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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살에 진짜로 회사 그만두고 커피숍 하나 차려보니..

조회수 2020. 10. 4. 16: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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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숙현 커피전문점 '케이트커피' 운영 5년차

직장인들이 흔히 하는 농담 중 하나가 ‘나 회사 그만두고 커피 전문점 하나 차릴까’라는 말이다. 커피 전문점은 그만큼 진입 장벽이 낮기도 하지만 주변에서 가장 많이 생기고 없어지는 업종이다.


웹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서울 공덕동에 커피 전문점을 차린 류숙현(33) 씨는 ‘케이트 커피(Kate Coffee)’라는 자신의 브랜드 카페를 5년 째 운영하고 있다. 하얀색 인테리어와 민트색 출입문이 인상적인 케이트 커피 매장을 찾았다. 실제로 직장을 그만두고 커피 전문점을 차린 그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출처: jobsN
'케이트커피' 류숙현 대표

- 웹 디자이너였다는데, 그만두고 커피 전문점을 차린 이유는.

“커피 전문점을 시작하기 전에 직장 생활은 4년 정도 했었어요. 웹 디자인 회사를 다녔는데, 야근도 잦고 업무량이 많은 것에 비해서 내 아이템을 만든다는 성취감이 적었어요. 일하는 것에 비해 페이도 적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직장을 다니면서 관심이 있는 것은 다 배우러 다녔어요. 운동, 요가, 꽃, 실내 인테리어, 옷 디자인, 풍선 만들기 등 흥미로웠던 것들은 다 배웠습니다. 모두 재미는 있었지만 직업과 연결시키지는 못했죠. 그때 커피 전문점이 생각났어요. 커피를 좋아했었거든요. 내 방식대로 나만의 카페를 만들어 보자고 결심했습니다.”


- 커피 전문점을 차리기 위해서 무엇을 준비했는지.

“커피를 좋아하긴 했지만, 마실 줄만 알았지 커피에 대해서는 잘 몰랐어요. 그래서 일단 커피에 대해 공부해보려고 커피 학원에 6개월 다니면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어요. 커피 이론부터 커피의 특성, 만드는 방법 등을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커피 전문점 운영을 체험해 보고 싶어서 여러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서도 아르바이트를 해보고,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에서도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차이점을 느껴보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1년 6개월 정도 준비 과정을 거쳤던 것 같아요.”


- 유명 프랜차이즈 말고 개인 커피 전문점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처음에는 ‘사장님 돈 많이 벌어가겠네’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손님 숫자가 엄청나게 많았거든요. 그런데 거기서 계속 일해 보니 생각보다 지출이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매출의 3분의 1일이 월세로 나갔고, 매장 규모도 크다보니 아르바이트를 많이 둬야 해서 인건비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프랜차이즈 본사에 지불해야하는 로열티도 꽤 많았어요. 처음 시작할 때 드는 인테리어 비용도 본사의 기준에 맞춰야 하니까 적지 않더군요. 남는 게 별로 없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출처: jobsN
'케이트커피' 류숙현 대표

-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에는 프랜차이즈 매장이 많이 생긴다. 이유가 뭘까.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은 처음 시작하는 입장에서는 접근이 쉬워요. 워낙 시스템이 잘 되어있고, 운영 매뉴얼이 잘 짜여 있어요. 커피 전문점에 대해서 잘 몰라도 운영할 수 있죠. 예를 들어 커피 뽑는 기계나 커피를 담는 컵들을 선택하는데도 고민할 필요가 없어요. 본사에서 정해주는 것들을 사기만 하면 되거든요. 초기 비용은 많이 들어도 고민할 게 적으니 편리해요. 브랜드가 있으니 가게를 홍보할 필요도 없죠. 그래서 프랜차이즈 매장이 많이 생깁니다.”


- 개인 커피 전문점을 차릴 때는 어떤 것들을 신경 써야 하는지.

“모든 것들을 제가 스스로 정해야 했어요. 원두를 선택하는 것, 컵을 선택하는 것, 커피 머신을 고르고, 컵 홀더부터 시작해서 포장지 무늬, 쿠키를 담아내는 케이스까지 고민하고 선택해야 합니다. 커피 가격을 정하는 것도 고민이었어요. 얼마에 얼마나 팔아야 이익이 남는지 경험치가 없었으니까요.”


- 이곳 케이트 커피 분위기가 깔끔하고 밝은 느낌이다. 어떤 커피 전문점을 콘셉트로 만들었는지.

“가게 위치를 알아보고 콘셉트를 정하는데 3달 정도 걸렸어요. 우선 상권 분석을 통해 공덕동 특성상 직장인들이 많다는 것을 파악했어요. 직장인들이 점심 식사를 끝나고 가볍게 커피를 들고 들어가는 캐주얼한 카페를 콘셉트로 잡았습니다. 무거운 인테리어 보다는 가볍고 밝은 느낌으로 카페를 꾸몄어요. 그래야 접근성이 좋을 것 같았거든요. 벽을 다 뚫고 외벽도 빛이 잘 드는 창으로 모두 바꿨어요. 가구와 벽, 창틀을 모두 화이트로 하고 인상적인 포인트를 주기 위해서 민트색 문을 골랐습니다. 손님들이 오래 앉아있지 않기 때문에 면적은 좁아도 괜찮겠다고 생각했고, 대신에 답답한 느낌은 없애기 위해서 층고가 높은 곳을 선택했어요. 가격은 가격 경쟁력을 위해 아메리카노 한 잔에 3000원 수준으로 맞췄습니다.”

- 커피 전문점을 차린 지 5년이 지났다. 그 정도면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이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는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 줄 몰랐어요. 처음에는 체력적으로 버티기가 힘들었습니다. 혼자 운영하다보니 의욕적으로 일했어요. 아침 8시 30분부터 밤 11시까지 카페에 있었죠. 체력에는 자신 있었는데도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적으로 무리가 왔습니다. 두 번째로는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쌓기까지가 힘들었어요. ‘맛있는 커피를 팔면 손님들이 많이 찾아 주실거야’라는 생각만 했지, 이윤을 남기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어요. 장사는 잘 되는데 남는 이윤이 별로 없었던 거죠.”


- 어려운 점들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궁금하다.

“운영에 있어서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조절해 나갔어요. 메뉴의 숫자를 줄여서 효율성을 높였고, 유통 단계를 줄여서 좋은 원두를 보다 싸게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녔습니다. 맛 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유행하는 메뉴가 있으면 개발해서 시즌에 맞게 대비했어요. 체력적인 부분은 요령이 생겼습니다. 손님이 많은 시간대와 계절을 파악해 카페를 탄력적으로 운영했어요.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엔 아르바이트를 썼고, 겨울 비수기에는 쉬는 시간도 가지면서 개인적으로 충전의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세 명의 아르바이트생을 각각 다른 시간대에 써가며 조금 여유를 갖고 운영하고 있어요.”


- 주변을 둘러봐도 커피 전문점이 계속 생겨난다. 매출에 영향은 없는지.

“커피 전문점이 너무 많이 생기고 있어요. 주변에 대형 프랜차이즈가 이미 들어왔고, 조그만 카페들도 자주 생겼다가 사라지고 다른 카페가 그 자리를 채웁니다. 조그만 카페들이 만들어 놓은 상권을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들어와서 망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처음에 오픈하고 제일 잘 나갔을 때는 한 달 매출이 2000만원 넘기도 했어요. 커피 시장이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올해 경기가 안 좋다는 것이 실감이 나요. 작년까지만 해도 평균 매출은 유지했었는데, 올해 들어 유난히 커피를 사 먹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었어요. 손님 숫자가 최고일 때 비해 절반 정도로 줄었습니다.”

출처: jobsN
'케이트커피' 류숙현 대표

- 얼마 전에 처음으로 가맹점을 만들었다고 들었다. 비결이 궁금하다.

“지난 여름에 성북구 종암동에 ‘케이트 커피’ 첫 가맹점이 생겼어요. 오랫동안 제 카페를 지켜보던 지인이 가맹점을 내고 싶다고 제안을 하셨어요. 깔끔한 카페 분위기와 꾸준히 운영하는 모습을 좋게 보셨던 것 같아요. 우리 카페의 콘셉트와 커피 노하우를 그대로 가져가서 오픈했습니다. 저는 매출의 일정 퍼센트를 로열티로 받고 있어요.”


- 커피 전문점의 운영을 위해서 앞으로의 계획이 있는지.

“커피 전문점이 워낙 많이 생기고 있어서 요즘 가장 고민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앞으로도 더 힘들어 질 것 같습니다. 희망적인 부분은 커피를 즐기는 문화는 변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커피 전문점이 많아지면서 일상적으로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그래서 책방이라든지 꽃가게에서도 커피를 팔고 있습니다. 앞으로 저 같이 혼자 운영하는 카페가 살아남으려면 다른 문화와 접목시켜서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 커피 전문점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처음 커피를 배우러 학원을 다녔을 때,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걸 알았어요. 진입 장벽이 낮다보니 커피 전문점을 창업하려 하시는 분들이 많죠. 제가 실제로 해보니 준비하는 과정부터 운영하는 것 까지 쉬운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몸으로 버틸 수 있는 체력도 중요했고, 매출 변화에 대한 불안감을 극복하는 정신력도 필요했어요. 상권에 대한 분석과 메뉴에 대한 고민, 수익을 내기 위해 여러 가지를 스스로 결정해야 했습니다. 철저하게 준비한 다음 시작하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이미 포화 상태인 시장에서 어떻게 나만의 카페를 돋보이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글·사진 jobsN 오종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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