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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강유미가 감탄하며 먹던 파스타, 알고 보니…

신발 사업하다 우연한 기회에 쌀 빨대 발명
jobsN 작성일자2019.01.11. | 182,168  view
‘쌀 빨대’ 만드는 연지곤지 김광필 대표
대 이어 신발 사업하다 우연한 기회에 쌀 빨대 발명
“사업 시작하면서 환경 문제에 관심…쌀로 만든 포크⋅스푼⋅컵도 개발”

‘500년.’


플라스틱 빨대가 자연 분해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우리나라에서 일 년 동안 소비하는 플라스틱 빨대는 100억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문제는 플라스틱 빨대는 일회용 컵처럼 규제 대상이 아니어서 일반 쓰레기로 분류해 잘게 부수거나 소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땅에 묻을 경우 바다로 흘러들어 미세 플라스틱이 돼 결국엔 우리 몸에 쌓인다.


이런 플라스틱 빨대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없을까.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은 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쌀로 만든 빨대를 개발한 김광필(42) 연지곤지 대표다. 이 빨대는 플라스틱과 달리 100일만 지나면 자연분해되고 심지어 먹을 수도 있다. 

연지곤지 김광필 대표.

source : jobsN

대 이어 신발 사업하다 우연히 착안한 식용 빨대


김 대표가 사회에 첫 발을 디딘 분야는 ‘신발’이다. 부모님이 서울 청계천에서 일군 신발 도매업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이어받았다. 당시 부모님은 신발공장도 운영하고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흥망을 거듭했다. 한 번도 팔아 본 적 없는 운동화로 판로를 확장해 매출을 부모님이 경영할 때보다 두 배로 키웠다. 하지만 트렌드를 제대로 읽지 못해 금방 제자리로 돌아와야 했다. 그러다 플라스틱 소재인 PVC로 만든 고무신과 여성용 장화를 만들어 ‘대박’을 터뜨렸다. 이번에도 축포는 오래가지 못했다.


“레인부츠로 번 돈을 다른 디자인의 부츠에 투자했다가 다 까먹었습니다. 패션에 대해 무지한 탓이었죠. 몇 년 간 매출 등락이 심하게 반복되다 보니 세무조사까지 받았습니다. 회의가 몰려왔습니다. 대학 졸업하고 나서부터 10여 년을 눈코 뜰 새 없이 달려왔거든요. 말 그대로 그냥 놀았습니다. 회사는 다른 것 다 접고 원래 부모님이 하시던 기성화만 만들어 팔기로 했습니다. 미뤄뒀던 운동도 하고 이것저것 하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쌀 빨대’는 김 대표가 가장 우울했던 시기에 나온 아이디어였다. 그에겐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서 출원한 특허를 검색해 보는 습관이 있었다.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미국 롤리웨어라는 업체가 해조류 같은 식물성 소재로 먹을 수 있는 컵을 만들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혹시나 싶어 자세히 검색을 해보니 특허까지 등록돼 있었다.  

개그우먼 강유미씨가 쌀 빨대로 파스타를 만들어 먹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source : 유튜브 화면 캡쳐

“그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컵을 만들었으니 내가 먹을 수 있는 빨대를 만들어 공급하면 어떨까. 식용 빨대를 검색해보니 아직 특허 등록이 안 돼 있었어요. 쌀이라는 재료를 바로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은 쌀이 우리 주식이었기 때문인데요. 쌀이 남아돌아 버려진다는 얘기도 들어왔고요. 쌀을 소비하는 나라를 찾아 빨대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신발 공장에서 원자재를 다루던 직원과 오뚜기, 풀무원과 같은 식품 기업에서 근무했던 분을 만났어요. 그분들에게 사업 취지를 설명했고 함께 쌀 빨대를 만드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어요. 1년 반을 연구해 쌀 빨대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죠.”


파스타로 먹을 수 있는 쌀 빨대...한국 산보다 베트남 쌀이 빨대 만들기 적합


쌀 빨대는 쌀과 타피오카를 7 대 3의 비율로 넣고 소금, 설탕 등을 배합해 만든다. 빨대는 차가운 물에서는 평균 4~6시간 동안 형태를 유지한다. 뜨거운 물에 2~3시간 담가 놓아도 문제없다. 배합 비율은 김 대표가 특허를 출원했다. 기존 빨대 두께와 비슷한 쌀 빨대는 공산품이 아닌 식품으로 등록돼 있다. 실제 뜨거운 물에 넣어 끓이면 이른바 쌀국수로 변신한다. 개그우먼 강유미 씨는 유튜브에 쌀 빨대로 크림 파스타를 만들어 먹는 영상을 올려 화제가 됐다. 쌀 빨대는 어떤 쌀로 만들어질까.


“우리나라 쌀보다는 베트남 쌀로 빨대를 만드는 것이 더 적합합니다. 베트남 쌀 종류만 서른 가지가 넘습니다. 쌀의 질은 1등급에서 23등급까지 나뉘는데 쌀 빨대의 원료가 되는 쌀은 5~6등급 정도의 상급이에요. 베트남 쌀은 점성이 많지 않고 가격도 우리나라 쌀에 비해 경쟁력도 있어요. 베트남 현지 공장에서 60여 명 직원이 한 달에 3억 개 정도를 생산하고 있어요. 한국보다 동남아가 배합을 위한 평균점을 찾는데 필요한 온도, 습도 등의 조건을 잘 갖추고 있어요. 이 평균점은 연지곤지 고유의 기술력이죠.” 

연지곤지 김광필 대표.

source : jobsN

지난해 8월부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재활용법)'을 시행하면서 커피 전문점에서는 일회용 컵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식품접객업으로 등록된 매장 내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것이 적발되면 사업자에게 5만~2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2020년까지 전 세계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쓰지 않겠다고 공언한 스타벅스는 종이 빨대를 도입했다. 쌀 빨대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메리어트, 하얏트, 힐튼 등 특급 호텔과 커피전문점에 쌀 빨대를 공급하고 있다. 갤러리아 백화점, 롯데마트에서도 쌀 빨대를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가격이 관건이다.


“플라스틱 빨대가 개당 5~15원인데 쌀 빨대는 50원 정도 합니다. 현재 커피전문점에는 35원 정도에 빨대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들은 단가 맞추기가 쉽지 않아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하지만 쌀 빨대 1억 개를 생산하면 10원까지 단가를 맞출 수 있어서 논의는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형 프랜차이즈들도 언젠가 인식이 바뀌어 갈 것이라고 믿고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 마카오 현지 업체들과 계약을 맺었고 중국 업체들 70여 곳과 연락을 한 상태입니다. 빨대 말고도 쌀로 만든 스푼, 포크, 컵도 개발을 완료했어요.”


쌀 빨대 만들면서 환경에 대한 의식 높아져… “정부, 인식 개선해줬으면” 

쌀 빨대 분류 기준 때문에 겪는 애로도 있다. “쌀 빨대는 식품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들여올 때 식약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정밀검사를 수차례 받는데, 이로 인해 지체되는 시간이 상당합니다. 제품이 출고된 후 한 달 정도를 검사하는데 써야 하는 상황이죠. 빨대라는 공산품으로 등록을 했다면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되지만 건면이라는 식품으로 등록했기 때문인데요. 세율이 공산품에 비해 높지만 굳이 식품으로 허가를 받은 이유는 그만큼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였습니다. 통관 문제에 대한 애로를 이야기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 싶어서 환경부에 연락도 해봤지만 수화기를 넘겨받은 직원 6명으로부터 들은 얘기는 한결같았습니다. 관련 분야 담당자가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공산품 아니면 식품이라는 이분법적인 분류가 아니라 새로운 것에 대한 기준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란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남아있어요."


지금 쌀 빨대 매출을 올려주는 일등공신은 환경 단체다. 그뿐만 아니라 비싸지만 후대를 위해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싶다는 소규모 커피전문점 사장님, 월급을 받지 않아도 좋으니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연지곤지에서 인턴으로 일해 보고 싶다는 고등학생, 일기장에 ‘우리 아빠가 지구를 지키는 일을 하고 있다’고 적은 초등학생 아들까지 모두가 지원군이다.


“제주도에서 커피 전문점을 한다는 한 사장님은 제 이야기를 기사에서 읽고 연락을 주셨어요. 그런데 주문할 수 있는 수량을 보니 아무래도 이 사장님에게 좀 무리겠다 싶었죠. 제 딴에는 배려를 해드리고 싶어 대량 구매가 가능하실 때 찾아주십사 말씀드렸더니 도리어 저에게 이렇게 이야기하시더군요. 본인이 지금 300만 원을 써서 환경을 지키지 않으면 후대에는 이보다 몇 배 많은 돈을 써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고요. 그 얘기를 듣고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또 한 번은 어린이 기자단 활동을 하고 있다는 학생이 찾아와 지금까지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질문을 하더군요. ‘어린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느냐’고요. 순간 말문이 막혔어요. 사실 돈 벌려고 한 일인데, 이제 정말 돈이 다가 아닌 게 돼 버렸습니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보답하고 환경을 위해서라도 저는 무조건 성공해야 합니다.”


글 jobsN 김지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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