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하자마자 전세계 휩쓴 이 걸그룹, 알고보니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LOL·롤)’을 만든 ‘라이엇 게임즈(Riot Games)’는 가상 신인 걸그룹 ‘K/DA’를 11월3일 세상에 내놓았다. 그날 인천 문학경기장 롤드컵(롤 세계대회) 결승전 오프닝 공연과 유튜브가 그들의 데뷔 무대였다.
오프닝 무대에서 국내 걸그룹 ‘(여자)아이들’ 미연과 소연이 외국 가수들과 함께 K/DA의 ‘팝/스타즈(POP/STARS)’를 불렀다. 공연장 스크린에서는 증강현실로 구현한 게임 캐릭터들이 무대에서 함께 춤을 췄다.
뮤직비디오의 주 배경은 지하철이나 탈의실이다. 현실적으로 그린 지하철에 초능력을 쓰는 챔피언을 등장시켜 현실과 허상을 접목시켰다. 챔피언은 롤의 캐릭터를 뜻한다. 실제로 있을 법한 탈의실에 게임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챔피언들의 소품이 등장한다.
K/DA 가상 멤버는 롤 챔피언 아리·아칼리·이블린·카이사다. 라이엇은 각 챔피언 새 스킨(skin·외형을 바꿔주는 유료 아이템)과 함께 뮤직비디오를 내놓았다. 2011년 서비스 시작 후 지금까지 155개 챔피언을 발매했다.
팝/스타즈는 유튜브 공개 24시간 만에 조회수 약 610만회를 기록했다. 이어 12월4일 조회수 1억회를 돌파했다. 또 발매 직후 미국 아이튠즈 케이팝 차트1위, 전체 팝차트 4위까지 올랐다. 또 국내 음원사이트 ‘벅스’에서도 5위를 차지했다.
K/DA를 만든 토아 던(Toa Dunn) 라이엇 뮤직 그룹 총괄, 자넬 지메네즈(Janelle Jimenez) K/DA 스킨 리드, 패트릭 모랄레스(Patrick Morales) 뮤직비디오 크리에이티브 리드에게 소감과 제작 과정, 향후 활용 방안 등을 물어보았다.
-K/DA가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소감은?
(던) “K/DA에서 파생해 나온 팬 아트, 댄스 커버(cover·원작을 따라 추는 춤), 리믹스(remix)와 후기 영상들이 쏟아져나오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다. ‘롤이나 케이팝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K/DA가 너무 좋다’는 반응을 들을 때 가장 행복하다. 롤을 하지 않는 분들께도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을 게임을 활용해 만들어냈다는 것이 너무나 뿌듯하다.”
-‘K/DA-POP/STARS’의 콘셉트를 소개해달라.
(지메네즈) “K/DA는 게임 내 스코어 표시 방식인 킬(Kills·직접 상대를 처치한 횟수), 데스(Deaths·처치 당한 횟수), 어시스트(Assists·상대 처치에 도움을 준 횟수)의 줄임말이다. 플레이어들에게 친숙한 이름을 고민하다 지었다. 또 K/DA 멤버들이 게임에서 적극적으로 상대를 사냥하는 챔피언이라 붙인 이름이기도 하다.”
(패트릭) “K/DA의 핵심은 ‘현실과 허구의 만남’이다. 롤 세계관에서 차용해온 비현실적 요소를 현실 세계에 음악과 함께 내놓는 것이 목표다. 뮤비가 진행할수록 현실에서 허구로 이동한다. 뮤비에서 케이팝 춤과 노래는 현실을, 챔피언들이 재현하는 게임 내 화려한 기술과 초능력은 허구를 상징한다. 각 챔피언이 특성을 발휘하면서 바뀌는 배경도 가상 세계를 표현한 것이다.
땅 속을 지나는 지하철이 현실과 허구가 만나기 좋은 공간이라 생각했다. 지하철 씬에 등장하는 아칼리가 스트리트 복장을 하고 랩을 할 때 열차 안이 그래피티와 함께 현란하게 바뀌는 모습은 비현실적이다. 세탁기에 앉아있던 아리가 시청자들을 매혹해 초현실적인 공간으로 끌고가는 것, 카이사가 순간적으로 이동하거나 이블린의 모습이 사라지며 주변이 바뀌는 것 등이 뮤비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언제부터 K/DA를 구상했나.
(던) “2017년 말 라이엇 게임즈 뮤직 그룹 몇명이서 K/DA 제작을 처음 논의했다. 우리 팀은 팝·케이팝을 좋아해 이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두길 바랬다.”
(패트릭) “던의 제안을 받고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나는 원래 스킨을 디자인·개발하는 스킨팀이다. 다른 팀엔 비밀이던 데모 곡을 듣자마자 충분히 성공하겠다는 직감이 들었다. 이후 스킨팀은 뮤직 그룹과 협력해 K/DA의 청사진을 그려나갔다. 챔피언 후보, 스킨 스타일과 설명, 그룹 이름, 부여할 시각·음향 효과 등을 논의했다. K/DA 첫 무대인 롤드컵 오프닝 공연도 구상했다.”
-라이엇 안에서도 새로운 작업이었는데 반대는 없었나?
(자넬) “새 스킨 발매를 계기로 실제 아이돌을 섭외해 증강현실 공연을 한 것은 처음이다. 처음 아이디어를 들었을 때 스킨 제작 팀 내에선 망설임이 있었다. 하나의 상품으로서 K/DA가 성공할지 큰 비용만 낭비할지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많은 라이엇 사원과 롤 플레이어가 케이팝을 사랑하지만 그것과는 별개의 일이었다.”
(던) “우선 라이엇 여러 팀에 K/DA가 과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 프로젝트인지 증명해야 했다. 먼저 다른 팀을 설득하기 위해 먼저 스킨 및 이벤트 초안을 여러 개 개발했다. 라이엇과 파트너를 맺고있는 3D 애니메이션회사 포티셰(Fortiche)와 뮤비 초기 콘셉트를 만든 뒤에야 한 명씩 설득할 수 있었다. 케이팝의 큰 인기가 설득에 많은 도움을 줬다. 캐릭터 스타일이나 음악과 안무 등이 구체화할 수록 프로젝트의 잠재력을 진정으로 믿는 팀원이 늘어났다.”
(패트릭) “정말 많은 팀이 협업했다. 뮤직·스킨팀 외에도 챔피언의 배경 스토리 등을 설정하는 퍼블리싱팀, 스킨의 가격을 매기고 상품화하는 머천다이징팀, e-스포츠 팀, 오프닝 무대 팀 등이 참여했다.여기에 (여자)아이들 등 아티스트도 함께 했다. 전부 세 보진 않았지만 수백명의 인원이 참가했다.”
-뮤직비디오의 제작 과정은?
(자넬) “먼저 케이팝에 어울리는 챔피언을 찾았다. 수많은 여자 챔피언 중 개성 넘치는 아이돌로 누가 적절한지 고민했다. 챔피언의 인기, 게임 내 역할·배경 스토리, 최근 스킨을 출시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K/DA 맴버 모두 처음부터 유력한 후보였다. 특히 아칼리는 힙합 아이돌로 제격이었다. 레드벨벳 등 실제 4인조 그룹이 많고 각자 특성이 겹치지 않게 멤버를 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해 4명으로 구성했다.”
(던) “안무는 우리 동료 직원 엘리 레만(Elie Lehman) 등이 구성했고 가사는 뮤직 팀과 작곡가 할로우(Harloe)가 제작했다. 영어 가사를 먼저 만든 뒤 한국인의 도움을 받아 일부를 한글로 옮겼다.
뮤비 모든 장면은 키 프레임(3D 애니메이션 수작업)으로 제작했다. 모션 캡처 기술로 가수들의 춤 동작을 본뜬 후 일반 3D 애니메이션을 만들듯 작업한 것이다.”
(패트릭) “K/DA란 명칭 말고도 다른 이름 후보로만 문서 한 장을 채울 정도였다. 사실 K/DA는 꽤 오랫동안 선택지에는 없던 이름이었다. 누군가 K/DA를 제시한 뒤 임시로 사용하다가 입에 익어 최종 이름으로 선정했다.”
-많은 케이팝 아이돌 중 (여자)아이들 맴버를 섭외했는가.
(던)“많은 라이엇 직원들이 (여자)아이들 열성팬이다. 소연은 랩을 매우 잘해 래퍼 아칼리 역할을 맡겼다. 미연은 목소리가 탁월해 보컬 역할 아리와 잘 맞았다. 소연과 미연은 롤을 직접 해보면서 챔피언들의 특성을 열심히 익혔다. 카이사 역을 맡은 자이라 번스(Jaira Burns)나 이블린 역인 매디슨 비어(Madison Beer)도 뛰어났고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뮤비 제작 중이나 공연에서 각 챔피언 성격에 딱 맞게 연기하는 모습에 감탄했다.”
-향후 K/DA 활용 방안은?
(자넬)“K/DA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앞으로 단순한 게임 캐릭터가 아닌 리그오브레전드가 낳은 팝스타로서 실제로 활동했으면 한다. 게임 내 뮤지션 스킨으로 먼저 나온 ‘펜타킬 밴드’나 ‘DJ 소나’와의 합동 공연도 멋진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많은 방안을 생각 중이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글 jobsN 정경훈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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