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0만원 가능, 저승에서 돈 벌어 이승에서 쓴다는 직업

조회수 2020. 10. 4. 15: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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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면 하루 200만원도 벌 수 있습니다
항만·저수지 공사부터 양식장 그물치기까지
하루 일하고 30만~50만원 버는 프리랜서도
수입 높지만 목숨 걸고 일하는 산업잠수사

물 속에서 해야 하는 일은 다 하는 직업이 있다. 항만·저수지 등 사회간접자본 시설 공사부터 양식장에 그물 치는 일까지 한다.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면 일당 200만원도 받을 수 있다. 저승에서 돈 벌어 이승에서 쓴다는 말도 한다. 바로 산업잠수사다.


오정석(41)씨는 산업잠수사다. 그는 1997년 공군 항공구조대(SART)에 부사관으로 입대해 조종사를 구조하는 임무를 맡았다. 산악·바다 등 육해공을 아우르는 전천후 훈련을 받았다. 군 복무를 계기로 전역 후 다이빙을 시작했다. 2002년 스쿠버 강사 자격증을 따고 3000명 규모 스쿠버 레저 동호회도 운영했다.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2009년 잠수기능사 국가자격증을 따고 산업잠수사 일을 시작했다. 그에게 산업잠수사의 일에 대해 물었다.

출처: 본인 제공
오정석 산업잠수사.

-산업잠수사는 무슨 일을 하나.


“물 가까이에 있는 항만·발전소·저수지 등 사회간접자본 시설을 짓거나 보수한다. 주로 취수장 공사를 한다. 취수장은 강·바다 등에서 물을 끌어와 정수장으로 보내거나 발전소에서 발생한 열을 식히는 데 쓰이는 시설이다. 물을 끌어오는 취수관은 콘크리트 재질로 가로세로 폭이 10미터가 넘는 것도 있다. 산업잠수사는 취수관을 바닷속에서 설치하거나 조립한다.


‘가물막이 공사’라고 부르는 ‘코퍼댐’(cofferdam) 작업도 한다. 코퍼댐은 하천·바다 등 수중에 시설을 만드는 동안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임시로 설치하는 구조물이다. 예를 들어 강에 교각을 만들려면 교각 주변에 철 구조물을 설치해 물길을 막고 펌프로 물을 빼낸다. 그래도 땅 속으로 숨어 흐르는 하천에서 물이 계속 나온다. 펌프로 물을 빼내는 동안 산업잠수사가 구조물 안에 들어가서 거푸집을 설치한다. 항만 등 바닷가에 시설을 지으려고 수심을 깊게 만들기 위해 물밑의 흙을 파올리는 준설공사도 한다. 양식장에 그물 치는 일도 한다. 해상풍력발전기를 지을 때도 산업잠수사가 필요하다.”


-산업잠수사를 하는 방법은.


“산업잠수사를 하려면 국가기술자격인 잠수기능사나 잠수산업기사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잠수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1년 이상 일하면 잠수산업기사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예전에는 잠수 기술을 배우려면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했다. 직업 정보가 부족해서 지인 소개로 기술을 배우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대학교나 민간 기관에서도 잠수를 배울 수 있다. 한국폴리텍대학 강릉캠퍼스에는 산업잠수과가 있다. 2년 동안 산업잠수·수중용접·스쿠버잠수·잠수공학 등을 배운다. 남양주에 있는 서울산업잠수학원이나 부산 한국산업잠수기술인협회도 잠수기능사 국가자격증반을 운영한다. ADCI·IMCA 등 외국 잠수학교를 나오면 해외에서 일할 수도 있다.”

본인 제공

-군 경력이 꼭 있어야 하나.


“주로 해병대나 UDT·SSU 등 해군특수부대, 정보사령부 전술부대, 특전사 등에서 스쿠버를 접한 사람이 산업잠수사에 도전한다. 20대 초반에 잠수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실전 경험도 있는 전직 군인이 다른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전역한 선배가 인력 시장을 선점하고 같은 부대원 출신 후배를 불러주기도 한다.”


-근무 형태는.


“회사 소속으로 월급을 받고 일하거나 일당을 받고 프리랜서로 일한다. 잠수사는 보따리장수라는 말이 있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하고 언제든 지방·해외 출장을 떠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직원으로 일하는 산업잠수사는 10% 정도다. 나머지는 단기 용역 형태로 일하는 비정규직 프리랜서다. 회사는 정직원을 꺼린다. 사고 위험이 많고 급여도 높은 편이라 재정적으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산업잠수사도 정직원으로 일하기 싫어한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게 급여가 더 높아서다.


산업잠수사는 겨울에 일감이 없다. 춥고 파도가 세서 공사 현장 자체가 드물다. 파도가 세면 물에 들어가기 힘들다. 겨울에는 보통 한 달에 5~6일만 일한다. 이때는 아예 일을 쉬거나 다른 일을 하다가 봄에 돌아오기도 한다. 임금은 높지만 고용 형태는 불안정한 직업이다.”


-산업잠수사를 하면서 힘든 점.


“일 하는 동안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 하는 게 가장 힘들다. 일 자체도 위험해서 항상 긴장해야 한다. 잠수 장비에 결함이 있는지 세심하게 점검하지 않으면 사소한 문제 하나 때문에 목숨이 위태로운 사고가 날 수도 있다. 산업잠수사들 사이에서는 ‘저승에서 돈 벌어 이승에서 쓴다’는 말도 한다.”

YTN 유튜브 캡처

-벌이는 어떤가.


“변호사마다 민·형법 등 전문 분야가 있는 것처럼 산업잠수사도 물 속에서 무슨 일을 하느냐에 따라 수입이 다르다. 수심이 깊은 곳이나 위험한 곳에서 일하면 수당이 더 많이 나온다. 수백톤짜리 중량물을 다루거나 수중 용접·절단 등 기술이 필요한 일은 자주 있지는 않지만 급여가 더 높다.


기본적으로 일당은 30만~50만원 정도다. 흔하지는 않지만 수심 80미터보다 밑에서 혼합기체를 이용한 잠수 작업을 하면 하루 100만~200만원을 벌 수도 있다. 혼합기체는 잠수병을 줄이기 위해 수심이 깊은 곳에서 쓰는 공기로 제작 단가가 높다. 다른 작업보다 위험한 일을 할 때가 많아서 일당도 세다.


월급을 받고 일하는 사람은 세전 300만원 전후로 시작해 팀장급은 세전 800만~900만원 정도 번다. 팀장에게 필요한 경력이 정해져 있지는 않다. 업무를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고 리더십이 있어서 회사에서 인정 받으면 팀장으로 일할 수 있다. 빠르면 3~4년 안에 팀장 자리에 오르기도 한다. 해외로 파견을 나가면 일반 잠수사는 월 800만원·팀장급은 1200만원 내외를 받는다.”


-보통 몇 살까지 현역으로 일하나.


“정년은 따로 없지만 50대 산업잠수사는 많지 않다. 몸이 아프거나 사고로 트라우마가 생기면 30·40대에 은퇴하기도 한다. 가족의 반대로 그만두는 사람도 있다. 산업잠수사가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육체노동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안전 사고에 대한 우려 때문에 경험이 많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잠수사를 선호한다.”


-산업잠수사에 대한 대중의 오해가 있다면.


“산업잠수사가 돈을 많이 번다고 생각하지만 국내 환경은 열악한 편이다. 호주는 산업잠수사 초봉이 1억4000만원 정도다. 아르바이트를 해도 1년에 7000만원을 번다. 영어를 잘 하고 해외 취업에 거부감이 없으면 해외잠수학교에 진학하는 것도 좋다. 잠수학교 학비는 만만치 않다. 6개월 과정에 3000만원 정도 든다. 젊고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으면 한국에서 일하다가 해외잠수학교로 진학하는 걸 추천한다.”

본인 제공

-필요한 자질이나 성격은.


“혼자서 하는 일이 아니라서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회성이 필요하다. 보통 2~5명이 한 팀으로 일한다. 서로 생명을 책임지는 동료와 마찰이 있거나 관계가 틀어지면 일하기 힘들다. 물 속에서 숨쉴 수 있도록 돕는 호흡줄을 쥐고 있는 동료를 믿지 못하면 물 속에 들어가기 힘들다.


일에 대한 의지도 중요하다. 몇 개월 동안 가족도 못 보고 극한의 상황에서 일해야 한다. 타지에서는 향수병도 찾아온다. 단순히 돈만 많이 벌 생각으로 시작하면 오래 하지 못한다. 강인한 체력만 있으면 산업잠수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오해다. 선박·토목 지식은 기본적으로 있어야 한다.”


-산업잠수사 전망은.


“지금은 산업잠수사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비등비등하다. 앞으로 북한과 교류를 시작하면 산업잠수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이다. 항만·철도 등 낙후한 사회간접자본 시설을 보수하거나 새로 지어야 하는데 북한 기술로는 대규모 공사를 못 한다. 결국 우리나라 산업잠수사가 북한으로 파견 가서 일해야 할 것이다.”


글 jobsN 송영조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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