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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추억을 되돌려드립니다” 가죽 제품 수선 달인 남정현

“소중한 추억을 되돌려드립니다” 가죽 제품 수선 달인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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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수선한 제품을 받아 드는 그 순간에는 지금도 많이 긴장을 합니다. 만족이냐 불만이냐는 표정에 바로 드러나잖아요. 웃음을 지으면서 ‘고맙다’는 말씀을 할 때 더할나위 없는 뿌듯함과 쾌감을 느끼죠.”


TV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에 가죽 가방수선의 달인으로 나온 남정현(53)씨의 말. 남 씨는 가죽 제품 수선 전문점 ‘명품정(正)’을 운영한다. 주로 가방을 수선하지만 옷· 장신구·신발 등 못 고치는 가죽 제품이 없다. 주문이 들어오면 자체적인 제품을 생산하기도 한다. 그의 경력은 38년. 15살 때 일을 시작했다. 도저히 다시 사용할 수 없을 것 같은 가방도 원래대로 고치는 남 씨의 모습은 많은 시청자의 감탄을 자아냈다. 

“명품정의 바를 정자는 제 이름의 정자입니다. 맡은 제품을 올바로 고치자는 뜻이죠.”


-가방을 감쪽 같이 고치는 본인만의 비결은?


(남정현) “항상 ‘고민’을 많이 해왔다. 하루 종일 고치지 못하는 제품이 있으면 그것을 어떻게 원래대로 고쳐놓을지 ‘이미지 트레이닝’을 쉬지 않았다. 쉴 때도, 자려고 누워서도. 지금도 일이 잘 안 풀리면 산책을 한다. 이 과정에서 새 아이디어가 떠올라 문제를 해결한 적이 많다. 옷이든 가방이든 옛 것과 다르게 생긴 신제품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수선하는 사람도 ‘이건 어떻게 고칠까’ 계속 고민해야 한다.”


-유명인들도 제품을 고치러 온다고.


(남) “대표적으로 2018년 초봄 가수 이은미씨가 공연을 앞두고 무대 의상을 수선하러 온 적이 있다. 탈색이 일어나고 찢어진 가죽 코트와 장갑을 고쳤다. 한 번은 배우 왕지혜씨도 델보 소가죽 가방을 들고 오셨다. 많이 써 낡은 가방이었다. 다시 받아보고 만족하는 모습을 보니 기뻤다.”


-해외에서 오는 손님도 많다던데.

남정현 대표가 가방 뚜껑 부분 수선법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jobsN.

(남) “호주, 캐나다, 미국 LA 사는 한인들이 많이 온다. 우리나라처럼 감쪽같이 수선해주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런 나라들에서는 수선이 가죽을 덧대 미싱으로 꿰매는 정도를 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방 하나 고치는 데 평균 하루가 걸린다. 어려운 작업은 일주일 이상이 들기도 한다. 이분들은 2주일 정도 체류기간을 잡고 와 열 몇개씩 가방을 맡기시는데, 출국 전에 다 해드리기 위해 밤을 샐 때가 많다.


또 동남아 국가에서 중상류층도 많이 온다. 지금 동남아에서 1990년대 한국처럼 루이비통이나 프라다 등 명품 백이 대유행을 타고 있다. 명품정도 빠르면 2020년 베트남·싱가폴에 진출할 계획이다. 명품 수선이 점점 더 필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수선한 제품 중 가장 비싼 것은?

보관중인 제품들이 쇼핑백에 들어있다. 모든 제품의 가격을 합치면 30~40억원 상당이다.

출처jobsN.

(남) “1억5000만원 정도 하는 에르메스 악어 가죽 가방이다. 한 달에 200~300명 손님이 명품정을 찾는데, 이런 가격대 제품은 1~2건 정도 들어온다. 가장 많이 들어오는 제품 가격대는 300만~400만원이다. 루이비통·구찌 가격이 이 정도 한다. 70만~80만원 사이는 저가, 400만원 미만은 중가, 800만원 이상은 고가 제품으로 본다. 수선하다 실패하면 고스란히 물건값을 물어줘야 한다. 제품이 비쌀수록 ‘위험 수당’이 높아져 가격도 조금씩 올라간다. 매장 월 매출은 대략 6000만~7000만원이다."


-가방 수선 비용은 얼마 정도인가.


(남) “가방 가격별로 조금씩 다르게 측정하기에 평균 얼마라고 딱 잘라 말하긴 힘들다.


보통 손잡이 수리가 15만원, 가죽 염색이 10~20만원이다. 비용은 대부분 수공비(인건비)다. 사람의 노력이 많이 드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재료비 비중은 적다. 한 번 산 재료를 나중에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가방 하나를 수선하기 위해 고급 양 가죽 한 장을 40만원에 산다 치면, 그 가죽으로 같은 가방 5~6개는 고칠 수 있다.


물론, 돈이 부족해 ‘추억’이 담긴 제품을 수리하지 못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상대적으로 수입이 적은 대학생이나 할머니가 오시면 수선값을 깎아드리기도 한다.”


-가장 뿌듯했던 적은?


(남) “2018년 1월 한 아주머니가 결혼 25주년으로 받은 백을 제발 좀 고칠 수 없겠냐고 전화를 주셨다. 1000만원짜리 샤넬 가방이었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장롱에만 고이 모셔놨는데 제습제 때문에 쪼그라들고 딱딱하게 굳었다. 이태리에서 양가죽을 사와 그대로 복원해 드렸는데 너무 고마워하셔서 뿌듯했다.”


-어떤 재료를 사용해 수선 하는가.

남정현 대표가 식초와 고구마 가루를 이용해 가방을 새로 염색하고 있다.

출처SBS 생활의 달인 캡처.

(남) “사람 몸에 해가 없도록 천연 재료로 가죽 염색을 한다. 가죽도 결국 자연에서 온 것이라 천연 재료로 염색이 잘 된다. 예를 들어 검은색 제품을 다시 염색할 때는 검은 콩과 숯을 우려낸 즙을 섞어 사용한다. 황토색 계열이 많이 쓰이는 루이비통 제품을 염색할 때에는 치자가루를 쓴다. 마는 가죽 코팅을 위한 막을 형성하기 위한 재료다.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 발전시킬 수 있었던 방법들이다. 그러나 이런 재료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가죽, 금속 부품, 섬유 등 보편적인 재료도 사용한다.”


-연습도 아주 많이 했다고.


(남) “일을 막 시작하던 1980년대 초에는 아침 9시에 나가 밤 10시에 퇴근했다. 밤에도 거의 매일 작업장에 남아 연습했다. 어릴 때에는 집에서 못질도 잘 못할 정도로 손재주가 나빴다. 작업하고 남은 가죽, 못 쓰는 제품들을 보고 몸통, 손잡이, 뚜껑 등을 어떻게 만들었나 살펴보았다. 그때부터 연습하고 남은 것들을 모두 창고에 모아놓았다. 지금도 수선하기 어려울 때면 비슷하게 생긴 물건을 꺼내 참고한다.”   

가방 수선에 사용하는 도구들. 왼쪽 사진은 루이비통 가방의 수선 전·후 모습

출처jobsN.

-어디서 일하며 기술을 배웠는지?


(남) “본격적으로 수선을 시작한 때는 약 10년 전이다. 2002~2007년에는 일본의 타조·악어 가죽 공장에서 일했다. 이때 천연 재료를 사용한 기법 등 수선 기술을 배웠다. 가죽제품을 생산해본 경험이 있어 빨리 배울 수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다음 수선업체에서 일하다가 2년 전 명품정을 차렸다.


그 전에는 수선이 아니라 생산을 배웠다. 고향은 강원도 양양이다. 집이 넉넉지 못해 중학교를 그만두고 일을 시작했다. 서울 성동구 금호동의 한 가죽 제품 브랜드의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일 시작한지 6~7년이 지나 내 공장을 차렸다. 금강, 에스콰이어, 엘카토 등 당시 쟁쟁한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였다.”


-복구 불가능한 실수도 있나.


(남) “가죽에 ‘볼펜’이 묻으면 끝이다. 유성이든 수선이든 볼펜 잉크와 자국이 표면에 새겨지면 그 면을 싹 벗겨내고 색을 다시 입혀야 한다. 아무리 처음과 비슷하게 하려고 해도 제품을 되돌려받은 고객이 이전과 다르다고 느낄 확률이 크다. 받은 제품에서 익숙함이 느껴지지 않으면 수선은 실패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볼펜·송곳·칼·음료 등을 테이블에서 모두 치워놓고 작업한다.”


-가죽 수선을 배우려면?


(남) “우리 같은 업체에 와 일하면서 배울 수 있다. 손재주가 없어도 상관없다. 물론 배우는 과정이 어려울 것이다. 초기에는 한동안 실밥 제거만 반나절씩 해야 한다. 작은 실수라도 막기 위해 매우 엄격하게 가르친다. 그동안 많은 사람이 배우러 왔다가 힘들어 나갔다. 우리 직원은 12명이다. 이중 5명이 30세 전후로 청년이 많은 편이다.

명품정 내부 작업장 모습.

출처jobsN

이 업계는 젊은이가 필요하다. 지금 ‘베테랑’이라 부를 만한 경력자들 중 내가 제일 막내다. 10년 후면 지금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이 퇴직할 나이가 된다. 지금 사람들은 우리 세대보다 배우는 게 빨라 3~5년만 바짝 배우면 그들만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의 목표는?


“명품정 이태리 지부를 내는 것이 꿈이다. 이태리가 바느질 기술과 자재가 좋아 가죽 제품 제작은 1위지만, 수선은 손재주 좋은 한국이 1위다. 가죽 명품의 본고장으로의 진출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글 jobsN 정경훈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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