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원더걸스 댄서 S대생은 사시 낙방 후 5잡러가 됩니다

조회수 2020. 10. 4. 16:2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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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콘서트 백댄서였던 서울대생, 10년 후 직업 5개로 사는 이야기
직업 5개로 사는 이다슬씨
성우·프리 아나운서·댄스·요가·스피치 강사 활동
“한 가지 직업, 전공을 강요하는 문화에 반항”

월요일 9시간짜리 녹음, 화요일 요가 수업과 면접 스피치 강의, 수요일 방송인 멘토 특강과 방과후 댄스 강의, 목요일 요가 강의와 팟캐스트 출연, 금요일 성우학원 강의, 토요일 행사 MC.


일주일 내내 빼곡한 스케줄로 바쁘게 달리는 사람이 있다. 프리랜서 아나운서이자 현 KBS 성우인 이다슬(31)씨다. 그는 요가 강사, 댄스 강사, 스피치 강사 활동도 한다. 직업이 5개다. 그는 “일에 대한 욕심이 많은 편이지만, 그 욕심에 걸맞게 부지런해지려고 한다. 프리랜서라 시간 활용이 자유로워 일하는 시간만 따지면 하루 6시간 정도”라고 했다.


혹독한 취업난 속에 안정적인 공무원이 선호 직업으로 꼽히는 시대. ‘직업이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하다 직업이 5개인 이다슬씨를 만났다. 이씨는 이력이 독특하다. 서울대를 나와 유명 댄스팀에서 댄서로 활동했고, 지방 방송사 아나운서였다가 성우로 변신했다. 그는 “한가지 일에 갇히고 싶지 않다”며 “현재 하고 있는 일,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 모든 것이 직업일 수 있다”고 했다.


“제 좌우명은 ‘몸은 부지런히 맘은 즐겁게’예요. 매일매일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고 또 그렇게 살겁니다. 어떤 본보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요. 그냥 저렇게 살수도 있다는 가능성의 하나로 보이면 좋겠습니다.”

출처: jobsN
이다슬씨.

남들의 기대대로 변호사 꿈꿨던 소녀


강원도 강릉에서 자란 이씨의 꿈은 변호사였다. 공부를 곧잘 했고, 학예회 등의 무대에서도 안 떨고 말을 잘하는 편이니 어렴풋이 변호사를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솔직히 말해 변호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몰랐다. 그냥 세상이 말하는 좋은 직업 중 어울릴만한 것을 골라 말한 것 같다”고 했다. 이씨는 입시 공부를 하며 받는 스트레스를 혼자 춤을 추며 풀었다. 가수 보아가 그렇게 멋져 보였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열심히 춤을 췄다.


이씨는 2006년 서울대 서어서문학과에 입학했다. 2~3학년이 되면 본격적으로 사법고시를 준비할 계획이었다. 그 전에 즐겨 추던 춤을 본격적으로 배워보자는 생각에 춤 학원에 등록했다. 내친김에 2학년때 애프터스쿨의 가희가 활동한 댄스팀 ‘크레이지’ 오디션을 봤고, 합격해 댄서로 활동했다. 인기 아이돌 빅뱅의 콘서트에서 백댄서로 서기도 했고, 청룡영화제 원더걸스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본격적으로 사법고시를 준비하며 댄스팀을 그만뒀다”며 “방송 작가들,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의 열악한 처우를 대변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2년간 열심히 공부했다. 하지만 2번 다 1차 시험에서 낙방했다. “춤을 췄던 무대와 방송이 너무 그리웠어요. 원형탈모도 왔죠. 사법고시를 접었고 부모님의 권유로 아나운서를 준비했습니다. 당시 전현무, 강수정 등 아나테이너가 막 뜰때였어요. 그 길로 가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출처: 이다슬씨 제공
KBS 전속 성우시절 이다슬씨가 한 시상식에서 춤을 추는 모습(왼쪽). 오른쪽은 이다슬씨 프로필 사진.

아나운서-성우-요가 강사의 길


이씨는 2014년 MBC강원영동 아나운서가 됐다. 매일 아침 라디오 방송을 진행했다. “2년간 아나운서로 지내면서 한평생 목소리로, 방송을 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아나운서 2년 계약이 끝날 때쯤인 2016년 KBS 41기 성우 공채에 합격했다.


“목소리가 특별하기 보다는 아나운서를 하면서 쌓은 발음과 발성 등 기본기가 있어 성우에 합격한 것 같아요. 2년간 KBS 전속 성우로 다양한 일을 했습니다. 일하는 중 ‘너무 한 가지 일만 하면 안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플라잉요가를 배웠어요. 2017년 12월 요가강사 자격증을 땄습니다. 아나운서때의 경험을 살려 이미지메이킹 지도사 자격증, 스피치 지도사 자격증도 취득했죠.”

출처: 이다슬씨 제공
MBC강원영동 아나운서 당시 모습.

이씨는 “궁금하고 해보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고 했다. 그는 2017년부터 고려대 언론대학원도 다니고, 작년 결혼도 했다. 올해부터는 그동안 취득한 자격증을 바탕으로 성우 학원 강사, 방과 후 댄스교실 강사 활동을 한다. 주말엔 아나운서 경험을 살려 행사 MC를 본다.


직업 5개를 가진 그의 월 수입은 300만~400만원 정도. “저 금수저 아니예요. 금수저가 아니기 때문에 더 많이 배우고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죠. 일을 통해 번 돈을 모아 분배하고 투자하며 새로운 배움을 준비했습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이런 경험과 배움이 언젠가 나의 무기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출처: 이다슬씨 제공
플라잉요가를 하는 이다슬씨. 오른쪽은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

”난 제너럴리스트”


이씨는 현재 직업이 5개지만, 앞으로도 해보고 싶은 것이 많다. 그는 “배우, 드라마 작가, 변호사도 하고 싶고 통번역 대학원도 진학하고 싶다”고 했다.


“남들은 철이 덜 들었다고도 하는데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것이 너무 좋아요. 한 분야에 대한 스페셜리스트보단 여러 분야를 아는 제너럴리스트가 저한테 맞는 것 같아요. 직업이란 걸 너무 무겁거나 길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죠. 60대쯤에는 하는 일이 10개가 넘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지금은 성우로서 부지런히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 제1 목표입니다.”

출처: 이다슬씨 제공
면접 보이스피칭 강의를 하는 모습.

여러가지 일을 하면 힘들지 않을까. 그는 “오히려 아무 일도 안하고 쉬면 몸이 아프다”고 했다. “돈과 명예보다는 도전과 자극, 새로운 것을 배우는 재미를 추구해요. 서울대 나와서 왜 안정적인 직장을 잡지 못하고 그렇게 사느냐는 말도 들었지만, 전 제 방식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가 재밌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끊임없이 노력하는 중이죠. 한 가지 직업, 전공을 강요하는 한국식 문화에 작은 반항이 되고 싶습니다.”


그는 “앞으로 학력, 전공, 기존의 꿈 등 무엇에도 갇히지 않고 부지런히 갈 길을 가겠다”며 “저의 모습을 보고 ‘늦었을까봐, 벅찰까봐, 먹고 살기 힘들까봐’ 고민인 모든 사람들이 도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글 jobsN 김성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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