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우승하고, 동메달 땄는데..왜 후원기업은 '쪽박'?

조회수 2020. 10. 4. 16: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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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되면 투자 대비 20배, 안 되면 쪽박. 스포츠 스폰서십 성적표 살펴보니
넥센타이어 프로야구 히어로즈로 대박
스폰서 비용 수백억이지만 광고 효과는 수천억원
해외 진출하며 현지 인기 스포츠에 전략 투자키도

“넥센히어로즈와 함께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서로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승리를 향해 함께 뛰고 함께 웃으며, 동반 성장이라는 시너지 효과를 이루어 낼 수 있었습니다.”


넥센타이어가 지난 11월 14일 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는 이렇게 시작한다. 임직원 명의로 낸 이 자료의 제목은 ‘히어로즈의 메인 스폰서를 마치며’다. 넥센타이어는 “(스포츠마케팅을 통해) 프로야구 10개 구단의 안정적인 운영과 발전에 기여하며 야구 팬들과 국민들로부터 친숙한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했다.


넥센타이어는 2010년 프로야구 히어로즈 구단 메인 스폰서를 맡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타이어·금호타이어에 밀려 존재감이 적었다. 하지만 히어로즈가 좋은 성적을 내며 흥행을 거듭하자 기업 이미지는 급상승했다. 넥센타이어 임직원들이 이러한 감사 입장을 내는 것도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출처: 넥센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올 10월 19일 넥센히어로즈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모습.

하지만 넥센타이어는 이장석 히어로즈 전 대표가 사기 및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되며 구단 이미지가 훼손된 것을 계기로 히어로즈와 작별했다. 새 메인 스폰서엔 키움증권이 2023년까지 5년간 500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스포츠와 기업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기업들은 구단을 운영하거나 특정 팀과 선수를 후원(스폰서십)하며 브랜드를 홍보한다. 선수나 팀의 성적은 후원 기업의 평판과 직결된다. 이 때문에 스포츠 스폰서십을 ‘잘 되면 로또, 안 되면 쪽박’이라고 한다. 기업들의 스폰서십 마케팅 성적표는 어떤지 살펴봤다.

출처: jobsN·넥센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왼쪽은 넥센타이어가 낸 히어로즈 관련 입장문. 오른쪽 사진은 2014년 11월 넥센히어로즈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삼성라이온즈와 1차전을 하는 모습.

첼시 유니폼 가슴팍 로고는 4000만파운드, 팔뚝은 1000만파운드


스포츠 스폰서십의 종류는 다양하다. 히어로즈처럼 구단 이름에 기업명을 넣는 네이밍 스폰서십, 선수들이 입는 유니폼에 기업 로고를 넣는 스폰서십, K리그 등 시즌 전체를 후원하는 스폰서십, 올스타전 등 특정 경기만 후원하는 스폰서십 등이 있다. 투자 대비 효과만 확실하다면 기업들은 후원하는 스포츠 종목을 가리지 않는다.


스폰서 금액은 천차만별이다. 유니폼에 기업 로고를 넣는 스폰서십의 경우 로고가 들어가는 위치와 크기에 따라 계약 금액이 다르다. 영국 축구 프리미어리그 첼시 유니폼 가슴팍엔 요코하마 타이어 로고가 들어가 있다. 요코하마 타이어는 이를 위해 1년에 4000만파운드(약 580억원)을 쓴다. 반면 현대차는 지난 6월 첼시와 유니폼 소매 로고 스폰서십을 맺었는데 그 금액은 가슴팍 로고 스폰서십의 4분의 1인 연간 1000만파운드(145억원)로 알려졌다.

출처: 현대차 제공
팔뚝에 현대차 로고가 박힌 유니폼을 입은 첼시 FC 선수들. 왼쪽부터 다비드 루이스 (David Luiz), 올리비에 지루(Oliver Giroud), 티에무에 바카요코 (Tiemoue Bakayoko).

기업들은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인기 스포츠를 전략적으로 후원하는 경우가 많다. 현대차는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첼시 외에도 스페인 라 리가 명문 클럽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스폰서십을 맺었다. 쌍용자동차는 동유럽 공략을 위해 폴란드 인기 스포츠인 여자 배구 1부 리그 팀을 후원했다. 또 영국 여자축구 리그에서 뛰는 지소연 선수를 후원 중이다. 동부대우전자는 프랑스 국민 스포츠인 핸드볼 경기 올스타전 ‘핸드 스타 게임 2018’ 메인 스폰서를 3회 연속 진행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스포츠 스폰서십은 1년에 수백억원이 들지만 소비자에게 광고 느낌을 주지 않으면서 브랜드와 제품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출처: 쌍용차 제공
쌍용자동차 폴란드대리점이 후원하는 폴란드 여자 배구 1부 리그 MKS 동브로바구르니차 선수가 쌍용차 티볼리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MKS 동브로바구르니차의 경기 모습. 경기장 안에 쌍용차 광고판이 보인다.

잘 되면 투자대비 20배 효과


스폰서십은 잘만 되면 대박이다. 넥센타이어는 히어로즈 야구단에 2010년부터 9년간 약 600억원의 메인 스폰서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이를 통해 거둔 마케팅 효과는 수천억원이다. 업계에서는 넥센히어로즈가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2014년 한 해에만 넥센타이어가 1000억원 이상의 마케팅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본다. 2014년 한 해 스폰서 비용이 5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20배 효과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KEB하나은행은 2017년부터 4년간 총 140억원 규모(연간 35억원)의 프로축구 K리그 타이틀 스폰서십을 맺었다. 효과는 엄청났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미디어분석 업체 더폴스타에 의뢰해 2017년 K리그 1·2부 리그 브랜드 노출효과를 산출했는데, KEB하나은행의 노출 효과는 639억1473만원이었다. 투자금액(2017년 스폰서비 35억원) 대비 18배에 달한다. 2005년부터 10년간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를 후원한 삼성전자는 매년 300억원 수준을 스폰서비로 지원했는데 그 효과는 수천억원 이상이며 삼성을 세계적 브랜드로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선수를 후원해 대박을 터트린 곳도 있다. KB금융은 2006년 당시에는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김연아 선수를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이후 김연아 선수가 세계 최정상으로 성장하자 스폰서십 효과는 수직 상승했다. 김 선수가 금메달을 거머쥔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 때 KB금융이 내놓은 기간한정제 ‘피겨Queen연아사랑적금’은 1조3000억원어치가 신규 개설됐다. 일반 적금 상품 가입 규모가 3500억원임을 감안하면 평소의 4배 가량 팔렸다.

출처: K리그 공식 홈페이지·인터넷 캡처
KEB하나은행이 K리그 타이틀 스폰서 조인식을 갖는 모습. 오른쪽은 2010년 당시 김연아 선수가 KB금융이 내놓은 '피겨퀸 연아사랑적금'을 홍보하는 모습.

구설수에 함께 휘말리며 쪽박차는 경우도


반면 스폰서십을 맺은 팀의 성적이 시원치 못하거나 소속 선수가 물의를 빚으면 스폰서십은 안하느니 못한 경우가 많다. 적정 선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통해 브랜드 노출을 과도하게 노리면 소비자들은 당장에 상업적 목적으로 판단하고 부정적으로 돌아선다.


올해 열린 러시아 월드컵에서 세계 랭킹 1위인 독일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하자, 독일팀을 후원하던 아디다스와 벤츠 등은 타격을 받았다. 아디다스는 독일팀 유니폼 등 축구용품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었고, 벤츠는 TV광고, 옥외광고, 각종 세일즈 활동 등을 계획했다. 하지만 독일팀 성적이 부진하자 계획은 모두 물거품됐고 회사 주가도 1~2% 가량 하락했다.

출처: 네파 광고·조선DB
김보름 선수가 출연한 네파 광고(왼쪽). 김보름 선수는 올 초 평창 동계올림픽 팀추월전에서 물의를 빚었다(오른쪽). 이후 네파는 김 선수와의 후원 계약을 즉시 중단했다.

올 초 열렸던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스폰서십 실패 사례가 나왔다. 의류 브랜드 네파는 후원하던 김보름 선수가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전 관련 논란에 휩싸이자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네파는 김보름 선수와의 후원 계약 종료일을 8일 앞두고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서둘러 발표했다.


삼성물산 골프브랜드였던 ‘아스트라’도 스폰서십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한 경우다. 1998년 아스트라가 후원하던 박세리 선수는 LPGA 챔피언십에 우승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아스트라가 대박이 날 것이라고 봤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변변치 못했다. 현재 아스트라라는 브랜드는 없어졌다. 한 마케팅 전문가는 “박세리 선수 우승으로 아스트라가 미국에서 인지도를 높였지만 글로벌 제약회사인 아스트라제네카와 혼동된다는 점, 미국 내 유통망이 덜 갖춰진 상태에서 인지도만 높아져 정작 상품은 살 수 없다는 점 등으로 인해 효과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출처: 조선DB
1998년 박세리가 입고 US오픈대회에 출전한 골프웨어 브랜드 '아스트라' 서울 명동점에서 박세리의 우승을 기념하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홍보를 하고 있다.

글 jobsN 김성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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