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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로 먹고사는 '일러스트레이터미네이터'입니다

조회수 2020. 10. 4. 16: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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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을 쓱싹쓱싹 그려드려요" 일러스트레이터 '키크니(Keykney)'

“일단은 해보겠지만 안되면 안 해보겠습니닷.” 한 일러스트레이터가 자신의 SNS에 달린 댓글을 보고 ‘일단 그려본’ 한 컷 웹툰이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키크니 인스타그램 캡처.

키크니는 자신의 SNS 등에 달린 댓글을 만화로 그려주는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닷!’(이하 무엇이든) 시리즈를 네이버 웹툰 ‘베스트 도전’ 코너와 본인 인스타그램에 연재한다. 그의 펜 네임은 ‘키크니(Keykney)’. 12월10일 기준 ‘일러스트레이터미네이터 키크니’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약 17만명. 6월 1000명을 달성한 이후 입소문을 타면서 쑥쑥 늘었다. ‘웹툰 작가’로 거듭난 9년차 일러스트레이터 키크니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키크니 제공.

-그림 속 캐릭터는 작가 본인인가요?


“네 제 모습입니다. 실제로 제가 후드티를 자주 입어서 후드티를 입혔죠. 후드는 직장 생활을 하지 않는 자유로운 프리랜서를 상징해요. 제가 키가 커 어렸을 때부터 터미네이터라는 별명이 있어서 ‘일러스트레이터미네이터’라는 애칭도 만들었어요.”


-댓글을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딱 보면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오는 댓글들이 있어요. 우선 그런 댓글을 추린 다음 그 중 꽂히는 걸 그리죠. 안 읽는 댓글은 없어요. 댓글을 정말 다 그려보고 싶지만 물리적 한계 때문에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키크니 인스타그램 캡처.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은 어떤 것입니까?


“‘무엇이든’ 시리즈 초반부 강아지 ‘또또’ 사연이에요. ‘또또가 하늘나라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려달라’는 댓글이었죠. 견주님을 다시 만나면 말을 더 잘 듣고 재밌게 놀려고 열심히 한글 공부하는 또또 모습을 그렸습니다.억지로 감동을 이끌어내지 않는 선에서 마음대로 그렸는데 독자분들께서 좋은 반응을 보내주셔서 감사했어요. 

키크니 인스타그램 캡처.

또또를 그리기 전까지는 오로지 웃기게만 그려보자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재미’가 그림 그리는 가장 큰 이유이긴 해요. 하지만 또또 그림을 계기로 개그만 추구하지 말고 내 감정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그림을 그려보기로 마음먹었죠. 이 다음부터 독자님들께서도 자기의 힘든 사연을 댓글에 달기 시작했어요. 그런 글을 보면 저도 감정이입해 그림을 그리죠. 소통과 공감의 깊이가 더 깊어진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시리즈의 그림체가 특이합니다.


“맞습니다. 그림체에 신경을 덜 쓰는 대신 댓글에 달린 이야기를 재현하고 전달하는 데 집중하자는 의미에서 힘을 빼고 그려요. 그림은 형식이잖아요. 형식을 갖추기 위해 쓰는 힘을 어느 내용을 넣으면 더 좋을지 고민하는 데 쓰자는 취지죠.

출처: 키크니 인스타그램 캡처.
"안 되면 안 해보겠습니닷"의 예시.

다만 저도 ‘무엇이든’을 연재할 때 말고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작업할 때에는 그림체에 많이 신경써요.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그림체에 맞춰 그려줘야 하니까요. ‘무엇이든’ 코너를 시작하기 전에는 저도 일반적인 일러스트를 그렸죠.”


-아이디어와 순발력은 어디서 얻나요?


“초등학교 3학년 때 그림을 시작했어요. 학창시절 그림을 아주 많이 그렸죠. 친구들 사이 있었던 일을 스토리 있는 만화로 표현했는데 꽤 인기가 있었습니다. 또 평소에 많은 경험을 하려고 노력해요. 그림은 결국 경험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서. 여행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죠. 일상에서 겪은 일을 바탕으로 작품을 계속 상상해요.”


-‘무엇이든’ 이전엔 어떤 일을 하셨나요?


“대학교에서 ‘만화창작과’를 나와 9년 동안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했습니다. 기업, 출판사 등에게 의뢰받아 그림을 그리는 철저한 ‘프리랜서 상업 일러스트레이터’였죠.


졸업 직후 ‘뭘 해먹고 살까’ 생각하다가 대학 때 그린 일러스트들을 싹 모아 각종 기업·관공서에 메일로 뿌렸어요. 약 200군데. 이 중 출판사 딱 한 군데에서 연락이 와 동화책 삽화를 그렸죠. 글 작가께서 아주 능력 있어 제 그림도 운좋게 업계에서 덩달아 유명해졌습니다. 이후 대기업을 포함한 여러 회사, 출판사 등에서 끊기지 않고 일이 들어왔어요. 생계 유지를 위해 양은 줄였지만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출처: 키크니 제공.
키크니의 일러스트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는 수입 격차가 큰 직업이에요. 1년에 적게 벌면 1200만원, 많이 벌면 1억5000만원 혹은 그 이상 벌죠. 저는 딱 중간 정도 벌었던 것 같아요. 일거리도 자잘한 것부터 대형 프로젝트까지 다양하죠. 대기업 ‘광고 영상 제작’이 수입이 가장 높은 편이에요. 한 건에 1000만원 이상인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삶은 어땠어요?


“지난 9년 동안 정말 즐겁게 그림을 그렸습니다. 동화 삽화든, 기업 광고 일러스트든 모든 작업이 재밌었어요. 일을 많이 할 때에는 한 번에 7개 회사와 계약을 했죠. 한 번에 마감일이 닥치면 정말 정신이 없는데, 마감을 안 지킨 적이 없어요. 9년 동안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은 일을 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좋아했던 그림 그리는 일이 직업이 되니 더할나위 없이 좋았죠.


그런데 일에만 너무 몰두했던 게 문제였는지, 2017년 4월 공황장애와 함께 ‘번 아웃(Burn out)’이 왔습니다. 7~8개월 동안 일을 못했어요. 원래 예민한 성격이 아닌데 심장이 두근거려 수면제 없이는 잠을 못잤습니다. 밥도 못먹어서 2주만에 10kg이 빠졌어요. 진심으로 ‘그림을 그만 둬야 겠다’ 생각했죠.

키크니 인스타그램 캡처.

프리랜서의 불규칙한 삶이 준 피로를 회복을 해야 했어요. 계약을 다 파기하고 7~8개월 쉬었습니다. 마음의 여유를 찾으려 하루에 동네 뒷산을 7~8번 찾곤 했죠.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어요.”


-‘무엇이든’이 최고의 치유였다고.


“수많은 네티즌과 댓글로 소통하는 게 회복의 원동력이었어요. ‘아 이런 게 그림 그리는 재미구나’ 처음 깨달았죠. 기업과 계약을 맺고 일러스트 그리는 것도 좋았지만, 독자들의 피드백을 받는 그림은 아니었으니까요. 독자분들께서 제 그림 보고 위로 받고 간다고 하시는데 사실 제가 더 큰 덕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출처: 키크니 인스타그램 캡처.
키크니 팬이 그려준 10만 팔로워 일러스트(왼쪽).

인스타그램 활동 초반에는 단순히 제 이야기를 담은 그림을 그렸어요. 팔로워는 지금보다 훨씬 적었지만 항상 모든 댓글을 읽었어요. 그러다가 ‘댓글을 보고 그림을 그리면 재밌는 컨텐츠를 만들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7월 쯤 4개 정도 댓글을 만들어서 그림이랑 같이 올렸는데 호응이 매우 좋아 입소문을 탄 거에요. 이후로 해시태그도 달기 시작했고 팔로워 수가 많이 늘었습니다. ‘무엇이든’의 시작이었죠. 첫 만화 이후 모든 그림은 독자들이 올려주는 댓글을 보고 그립니다.”


-지금의 활동에 만족하나요?


“삶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독자님들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100% 제 사비를 들여 후드티, 모자 등 굿즈(goods)를 만들어 드리기도 했습니다. 

출처: 키크니 인스타그램 제공.
키크니가 제작한 굿즈(왼쪽)와 '임블리' 이벤트 관련 일러스트(오른쪽).

아직은 적지만 자아실현이 수입 활동으로 이어지기 시작해서 좋아요. 얼마 전부터 키크니 이미지를 활용해 광고를 그려 달란 문의가 들어오고 있어요. 10월 말에는 ‘11번가’와, 최근엔 온라인 의류 쇼핑몰 ‘임블리’와 광고를 만들었죠. 이런 제안이 들어올 때마다 광고주에게 독자 이벤트용 응모 상품을 주지 않으면 광고를 안 하겠다고 말해요. 이렇게라도 독자께 보답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시리즈를 계속 이어가야죠. 또 2019년 5월부터 신생 플랫폼에서 키크니의 일상을 그리는 웹툰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온 ‘무엇이든’ 그림을 기반으로 2019년 초에 출판사와 책을 낼 계획이에요. 더 많은 작품이 쌓이면 독립출판도 해볼 생각입니다. 또 다른 작가분들과 강연도 할 예정입니다. 강연을 통해 독자들과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것이 너무 행복합니다.”


글 jobsN 정경훈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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