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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 만신창이, 하루 12시간 설거지하던 소년 이렇게 됐습니다

공사장서 설거지 하던 소년가장, 스타셰프로 거듭나다
jobsN 작성일자2019.01.13. | 319,481 읽음
그랜드 워커힐 서울 호텔 최연소 헤드셰프 이산호씨
포털 검색어 5위 올랐던 붉은 짜장면 레시피 주인공

한겨울에 손이 부르틀 때까지 설거지를 했다. 20살, 이제 막 성인이 된 청년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공사장 밥집에서 일했다. 어머니가 편찮으셨지만 조리가 쉬운 라면밖에 해드릴 수가 없었다. 그 때 공사장 밥집 주방 이모들이 만든 계란말이를 보고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손은 설거지를 하고 있었지만 눈으로는 어깨 넘어 요리하는 모습을 훔쳐봤다. 그리고 2018년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38세에 서울 유명 호텔의 최연소 헤드셰프 자리를 차지했다. 그랜드 워커힐 호텔 이산호(39) 셰프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본인제공

-어떻게 요리를 시작했나


“공사장에서 정말 열심히 일했다. 일자리가 귀하던 때라 열심히 해야만 한다 생각했다. 10~12시간씩 설거지를 했다. 고무장갑에 물이 들어오고 겨울엔 손이 얼기도 했지만 손이 다 부르틀 때까지 참았다.


그렇게 1년 정도 일하다 보니 공사현장에 계시던 한 분의 눈에 들었던 것 같다.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날 직책이 좀 높으신 분이 오셔서 너는 꿈이 뭐냐고 물어보셨다. 그때 요리를 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감사하게도 그분이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 아르바이트를 소개해주셨다. 그렇게 21살 때 요리를 시작했다.”


-초반에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


“워커힐 중식레스토랑 금룡에 들어갔다. 한국인보다 중국분이 더 많았다. 언어나 문화의 차이 때문에 소통이 힘들었다. 중식은 센 불과 큰 도구들을 사용하다 보니 주방이 시끄럽다. 그런데 말이 통하지 않으니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었다. 죽어도 여기서 죽겠다는 생각으로 버텼다. 퇴근할 때 시간을 내어 따로 중국어 공부를 했다. 식자재, 숫자, 시간 등을 위주로 익히고 간단한 의사소통도 연습했다.”


-최연소 조리장을 달 수 있었던 비결이 뭔가


“보통 호텔 레스토랑에선 40중후반쯤은 돼야 헤드셰프가 될 수 있다. 38살 때 헤드셰프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성실함이라 생각한다. 뭐든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출근할 때 해야 할 일들을 생각했다. 9시 출근이지만 3시간 정도 일찍 출근해 조리도구나 불판 등을 미리 세팅해뒀다. 일이 끝나고도 남은 것들을 정리하고 6시 퇴근이지만 보통 9시에 퇴근했다. 퇴근하고 나서 오늘 배웠던 것들 레시피를 적고 복습했다. 음식 맛을 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식재료라고 생각했기에 식재료도 따로 공부했다. 날마다 식재료를 정해서 그에 관한 내용들로 A4 한 페이지씩 채웠다. 그렇게 8년 정도를 하루에 3~4시간 자면서 노력했다.


성실하게 하니까 주변에서 알아주더라. 전통 광동식 중국요리를 배우고 싶었는데 당시 조리장으로 계시던 라현당 셰프님이 좋게 보고 도움을 주셨다. 일이 끝나고 셰프님을 찾아가 공부한 중국어로 대화를 하며 요리를 배웠다.”

본인제공

-지금은 다른 목표하는 바가 있는지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제대로 가르쳐보고 싶다. 지금은 ‘힐링셰프’를 통해 관련 활동을 하는 중이다. 힐링셰프는 2014년 만들었다. 처음엔 나를 포함해 세 명이었는데 지금은 50명 정도 셰프들이 가입했고 인터넷 커뮤니티의 회원 수는 2만명 정도다.


힐링셰프는 다양한 다이닝 행사를 한다. 식재료를 공부하기도 하고 사찰음식을 배우러 가기도 한다. 진로에 대한 고민을 덜어주고자 셰프 콘서트를 만들어 학생들과 얘기를 하기도 한다. 앞으로도 이런 활동들을 계속할 예정이다.


또 중식의 다양한 면을 알리고 싶다. 방송에 출연하는 것도 이 이유에서다. 올리브TV에서 붉은 짜장면 레시피를 공개한 적 있다. 붉은 짜장면은 짬뽕과 짜장의 중간 맛을 내보고 싶어 만든 음식이다. 반응이 좋았다.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순위 5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런 새로운 것을 포함한 중식을 알리고 싶다.”


-힐링셰프 활동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셰프들 스케줄상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하고 월요일에 쉬기 때문에 보통 일요일 9시 이후에 행사를 진행한다. 그 행사에 어려 보이는 학생이 꾸준히 나와서 눈에 띄었다. 물어봤더니 부산에서 온 18살 고등학생이더라. 행사에 참여하고 밤이나 새벽차를 타고 내려가서 등교를 한다고 했다. 요리를 공부하고 싶어 그렇게 서울까지 와서 꾸준히 행사에 참여한 것이다. 학생들끼리 커뮤니티도 만들어서 공부할 정도로 열심히했다.


특임교수로 서울호텔관광직업전문학교에서 수업을 하는데 그 학생이 입학했고 이번에 졸업한다. 나를 따라 진학한 것이다. 성장 과정을 보면서 흐뭇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힐링셰프

출처 : 본인제공

-셰프라는 직업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가장 큰 장점은 요리로 소통할 수 있는 것이다. 서로에 대해서 몰라도 말이 안 통해도 요리로는 마음을 전할 수 있다.


한 업체와 콜라보해 사연을 선정한 뒤 직접 찾아가 요리를 해주고 그것을 광고로 제작하려고 했다. 그 중 아내를 먼저 보내신 할아버지 한 분의 사연이 기억난다. 두 분이 집을 장만하고 이사 온 첫날 함께 짜장면을 먹었는데 그때 먹은 짜장면의 맛이 그립다는 내용이었다. 직접 찾아가 옛날식 손짜장면을 만들어드렸다. 면을 손으로 직접 반죽해 뽑고 양파 외에도 통감자, 양배추, 간 돼지고기 등을 넣어 옛날식 짜장을 재현하고자 했다.


짜장면을 드시고 옛날 생각이 난다며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리셨다. 고맙다고 아내가 옆에 있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아내를 먼저 보내고 안 좋은 생각이 들 만큼 낙담했는데 이 짜장면을 먹으니 추억을 안고 살아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우셨다. 그분의 정확한 감정이나 사정은 몰라도 말 없이 소통할 수 있었다. 다른 사연들도 뽑아 촬영을 완료했지만 내보내지 말자고 했다. 사람들의 힘든 감정을 상업적으로 광고에 이용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영상제작 전에 중단했고 어디에도 내보내지 않았다.” 

본인제공

-셰프를 꿈꾸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말이 있나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셰프는 보통 TV에서 화려한 모습으로 나온다. 그 모습을 보고 셰프를 꿈꾸는 이들이 많은데 현실이 그렇지만은 않다. 단계라는 게 있다. 처음엔 칼을 잡지 않는다. 정직이 되기 전에 실습 한달 정도, 연수 6개월, 인턴 2년을 거쳐야 한다. 초반엔 식재료를 타러 다니는 것부터 시작해서 청소를 한다. 호텔 주방에 있다 보면 화려한 모습만 보고 들어왔다가 칼도 잡아보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실습생 때는 한 달에 10만원 정도를 받으며 일한다. 그 과정 들을 포기하지 말고 해나가야 한다. 사실 요리사는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연봉이 높지 않다. 워커힐 헤드셰프로는 대기업 과장급 정도의 연봉을 받는다. 거기에 특임교수로 한 번 수업하면 신입사원 월급 정도를 받는다. 이래저래 합치면 억대연봉인 셈이다.


이 직업의 성취는 들인 시간과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시간과 들인 노력에 솔직한 직업이다. 화려한 모습 보다는 이 직업을 해야 할 이유를 찾고 도전하기를 추천한다. 그게 돈이든 명예든 다 좋다. 자기만의 이유를 찾고 시간과 노력을 쏟을 각오를 하고 도전하길 바란다.”


글 jobsN 배미래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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