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부동의 1위' 정보처리기사 제친 자격증은?

조회수 2020. 10. 4. 16: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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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20대가 가장 많이 딴다는 이 자격증, 현실은?
최근 1년간 가장 많이 딴 ‘지게차운전기능사’
자차 있는 베테랑은 월 600만~700만원 번다
현장에서 필요한 안전교육 부족하다는 말도

그동안 20대가 가장 많이 딴 국가자격증은 정보처리기사였다. 공무원 시험 등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작년 처음으로 정보처리기사를 제치고 1위에 오른 자격증이 있다. 바로 ‘지게차운전기능사’다. 10대(전기기능사)·40대(한식조리기능사)를 제외하고 30·50대와 60세 이상에서도 1위를 했다.


지게차운전기능사는 지게차 운전·점검법과 기초적인 정비 능력을 평가한다. 시험은 필기와 실기로 나뉜다. 작년 8만1520명이 필기시험에 응시해 4만2655명이 합격했다. 실기시험은 7만961명이 응시해 3만3339명이 합격했다. 합격률은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47%였다. 2008년 필기시험에 응시한 사람은 4만9명이었다. 10년 만에 응시자가 두 배 늘었다.

출처: 민아 인스타그램 캡처
걸스데이 민아는 지난 2014년 자신의 SNS에 굴삭기 자격증 인증 사진을 올렸다.

고등학교 갓 졸업한 20대부터 은퇴한 중년까지


자격증 취득을 위해 중장비 학원을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경기도 화성의 한 중장비 운전학원 직원은 “요즘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20대도 학원을 많이 찾는다”고 했다. 중장비 운전을 직업으로 삼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은퇴 이후를 염두하고 미리 자격증을 따 놓으려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같은 학원 관계자는 “보통 건설 회사나 취업 사이트를 통해 일자리를 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지게차 운전을 안 해도 나중에 공장·물류센터 등에서 쓸 수 있으니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학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장비직업전문학교 관계자도 “건설 현장에서는 중장비 중에서도 지게차 수요가 상대적으로 많다”고 했다. 이어 “40대 수강생이 가장 많고 20대와 50세 이상도 학원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자동차 운전면허 1종 대형 면허가 있으면 따로 시험을 보지 않아도 일정 기간 교육만 받으면 3톤 미만 지게차는 운전할 수 있다. 공장이나 물류센터에서는 대부분 3톤 미만 지게차를 쓴다. 건설 현장이나 철광 회사에서는 보통 3톤 이상 지게차를 쓴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려면 지게차운전기능사를 취득해야 한다.

채널A 유튜브 캡처

자차가 대부분, 가격은 3000만원부터 4억원까지


지게차는 각종 건설 현장이나 항만·제조 공장 등에서 쓰인다. 화물을 싣고 내리고 옮기는 일을 한다. 30년 이상 지게차를 운전해온 박상대 전국지게차연합회 수석 부회장은 “보통 20년 이상 일해야 베테랑 운전자로 본다”고 했다. “물론 현장에 베테랑 운전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주지만 초보자를 구하는 곳도 있다. 여러 현장을 다니면서 경험을 쌓으면 먼저 불러주는 곳도 생긴다.”


건설 현장에서는 개인택시처럼 영업용 번호판을 단 지게차를 쓴다. 지게차를 보유하고 자차를 이용해 일하는 경우가 80% 정도다. 운전자는 건설회사와 계약을 맺고 차를 직접 몰고 가서 일한다. 지게차의 종류도 다양하다. 물류센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3톤 이하 지게차부터 5·10톤, 100톤 짜리 지게차도 있다.


국산인 두산 지게차는 3.3톤 디젤 모델이 3300만원, 4.5톤 모델이 4800만원 정도다. 25톤 초대형 지게차의 기본가는 4억1000만원 정도다. 두산산업차량 관계자는 “건설 현장에서는 3톤과 4.5톤 지게차가 주로 쓰인다”고 했다. 이어 “중고차 시세는 연식과 운행 시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고 덧붙였다. 지난 11월에는 전국지게차연합회 카페에 10년 동안 957시간 운행한 3톤 짜리 두산 지게차 매물이 1600만원에 올라온 적도 있다.


지인 통해 일 구하기도···베테랑은 월 700만원 번다


건설 현장에서는 지인을 통해 일자리를 구하는 경우가 많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11월18일 공개한 ‘2018 건설근로자 종합생활 실태조사 결과’에서 전체의 85.6%가 지인을 통해 일자리를 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카페를 통해 구인·구직도 한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3년씩 건설 현장에서 일할 때도 있다. 그러면 철새처럼 가족과 떨어져서 지낸다. 집이 서울인데 대전에 아파트 단지를 짓는다고 하면 건설 현장 인근에 원룸을 구해서 산다. 예전에는 회사가 현장에 마련해준 컨테이너에 살았지만 사고나 화재 위험이 있다. 요즘은 근로자가 직접 원룸을 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 부회장은 “예전에는 새벽부터 일을 시작했다. 오전 6시가 넘어서 출근하고 오후 4시쯤 일이 끝났다. 요즘은 주택 밀집지역의 경우 민원 때문에 8~9시쯤 일을 시작한다. 보통 하루 5~6시간 일하고 한 달에 2일은 쉰다. 일이 많은 베테랑 운전자는 하루 종일 일한다. 수입도 천차만별이다. 차 없이 운전만 하는 기사는 적게는 월 200만원부터 베테랑은 350만원도 넘게 번다. 자차로 현장을 직접 찾아가서 일하는 숙련자는 월 600만~700만원도 번다”고 했다.

조선DB 제공

사람은 몰리지만 건설 경기는 최악


지게차운전기능사가 인기인 반면 올해 건설 경기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10월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3분기 국내총생산(GDP)’에서 건설 투자는 이전 분기 대비 6.4% 줄었다. 건설업 생산도 5.3% 줄었다. 올해 건설 투자·생산 지표는 1998년 외환 위기 이후 20년 만에 가장 저조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건설수주액이 작년보다 23조6000원 감소할 것으로 봤다. 수주가 줄면서 향후 5년 동안 산업생산액과 취업자 수가 각각 52조1000억원·32만6000명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12000여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전국지게차연합회 카페에서는 지게차운전기능사의 인기를 두고 불만도 나온다. “가뜩이나 일자리도 구하기 쉽지 않은데 사람만 몰리고 있다”, “일을 구하기 더 힘들어지기 전에 전업해야 하는 것 아니냐”, “지게차 운전하다가 사고도 많이 나는데 자격증은 너무 따기 쉽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돈보다 안전이 중요하다


지게차는 철근 등 건설 현장의 위험물을 다루는 만큼 사고가 많다. 요즘은 현장에 외국인도 많다. 작업자 사이에 말이 안 통해서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다. 중장비는 후진할 때 ‘백 알람’(back alarm)이라는 경고음이 울린다. 요즘은 후진하면 ‘비켜주십시오’라는 한국어는 물론 중국어로도 조심하라는 음성이 나오도록 만든다. 현장이 정신 없고 다들 자기 일 하느라 바빠서 차가 오는지 신경을 못 쓰고 있다가 사고가 발생한다.


박 부회장은 “사고 치료비 때문에 집까지 팔아야 했던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보험에 가입했지만, 사고가 나면 운전자 개인 책임으로 몰아간다는 설명이다. 그는 “건설 현장에서는 목숨을 담보로 걸고 일해야 한다. 이 일이 얼마나 위험한 지 모르고 그저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만 듣고 현장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글 jobsN 송영조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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