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퇴사 원인를 사업으로..6000개 일자리 만든 30대

조회수 2020. 10. 4. 15: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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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일자리 6000개 만든 제일기획 출신 30대 경단녀
에듀 베이비시터와 아이 연결
성격, 선호도 고려해 맞춤형 매칭
스스로 육아 고민하다 창업

육아 때문에 제일기획 박차고 나와, 6000개 대학생 일자리를 만든 30대 경단녀가 있다. 일자리 개수는 지금도 늘고 있다. 사업 아이템은 맞벌이 부부의 자녀 육아와 교육 고민 해결. 교육 스타트업 ‘자란다’의 장서정(39) 대표를 만났다.


베이비시터는 왜 중년의 아줌마여야 하나


자란다는 젊은 베이비시터를 통해 자녀 육아와 교육의 고민을 해결하겠다는 기업이다. 중년 여성 일색인 기존 베이비시터들과 달리, 자란다의 베이비시터들은 아이를 봐주면서 특기를 살려 교육까지 해준다. 육아와 교육을 함께 하는 ‘에듀 베이비시터’인 셈이다. 교육은 놀이부터 영어 수학까지 다양한 장르를 망라한다. “일반 과외 선생님처럼 부모 계시는 시간에 교육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부모 없는 시간에 교육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출처: 큐텐츠 컴퍼니
장서정 자란다 대표

하루 최대 8시간까지 봐준다. 하지만 아이와 선생님의 피로도를 고려해 5시간 이하를 권장한다. 그래서 요일, 과목 별로 구분해 여러 선생님을 한꺼번에 고용하는 부모도 있다.


수업 내용은 기본적으로 선생님 자율에 맡기는데, 수업의 기본적인 질을 보장할 수 있도록 수업 커리큘럼을 갖추고 있다. “서비스 기획 전담 직원을 둬서 과목별 교안을 만들고 업데이트하고 있어요. 이걸 위주로 각 선생님들이 자율적으로 교육을 진행하죠.” 선생님 시급은 1만~1만5000원 사이다. 여기에 자란다측 수수료 15%를 더한 비용을 받는다.

출처: 큐텐츠 컴퍼니
장서정 자란다 대표

선생님과 아이 성격 분석해 매칭


선생님의 80% 이상이 대학생이다. 서울교대 출신이 가장 많고 다음은 이화여대, 고려대 순이다. 지원할 때 놀이, 미술, 음악, 체육, 영어, 수학 등 분야별로 한 가지 이상 특기를 적어 낸다. 특기를 반영해 선생님과 아이를 매칭해 준다.


선생님 성격 분석도 한다. 정이 많은 편인지, 외향적인지, 자율성을 선호하는 성격인지, 상상력이 좋은지 등을 분석해 카테고리화하는 것이다. 성격 검사에서 5분 안에 170문항을 풀게 한다. 정답은 없다. 빠른 시간 내 직관적으로 답을 쓰게 함으로써 성격을 파악하는 것이다. 답변에 일관성이 없으면, 10분 안에 652문항을 푸는 심층 테스트를 진행한다.


-성격 검사를 꼭 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선생님 별로 어떤 성격은 3~5세 유아가 맞고. 또 어떤 성격은 고학년이 맞고. 그런 차이가 있어요. 정확한 매칭을 하려면 반드시 성격 검사를 해야 합니다.”


-어떤 분류가 가능하죠?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본 사람에게 ‘영화 어땠어’라고 물으면 어떤 분은 ‘너무 감동해서 울었어요’라고 답하고, 또 어떤 분은 ‘주인공 인생을 담담하게 그리다가 긴 공연 장면으로 마무리짓는게 인상깊었다’고 답해요. 전자는 관념적인 성격일 확률이 높고, 후자는 팩트를 중시하는 논리적인 성격일 가능성이 커요. 테스트를 통해 이런 분류를 합니다.”


전반적으로 외향적인 성격일 경우가 많다. “아이와 노는 데 관심있는 유형들이니 아무래도 적극적인 성격일 확률이 높죠.” 교육을 받는 아이 성향도 파악한다. “상담을 통해 아이 성향과 기질을 정리해요. 여기에 원하는 활동을 고려해서, 갖고 있는 DB에서 적합한 선생님을 찾습니다. 맞는 사람끼리 매칭되도록 큐레이션 하는거죠.”


정확한 매칭을 위해 데이터 전문가를 두고 있다. 기존 매칭 결과를 계량적으로 분석해, 최고의 적합도를 보이는 선생님과 아이를 연결한다. 아동심리 전문가도 있다. 아동 상담과 매칭을 돕는다. “관련 교육기관을 나왔거나, 관련 기업에서 상담경험을 쌓은 아동심리 전문가 4명이 계세요.”

출처: 큐텐츠 컴퍼니
회의하는 자란더 컴퍼지 직원들

활동일지 통해 검증


지속 가능한 돌봄과 교육을 위해 일상적으로 검증한다. 모든 방문 기록을 관리해, 의도한대로 매칭이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성실성이에요. 약속 펑크내지 않는 거요. 문제가 생겼다면 누구에게 원인이 있는지를 보고 후속 조치를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리하죠?


“선생님에게 활동일지를 쓰도록 합니다. 뭘 했는지,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기록하는 거죠. 기록을 통해 아이를 파악하면서, 선생님이 얼마나 아이에게 정성을 쏟고 있는지도 가늠합니다. 잘 알아야 충실히 쓸 수 있으니까요.”


일지에 부모가 답변을 달 수 있다. 보통은 감사 표시가 많은데, 수업에 대한 의견을 남기기도 한다. 불만 사항은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를 통해 자란다에 접수하면, 회사 측이 확인해 조치한다. 이렇게 쌓이는 데이터는 다음 매칭을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전반적으로 만족도가 어떤가요.


“좋아요. 부모님과 아이, 선생님은 물론 선생님의 부모님도 좋아하세요. 모든 세대를 아울러 만족감을 끌어내는 게 뿌듯합니다.”


선생님을 하는 대학생 스스로 배워가는 게 많다고 한다. 한 대학생 선생님은 “인류학을 전공하는데, 아이부터 어른까지 세대 별로 가진 고민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피상적으로 접근했던 결혼, 육아 등 사회문제에 대해 깊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경영 철학에 동의해 선생님을 하다가 직원이 된 경우도 있다. “대학생이라고 해서 주어진 일만 하는 게 아니에요. 주체적으로 커리큘럼 수정 제의를 해주시는 분들도 있고. 적극적으로 임하는 분이 많으세요.”

출처: 큐텐츠 컴퍼니
장서정 자란다 대표

내가 필요해서 창업


시각디자인 전공의 장서정 대표는 디자이너들이 선망하는 제일기획 출신이다. 재밌고 인정도 받았지만, 2015년 퇴사했다. 육아 때문이다. “일하면서 아이 밥먹이고 통학시키는 게 어느 순간 한계가 오더라구요. 시간이 꽉 짜여 돌아가는 대기업에서 계속 일하기 불가능한 상황에 봉착한 거죠.”


퇴사하자 육아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곧 일에 대한 갈증이 밀려왔다. 마침 AI스타트업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다. 일과 육아 병행이 가능한 환경이었다. “나간지 얼마 안돼 다른 대기업 입사 제의가 많았지만 모두 거절했어요. 스스로 육아 솔루션을 내놓지 못했으니까요. 재취업해도 이전의 상황이 반복될 게 뻔했죠. 그런 상황에서 스타트업은 훌륭한 대안이 됐습니다.”


총괄이사를 맡아 경영전략을 담당했다. 잘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 성공하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이유가 뭔가요.


“모든 게 갖춰진 시스템에 있다가, 체계가 전혀 없는 곳에 온 셈이었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새로 마련해야 할 것 투성이었죠. 회의 방식, 인사 시스템 등 제일기획에서 배웠던 경영 시스템을 하나 하나 접목해 갔습니다. 없던 회의록 만들고, 의견 공유 시스템 만들고, 연월차 정책 만들고, 비품 구매 체계 만들고. 그런데 이게 패착이었습니다. 제가 만든 프로세스에 일이 갇히고 만 거에요. 정작 중요한 사업 진행에 방해가 되고 말았습니다.”


-대기업에서 통했던 시스템을 스타트업에 뿌리 내리지 못한 이유는요.


“1만명 다니는 회사와 10명 있는 회사는 근본부터 다릅니다. 대기업은 체계적으로 돌아가는 게 중요하지만, 스타트업은 당장 일이 중요합니다. 서식이나 프로세스가 아니라 실행 그 자체가 중요하죠. 스타트업이 대기업 흉내 내다간 성장도 하기 전에 관료주의 함정에 빠집니다. 일단은 일이 되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교훈을 살려 2016년 6월 창업했다. 육아 문제를 기업 차원에서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고민 끝에 스스로 내놓은 해답이기도 했다. 서비스는 창업 후 1년이 지난 2017년 5월 시작했다. “제 필요를 스스로 해결한 셈입니다. 지금 자란다 최고의 충성고객이 접니다. 큰 아이와 작은 아이 모두 저 없을 때 자란다 선생님들이 봐주고 계세요.”


대표가 누구보다 니즈를 잘 알고 있다는 게 성공의 중요 포인트다. 3명으로 시작한 직원이 22명으로 늘었다. 선생님은 6000명, 방문 교육 건수는 9000건에 육박했다. 사회적 가치도 인정받고 있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소풍’, 은행권이 운영하는 ‘디캠프’ 입주 기회를 잡았다. “운좋게 도와주는 분을 많이 만났어요. 기대에 부응해야죠.”

출처: 자란다
학습 지도 장면과 홈페이지 선생님 소개 예시 화면

고민보다 실행하라


-원래 창업에 관심이 많았나요?


“1도 없었어요.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거에요.”


-지금까지 잘해온 비결이 뭔가요.


“시장을 잘 이해한 거요. 부모님, 아이, 선생님이 각자 가진 니즈 파악을 잘했던 것 같아요. AI스타트업에서 일할 때 가졌던 ‘시스템’ 의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고객 목소리만 따라가 보자. 모든 케이스를 검토하다 보면 길이 열릴 거다. 그 생각으로 도전한 것도 주효했어요.”


-창업하시는 분들께 조언할 점이 있다면요.


“보통 창업 후 서비스 내놓기 전까지를 사업 준비 기간으로 보는데, 이게 길어지면 루즈해지기 쉽습니다. 같이 할 팀이 완성됐다면 사업은 이미 시작된 겁니다. 생각 하는 기간은 짧을수록 좋습니다. 우선 뭐라도 실행하세요. 시쳇말로 ‘지르는’ 거죠. 저는 사업하면서 돌잡이 아이도 가르쳐 보고. 할 수 있는건 다 했습니다. 그렇게 경험 쌓고 부모님들 얘기하는 것 반영하면서 사업 모델 수정해 오다 보니, 지금의 자란다 체계가 만들어졌습니다. 제일기획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우리만의 체계죠. 이제 더 이상 시스템의 강박 따위는 없습니다. 반드시 실행부터 하세요. 그래야 좋은 결과에 가까워집니다.”


글 jobsN 박유연

은행권청년창업재단 D.CAMP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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