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라 가능"..한물갔다던 업종으로 역수출 노린다

조회수 2020. 10. 4. 14: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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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을 멋쟁이로 만들어 드립니다, 리찰스(Re-Charles)

“50년동안 이발만했어. 그러다보니 명장이 됐지. 이재용 삼성 부회장, 홍정욱 헤럴드 회장 같은 유명인부터 평범한 이웃 사람 머리까지 다 만지고 다듬어봤어. 모르는 머릿결, 두상이 없을 거야. 근데 말이야, 그 동안 내 옷은, 머리는 잘 모르고 살았어. 조금이지만 변화를 주니까 신기하고 좋네. 앞으로 계속 기분 좋은 변화가 계속 일어날 것 같아. 그렇지?”


‘생활의 달인’에 클래식 커트 달인으로 출연한 정철수(68·찰스) 찰스바버샵 대표가 ‘헬로우젠틀’의 패션 코디를 받고 남긴 말. 정 대표 말고도 이곳을 들렀다 간 ‘아저씨’들은 “지금이라도 나를 꾸미면서 소소한 재미를 되찾았어”라며 입을 모아 말한다. 헬로우젠틀은 중년 남성의 옷차림을 멋지게 꾸며보자는 취지로 권정현(30) 대표가 세운 스타트업이다.  

출처: 찰스바버샵 인스타그램 캡처.
면도를 하고 있는 정철수 대표. 헬로우젠틀의 패션 코디를 받았다.

현재 정철수 대표는 권정현, 김상우(30) 대표와 함께 ‘리찰스(Re-Charles)’를 운영한다. 리찰스는 남성을 대상으로 한 패션·화장품·바버샵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 권 대표는 “중년 남성은 꾸미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남성 미용 제품·서비스를 꾸준히 내놓는 것이 목표”라 말했다.


-리찰스는 어떤 회사인가?


(권정현) “리찰스는 찰스를 다시 젊게 해보자는 뜻이다. 패션·미용·헤어 각 분야에서 각자 사업을 하던 세 사람이 모여 만들었다. 나는 패션 스타트업 헬로우젠틀을 운영했다. 찰스 대표님은 호텔 이발사로 40여년 일하시다가 약 3년 전부터 찰스바버샵을 차려 운영하고 계셨다. 화장품 스타트업 운영 경험이 있는 김상우 대표는 리찰스에서 화장품을 개발한다.

출처: 권정현 제공.
김상우(왼쪽)·권정현(오른쪽) 대표.

이제 헬로우젠틀과 찰스바버샵은 독립적인 회사가 아니라 리찰스의 두 브랜드다. 헬로우젠틀을 통해 중년 남성 패션 코디·화보 프로젝트 ‘더 뉴 그레이’를 운영하고 화장품·패션 제품을 개발한다. 또 정 대표님과 더불어 실력 있는 바버들이 찰스바버샵 이름으로 바버샵을 운영한다. 찰스바버샵은 젊은 남성이 많이 찾는다.”


-어떻게 함께 사업을 하기로 했는가.


(권) “찰스 대표님이 2018년 초 헬로우젠틀 사진들을 보시고 먼저 연락을 주셨다. 옷을 코디해보고 싶다고. 이 만남을 계기로 원장님께 위워크에서 일일 팝업(단기간 이벤트식으로 매장을 여는 것) 바버샵을 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5월에 처음 열었는데 그날 손님이 꽉찼다. 위워크 다른 지점들에서 자기들과도 하자고 메일이 왔고 광화문지점 등에서 이벤트를 이어갔다.

출처: 헬로우젠틀 홈페이지 캡처.
회사원 59세 유영춘씨. 왼쪽은 헬로우젠틀 코디를 받기 전, 오른쪽은 받은 후.

이후 헬로우젠틀과 찰스바버샵을 합치기로 하고 계획을 세웠다. 바버샵에서 판매할 포마드 등 남성용 화장품도 함께 개발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원래 남성 화장품에 관심이 많던 김상우 대표에게 동업을 제안했다. 김 대표가 받아들였고 2018년 9월 리찰스가 탄생했다.”


-회사의 성장이 빠르다.


(김상우) “그렇다. 지금은 찰스바버샵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우리가 보유한 이용기능 명장과 이를 통한 젊은 바버 육성 체계가 가장 큰 무기라고 생각한다. 함께 사업을 시작한 후 10~12월 위워크 을지로점, 태화점, 연남점 3개 지점이 생겼다. 현재 원래 정철수 대표님이 운영하던 홍대 본점까지 4개 매장이 있다. 2018년 11월 홍대·을지로점의 매출액은 1억원이었다.


(권) “앞으로 헬로우젠틀 이름으로 옷이나 화장품 등을 낼 예정이다. 2월에 ‘찰스 포마드’부터 시작해 3월에는 기능성 로퍼(끈 없이 신을 수 있는 굽 낮은 구두), 6월엔 여름용 화장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또 더 뉴 그레이에 신청하신 분들을 모델로 의류·화장품을 홍보할 예정이다. 신제품 출시를 계기로 찰스바버샵 외에 수입원이 생겼으면 한다.”  


-중년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패션 사업이 독특한데.


(권) “보통 우리나라 중년 남성은 옷을 꾸미는 데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옷도 하나의 명함이고 조금만 신경써도 남들의 시선이 달라지고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스스로 꾸미기를 어색해하는 분들을 도와드리고, ‘우리 아빠 프사바꾸기 대작전’ 등 사진 촬영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을 모아 화보도 만든다. 

출처: 헬로우젠틀 홈페이지 캡처.
카센터를 운영하는 57세 이준희씨. 왼쪽은 헬로우젠틀 코디를 받기 전, 오른쪽은 받은 후.

헬로우젠틀은 한국에도 ‘닉 우스터’ 같은 패션 리더 할아버지를 만들어보자는 목표로 시작했다. 랄프 로렌, 캘빈 클라인 패션 디렉터인 닉 우스터는 올해 58세로 멋진 패션 감각을 자랑한다. 우리도 스타트업 차이나탄 대표 지성언(65)씨를 메인 모델로 두고 있다. 그러나 ‘패션 리더를 만들어 드립니다’ 하면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이 계시더라. 이후 많은 사람이 받을 수 있는 패션 개선 사업으로 방향을 바꿔 사업층을 넓혔다. 중년 남성이면 누구나 우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리찰스의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김) “더 뉴 그레이는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한 차례에 보통 30명을 모집한다. 10월14일에 종료한 펀딩 가격은 19만9000원이었다. 펀딩이 시작 10분만에 마감을 달성해 깜짝 놀랐다. 찰스바버샵은 매장에 직접 예약을 해 이용할 수 있다. 기본 커트·면도는 3만3000원이다. 바버샵도 와디즈를 통해 펀딩을 하면 좀더 싸게 이용권을 받아볼 수 있다.”


크라우드펀딩은 사업 등에 쓸 자금이 필요한 사람이 온라인 사이트(플랫폼)를 통해 일정 기간 불특정 다수 신청자에게 돈을 모으는 일이다. 


-바버샵이 미용실이나 기존 이발소보다 비싸다는 의견이 있다.


(권) “머리를 자르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다. 커트 한 번에 수천번의 가위질을 하기 때문이다. 바버 중엔 찰스 원장님처럼 바리캉을 사용하지 않고 가위만 쓰시는 분이 많다. 한국의 남자들은 보통 두상의 왼쪽과 오른쪽이 불균형하다. 단정하게 머리를 자르기 위해 가위로 섬세하게 다듬는 작업이 중요하다. 또 베테랑 바버에게 머리를 자르면, 머리가 길어도 단정한 모양을 유지한다.   

출처: 찰스바버샵 인스타그램 캡처.
찰스바버샵에서는 베테랑 바버가 젊은 바버를 교육한다.

또 면도칼로 면도를 하는 ‘핫 타월 풀 쉐이빙’은 이용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다. 미용실에서 사용하는 기술과 바버들의 기술이 다르기 때문에 가격 측정 기준도 다른 것이다.”


-함께 일하는 바버들도 즐거워한다고.


(권) “그렇다. 새로운 환경에서 일할 수 있어 좋아하신다. 또 젊은 바버들을 교육하는 것도 즐기신다. 우리는 경력30년 이상 장인들은 본점에만 둔다. 이곳에서 젊은 바버들을 6개월 이상 교육해 각 지점으로 파견보낸다. 일하시는 분들도 즐거워하고 회사도 커지니 창업한 우리도 뿌듯하다. 찰스바버샵 1000호점을 만들 때까지 달리고 싶다.”


-리찰스가 글로벌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잠재력은?


(김) “향후 바버의 본고장 미국·유럽으로의 역수출을 노리고 있다. 우리가 한국인이라 가능하다. 한국인은 네일아트를 잘하듯 가위질도 뛰어나다. 

출처: 찰스바버샵 제공.
정철수 대표.

한국의 기존 이발소 시장은 침체기라, 가게를 닫은 이발사들이 실제로 미국으로 많이 떠났다. 실제로 미국에서 한국인 이발사들이 통한다는 뜻. 정철수 장인도 2014년 미국으로 갈 계획을 세우고 계셨다. 또 위워크는 미국 뉴욕 등 전세계 많은 도시에 지점을 보유한 기업이다. 여기에서 사업을 시작해 해외 진출도 비교적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글 jobsN 정경훈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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