며 실제 환자들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뭔지 조사했다. 수술 후 관리법에 대해 궁금해하는 환자들이 많지만, 병원이 환자가 만족할 만큼의 사후관리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을 포착했다. 그는 환자 사후관리 앱을 만들어 병원에 납품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이후 이 시스템을 확대해 모바일 의료비서 서비스인 ‘헬렌’을 만들었다. 수술후 언제 부기가 빠지고 어떤 점을 조심해야 되고, 어느 증상까지는 정상 단계인지 회복 시점에 따라 안내하는 서비스였다.


사업은 제법 안정적으로 돌아갔지만, 성장엔 한계가 있었다. 앱을 납품한 병원들의 요구가 갈수록 많아지고 대금도 깎으려 들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해외 다른 사례를 검토하다 의료 정보 유통 분야에 눈을 떴다. 해외 헬스케어 업체들은 환자로부터 수집한 의료 정보를 제약사나 병원에 팔고 이익을 얻고 있었다. 장 대표는 “해외 업체들은 환자들의 건강 정보를 팔며 돈을 벌지만, 정작 환자들에게는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는다”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안전하게 환자들의 정보를 모으고, 정보 제공 대가로 환자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는 서비스를 기획했다”고 했다. 지금의 사업 아이템이다.

출처: 휴먼스케이프 제공
휴먼스케이프 직원들과 찍은 단체 사진.

”의료 정보 제공하고 정당한 보상 받는 환자 주권 높일 것”


장 대표는 고정적으로 병원에 다니고, 제약회사나 병원에서도 의료 정보를 탐내는 희귀 난치병 환자 측에 우선 접근했다. “무작정 난치병 환우회에 찾아가서 ‘우리와 함께 데이터를 모아서 돈을 벌자’는 식으로 이야기했어요. 너무 쉽게 생각한 거죠. 당연히 잡상인 취급을 받고 쫓겨났습니다. 지금은 그때와는 완전히 마음가짐이 달라요. 환자들의 의료 정보를 정당한 보상을 주고 모아서, 제약사와 병원이 신약과 치료법 개발하는 데 도움을 주자는 생각입니다.”


장 대표의 휴먼스케이프는 환자들의 정보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유통하는 방법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 정보를 제공한 환자에게는 휴먼스케이프가 발행한 블록체인 토큰인 ‘흄’을 보상으로 지급한다. 휴먼스케이프는 이를 위해 작년 하반기 홍콩서 ICO(암호화폐 공개)를 완료했다.


장 대표는 “흄으로 환자들이 의료기구 등을 사는 등 실질적인 혜택을 보게 하려면 휴먼스케이프가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갖춰야 한다”며 “현재 서울아산병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한양대병원 등과 협업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출처: 휴먼스케이프 제공
휴먼스케이프 서비스 그래픽. 환자가 직접 자신의 통증 등 의료 정보를 체크하는 시스템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면 환자 입장에서는 어떤 점이 좋을까. 장 대표는 “환자들은 자신이 제공한 정보가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내가 준 의료 정보를 갖고 어떤 의료 기관이 어떤 연구를 하는지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동남아 시장도 준비하고 있다. 올 상반기 중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과 함께 인도네시아에서도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장 대표는 “인도네시아는 국내보다 아무래도 헬스케어에 대한 규제가 덜하다”며 “아시아권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처음엔 돈 벌 수 있는 영역이라 시작했지만, 지금은 의료 산업과 환자, 병원을 둘러싼 의료 정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사명감이 있어요. 만약 이 사업이 잘 안 되더라도 해당 문제를 풀기 위해 끊임없이 다른 시도를 할 겁니다.”

글 jobsN 김성민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