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들에게 '꿈의 직업'으로..조물주 위에 건물주, 그 위에 유튜버

조회수 2020. 10. 4. 15: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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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초딩들 장래희망 5위 유튜버. 그 꿈을 이룬 어린이 유튜버 살펴보니
라임튜브, 마이린TV 등 어린이 유튜버 급증
성인 유튜버 못지않은 진행과 콘텐츠
‘엄마몰카’ 등 조회수 노린 자극적 콘텐츠도

‘조물주 위에 건물주, 그 위에 유튜버.’


최근 어린이들의 인기많은 장래희망을 조금 과장해 표현한 말이다. 대도서관, 밴쯔, 이사배 등 성인 유튜버들이 인기를 끌며 수십억원을 벌자 초등학생이나 미취학연령 어린이들 사이에서도 유튜버가 인기 직업으로 떠올랐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올 12월 14일 발표한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에서 이런 흐름을 포착할 수 있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 4만7886명을 설문한 이 조사에서는 초등학생 장래희망에 처음으로 인터넷방송진행자(유튜버)가 등장했다. 무려 5위다. 가수(8위), 프로게이머(9위), 만화가·웹툰작가(11위)보다 순위가 높다. 1위는 운동선수, 2위는 교사, 3위는 의사였다.


이미 활발하게 활동하는 초등학생 이하 유튜버가 많다. 올해 전체 유튜버 중 최고 수입을 거둔 사람도 7살이다. 유튜브에서 장난감을 소개하는 7살 미국인 라이언은 지난 1년간 2200만 달러(243억원)를 벌었다. 라이언의 구독자 수는 17일 현재 1746만명에 달한다. 이보다는 못하지만, 국내 어린이 유튜버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어린이 유튜버의 세계에 대해 살펴봤다.

출처: 각 채널 유튜브 캡처
보람튜브 토이리뷰(왼쪽)와 서은이야기 유튜브 모습.

장난감 소개하고 일상 공개하는 어린이 유튜버


어린이가 등장해 영상 속 주체적인 역할을 하고, 구독자 수가 15만명 이상인 주요 국내 어린이 유튜브는 10여개다. 그 중 규모가 가장 큰 곳은 ‘보람튜브 토이리뷰(구독자 수 720만명)’다. 밴쯔(구독자 303만명), 영국남자(295만명), 대도서관TV(191만명)보다 구독자가 많다.


2013년생 5살 이보람양의 취미로 시작한 이 유튜브는 장난감 소개, 일상생활 등을 영상으로 찍어 올린다. 보람양의 부모가 기획사를 차려 아이와 함께 콘텐츠를 만든다. 보람양의 가족은 보람튜브 토이리뷰 외에도 ‘보람튜브 브이로그’ ‘보람 팝 토이즈’ 등 여러 개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서은이야기(구독자 258만명)’도 이와 비슷한 형태다. 서은이야기의 주인공 신서은(4)양은 국내 최연소 유튜버다. 맞벌이이던 서은양 부모가 서은양의 애정결핍 현상을 고치기 위해 생후 21개월 때부터 유튜브를 시작했다. 장난감이나 어린이 체험 공간 후기를 주제로 한 콘텐츠를 주로 만든다.


길라임(7)양이 나오는 ‘라임튜브’도 구독자 172만명을 거느린 대표 어린이 유튜브 방송이다. 길라임양이 아빠와 함께 등장해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숫자와 알파벳을 배우는 모습이 영상에 담긴다. 특히 길라임양이 직접 능숙하게 진행을 하기도 한다.

출처: 각 유튜브 채널 캡처
유튜버 띠예가 바다포도 ASMR 방송을 하는 모습(왼쪽). 오른쪽은 길라임양의 라임튜브 유튜브 모습.

직접 기획·진행하고, 커버댄스 추며 수십만 구독자 모아


직접 진행을 하고,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편집도 하는 등 진정한 의미의 어린이 1인 유튜버를 꼽으면 ‘마이린TV’의 최린(12)군이 있다. 2015년부터 방송을 시작해 추리 영상, 방 탈출, 숨바꼭질, 슬라임, 일상생활 관련 영상을 올린다. ‘밤 12시에 엄마 몰래 라면 끓여 먹기’ 영상은 조회 수 813만건을 넘었다. 구독자 수는 73만명이다.


ASMR 방송이나 커버댄스 등을 선보이는 어린이 유튜버도 있다. 구독자 수 268만명을 거느린 ‘어썸하은’의 나하은(9)양이 대표적. 2013년 SBS 스타킹에 나와 ‘베이비 현아’로 출연하기도 한 댄스 신동이다. 그는 다양한 음악의 댄스를 따라 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다. 최근에는 자신만의 싱글 앨범까지 냈다.


유튜버 ‘띠예’는 바다포도를 먹는 ASMR 영상으로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경우다. 2009년생 9살인 띠예는 올 11월 유튜브를 시작해 동치미, 식용 색종이 등을 먹는 ASMR 영상 5개로 구독자 수 40만명을 돌파했다. 휴대전화 이어폰 마이크를 얼굴에 테이프로 붙이고 방송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하지만 띠예양은 최근 현재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한 신고로 영상이 차단됐고 활동을 잠시 중단했다.


이 밖에 어린이 유튜브로는 ‘간니닌니 다이어리(구독자 58만명)’, ‘뚜아뚜지TV(47만명)’, ‘프리티에스더(17만명)’, ‘노래하는 하람(17만명)’ 등이 있다.

출처: 마이린TV, 어썸하은 유튜브 채널 캡처
마이린TV에 나온 마이린과 간니, 닌니의 모습. 오른쪽은 어썸하은의 하은양이 2018 멜론 뮤직어워드 베스트댄스 부문 후보를 소개하는 모습.

주말에 몰아 찍고 부모가 주도적 역할


어린이 유튜버들은 보통 하루에 영상 1개씩을 올린다. 이 과정에서 부모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영상 기획과 카메라 촬영, 편집 등 핵심적 작업은 어린이 유튜버의 부모가 도맡는다. 3~4명의 전문 제작 인력을 두는 경우도 많다.


영상 주제는 기획자인 부모와 출연자인 어린이 유튜버가 상의해 정한다. 라임튜브의 길라임양의 아버지인 길기홍(42) 라임캐스트 대표는 2년 전 jobsN과의 인터뷰에서 “라임이가 좋아하는 걸 주로 찍는다”며 “또래 아이들이 영상을 보고 간접 경험할 수 있도록 라임이가 체험하는 것을 많이 찍으려 한다”고 말했다.


어린이 유튜버들은 평일에는 유치원이나 학교생활에 충실하고 주말에 영상을 몰아 찍는다. 한 어린이 유튜버는 토요일에는 집 안에서 무언가를 가지고 노는 실내 촬영을 하고, 일요일에는 야외활동 영상을 촬영한다고 밝혔다. 평일에는 주말에 찍어 놓은 영상을 부모나 전문 인력이 편집한다.


어린이 유튜버의 수익은 얼마나 될까. 성인 유튜버와 달리 어린이 유튜버들은 수익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하지만 유튜브 수익 구조로 알려진 ‘영상 1뷰당 1원’이라는 공식에 대입해보면 대기업 사원 연봉 정도는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영상 내 광고나 협찬 금액은 미포함).


한 대표적인 어린이 유튜브 채널의 경우 지난 12월 8~15일간, 9개의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고 총 95만 클릭뷰를 기록했다. 한 주 새 유튜브로 95만원의 수익을 거둔 셈이다. 한 달이면 380만원이다. 여기에 업체들의 협찬과 PPL 광고 등이 더해지면 수억원에 달하는 연 매출을 거둘 수도 있다.

출처: SBS 뉴스·유튜브 캡처
실제 도로에서 어린이 유튜버를 장난감 자동차에 태운 유튜브 방송. 오른쪽은 유튜브에서 '엄마몰카'를 검색해 나온 영상들.

클릭 수 높이려고 ‘엄마몰카’ 등 자극적 소재 활용 문제도


어린이 유튜버가 증가하면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어린이 유튜버 일부는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해 자극적·선정적 콘텐츠를 생산한다. 실제 유튜브에 ‘엄마몰카’ ‘엄마직캠’을 검색하면 수십 개의 영상이 등장한다. 엄마의 샤워 모습을 몰래 촬영한 영상도 있고, 집에서 편하게 옷을 입은 엄마의 모습을 담은 영상도 있다.


클릭 유발을 위해 부모가 어린이 유튜버에게 정신적·신체적 피해가 될만한 상황을 연출해 촬영하는 경우도 있다. 한 어린이 유튜버 부모는 작년 실제 자동차가 오가는 도로 위에서 어린이가 장난감 자동차를 타는 영상을 찍었다가 아동학대로 신고되기도 했다. 이 부부는 아동학대 행위가 인정돼 법원으로부터 교화 개선 목적인 보호처분을 받았다.


유튜브에 올라왔던 초등학생 아이가 십여분 동안 아이스크림을 4개씩 먹는 영상, 잠자는 부모의 지갑에서 돈을 꺼내는 모습을 연출한 영상, 아이가 강도를 만나는 상황을 몰래카메라로 연출한 영상 등은 모두 어린이 유튜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은 높은 조회 수를 통해 쾌감을 느끼고, 이러한 쾌감은 중독현상을 일으켜 일상생활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글 jobsN 김성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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