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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만원이 불과 2달 뒤 610만원이 되는 '마법의 투자'

조회수 2020. 10. 4. 14: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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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출신 금융맨도 직접 '공구'하는 OO은?

"미술품 거래 시장, 공동구매로 판 키웁니다."


투자자 A씨는 2018년 10월 30일, 김환기 화백의 ‘무제’를 공동구매했다. 미술품 공동구매는 여러 명이 미술품을 구입해 소유권을 나눠 갖는 것을 말한다. 그가 낸 돈은 500만원. 그림 가격의 9분의 1이다. 2개월 후 작품을 되팔아 세금과 수수료 없이 원금 포함 610만원을 받았다.


6000만원 미만 미술품 거래는 비과세 대상이다. 또 거래 수수료가 없었기 때문에 2달 만에 원금의 20% 이상을 벌었다. 이런 이색적인 투자가 가능했던 이유는 온라인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열매컴퍼니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출처: jobsN
열매컴퍼니 사옥에서 만난 김재욱 대표.

열매컴퍼니 김재욱 대표(37)는 미술계 이단아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해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뒤 KPMG 삼정회계법인, 외국계 사모펀드를 거친 금융맨이다.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들을 모아 기업을 사고파는 것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펀드다. 선박·에너지·인프라 등에 투자하는 펀드를 운용했다.


직업상 다양한 산업 군에 투자 기회를 엿봤다. 초등학생 때부터 그림 그리기가 취미였던 그가 가장 관심 갔던 분야는 예술이었다. “미술품을 대체 투자 상품으로 보는 시각은 새롭지 않아요. 가격이 너무 높아 일반 투자자들은 진입할 수 없었다는 게 한계였을 뿐이죠. 비싼 그림일수록 구매 의사가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면 그 많은 사람들이 적은 돈을 모아 산 다음, 되팔아 투자 이익을 나눠가지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2013~2016년간 미술품 온라인 거래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 35.42%(히치콕스 아트리포트) 성장했다. 점점 커지는 미술품 온라인 거래 시장을 본 김재욱 대표는 기존 온라인 미술품 시장에 공동구매 서비스를 더하는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출처: 조선DB
부암동에 위치한 한 미술관.

김 대표는 사업을 바로 실행하기보다 가장 먼저 미술계 커리어를 쌓았다. 지인이던 간송 미술관 사무국장을 만나 “무슨 일이든 좋으니 그림을 마음껏 접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2015년부터 간송미술관 운영팀장으로 일했다. 일을 하다 보니 미술계에서만 일어나는 이해할 수 없는 관행이 있었다.


“아직까지 현금영수증을 거부하는 곳은 미술품 거래 시장밖에 없을 겁니다. 현재 미술 시장 규모는 4000억원 정도로 10년 전과 똑같아요. 대형 갤러리가 소수 VIP를 상대하는 거래 위주로 시장이 굴러갑니다. 미술시장의 폐쇄적이고 한정적인 정보 탓에 탈세나 비자금 의혹도 생깁니다.”


그는 ‘부자들만 미술품을 소유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미술 시장 성장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특정 작가나 갤러리로만 돌아가는 ‘쏠림 현상’이 시장을 자라지 못하게 만들었다. 김재욱 대표는 “국내 약 430개의 갤러리 중 수익 내는 화랑은 절반도 안된다”고 말한다. 3대 갤러리(가나아트·갤러리현대·국제갤러리)가 국내 화랑 총매출액의 약 80%(2013 예술경영지원센터 자료)를 차지한다. 새로운 고객이 없어 시장에 새로운 돈이 흘러들어오지 않는다. 신진작가들의 입지가 해마다 줄어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출처: jobsN
열매컴퍼니 사옥 전경과 작품확인서를 들고 있는 김 대표의 모습.

“고객 취향이 새롭거나 다양하지 않다는 것도 문제죠. 시장의 쏠림 현상으로 피해 보는 사람은 단순히 작가와 갤러리만이 아닙니다. 그동안 큐레이터나 아트 에디터, 아트 라이선스 사업 등 미술 관련 수많은 직업군이 소리 없이 사라졌던 건 미술업계의 폐쇄성 때문이라고 봅니다”.


기존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 위주로 사업을 구체화했다. 2016년 11월 열매컴퍼니를 창업해 2018년 10월 미술품 온라인 공동구매 플랫폼 ‘아트 앤 가이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가 일반 사람들도 미술품에 관심을 갖도록 만들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미술품으로 돈을 벌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부자가 아니더라도 미술에 대한 관심과 애정만 있다면 얼마든지 유명 작품의 주인이 될 수도 있고 투자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줄 겁니다. 공동구매라면 충분히 가능한 얘기입니다.”

출처: 열매컴퍼니 홈페이지
김환기 화백의 작품을 데이터로 정리해놓은 모습.

열매컴퍼니는 법인으로 사들인 미술품을 그 가격대로 다시 공동구매 시장에 내놓는다. 국내 화가 작품만 다룬다. 최소 10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 투자 가능하다. 거래 시 수수료는 없다. 대신 열매컴퍼니도 공동구매자로 투자에 참여한다. 보유하고 있던 소유권을 잘게 쪼개 나눠갖는 방식인 셈이다.


목표 기간 내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면 매각한다. 이게 어려운 경우 그림 소유권자들이 과반 이상 찬성하면 적정 시기에 그림을 되판다. 판매자에서 공동 투자자로, 그리고 다시 판매자 대표로 열매컴퍼니가 책임지고 수익을 낸다. 소유권은 위조·변경 우려가 없는 블록체인을 통해 관리한다.


“수수료를 받지 않은 이유는 투자에 그만큼 자신 있기 때문입니다. 판이 커진다면 법인이 투자자 중 하나로 참여해 충분히 꾸준하게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죠. 미술계 문제점을 해결하고 일반 대중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창업했는데 수수료로 이익을 번다면 투자자들에게 무책임한 인상을 줄 수 있다 판단했어요.”


2018년 10월 내놓은 김환기 화백의 ‘산월’이 첫 거래였다. 4500만원에 사들여 그 가격을 공동구매 경매에 올렸다. 7분 만에 공동 구매자 23명이 모여 목표금액을 모두 모았다. 한 달 만에 매입자가 나타나 5500만원에 되팔았다. 투자자 전원은 2018년 12월 24일 수수료와 세금 없이 원금을 포함한 이익금(평균 22%의 수익률)을 회수했다. 6000만원 미만 미술품 거래는 비과세 항목이다. 세금이 없다는 뜻이다.

출처: 열매컴퍼니 홈페이지
미술품에 관한 전문적인 데이터를 제공한다.

“수익구조가 불안정하다는 주변 우려와는 달리 점점 많은 관심을 얻고 있습니다. 2018년 11월 5200만원에 공동구매를 진행한 이중섭 화백의 ‘무제’는 목표 금액 달성까지 3분, 2019년 1월 이우환 ‘조응’(3500만원)은 단 1분 만에 마감했죠.”


열매컴퍼니의 매출은 2017년 1억5000만원, 2018년 1억6000만원(영업이익 300만원) 정도다. 김재욱 대표가 금융권에서 받던 연봉의 반도 안 되는 금액이지만 국내 미술 시장 부흥을 위한 의지는 흔들림 없다. 그는 앞으로 미술품 거래 수를 점차적으로 늘려나갈 예정이다. 미술에 대한 정보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자체 콘텐츠 제작, 소규모 갤러리와 작가가 참여하는 오픈마켓 등 다양한 서비스를 기획 중이다. 펀딩을 보다 손쉽게 할 수 있는 어플도 개발 중이다.


“현명한 미술품 투자를 위해선 먼저 확신이 드는 작품에 투자해야 합니다. 미술품 투자는 주식과 달리 중장기 투자로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죠. 작품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알고 있다면 이 기다림이 즐거움이 될 수 있어요. 정보 불균형을 해결하는데 열매컴퍼니가 앞장서겠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저희 플랫폼을 통해 국내 작가에 대해 토론하고 정보를 교환하게 될 날을 기대합니다.”

글 jobsN 김지아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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