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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오픈도 안했는데 줄서고 난리난 강남 한복판 학원

무일푼→3년만에 '월세 3000만원' 강남 알짜 빌딩 입성한 청년..줄 선 강남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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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에…, 잘했어요. 하나, 둘, 셋 점프!"


서울 서초구 뱅뱅사거리 뱅뱅빌딩 4층. 새하얀 발레복을 입은 5~7살 아이들 10명이 클래식 음악에 맞춰 자기 어깨 높이만한 발레 바(bar)를 잡고 교사의 호령에 맞춰 무릎을 구부렸다 폈다를 반복한다. 허리 춤에 두 손을 얹고 한바퀴 휙 도는 가 하면, 하늘 위로 하트를 그린다.


연습실 바깥에선 학부모들이 교사들과 상담에 한창이다. "정식 오픈은 3월인데 '하루라도 빨리 열어달라'는 부모님들의 요청에 '맛보기' 수업반을 소규모로 열었어요."'발레앤모델' 최준석(35) 대표가 말했다.

발레앤모델에서 국립발레단 출신 박예은 발레리나의 수업을 받고 있는 아이들

출처발레앤모델 제공

이곳은 러시아 발레 전문 교육기관인 '볼쇼이 발레학교'의 교육 시스템을 이식한 '프리미엄 예술 유치원'이다. 볼쇼이 발레학교는 초등 1년~고교 3년과 대학 학사~박사 과정을 통합 운영하며 세계적 명성을 얻은 곳이다. 학교 과정이기 때문에 발레 외에 영어 수학 같은 필수과목도 같이 가르친다.


말하자면 발레 인재를 위한 초중고, 대학 통합 운영 특수 교육기관이다. 졸업 요건이 까다로워 실제 졸업생은 입학생의 50% 미만. 졸업 하면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에서 활동할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볼쇼이 발레단은 1776년 설립, 20세기 발레 걸작인 '호두까기 인형'을 만든 세계 최고 무용수들의 집합소다.


최준석 대표는 볼쇼이 발레학교 학사·석사를 마치고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발레학교 시스템을 한국에도 가져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2016년 '발레앤모델'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중장기적으로 고등학생까지 가르치는 발레학교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최준석 대표(왼쪽), 볼쇼이 발레학교와 볼쇼이 발레극장(오른쪽)

출처크리에이터 D, 발레앤모델 제공

현재 교육 대상은 4~7세. 발레 외에 영어 등 유치원 과정의 수업을 함께 한다. 정원은 방과 후 교실을 합쳐 최대 250~300여 명 정도다. 정식 오픈은 내년 3월이지만, 입소문이 퍼져 등록을 희망하는 학부모 100여명이 대기 중이다. "상담 문의가 많아 하루 방문객을 3명으로 제한합니다. 볼쇼이 발레가 이처럼 큰 호응을 얻을지 몰랐어요."


월세 3000만원 강남 빌딩 입주


발레앤모델은 서울 강남 랜드마크 중 하나인 뱅뱅 빌딩에 터를 잡았다. 국립발레단 에이스 발레리나인 박예은, 정영재씨 외에, 영어 수업을 담당하는 유수 해외 대학 출신의 원어민 교사 10여명도 합류했다.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씨가 아이들이 입을 교복과 이불 등을 디자인했다.


발레학교를 다니다 사업가로 성공한 비결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다. 2016년이후 6차례에 걸쳐 와디즈에서 투자자를 모집해, 15억원(지분의 약 30%)의 투자를 받았다. 개인 투자자들에게 상장 전까지 비용을 제외한 이익의 100%를 배당하겠다는 조건을 걸자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와디즈 역대 초기 투자 기업(엔젤) 가운데 투자 유치금액 기준 2위다. 와디즈 관계자는 "여러차례 펀딩을 진행해도 누적 3억~4억원 받는 것이 일반적인데, 발래앤모델은 큰 투자를 받았다"며 "국내판 볼쇼이 발레학교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했다. 

발레앤모델이 입주한 뱅뱅 빌딩(왼쪽)과 국립발레단 출신 발레리나 박예은씨

출처발레앤모델 제공, 크리에이터 D

"내년과 내후년 매년 30억~40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매년 인건비(5억원)와 임대료, 마케팅 비용을 제외하고도 25억 이상 이익이 발생할 것 같습니다. 현재는 투자금 15억원 가운데 시설비와 초기 세팅비용으로 10억원을 지출했고요. 이익분은 투자자들에게 모두 배당할 예정이에요. 27일부터 내년 1월 중순까지 와디즈를 통해 추가 투자(6억원 한도)를 받습니다. 수요가 많아 바로 2호점을 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1주당 가격은 2만8500원입니다.”


-발레가 대중적이지 않습니다.왜 투자자와 부모들의 관심이 큰가요.


"발레는 무용의 기초에요. 자세와 유연성, 리더의 자질, 춤 동작, 인내심을 모두 배울 수 있어서 훗날 연예인이 되든, 모델이 되든 좋은 기초 공부가 됩니다. 체력과 인성 교육에 좋죠. 그런데 국내에는 어려서부터 집중적으로 발레를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어요. 정식 교육은 예중, 예고 단계까지 가야 합니다. 대안으로 주목받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차별화했나요.


"한국 사교육 시장에 통할 수 있게 다양한 시도를 했어요. 3가지에요. 먼저 교재입니다. 일반적인 학원이나 유치원은 시중에 나온 교재를 그냥 사서 씁니다. 저는 교재를 연구개발(R&D)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47주 코스로 볼쇼이에서 배운 발레 시스템을 정리해 아이들에게 맞게 최적화했어요.


발레 외에 영어·중국어·러시아어 등 외국어와 과학 수학 등 과목까지 아이들 눈높이에서 필요한 교재를 직접 개발했어요. 둘째, 프로 발레리나와 언어 강의 경험이 풍부한 인재들이 함께 가르쳐요.


볼쇼이 발레학교는 한 교사가 한 아이를 유아, 초등학교 때부터 20대까지 가르치기도 합니다. 우리도 똑같이 할 거예요. 서비스입니다. 우리는 밤 9시까지 아이들을 봐드려요. 저녁 식사도 제공해요."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씨가 디자인한 교복(왼쪽), 자체 연구개발한 수업 교재(가운데), 발레앤모델 예상 재무제표(오른쪽)

출처발레앤모델 제공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오전,오후 정규반과 방과 후 반을 운영합니다. 약 6시간 진행하는 정규반은 1시간 30분 기본 발레를 하고, 영어를 비롯한 다른 과목들을 가르쳐요. 스토리 창작하기(Story reading) 같은 창의적인 수업도 마련했어요. 오후 3시부터는 방과 후 수업도 별도로 진행합니다."


-왜 사명에 '모델'이란 말이 있나요.


"제 꿈은 발레 교육만 하는 게 아니거든요. 저희 학교 출신의 인재를 볼쇼이 발레단을 포함해 글로벌 예체능 분야에 진출시키는 에이전시를 함께 운영하려고 합니다. 무용수는 물론이고 연예인, 모델 분야 진출을 희망하는 아이도 기르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가락동 도매시장 알바하다 러시아 볼쇼이 입학


그는 대구에서 태어나 3살 때 부모 이혼 후 한복을 만들어 옷집에 납품하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춤에 관심이 많아 중학교 때 서울로 전학 왔고 상명대 무용과에 진학했다. "남부럽지 않은 집안 환경을 가진 동기가 많았어요. 반면 저는 가락동 야채 도매시장에서 양배추를 까서 포장하는 아르바이트를 1년 반 하면서 학비를 벌었어요. 새벽에 아르바이트하느라 피곤해져 졸음 때문에 수업을 못 따라가는 적이 많았죠."


하지만 재능은 그를 외면하지 않았다. 우연한 기회에 그의 자질을 알아본 교회 선교사의 도움으로 2005년 러시아 땅을 밟았다. 하루 10시간씩 발레 연습에 몰두했고, 모스크바 국립예술대를 거쳐 2006년 볼쇼이 발레학교에 편입했다. "제가 지원했을 때 마침 남자 발레리노가 없고 여성밖에 없었어요. 운 좋게 입학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어머니는 허름한 빌라에 살며 한복 팔아 번 돈을 몽땅 아들 등록금으로 지원했다. "어머니께 꼭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다짐했어요. 본인은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아들 잘 되기만 바라셨어요. 더 이를 악물었습니다." 생활비는 아르바이트로 마련했다. 러시아를 방문하는 한국인들의 운전기사 등을 했다. 

최 대표의 볼쇼이 발레학교 졸업장(왼쪽)과 첫 와디즈 펀딩 성공 모습과 투자자들의 피드백(오른쪽)

출처발레앤모델 제공

그러다 어느 순간 미래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나이가 문제였다. "공부를 마치면 30살이 훌쩍 넘는데 그 나이에 발레계에 진출하면 성공하기 어려워요. 또 졸업 후 군대도 가야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 끝에 볼쇼이 발레학교를 국내에 들여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유학 도중 틈틈히 사업을 공부했다. 운전기사 아르바이트를 하며 알게 된 이상봉 디자이너를 비롯한 예체능계 인사와 안면을 텄다. 2010년 모스크바 이상봉 패션쇼의 기획을 총괄하며 예체능 비즈니스를 경험했다.


-어떻게 도전했나요.


"2012년 귀국하고 군대를 다녀와 한동안 백수로 지냈어요. 학자금 대출도 남아있어서 거의 무일푼 상황이었죠. 그러나 발레학교를 만들겠다는 기획서를 차근차근 써 나가면서 투자받을 기회를 엿봤어요. 그러면서 발레앤모델 로고와 디자인, 상표권을 만들어가면서 특허를 줄줄이 신청했습니다. 지금은 특허만 25개에요."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 스타로 만들고 싶다"


2016년 한 창업 강연회에서 와디즈 관계자를 만난 뒤 본격적인 창업자의 길을 걸었다. "한번만 도와달라"며 와디즈를 3개월 설득한 끝에, 발레 학교 기획서를 매개로 투자 유지를 오픈했다. 첫 투자 금액은 8000여만원.


-투자 유치가 수월했나요?


"발레가 대중적이지 않은 아이템이잖아요? 저에게 투자한 100여명 넘는 투자자들이 처음부터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부산이든, 대구든, 광주든 돌아다니면서 모두 일일이 설명드려 마음을 얻었어요."

키자니아를 찾은 학부모들(왼쪽)과 동선 활용(가운데), 현재 발레앤모델 인테리어 모습

출처발레앤모델 제공

이후에는 일사천리였다. 후속 투자 유치에 줄줄이 성공했고, 현대카드 스튜디오 블랙(스타트업 워킹 스페이스)이 업무공간을 빌려줬다. 2017년 어린이 대상 직업체험 홍보관 키자니아에서 발레 체험을 대중들에게 선보이면서 입소문도 탔다.


-발레 학교의 취지는 좋지만 경제력이 되지 않은 학생들은 혜택을 볼 수 없는데.


"고급 발레와 영어 교육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을 고아원에서 선발해 무료로 가르칠 예정이에요. 이 아이가 고아원 출신인지는 누구도 모르게 해야죠. 바로 내년부터 합니다. 저 또한 어렵게 살아서 돈 없는 설움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습니다."


글 jobsN 크리에이터 D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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