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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명의 유치원생들이 이런 곳에서..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조회수 2020. 10. 4. 16: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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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섞고, 200kg 멘홀 뚜껑 나르고..회사원이 베트남에서 한 일
LH 나눔봉사단 베트남 파견
유치원 신축·보육원 보수
"봉사 통해 더 많이 나눌 수 있는 기회 생겼으면"

"'노트 한 권이라도 더 사갈 걸' 하는 생각이 들어요."


LH 건설관리처 건설기획부 허태영(36)과장이 아쉬운 듯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오현철(41)차장·윤종현(40)과장·정성애(41)과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11월 5일부터 9일까지 베트남 흥옌성(Hung yen) 내 유치원 신축 현장과 보육원 리모델링 현장에 업무가 아닌 작업을 했다. 이들은 베트남에 파견된 LH 나눔봉사단이다.

출처: LH 제공
(왼쪽부터) 김승한 차장·허태영 과장·오현철 차장·정성애 과장·윤종현 과장

봉사 마일리지 높은 직원 뽑아 해외 파견


LH는 2017년 6월 베트남 흥옌성 정부, 현지 기업 에코파크와 리투엉켓 산업도시 개발 협약을 맺었다. 그 사업의 일환으로 마을 안에 있는 뿌꾸엉(Phu CUNG) 유치원 신축 및 띠엔까우 희망보육원 개보수 작업을 시작했다. 기존 유치원에는 40명의 원아가 교실 1개 화장실 1개뿐인 열악한 환경에서 수업을 들어야 했다. LH는 교실을 2개로 늘리고 화장실은 물론 도서관, 주방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춘 유치원을 새로 지었다. 보육원에는 페인트 칠과, 놀이터에 타일을 새로 설치했다. 또 마을 전체 하수 시설을 설치했다.


나눔 봉사단은 공사의 마무리 작업을 맡았다. 나눔봉사단은 지원자 중 최근 3년간 봉사활동 마일리지가 높은 직원 23명을 선발했다. 봉사 마일리지는 김장, 연탄 나르기, 벽화 그리기 등 평소 회사에서 진행하는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하면서 쌓은 것이다. 재능기부를 할 수 있는 특기를 가진 직원도 우선 선정대상이었다.


모두 봉사에 관심이 있고 평소 사내 봉사활동을 통해 마일리지를 쌓았기 때문에 뽑혔다고 말했다. 허 과장은 대학생 때 해외 봉사를 다녀온 경험이 떠올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여행으로 그냥 다녀온 것과 봉사로 다녀오는 것은 많이 다릅니다. 몸은 힘들더라도 다녀온 후에 더 많은 것이 남더군요. 가서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죠."


윤종현 과장은 봉사와 업무 두 가지 토끼를 잡을 기회였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정책 지원사업, 인도 지원 사업 등을 담당하는데, 이번 베트남 해외봉사가 나중에 인도 지원사업을 기획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봉사를 통해 미리 경험하고 싶었어요."

출처: LH 제공
마을 하수 시설 작업과 페인트 칠 중인 나눔 봉사단

유치원 벽화·화단조성…재능기부


11월 5일 도착 후 첫날과 셋째 날에는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현장에서 일을 했다. 나눔봉사단은 현지 통역팀, 시공팀과 함께 했다. 유치원 벽화 그리기, 화단조성, 배수로 작업, 맨홀 뚜껑 작업 등을 했다. 허 과장은 모든 작업을 기계가 아닌 사람의 노동력으로 했다고 말했다. "70~80년대에 한국 집 짓는 풍경과 비슷했습니다. 모래, 물, 시멘트 가루 등을 삽으로 섞는 작업부터 했어요. 삽도 손잡이가 없이 삽날에 삽자루만 있었죠. 그래도 모두 힘을 합해 기간 안에 배수 작업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제가 삽자루를 몇 번이나 부러뜨려 미안했죠."


오현철 차장은 새로 작업한 도로에 맨홀 뚜껑 깎아서 덮는 일을 했다. 200kg 육박하는 뚜껑을 옮기는 것 역시 모두 사람 몫이었다. 윤종현 과장은 이런 환경에서 일하는 청년들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지금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생소한 방식에 힘들기도 했고 신기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곳 청년들은 작업복도 아닌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아무렇지 않게 일을 하더군요. 안쓰럽기도 하고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일을 하면 부상도 덜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30도에 가까운 습한 여름 날씨에 지칠 법도 했지만 지역 주민들이 차려준 베트남 음식에 힘을 낼 수 있었다. 마을에 귀한 손님이 왔을 때 직접 돼지를 잡는다고 한다. 당시 주민들은 봉사단을 위해 돼지 두마리를 잡아 다양한 요리를 대접했다. 정성애 과장은 "우리 입맛에 맞춰 김치도 준비해주셨는데 우리를 위해 푸짐하게 준비해준 주민분들이 정말 고마웠다"고 말했다.


둘째 날 오전에는 미리 준비해간 도서 500권을 마을 초등학교에 전달했다. 허 과장은 노트 10세트를 사비로 마련해 아이들에게 따로 나눠주기도 했다. 그는 더 준비해가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남았다. 이후 조를 나눠 아이들과 수업을 했다. 한국 사람을 처음 접하는 베트남 아이들을 위해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관련 체험을 진행했다. 제기차기, 전통 문양 그리기, 각시탈 목걸이 만들기 등을 하면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다.


태권도 시간에는 송판에 고치고 싶은 습관을 적어 격파하는 체험을 했다. 오 차장은 “아이들이 이를 악물고 시도해서 끝내 격파에 성공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순수하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출처: LH 제공
(왼쪽부터) 송판 격파, 목걸이 만들기 등을 하면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 나눔 봉사단

사내 동호회에서 키운 실력으로 쌓은 추억


마지막 날에는 현판식과 봉사단에서 준비한 공연을 선보였다. 오현철 차장은 태권도와 오카리나, 윤현종 과장은 대금 공연을 했다. 모두 사내 동호회에서 배운 것이다. LH는 사내 동아리 활동이 활발하다. 대금 동아리 경우 진주시립교향단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LH를 방문해 대금을 가르쳐준다고 한다.


오현철 차장은 태권도 공인 5단으로 학생 때부터 쌓아온 실력으로 전통 무술을 알렸다. 그는 "해외에서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알리고 가르치는 것이 꿈이었는데 회사에서 이룰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정경애 과장은 "이번에는 아이들과 객석에 앉아서 공연을 즐겼지만 다음에는 꼭 동아리에서 특기를 키워 의미 있는 공연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5일 동안 신축 현장 마무리와 개보수작업을 마친 나눔봉사단은 11월 9일 한국으로 귀국했다. 본사 첫 해외 사회공헌 활동을 마친 이들은 기회가 주어지면 다시 가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아이들이 색연필, 노트 등 작은 선물에도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조금이라도 더 챙겨가서 줄 걸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많이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좋겠고 다음에는 아이들과 교류하는 시간이 더 많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LH는 주거환경개선사업 등 전문적인 사회공헌활동과 문화교류 활동을 활발히 하겠다고 밝혔다. 김영욱 LH 총무고객처장은 “해외개발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개발도상국의 소외계층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함께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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