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마비 뛰어넘고 기적을 노래하는 록커가 던진 메시지

조회수 2020. 10. 4. 14:4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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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제2막 꿈꾸는 이 '레전드 록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포기하지 말고 계속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현실에 치여 꿈을 잊고 사는 분이 많아요. 진정 꿈꾸는 일이라면 취미로라도 계속 해야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어요. 저는 음악으로 여러분께 용기를 드릴게요.”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 담담한 목소리로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말했다.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레전드 록커’는 시종일관 진지한 목소리로 답변을 이어나갔다.

출처: 본인 제공
록밴드 '더크로스' 보컬 김혁건씨.

그의 정체는 2003년 데뷔한 록 그룹 ‘더크로스’의 보컬 김혁건(37)씨. 2016년 3월 MBC ‘복면가왕’에서 하현우가 부른 ‘Don’t cry’의 원곡자다. 지난 2012년 오토바이 사고로 사지마비 장애를 얻은 그는 어깨 아래 모든 근육을 움직일 수 없다. 이런 그의 고민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는 것. 그가 꿈꾸는 ‘인생 제2막’을 들어봤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


“주로 행사에서 강연을 하거나 노래를 부른다.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는 서울대학교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과 함께 복식호흡 보조장치도 연구하고 있다. 나와 같은 척수손상 환자들의 폐활량은 일반인의 3분의1에 불과하다. 그래서 복부 벨트를 조였다가 풀면서 복압을 조절하는 복식호흡 보조장치를 이용해 노래를 부른다.


이 장치를 이용하면 발성의 세기와 음의 높낮이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 마비 환자도 혼자 가래를 뱉을 수도 있다. 가래를 뱉지 못하면 폐렴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척수에 손상을 입은 모든 환자들이 복식호흡 보조장치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연구 중이다.”

출처: 본인 제공
김혁건씨는 폭발적인 고음으로 유명한 록커였다. 13공수특전여단에서 특전병으로 복무하기도 했다.

-학회지에 논문을 발표했다. 무슨 내용인가.


“지난 12월 한국음악치료교육학회 학술지인 ‘인간행동과 음악연구’에 ‘하모니카를 활용한 호흡재활 훈련이 척수손상환자의 호흡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발표했다. 사고 이후 재활원에서 하모니카를 접했다. 손을 못 움직여서 건반 악기는 연주할 수 없었다. 노래도 못 불렀다. 유일하게 하모니카만 연주할 수 있었다.


하모니카를 시작한 뒤로 호흡량이 두 배 이상 늘었다. 하모니카를 이용한 호흡 재활치료가 유익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연구를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음악치료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미국은 국가공인 음악치료자격증이 있다. 앞으로 많은 병원에서 하모니카를 이용한 재활 치료를 했으면 좋겠다. 환자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지난 11월 사회복지사자격증(2급)도 땄다.”


-학교나 기업에서 강연도 한다고.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자동차 신입사원 연수 때 강의를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CEO 대상 강의도 했다. 하나고등학교를 비롯해 여러 학교에서 특강도 한다.


주로 청중에게 용기를 북돋우는 메시지를 전한다. 사고 이후 노래를 부를 수 없었지만 복압 장치와 치료를 통해 다시 음악을 시작한 계기를 들려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아이들이 어울릴 수 있도록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한 이야기도 한다.”

KBS1 강연 100℃ 캡처

-방송에서 가끔 소식을 접했다.


“2017년 KBS2 ‘불후의 명곡’에 출연했다. 가수 박기영씨와 함께 셀린 디온·안드레아 보첼리의 듀엣곡 ‘the prayer’를 불러 경연에서 우승했다. 작년 3월 평창 패럴림픽 개회식 때는 애국가를 불렀다.


방송을 나가면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도 힘들다. 노래만 부르는 게 아니라 메이크업을 받고 리허설도 해야 한다. 팬 분들한테 내 노래 덕분에 용기를 얻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나는 팬들의 응원으로 힘을 얻는다.”


-더크로스는 잠정 휴식기인가.


“가을에 새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다. 몇 곡은 벌써 녹음을 마쳤다.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다듬어서 세상에 내놓을 생각이다.”

본인 제공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


“미국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가 수록한 학술지에 장애인 재활 치료를 다룬 논문을 등재하고 싶다. SCI에서 인용한 논문은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다. 현재 경희대학교 예술대학원 응용예술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오는 2월20일 졸업한다. 재능 있는 일반인을 선발하는 미국 쇼 프로그램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도 출연하고 싶다. 쉽게 이룰 수는 없겠지만 금세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다.


장애인을 위해 일하는 게 최종 목표다. 장애인은 일상 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미용실에 갈 때는 입구에 경사로가 없어서 한참을 돌아다녀야 한다. 장애인이 갈 수 있는 식당을 미리 알아보지 않으면 외식도 못 한다. 이번에 경희대학교 법무대학원에 입학 원서를 썼다. 법을 공부해서 장애인을 위해 정책 제안도 하고 싶다.”


-팬에게 하고 싶은 말.


“예전처럼 폭발력 있는 가창력으로 노래를 못 한다. 공연장에서 팬 분들과 만날 기회도 적다. 그런데도 애정을 갖고 지켜봐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음악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


글 jobsN 송영조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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