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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앞 크리스마스 트리, 바로 제가 만들었습니다

조회수 2020. 10. 4. 16: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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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크리스마스 트리, 어떻게 만드냐면요
현대백화점 유혜영 디자이너 인터뷰
인테리어 디자인 전공으로 뉴욕 활동
DKNY·하나은행 디자인 매뉴얼 제작도

11월 21일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백화점 입구에 우뚝 선 대형 트리를 유심히 살펴보는 사람이 있다. 트리에 붙은 잎사귀 하나 하나를 살펴보는 것은 물론, 주변에 세운 화분에 붙어 눈을 형상화한 하얀 가루도 살펴봤다. 현대백화점 디자이너 유혜영(37)씨다.


유씨는 현대백화점 디자인팀에서 VMD(Visual Merchandising) 파트장을 맡고 있다. 올해로 디자이너 11년차. 그는 가정의 달이나 크리스마스, 여름시즌 등 주요 대목을 앞두고 백화점을 꾸미는 일을 총괄하고 있다.


유 파트장을 만나 백화점 디자이너의 삶과 일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서울 구정고와 한양대 실내환경디자인학과, 미국 로드아일랜드스쿨오브디자인 인테리어아키텍쳐 석사(MIA)과정을 졸업했다. (괄호 안은 편집자 주)


연간 5차례 대형 리뉴얼…“트리 공장 감리도 나가”


- 당신은 누구인가.


“나는 VMD다. 쉽게 말하면 백화점 매장에서 주요 시즌별로 비주얼로 구현되는 장식을 총괄한다.” (현대백화점에는 디자이너 직군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유씨처럼 오프라인 디자인을 담당하는 VMD, 다른 하나는 광고 이미지 등을 만드는 그래픽팀이다. 현대백화점에는 본사와 각 점포별 인원을 합해 약 50명의 디자이너가 있다.)


- 트리도 만드는가.


“트리를 포함해 시즌에 맞춰서 백화점 매장을 포장하는 장식 전체가 내 담당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고객 동선에 맞춰서 휴게공간이나 매장 곳곳에 설치된 시즌별 연출물을 담당한다.”


- 트리 제작 과정에 대해 말해달라.


“일단은 8월부터 논의를 시작한다. 콘셉트 논의를 한 달 정도 한다. 해외사례도 벤치마크하고, 제작 회사 입찰도 한다. 9월초에 최종 콘셉트 등 계획을 확정하면 제작에 들어간다. 트리 만드는 공장에 감리요원으로 우리 디자이너 1명을 상주시킨다. 그리고 부품 제작이 끝나면 설치할 때에도 현장에 나를 포함한 디자이너들이 보면서 위치를 잡는다.”


- 크리스마스 같은 대형 행사가 1년에 몇 번인가.


“봄이 시작하는 3월, 가정의 달 5월, 여름이 시작하는 7월, 가을이 시작하는 9월, 크리스마스를 앞둔 11월 등 5번이 주요 행사다. 백화점 전체를 꾸미는 시즌 콘셉트 리뉴얼이 있다.”


- 설이나 추석은 대형 시즌이 아닌가.


“그 때는 식품관 위주로 꾸민다. 연출물 제작보다는 그래픽 위주로 한다.”

출처: jobsN
21일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에서 만난 유혜영 디자이너. 이 트리는 유씨가 제작 전문업체 '디자인알레'와 협업했다.

- 트리 디자인이 다소 딱딱해 보이는데.


“스마일리라는 캐릭터와 협업해 ‘눈 내리는 마을’을 형상화했다. 연말을 맞아 고객에게 행복을 전달한다는 콘셉트다. 물론 파격적인 소재도 고민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 어떤 고민을 했나.


“파티 분위기의 ‘디스코 크리스마스’, 더운 나라를 모티브로 한 ‘여름 크리스마스’ 등을 검토했다. 하지만 백화점의 럭셔리 이미지와 충돌한다는 지적이 있어 파격적인 디자인을 채택하지 못했다. 다 아까운 우리 팀 아이디어들이다.”


- 첨단 기술은 안 쓰나.


“가끔 쓴다. 기부함을 만들어 두고 고객이 돈을 기부할 때마다 트리가 반짝인다던가, 건물벽면을 화면처럼 쓰는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 기법을 활용한 적도 있다.”


- 트리 하나 만드는데 돈은 얼마나 드나.


“그건 알려주기 어렵다.”(현대백화점 홍보실에 별도로 문의한 결과, ‘매출 부서가 아닌 비용을 지출하는 부서고, 금액이 알려질 경우 타 백화점과의 경쟁에 애로사항이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 뉴욕서 취업 “닥치는대로 메일 뿌렸죠”


- 디자이너를 꿈꾸게 된 이유는.


“아버지가 건축 일을 하셔서 관련 업종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좋아 보이는 것’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디자인 전공을 꿈꿨고, 그 중에서도 상업공간 인테리어를 전공하게 됐다.”


- 미국 유학은 왜 갔나.


“학부 때는 디자인 전공이지만 수능 100%로 입학하는 학과를 다녔다. 미대적 감성을 더 키워보고 싶었고, 세계 인테리어 디자인의 메카인 뉴욕에서 경쟁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유학을 결심했다.”


- 졸업 후 현지에서 취업을 했는데.


“2008년 미국의 인테리어 설계회사에 취업했다. 거기서 미국 패션회사 DKNY의 매장 인테리어 매뉴얼을 만들었다. 쉽게 말하면 전세계 매장에서 이걸 보고 인테리어 표준을 삼으라는 책이다. 2년 정도 다니고 한국에 와서 다시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에 3년간 다녔다. 거기서는 하나은행과 통합 KEB 하나은행의 매장 인테리어 매뉴얼을 만들었다.”


- 미국 취업은 어렵지 않았나.


“매우 어려웠다. (웃음) 그 때 미국에서는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금융위기가 왔다. 그래서 미국인에게도 취업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뉴욕에 있는 인테리어 설계 사무소에 이메일을 보내고 또 발품을 팔았다. 그러던 중 육아휴직자 대체자를 뽑는 공고가 나서 취업을 했다가 정직원이 됐다.”


- 백화점에 입사하게 된 계기는.


“사실 내가 대학원에서 전공한 인테리어 디자인과 현재 하고 있는 VMD는 엄밀하게는 사뭇 다른 직업이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같은 디자이너지만. 그래서 좀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주로 패션업체 매장 디자인을 다뤄왔는데, 패션의 집합소가 백화점 아닌가. 그래서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오픈 때 휴게공간 디자인도 맡아


- 하루 일과는 어떻나.


“오전 8시30분에 출근한다. 주로 팀원들이 만든 디자인 시안을 컨펌하거나 수정 지시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 외에 매장 내 안내판, 입간판 등도 디자인하고 있다. 각 백화점 점포별로 VMD 디자이너들이 만든 조형물이나 홍보물, 장식 등에 대해 백화점 전체의 시즌 콘셉트와 맞는지 확인 및 검수도 한다. 대형 시즌을 앞두고는 준비에 올인한다.”

출처: 현대백화점 홈페이지
유혜영 파트장이 연출한 현대백화점 판교점 유아휴게실.

- 당신의 대표작은.


“현대백화점 판교점 오픈이다. 아예 허허벌판에 백화점을 새로 짓는 일이라 힘들지만 재밌었다. 그 때 나는 유아휴게실, VIP 라운지, 화장실, 시즌별 연출공간 등 주요 고객 휴게공간을 연출했다.”


- 해외 백화점의 VMD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단연 세계 백화점 VMD 시장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프랑스 ‘봉마르셰 백화점’이다. 백화점이 하나의 미술관 같다. 새로운 시도도 많이 한다. 그 외에 아시아권에서는 홍콩의 레인크로퍼드 백화점이 인상 깊었다. 여기도 실험적 시도가 많다.”


- 향후 포부는.


“본래 내 전문 분야는 ‘브랜딩 및 디자인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그동안 업의 특성상 매뉴얼보다는 디자이너 개개인의 감과 협업에 의존해 VMD를 꾸려왔다. 이를 매뉴얼화해 교과서 같은 체계를 세우고 싶은 것이 목표다.”


글 jobsN 이현택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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