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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간 이케아 매장, 그곳에서 충격받고 결심했죠"

조회수 2020. 10. 4. 16: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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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예쁜 집에 살아야 한다'는 생각 실천으로 옮긴 이 사람
‘오늘의집’ 만든 버킷플레이스 이승재 대표
비전문가가 꾸민 인테리어 사진 공유 장으로
“인테리어의 모든 것 제공하는 플랫폼 희망”

‘우리나라에 이런 집이 있었다니⋯’


2012년 어느 날 우연히 지인의 집에 들른 공대생은 현관문을 열자마자 감탄사를 내질렀다. 책장을 가득 채운 벽면, 각종 와인과 맥주병이 늘어져 있는 바, 현관 밖이 제자리라고 생각해 온 자전거가 거실 한 쪽에 떡하니 놓여 있었다. 토끼 눈을 하고 대체 어느 인테리어 업체에 맡겼냐고 묻자 “내가 한 건데요”라는 집 주인의 쿨한 답변이 돌아왔다.


비전문가가 이런 솜씨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조차 못 한 학생은 그날부로 마음의 결심을 한다. ‘누구나 예쁜 공간에 살 수 있게 만들어 보겠다’고. 청년은 ‘버킷플레이스’라는 스타트업을 차린 이승재(31) 대표다. 죽기 전까지 꼭 해보고 싶은 일의 목록인 버킷리스트와 공간이란 뜻의 플레이스를 합해 사명을 지었다. 꿈 꿔온 공간을 만들어보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버킷플레이스는 인테리어 정보 공유 플랫폼인 ‘오늘의집’을 운영하고 있다.

출처: 버킷플레이스 제공
이승재 버킷플레이스 대표.

일반인이 꾸민 집·홍콩 이케아 매장 보고 결심


이 대표가 인테리어 업종에 뛰어들기까지 몇 번의 인상적인 계기들이 있었다. 홍콩에서 난생처음 이케아 매장에 들렀던 날이다. 당시 이 대표는 버킷플레이스를 차리기 전 이큐브랩이라는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었다.


“2012년으로 기억해요. 홍콩에서 이케아 매장이란 곳을 처음 가봤어요. 값비싼 가구도 아닌데 이렇게 예쁜 방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 가구점에 가면 한 층에 여러 대의 침대가, 또 다른 층에는 소파가 쫙 깔려있는 형태였잖아요. 가구들을 매칭해서 콘셉트를 만들고 판매한다는 발상이 신선했어요.


그때 강렬한 자극을 받은 것이 훗날 제게 충격을 안긴 지인의 집에서 절정에 다다랐어요. 평소에도 잘 꾸민 카페를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했어요. 꼭 카페나 전문가가 꾸민 공간이 아닌 내 집도 멋진 곳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아요.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죠.” 

'오늘의집' 앱 화면 캡처

지인의 멋진 집을 보고 홀딱 반한 이 대표는 곧바로 사업 아이디어 구상에 들어갔다.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학생 신분으로 스타트업에 다니고 있던 그는 2014년 독립했다. 나와서 혼자 몸으로 ‘오늘의집’이라는 앱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를 창업했다. 콘셉트는 명확했다. 비전문가도 어렵지 않게 집을 꾸밀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자는 것.


“누구나 자기가 살고 싶은 집이나 공간에 대한 바람이 있어요. 그런데 실현하기가 쉽지 않죠.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거나 돈이 부족하면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오늘의 집’에는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집을 어떻게 꾸미는지, 어떤 모습인지 보여주는 사진들로 채워져 있어요.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해볼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죠. 우리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부분들을 하나씩 풀어준다는 콘셉트를 추구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집을 만들어가는데 도움을 주는 인테리어 레시피 같은 역할을 하고 싶어요.”  

출처: 버킷플레이스 제공
동료들과 함께 한 이승재(가운데) 버킷플레이스 대표.

비전문가가 작업한 인테리어 사진 공유로 진입장벽 낮춰


‘오늘의집’은 랜선 집들이 전용 SNS라고 할 만하다. 누구나 개성 있게 꾸민 공간들을 찍은 사진과 글을 올리고 댓글을 달 수 있다. 글을 올린 사람이 인테리어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도 있다. 제품 사진을 클릭하면 구매할 수 있는 섹션으로 넘어간다. 단순해 보이지만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나온 산물이다.


“처음에는 전문가들이 한 인테리어 사진 위주로 앱을 꾸몄어요. 아무래도 사람들은 전문가들이 한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지 않을까 생각했죠. 예상과 달리 이용자들의 흥미를 끌지 못했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봤더니 대다수 사람들은 여력이 안되면 인테리어를 아예 포기해버리더군요. 전문 업체에 의뢰하자니 비용이 많이 들고 혼자 하자니 자신이 없다는 이유가 가장 컸어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현실적인 정보를 제공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에게 나와 비슷한 사람이 살고 있는 장소, 그들이 꾸민 집을 보여주기로 했어요. 패션모델이 옷을 입으면 이질적으로 느껴지지만 나와 비슷한 사람이 옷을 입고 리뷰를 쓰면 관심이 가잖아요. 인테리어는 누가 가르쳐주거나 무작정 따라 할 수도 없는 것이라 현실감 있는 정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 대표는 ‘오늘의집’을 철저히 이용자 관점에서 만들려고 노력했다. 예컨대 다른 사람이 배치한 가구를 구매하고 싶은 이용자가 해당 제품을 클릭하면 제품 판매 사이트로 넘어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용자들이 실제 제품을 갖고 인테리어 한 사진을 보여준다. 이용자들의 ‘칭찬’을 가장 많이 받는 대목이라고 한다. 

출처: 버킷플레이스 제공
'오늘의집'에 올라온 이용자들이 직접 꾸민 공간들.

“통상 인테리어를 한다고 하면 독립, 취업, 결혼, 출산과 같은 이벤트가 생겼을 때죠. 집을 구하는 시점부터 시작해 세 달 정도 기간이 주어지는데요. 큰돈을 써야 하는 상황이 오면 일단 마음이 급해지죠. ‘오늘의 집’은 내 취향이 뭔지 찾아내는 작업부터 도배지와 장판, 가구, 소품을 고르는 작업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돕는 원스토어 인테리어 플랫폼을 추구합니다.”


취향 찾기부터 소품까지 한 번에 해결해주고 싶어


사업은 이 대표 혼자 시작했지만 현재 직원 60여 명이 함께 하고 있다. ‘오늘의집’은 11월 현재 월 거래금액이 90억원대로 가입자 수는 270만 명을 넘어섰다. 한달 평균 250만명이 찾는다. 매쉬업엔젤스,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IMM인베스트먼트, 스프링캠프, 미래에셋벤처투자를 비롯 최근 네이버까지 합해 총 111억원을 투자받았다. 투자금으로 전문가 인테리어 섹션을 보강할 계획이다.


“일반인이 올린 데이터에 비해 전문가들이 올린 콘텐츠 양이 아직 많지 않습니다. 내년에는 전문가 섹션을 강화할 계획이에요. 인테리어 업계와 소비자 사이에 신뢰를 쌓는 일도 하고 싶어요. 전문가가 진행하는 인테리어 비용에 거품이 끼어있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도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그 이상의 가치 있는 일을 하시는 분들도 많거든요.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는 업체들은 문제점이 뭔지 파악해서 지원도 열심히 해드리고 싶고요.”


이 대표에게 손쉬운 인테리어 팁을 물었다. “이불, 조명, 커튼 이 세 가지만 바꿔도 인테리어의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어요. 조명처럼 큰돈 들이지 않고 바꿀 수 있는 소품들도 많아요. ‘오늘의집’ 이용자 중에서는 가구나 소품을 사서 집을 꾸밀 생각에 월급날이 기다려진다는 분들이 계세요. 어렵게 생각했던 인테리어에 대해 눈을 뜨게 됐다는 분들도 많고요. 오늘의집을 통해 세상의 공간이 하나하나 바뀌어 나가고 그 과정에서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무척 즐겁습니다.”


글 jobsN 김지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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