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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kg 허리에 묶고 724km..왜 힘들게 이걸 하냐고요?

조회수 2020. 10. 4. 16: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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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걸어서 남극점까지 가 보려고 합니다
28살에 세계 7대륙 최고봉 올라
내년 겨울 걸어서 남극점 간다
김영미(영원무역·38) 탐험가

세계 7대륙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를 4년 만에 모두 오른 여성이 있다. 아시아의 에베레스트(8848m)·유럽 엘부르즈(5642m)·아프리카 킬리만자로(5895m)·북미 데날리(6195m)·남미 아콩카과(6959m)·남극 빈슨 매시프(4897m)·오세아니아 칼스텐츠(4884m)를 올랐다.


작년 2월에는 영하 25도의 얼어붙은 바이칼 호수를 23일 동안 도보로 종단했다. 90kg의 짐을 실은 썰매를 허리에 줄로 묶어 끌면서 724km를 걸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김영미(영원무역·38) 탐험가다. 자연이 좋아서 대학교를 다닐 때 1년 중 100~150일은 산에서 보냈다. 섬유공예디자인을 전공해 아웃도어 회사의 마케팅팀에서 일한다. 바이칼 호수의 얼음을 형상화한 그래픽을 넣은 후드 티셔츠도 디자인했다. 내년에는 남극으로 떠난다는 김영미씨에게 탐험가의 삶에 대해 물었다.

출처: jobsN
김영미 탐험가. 입고 있는 후드 티셔츠는 직접 디자인했다.

-탐험가의 길에 들어선 계기는.


“고향이 강원도 평창이다. 1996년 고1 때 강릉 앞바다로 무장공비 26명을 태운 북한 잠수함이 침투했다. 그때 출동한 군인이 집 근처에 참호를 팠을 정도로 오지였다. 어렸을 때는 뒷산을 놀이터 삼아 놀았다. 그저 산과 자연이 좋았다. 강릉대학교 산악부에서 본격적으로 아웃도어 활동을 시작했다.


3학년을 마치고 휴학했다. 취업을 준비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장거리 산행을 다녀오고 싶었다. 지리산부터 강원도 진부령까지 690km에 이르는 백두대간을 51일 동안 종주했다. 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그 반대였다. 대학교 4학년 때 처음 원정을 갔다. 정상까지는 못 갔지만 파키스탄의 가셔브룸2(8035m)·브로드피크(8047m) 봉우리를 올랐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탐험을 했다.”


-위험했던 순간은 없었나.


“눈사태를 세 번 정도 맞았다. 첫 번째 원정 때는 몸의 절반이 눈에 파묻혔다. 등반용 도끼인 피켈도 잃어버렸는데 겨우 찾아서 베이스캠프로 돌아왔다. 무서워서 등정을 포기한 적도 있다. 2006년 에베레스트에 갔을 때 정상으로 가는 길목에 ‘세컨드 스텝’이라는 구간이 있다. 그곳에 등반하다가 죽은 사람의 시체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혼자서 그 구간을 지나갈 자신이 없었다. 결국 등정을 포기하고 베이스캠프로 돌아왔다. 고산병도 무섭다. 첫 원정 때는 4000m 지점에서 두통이 왔다. 6500m 지점에서 아침에 죽을 끓이다가 음식 냄새를 맡고 토한 적도 있다.”

출처: 김영미 탐험가 제공
작년 2월 썰매를 끌고 바이칼 호수를 종단했다.

-단독 탐험과 팀 원정 중 무엇을 선호하나.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웃음이 끊이지 않는 원정대’가 좋다. 혼자 떠나면 웃을 일이 없어서 팀으로 가는 원정을 더 좋아한다. 지금까지 26번 정도 원정을 다녀왔다. 그중 혼자 간 게 두 번이다. 물론 혼자도 떠나 봐야 한다. 혼자 있으면 모든 일을 스스로 해야 한다. 탐험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몸에 익힐 수 있다. 파트너의 소중함도 깨달을 수 있다.


남극도 원래 같이 가려고 했던 친구가 있었다. 탐험 시기를 맞추는 사이 그 친구는 결혼하고 출산을 했다. 이제는 함께 떠나기 어려워졌다. 사실 누군가와 함께 원정을 가려면 열정 수준·등반 실력·체력 등 많은 부분이 비슷해야 한다. 현지에서 상대방의 컨디션도 고려해야 하고 신경쓸 것도 많다. 그럼에도 나는 함께 가는 게 좋다.”


-남극에 가려 한다고.


“처음 남극점에 가야겠다고 생각한 게 2004년이다. 그해 남극 최고봉 빈슨 매시프(4897m)를 7대륙 최고봉 중 처음으로 올랐다.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창밖으로 수평선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것을 봤다. 그때 '남극점까지 걸어서 가보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출처: 김영미 탐험가 제공
2008년 5월 에베레스트 정상(8848m)에 올랐다.

-남극 탐험은 어떤 식으로 할 건가.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칠레 남부 푼타아레나스에서 '일루션'이라는 러시아제 수송기를 타고 남극 유니온 빙하 캠프에 간다. 경비행기로 갈아타 위도 80도 부근인 '허큘레스 인렛'에 내려 걷기 시작한다. 중간에 물자 보급을 받지 않고 썰매에 100~110kg의 짐을 싣고 남극점까지 1150km를 걸을 예정이다. 탐사 기간은 50일 안쪽으로 생각하고 있다.


2004년 남극에서 10일 동안 머무르는 데 3만5000달러(한화 약 4000만원)가 들었다. 내년 탐사는 ALE라는 미국의 남극탐사 지원회사를 통해 갈 생각이다. 탐사 기간 동안 헬기만 4번 타야 한다. 헬기 조종사의 임금부터 기름값 등 일체를 부담해야 한다. 탐사 비용 중 운송비가 대부분이다. 구체적인 비용이나 일정 등을 조율하고 있다. 내년 11월에 떠나는 게 목표다. 지금은 바이칼 호수와 7대륙 최고봉을 다녀온 경험을 책으로 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탐험 비용은 어떻게 마련하나.


“7대륙 최고봉을 등정할 때는 고(故) 박영석 대장님이 많이 도와주셨다. 탐험가의 DNA를 물려줘야겠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나 스스로도 ‘박영석 장학생’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박 대장님은 여러 회사에서 후원을 받았다. 그중 일부를 후배에게 아낌없이 지원해주셨다.


20대 때는 등산 잡지에 삽화를 그리거나 글을 써서 생계를 유지했다. 돈은 못 벌었지만 삶의 만족도는 높았다. 2014년 영원무역에 입사했다. 바이칼 호수 탐험은 회사의 후원을 받아 다녀왔다. 의미 있는 일이라며 개인적으로 후원해주는 분도 있다. 직접 후원자를 찾을 때도 있다.”

출처: 김영미 탐험가 제공
바이칼 종주 때 가져갔던 짐은 90kg에 달했다.

-훈련 과정은.


“아침에 1시간가량 실내용 자전거를 탄다. 보통 1시간을 타면 45km 정도 달릴 수 있다. 또 아차산이 집과 가까워 평일 중 2~3일은 간다. 집에서 아차산까지 왕복 10~11km 정도다. 7km에 달하는 산길에서는 가볍게 달린다. 헬스장에서 PT를 받을 때도 있고, 겨울에는 산악 스키를 탄다. 한 달에 2박3일씩 두 번 정도 설악산 등 강원도 산에 주로 다녀온다. 암벽등반도 한다.”


-남자가 많은 산악계에서 힘들었던 적은 없나.


”내가 속해 있던 원정대에서는 성별이 아니라 직책에 따라 책임이 주어졌다. 여자나 후배라고 해서 일을 덜 하거나 봐주지 않았다. 보통 행정을 맡았다. 돈 관리를 하고 식량·장비 구입 등 탐사에 필요한 거의 모든 일을 했다.


팀에서 항상 막내였는데, 산행 도중 무리에서 뒤처질 때도 있었다. 남보다 경험이 적고 선배만큼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자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몸은 정직하기 때문에 노력한 만큼 반응한다. 그래서 더 많이 운동했고, 산악스키대회도 자주 나갔다.”

출처: 김영미 탐험가 제공
원정대원들과 함께. 왼쪽 세 번째가 고(故) 박영석 대장이다.

-탐험가를 향한 대중의 못마땅한 시선도 있다.


“탐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다고 본다. 사회가 각박해진 탓도 있다. 탐험가는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평생 이루고자 하는 가치를 발견하려고 위험을 무릅쓴다. 그림 그리는 일처럼 창조적인 활동을 비생산적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탐험도 단순히 개인의 욕심이나 명예를 위해서만 하는 것은 아니다. 탐험가와 대중의 눈높이가 같아져야 한다고 본다.”


-탐험은 언제까지 할 생각인가.


“더 이상 설레지 않을 때까지 탐험을 떠나고 싶다. 원정을 갈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탐사지에 대한 호기심이다. 이성적인 이유보다는 감성적인 설렘이 있어야 한다. 목적지를 떠올릴 때 떨리지 않으면 가고 싶은 생각이 있어도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글 jobsN 송영조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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