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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원했던 스튜어디스, 막상 7년 해보니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조회수 2020. 10. 4. 14:4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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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하늘 날던 그녀, 이젠 착륙해서 꽃 만들어요
꽃집 차린 전직 승무원 최대정씨

꽃집이라면 보통 여러 종류의 꽃을 진열해 놓고 주문에 따라 만들어서 판다. 그런데 최근 꽃집 주인의 취향을 살린 개성 강한 꽃집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홍대 앞 합정동 플라워 스튜디오 ‘아날로그 파리’도 그 가운데 하나다. 3년째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최대정(34)씨는 항공사 승무원 7년 차에 하던 일을 그만두고 프랑스로 날아가 플라워 스쿨에서 꽃을 배웠다. 유럽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꽃집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처: 최대정씨 제공
프랑스 플라워 스쿨에서

- 유럽에 있는 꽃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어떤 콘셉트로 꾸민건가.

“조금 특별한 꽃집을 만들고 싶었어요. 꽃을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목표였습니다. 엔틱 분위기를 좋아해서 고풍스런 가구와 장식장들을 주로 들여놓았고, 프랑스에서 꽃을 배울 때 현지 엔틱 마켓에서 화병, 촛대 등 소품들을 사서 가져왔어요. 손님들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 항공사 승무원이었다고 들었다. 승무원을 하다가 꽃집을 차리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고등학교 때부터 승무원이 꿈이었어요. 대학교에서 독일어를 전공하고 졸업하자마자 승무원으로 항공사에 입사했습니다. 즐겁게 승무원 생활을 하기도 했지만, 사람을 상대하는 서비스업이다 보니 감정노동이 심했어요.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아서 비행하면서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틈틈이 꽃을 배우러 다녔어요. 비행으로 날아간 도시에 유명한 플로리스트의 원데이 스쿨이 있으면 찾아가서 들어볼 정도로 워낙 꽃을 좋아했어요. 늘 일하면서 사람들을 대하다 보니 혼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예쁜 꽃을 만지는 작업을 하는 게 행복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행복한 일을 하며 살고 싶었어요. 승무원 7년 차에 건강이 안 좋아져서 휴직을 했는데, 더 늦으면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꽃집을 차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출처: 최대정씨 제공
승무원 시절

- 꽃집을 시작하기 위해 준비는 어떻게 했는지.

“승무원으로 일하며 해외를 다니면서 프랑스의 꽃 문화가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프랑스로 갔습니다. 프랑스에서 꽃 디자이너로 유명한 까트린 뮬러(Catherine Muller)가 있는 플라워 스쿨에 다녔어요. 원색보다는 은은한 파스텔 톤이나, 빈티지 스타일의 꽃 디자인으로 유명한 분이에요.


사랑스러운 스타일이 저의 취향과 딱 맞았죠. 수업이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꽃은 계절마다 나오는 꽃이 달라요. 그래서 각 계절마다 수업을 듣고 싶었어요. 다행히 항공사 퇴직 후에도 사용할 수 있는 전직 직원 항공권 할인 제도가 있어서, 3번 정도 프랑스를 오가며 플라워 스쿨에서 공부했어요. 웨딩 플라워, 자연 속의 들풀을 소재 하는 가든 스타일 플로리스트, 파리감성의 꽃들로 디자인하는 파리지앵 플로리스트, 과일이나 야채 등 새로운 소재를 이용하는 플라워 디자인 등 총 4개의 과정을 듣고 디플로마 수료증을 받았어요. 이후 한국에 돌아와서 꽃집 오픈을 준비했습니다.”


- 비교적 젊은 나이에 홀로 가게를 차렸는데, 초기 비용은 어떻게 해결했나.

“퇴직금과 그동안 모아왔던 돈으로 시작했습니다. 매장이 기존에 옷 가게를 하던 깔끔한 곳이라, 특별히 인테리어를 할 필요가 없었어요. 가구 몇 개와 소품으로 꾸미니 돈을 절약할 수 있었어요.”


- 꽃집을 처음 차렸을 때 이야기가 궁금하다. 어려운 점도 있었을텐데.

“처음에는 마냥 좋았어요. 꽃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꽃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제가 만든 꽃을 팔면 고객들이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는 게 뿌듯했죠. 그런데 예상했던 것보다 수익이 나질 않았어요. 무엇이 문제일까 고민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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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꽃집을 시작하면서 쉽게 생각했어요. 사람들의 일상에 꽃이 있었으면 좋겠고, 그에 맞는 꽃들을 만들어 팔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죠. 프랑스에서 가장 부러웠던 게 생활 속에 꽃이 있는 문화였습니다. 퇴근길에 꽃을 사 가고, 마트에서 장을 본 후 꽃을 사서 집으로 가져가는 게 그들의 일상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한국에서 꽃집을 차리고 부딪혀보니 한국은 꽃 문화가 달랐어요. 아주 특별한 날에만 꽃을 찾는 경우가 많아서 유럽에 비하면 꽃 수요가 많지 않았던 거죠.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아서 고민 많이 했습니다.”


- 꽃집을 운영하며 수익을 내기 위해서 어떤 시도를 했는지 궁금하다.

“꽃을 주문받아 파는 것만으로는 수익을 내기가 힘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프랑스에서 배웠던 것들과 이국적 분위기의 이 공간을 활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레슨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프랑스 꽃 디자이너에게 배웠던 것들을 바탕으로 레슨 하기 시작했어요.


요즘 인기 있는 꽃 스타일을 가르치다 보니 반응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장소를 빌려주는 대관도 시작했어요. 이곳 매장 분위기가 이국적이라서 여성분들이 결혼하는 친구를 축하하는 파티인 브라이덜 샤워나 독서모임 장소로 좋아하세요. 인스타그램(@analogue_paris)으로 모든 주문을 받는데, 여러 가지 수익 사업을 하면서부터는 주문량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요. 초반에는 적자였는데, 작년에는 매출이 1억원 수준으로 올라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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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집을 파티룸으로 대관한다니 조금 생소하다.

“꽃집이라 꽃이 항상 있고 고풍스러운 가구에 큰 테이블이 있다 보니, 오히려 파티룸으로써는 큰 장점이 되는 것 같아요. 모임의 성격에 맞게 제가 꽃과 풍선으로 꾸며주고 장소를 대여해주면, 오시는 분들이 음식을 마련해 와서 파티를 즐기는 식으로 운영합니다. 특히 주말에 대관 문의가 많이 들어와요.”


- 혼자 3년째 운영하고 있는데 바쁘지 않은지.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매장이 홍대 인근이다 보니 유동인구가 늘어나기 시작하는 오후 1시에 가게를 열어요. 저녁에 손님이 많아서 오후 8시까지 꽃집을 운영합니다. 그리고 좀 쉬다가 자정쯤 꽃 도매시장을 가요. 싱싱한 꽃을 자주 가져오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일주일에 4번 정도 가곤 해요. 꽃을 사서 새벽 2시쯤 가게에 가져다 놓고 정리하고 집에 갑니다. 사람이 없는 시간에 여유롭게 다니는 걸 좋아하다 보니, 밤늦게 다니는 게 일상이 됐어요.”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개성이 뚜렷한 꽃집으로 키워나가고 싶어요. 초반에 수익 때문에 고전했을 때에는, 커피도 파는 플라워 카페로 바꿔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결국 지금 하고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만의 꽃 스타일을 발전시키고 어필해 나가면 그걸 알아봐주고 좋아해 주는 분들이 늘어날 거라고 믿어요. 그리고 이곳을 단순히 꽃을 파는 곳이 아니라 꽃을 매개로 다양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그래서 명칭도 ‘플라워 스튜디오’입니다.”


글·사진 jobsN 오종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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