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녀의 벽' 깨고, 한국 최초로 '헬기 심장' 어루만지는 여군

조회수 2020. 10. 4. 15: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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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에 7~10일은 바다에서 일하는 첫 여군 링스 헬기 정비관입니다
링스 헬기 엔진 다루는 첫 여군
섬에서 한 달 동안 파견 근무도
해군 링스정비사 탁지연 중사(진)

그녀의 업무는 해군 링스(Lynx) 헬기의 심장을 어루만지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헬기의 심장인 엔진을 정비한다. 링스는 지상·해상 공격과 대잠수함 작전을 맡은 헬기다. 수색이나 인명 구조도 한다. 전천후 헬기를 손보는 정비사는 육지는 물론 항해 중인 배 위에서도 일한다. 파견을 나가면 7~10일은 함정에서 생활한다. 울릉도·백령도 등 섬으로 출동하면 한 달 동안 섬에 머무르며 헬기를 정비한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2015년 6월 임관한 탁지연(25) 중사(진)이다. 링스 헬기 엔진을 다루는 첫 여군이다. 진해에 있는 해군 작전사령부 62전대 625대대 2중대에서 기관정비사로 근무하고 있다. 그에게 링스 헬기 기관정비사의 일에 대해 물었다.

출처: 국방홍보원 뉴미디어팀 제공
탁지연 중사(진).

-직업군인을 선택한 이유는.


"친구들은 대부분 간호사·유치원 선생님을 꿈꿨다. 그런 직업은 적성에 맞지 않았다. 고민하다가 직업군인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2013년 대구 영남이공대학교 2년제 부사관과에 입학했다. 해군에서 복무하는 학교 선배들을 보면서 해군에 가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졸업 후 여군부사관 247기로 입대했다.


하사 임관 후 초급반 교육 과정을 들었다. 2~3개월 동안 항공기 엔진에 대해 배웠다. 수료할 때 앞으로 다룰 전문 기종을 고른다. 크게 동체에 날개가 붙어 있는 고정익(일반적인 비행기)과 회전하는 날개로 비행하는 회전익(헬기) 기종이 있다. 그중 회전익 기종인 링스 헬기를 골랐다.”


-링스 헬기 정비에 대해 알려달라.


"링스 헬기를 정비하는 직별은 기체·기관·전자·무장·음탐·장비 등이 있다. 기관 담당은 링스 헬기 엔진을 정비한다. 헬기를 검사하고 엔진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다. 정비는 조종사의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라서 실수 없이 일해야 한다. 경력이 많은 베테랑 정비사도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


헬기는 오일 계통 베어링이나 회전체에 금속 등 이물질이 들어가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엔진에는 ‘칩플러그’라고 부르는 자성이 있는 금속 감지 장치가 있다. 이 장치가 금속을 끌어당겨서 오일 계통에 금속이 얼마나 있는지 감지해 수치를 보여준다. 날개가 일으키는 바람 때문에 엔진 외부 이물질이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금속 가루가 오일 베어링에 들어갈 수 있다. 칩플러그에 자성 수치가 높게 나타나면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결함을 찾아내 고친다.


‘보어스코프’라고 부르는 내시경처럼 생긴 장비를 이용해 엔진 정밀 검사도 한다. 연료관이 깨졌거나 엔진에 균열이 났는지 확인한다.”

국방홍보원 뉴미디어팀 제공

-정비 업무 말고 다른 일도 하나.


“항공유 검사를 한다. 항공유란 항공기 엔진에 쓰이는 연료다. 해상에서 작전하는 헬기가 쓰는 기름에 물이나 이물질이 들어갈 수 있다. 항공유에 물이나 이물질이 들어가면 헬기가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치명적인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함정에서 엔진을 다루는 일을 하는 내연사와 함께 항공유를 검사한다.


헬기를 세워두는 주기장에서 F.O.D(Foreign Object Defective) 작업도 한다. 주기장 바닥에 있는 돌·풀 등 이물질을 줍는다. 이물질이 헬기 공기흡입구에 들어가면 엔진이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 엔진만 망가지는 게 아니라 조종사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어서 세심한 작업이 필요한 일이다.”

출처: 국방홍보원 뉴미디어팀 제공
탁지연 중사(진)가 링스 헬기 엔진을 정비하고 있다.

-두 번 낙오 끝에 해외파병도 다녀왔다고.


“2017년 9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청해부대 25진으로 파병을 다녀왔다. 청해부대는 2011년 소말리아 인근 아덴만 해상에서 해적이 납치한 삼호주얼리호를 구출한 부대다. 아덴만 여명작전에서 링스 헬기가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고 파병에 대한 꿈이 생겼다. 국위선양도 하고 싶었다.


함정에서 항공유를 검사하거나 링스 헬기가 출동할 때 정비하는 일을 했다. 가족과 한국 음식이 그리웠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생활했다. 오만이나 아부다비 등 평소 가보기 힘든 중동 지역에 방문했던 것도 뜻깊었다.”

국방홍보원 뉴미디어팀 제공

-힘든 점은.


“파견이나 출동 업무가 자주 있어서 인력이 부족할 때가 있다. 업무량은 같은데 근무 인원이 줄면 힘들다. 처음에는 다른 남자 동료보다 신체적으로 힘에 부칠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노하우가 생겨서 잘 해내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7~10일 정도 함정에서 파견 근무를 한다. 울릉도·백령도 등 섬에 갈 때도 있다. 이때 핸드폰을 못 써서 가족이나 지인과 연락할 수 없다. 파견 기간이 달라지기도 해서 지인과 약속을 갑자기 취소해야 할 때는 미안한 마음도 든다.”


-특별 수당도 있나.


“기본급은 직업군인 임금 체계를 따른다. 2017년 기준 하사 평균 연봉은 2539만원이었다. 헬기 정비를 위해 배를 타면 함정 수당이 나온다. 한 번 파견을 다녀오면 시간외수당을 포함해 하사 기준 70만원 정도 받는다. 파견 여비도 나온다. 예를 들어 임무 수행을 위해 울릉도에 가면 여객선 운임 등 교통비를 지원받는다.”

국방홍보원 뉴미디어팀 제공

-일하면서 뿌듯할 때는.


“정비한 헬기가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본대로 돌아올 때 가장 보람차다. 또 조종사들이 링스 헬기를 타고 함정을 떠날 때 상공에서 배 주위를 한 바퀴 돌면서 인사를 한다. 그때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좋다.”


-앞으로 계획은.


“엔진 정비를 더 열심히 공부해서 후임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당당한 선임으로 일하고 싶다. 2019년에 있는 장기복무 선발 심사를 통과하고 싶다. 해군 항공 주임원사가 꿈이다.”


글 jobsN 송영조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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