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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기록 갈아치웠다, 중대 출신 그녀가 뒤늦게 빠진 일

조회수 2020. 10. 4. 15: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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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예쁜 초콜릿, 제 손에서 탄생하죠

“월드 초콜릿 마스터즈에서는 인기 투표를 해요. 1위를 한 선수가 만든 몰드(초콜릿 제작 틀)를 벨기에 초콜릿 회사가 사 갑니다. 그리고 그 모양대로 상품을 내줘요. 초콜릿으로 유명한 벨기에의 회사들이 내가 고안한 모양대로 초콜릿을 내주는 거죠. 모든 셰프에게 꿈 같은 이야기입니다.”


김은혜 셰프는 2018년 10월 프랑스에서 열린 ‘월드 초콜릿 마스터즈’에서 5위를 차지했다. 그의 직업은 파티시에(제과사)이자 쇼콜라티에(초콜릿·초콜릿 공예 제작자). 한국인으로서는 2007년 정영택 씨가 7위를 기록한 후 최고 성적이다. 

한국에서는 초콜릿 전시물을 파티에서 흔히 활용하는 일본이나 유럽보다 아직 초콜릿 공예 인지도가 낮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초콜릿 공예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김 셰프는 “우리나라에서도 초콜릿 등 디저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서 행복하다. 앞으로 더 많은 분이 초콜릿 공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월드 초콜릿 마스터즈에서 5위를 한 소감은?


“결과에 너무 감사하고 다음엔 더 높은 성적을 받고 싶다. 언젠가는 내 몰드를 벨기에 초콜릿 회사에 파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월드 초콜릿 마스터즈는 프랑스 초콜릿 회사 ‘카카오 바리’가 3년에 한 번씩 연다. 개최 년도 테마에 가장 알맞은 초콜릿 작품을 낸 셰프를 고르는 대회다. 22개국에서 예선전을 치러 대표를 1명씩 뽑는다. 22명이 본선에서 7번 심사를 거친다. 첫날 2회, 둘째 날 3회 심사를 봐 상위 10명을 가린다. 셋째 날에는 10명이서 2회 심사를 거쳐 순위를 가른다. 

출처: 김은혜 제공.
김은혜 셰프의 대회 마지막 작품. 카카오가 자라는 시점부터 초콜릿으로 인간에게 오는 과정을 표현했다.

이번 대회 테마는 초콜릿을 통해 ‘친환경 미래 먹거리’를 표현하는 것이었다. 김은혜 셰프는 최종 작으로 씨앗 상태의 카카오가 인간의 손을 거쳐 식탁에 올라오는 과정을 표현해 5위에 올랐다.


-언제부터 준비했는가.


“딱 대회 1년 전부터 준비했다. 본선은 1월 예선 통과 뒤 5월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근무하면서 쉬는 시간이나 퇴근 후 작품 콘셉트를 잡았다. 내가 만든 모양과 재료가 왜 대회 테마와 맞는지 등 말이다. 테마는 대회 개최를 알리는 시점부터 알려준다.


각 심사마다 다른 작품을 요구해 7가지 구상을 해야 한다. 6월부터 10월까지 한 작품 당 약 2주일을 배분해 연습했다. 4개월이면 긴 시간이지만 한 작품 당 2주일밖에 투자하지 못하는 짧은 시간이다. 회사에서 시간을 낼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셨다. 주최사 ‘카카오 바리’와 국내 제과제빵 수입업체 ‘제원 인터내쇼날’에서 연습 장소, 재료를 지원했다.”


-대회 상금은?


“1~3등까지만 상금과 상품을 지급한다. 상품은 셰프들이 필요한 고급 장비나 카카오 재배 농장 여행 티켓 등이다. 꼭 프랑스를 상징하는 샴페인을 함께 주는데, 상금과 상품을 액수로 따지면 천만원도 넘는다.”

출처: 김은혜 제공.
대회 당일 김은혜 셰프의 모습. 월드초콜릿마스터즈는 유럽 각 방송국에서 큰 관심을 가지는 행사다.

카카오 바리 홈페이지를 보면 2015년 우승자에게 5000유로(2019년 기준 약 643만원)와 5000유로 상당의 주방용품, 카카오 농장 여행권 등이 주어졌다.


-다른 대회 출전 경력은?


“호주에 있을 때부터 ‘헌터밸리 초콜릿 페스티벌’ 초콜릿 공예 분야에 출전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2013년에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 영 셰프 요리대전(International Young Chef Challenge·IYCC)’ 초콜릿 공예 부문에서 은메달을 받았다.”


-평소에는 파티시에·쇼콜라티에로서 무슨일을 하는가?


“현재 ‘길리안 초콜릿 카페 롯데월드몰점’의 주방 총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신제품 개발, 품질관리, 직원 교육을 담당한다. 우리 카페는 초콜릿 관련 디저트와 커피를 판매한다. 디저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주방에서 직접 만든다. 프랜차이즈 카페지만 가게 주인이 재료 선정부터 책임지는 개인 카페와 비슷하다. 현재 총 7명이 일한다.”


길리안은 벨기에 초콜릿 제과 브랜드다. 2014년 10월 롯데월드 몰에 길리안 카페 한국 1호점을 냈다. 김은혜 셰프는 롯데제과 소속으로 1호점 개점 때부터 쭉 이곳에서 일했다. 취업포털 2019년 1월2일 기준 잡코리아에 나온 롯데제과본사 평균 연봉은 4386만원이다.

출처: 김은혜 제공.
김은혜 셰프의 다른 작품.

“계절마다 다른 분위기에 맞춰 신제품을 개발하는 게 가장 중요한 업무다. 초콜릿은 계절을 많이 탄다. 예를 들어, 봄에는 핑크색을 많이 활용한 제품을 과일과 어우러지도록 디자인한다. 수능·크리스마스·연말·밸런타인 데이 등이 있는 겨울에는 각 행사 분위기에 맞는 제품을 내놓는다.”


-초콜릿 조각가는 부업인가?


“‘초콜릿 조각가’라는 직업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초콜릿 조각’만으로 수입을 내는 일은 드물기 때문이다. 쇼콜라티에가 초콜릿을 만들기도 하고 공예도 하지만, 공예를 꼭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공예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스스로 실력을 길러야 한다. 요샌 초콜릿 공예를 가르쳐 주는 ‘원데이 클래스’도 많이 한다고 들었다.”


쇼콜라티에와 파티시에 모두 민간자격증이다. 쇼콜라는 프랑스어로 초콜릿이다. 국내 각종 쇼콜라티에, 파티시에 협회 등에서 시험을 보고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대학의 제과제빵 관련 학과나 민간 요리 학원 등에서 관련 수업을 들을 수 있다. 혹은 쇼콜라티에나 파티시에가 되기 위해 유럽 등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기도 한다. 

출처: 김은혜 제공.
대회 당일의 김은혜 셰프와 작품.

-쇼콜라티에로서의 경력은?


“중앙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호주 르 꼬르봉 블루 요리학교에서 파티시에 공부를 1년 6개월 동안 했다. 이곳에서 제빵과 함께 초콜릿 제작을 배웠다. 학교를 나와서는 호주의 치키초콜릿 카페, 우첼로 카페에서 1년 2개월씩 주방장으로 일했다. 2014년에 한국 생활을 하려고 귀국했을 때 마침 오픈 준비 중이던 길리안 카페에서 셰프를 모집해 지원서를 냈다. 자주 보던 브랜드 길리안 매장에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 주저하지 않고 제출했다.


-조소와 초콜릿 제작·공예는 비슷한 점이 많아 보인다.


“맞다. 특정 재료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작업을 하니까. 보통 조소와 제과제빵을 서로 다른 분야로 본다. 그러나 나는 조소과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직업을 찾다가 결국 쇼콜라티에를 발견했다.


대학 시절 조소 수업을 정말 재미있게 듣고, 졸업할 때까지도 예술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조소란 다양한 재료를 몸소 깎고 다듬어야 하는 만큼 몸이 힘든 작업이다. 졸업 전시를 하면서도 힘들었다. 5~10년만 참고 일하면 성공하지 않겠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나는 고통을 참으면서까지 조소가를 할 만큼 조소를 좋아하진 않는다고 결론 냈다. 하지만 손으로 무엇인가를 만드는 직업을 갖고 싶어 파티시에를 찾았고 빵을 배우는 도중 초콜릿에 빠져들었다.”

출처: 'worldchocolatemasters' 인스타그램 캡처
월드 초콜릿 마스터즈 2018 TOP 10에 든 김은혜 셰프(맨 왼쪽).

-초콜릿 제작과 공예에 관심이 생긴 계기가 있는가.


“호주에서 파티세리를 배우던 2011년에 ‘2012 월드 초콜릿 마스터즈’를 준비하던 쇼콜라티에를 만난 것이 계기다. 그분도 한국인이었는데, 호주 소속으로 출전해 4위를 기록했다. 이때 초콜릿으로 예술품을 만드는 대회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초콜릿 공예가 익숙한 나라에서는 초콜릿 작품은 먹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쇼콜라티에로서 일반 초콜릿을 만드는 것도 즐거운데, 공예를 할 수 있다니 더 설레고 행복했다. 조소과에 배운 기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어 초콜릿이라는 재료를 다루는 데에만 익숙해지면 됐다. 초콜릿 특성상 사용 후 다시 녹여 쓸 수 있기 때문에 재료값은 다른 예술에 비해 저렴해 좋았다.”

김은혜 제공.

-앞으로의 계획은


“우리 매장에서라도 초콜릿 예술품을 전시하고 싶다. 얼마 전까지 우승작을 전시해 두었는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했다. 한 나라의 초콜릿 공예 수준은 국민의 관심도에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대중적 관심도가 높은 일본이 강국인 것처럼. 한 명의 쇼콜라티에로서 초콜릿 공예를 더 알리는 일을 해나갈 것이다.”


글 jobsN 정경훈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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