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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폼 때문에 서무로 오해받았던 삼성전자 여직원, 지금은…

홍보로 시작해 한국IBM 세일즈 총괄 전무까지 오른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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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영 한국IBM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스 전무
유니폼 입던 삼성전자서 사회생활 출발
IBM 생태계 지원하는 총괄전무로

1990년. 정보통신기술(ICT)라는 말이 생기기도 전에 IT 기업에 뛰어든 사람이 있다. 이후 그는 홍보대행사에서 홍보와 마케팅을 담당하다 외국계 ICT 기업에서 영업 분야로 자신의 업무 범위를 넓혔다. 남성이 대부분인 ICT 업계, 그것도 세일즈 분야에서 인정받았다. 한국IBM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스 윤혜영(50) 전무를 만나 외국계 ICT 기업에서 여성의 삶에 대해 들었다.


윤 전무는 지금은 IBM의 생태계를 총괄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국내 IT서비스 기업, 총판, IBM의 소프트웨어를 재가공해 공급하는 티어2(Tier 2) 파트너 등을 지원하며 각각의 입장에서 가장 효과적인 사업을 제안하는 게 주 업무다.

윤혜영 한국IBM 전무

출처사진 한국IBM

남성직원 정장…여직원 유니폼 입던 시절


윤전무는 1990년 대학을 마치고 삼성전자 컴퓨터부문에 입사했다. 이화여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해 맡은 업무는 사보 제작과 홍보였다. 1990년은 여성 대졸자가 취업하기 쉽지 않은 시절이었다. “삼성그룹 입사 동기 4000명 중 여성 동기는 30명 정도 밖에 없었어요. 남성직원은 모두 정장을 입고 출근했는데, 여성 직원은 유니폼을 입었던 시절이었죠.” 유니폼 때문에 대졸 여직원은 서무 업무를 보는 상고출신 서무 직원으로 오해 받기도 했다. 손님이 찾아오면 커피를 타오라고 부탁하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그래도 그곳에서 인연을 만났다. 직장 안에서 금기시하는 사내연애와 결혼에 성공한 것. ‘여자는 25살 전에 결혼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엄포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결혼은 곧 퇴직으로 이어졌다. “회사에서 압박은 크지 않았어요. 그런데 남편이 보는 곳에서 상사한테 지적받는 걸 견딜 수 없었던 거죠.”


삼성전자를 나와 그가 선택한 곳은 외국계 홍보대행사였다. 2년을 AE(account executive·고객사 홍보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홍보대행사 직원)을 했다. 자기 회사 일을 담당해보고 싶었다. 1994년에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에 들어갔다. 아직 외국계 기업에 취업한다는 것이 생소하던 시기였다. “글로벌 홍보대행사에서 AE를 하면서 외국계 기업을 담당했던 게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하는 데 큰 보탬이었던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보다 선택지가 하나 더 있는 셈이니까요.”


홍보 마케팅 업무는 이어졌다. “글로벌 기업이 해외에서 한 사람을 뽑으면, 그 역할만을 고집하는 경향이 강했어요. 회사에 그 분야 전문가가 이미 있는데 다른 사람을 새로 뽑을 없다는 이유에서죠. 이게 그 사람의 전문성을 키우는 데는 유리할 수 있지만, 더 많은 가능성을 가로막는 길이거든요.” 오라클에서 6년을 일한 후 이 곳에서 더 이상 성장은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성에게 우호적이라는 IBM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서도 처음에는 마케팅 업무를 맡았다.


새로운 길을 찾아 IBM으로


고위직으로 올라 갈수록 여성의 문이 좁아지는 유리천장이라는 말이 한국IBM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30명이 넘는 전무급 이상 최고위직 임원 중 여성 비율이 41%에 달한다. 한국IBM은 “여성임원이 많은 이유는 본인의 역량에 맡는 다양한 직무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02년 말 한국IBM 김영태 소프트웨어 사업부 총괄 상무는 윤 전무(당시 마케팅 팀장)에게 “마케팅을 즐기는 것 같다. 영업을 해도 잘 할 수 있는 소질이 보인다”고 했다. 소프트웨어 영업팀장 자리를 제안한 것이다. 당시 윤전무는 “아직 마케팅을 더 해보고 싶다”며 대표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 대화를 보고 있던 선배가 윤 전무에게 말을 걸었다. ‘상무가 당신의 장단점을 보고 신경 써서 제안한 것’이라는 말이었다. 결국 한 시간만에 돌아 가 영업팀장 자리를 승낙했다.

윤혜영 전무

“마케팅은 창의력이 있어야 하는 자리라면 영업은 관계와 소통이 중요합니다. 마케팅이 무에서 유를 만든다면 영업은 상대방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구매 담당자를 만났을 때 저 사람을 한 번 더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을 심어줘야 해요.”


윤 전무는 소프트웨어 영업팀장을 하고 4년만에 상무로 승진했다. 당시 영업을 하는 IT업계에 여성임원은 손에 꼽혔다. 명함을 건네기 전까지는 아무도 임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제안발표를 할 때도 상대방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로터스’는 로고가 노란색이었어요. 로터스 제안발표가 있으면 노란색 자켓을 입고갔지요. 인사말을 하거나 발표를 시작할 때 색상과 로고 이미지를 각인시켜줄 수 있었거든요. IT담당자들이 놓치기 쉬운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쓰고 있는 모습을 고객들이 좋아한 것 같아요.” 이제는 IBM의 색상보다 상대방의 색상은 더 신경쓴다고 한다. 삼성전자를 만날 때는 파란색 셔츠를 입고, LG전자를 만날 때는 붉은 스카프를 두르는 식이다.


“한해가 시작할 때 이력서 고쳐라”


여성 동료를 만나기 힘들었던 ICT 업계에서 윤 전무의 등장은 후배 여직원들에게 귀감이었다. 경력 개발 문제부터 육아나 개인적인 고민 상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는 예전처럼 자주 만나지는 않아요. 그래도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은 여전합니다.”


요즘은 과거처럼 ‘원더우먼 신드롬’은 많이 사라진 것 같다고 했다. 원더우먼 신드롬은 여성이 가정에도 충실하면서 회사 업무도 잘해야 한다는 강박을 말한다. “이제는 어느 하나를 선택해 그 쪽에 충실하자고 삶의 자세를 바꾼 것이죠.”


그가 후배들을 만날 때 해주는 조언이 있다. 한 해가 시작할 때 이력서를 고쳐 쓰라는 것이다. “이력서를 쓰면서 자신의 경력에서 부족한 부분을 찾아낼 수 있어요. 그 부분을 보강하는 계획을 연초에 세우는 것이죠. 연말에 쓰는 것도 좋아요. 한해의 성과를 기록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찾아낼 수 있으니까요.”


글 jobsN 최광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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