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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때 시작한 드럼…그렇게 ‘밀당’하는 일을 업으로 삼게 됐죠

비트메이커 SOWALL, 음악을 스케치북 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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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뮤지션·드러머·비트메이커
음악으로 삶을 기록해나가는 SOWALL

“Drop the Beat!”


유명 힙합 프로그램에서 래퍼들이 랩을 시작하기 전에 항상 외치는 말이다. 랩을 하기 위한 리듬과 박자 즉 ‘비트(beat)’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비트가 힙합에서만 쓰이는 개념은 아니다. 재즈·국악·일렉트로 음악에서도 비트는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비트와 밀당을 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이 있다.

SOWALL 인스타그램 캡처

SOWALL(32)은 음악으로 인생을 기록한다. 앨범을 발매하거나 손가락으로 드럼패드를 연주하는 핑거드러밍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그 순간을 남긴다. 영상을 올릴 때마다 혼잣말을 한다. “혼자서만 보기엔 아까운 거 같아.”


영상마다 조회수는 제각각이다. 적게는 3000명 많게는 4만명 정도가 클릭했다. 노트북 정도의 크기에 드럼 소리를 내는 전자 악기를 다루는 영상, 핑거드러밍 퍼모먼스가 가장 인기다. SOWALL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스스로를 알리면서 매니아층을 넓혀가고 있다.

유튜브 채널 '소월 SOWALL' 캡처

시작은 ‘재즈 드러머’ 지금은 ‘비트메이커’


재즈 뮤지션이자 드러머이자 작사가인 SOWALL은 작년부터 스스로를 ‘비트메이커’라고 한다. 하는 일은 ‘프로듀서’와 비슷하다.


“음악을 만들지만 ‘자기만의 스타일로 표현하고 연주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만든 말이다. 드러머에서 출발하기도 했고, 음악 작업을 할 때 항상 비트를 기점으로 만들기 때문에 그런 이름을 붙여봤다.”


-언제 음악을 처음 시작했나.


“고3때 드럼을 처음 시작했다.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다. 하지만 늦게 시작한 만큼 1년 동안 입시에만 매진해 동덕여대 실용음악과에 입학했다.”


SOWALL은 2010년부터 2년 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앨범을 하나씩 만들었다. 재즈 드럼 정규 앨범으로 지금까지 세 장을 냈다. 작년부터는 ‘비트메이커’로서 싱글 세 장, EP 한 장을 발매했다. 비트메이커 SOWALL은 비트메이킹·작사·작곡·믹스 등 프로듀싱 전반을 도맡았다.

SOWALL '사랑이 뭔지 종일 생각해' 뮤직비디오 캡처

-음악 말고는 어떤 취미가 있나.


“시집을 읽거나 영화를 본다. 시는 읽는 것도 쓰는 것도 좋아한다. 하루에 단어 하나라도 써서 남기려는 버릇이 있다. 영화는 한국영화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우리나라만의 정서·공감코드 같은 것들을 중요하게 보는 편이다. 특별하지 않은 부분에서 나오는 배우의 표정·날씨·소품 같은 것들에서 영감을 받기도 한다.”


일기를 쓰듯 음악 작업을 이어가고파


-다소 매니악한 음악을 하면 돈 버는게 힘들지 않나.


“페이는 공연의 규모나 특성에 따라 다르다. 큰 수익이 나는 공연은 한달에 한두번, 기본급의 페이를 받는 공연은 한달에 서너번 정도 서는 것 같다. 작곡과 작사에 관련한 저작권 수입도 있다.”


-'인디음악을 하면 가난해진다' 또는 '가난해야 예술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는 공감한다. 자기 스스로를 바라봐야 할 때 풍족한 상태보다는 조금 절실한 상황이 음악하는 데 더 좋을 때가 있다. 그렇지만 뭐든 사람에 따라 다른 것 아니겠나. 좋든 나쁘든 환경에 꼭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SOWALL 인스타그램 캡처

-본인의 장점으로 ‘성실함’을 꼽았다.


“많은 사람들이 예술하는 사람은 충동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나가는 건 초등학생때부터 몸에 배였다. 주변에 음악하는 친구들 중에 나같은 사람은 한 번도 못봤다.


요새 들어 ‘일탈’이 더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탈하는 음악도 해보고 싶다. 당분간은 쉬면서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 고민해보려고 한다. ”


-음악을 계속하게 하는 원동력은.


“유명하건 아니건, 미술이건 음악이건 모든 예술가들은 ‘그냥 매일’ 작품활동을 하는 사람이다. 특정 공연이나 시즌을 대비해 음악을 만들거나 그림을 그리진 않는다. 그냥 매일매일 하는거다.


그렇게 만들어낸 결과물이 별로일 때도, 좋을 때도 있다. 다만 모든 작품에는 그 당시의 모습이 들어가 있다. ‘그 때 누구를 만났고, 어떤 가치관을 가졌고, 어떤 음악을 하고 싶었고’가 음악에 다 드러난다. 그런 의미에서 음악은 삶을 기록하는 훌륭한 도구이기도 하다.”

유튜브 채널 '소월 SOWALL' 캡처

유튜브 채널 ‘소월 SOWALL’은 2012년에 첫 방송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낸 음악의 뮤직비디오나 핑거드러밍 퍼포먼스, 핑거드러밍 노하우를 전수하는 영상을 볼 수 있다. 이 영상으로 해외 팬이 생기기도 했다. 현재 구독자는 3000여명 정도다. 유튜브 채널을 만든 이유를 묻자 “수익 창출은 절대 아니다”라는 말이 가장 먼저 나왔다.


“혼자 보기는 아깝고 ‘어디 남겨두면 좋겠다’ 싶어서 만들었다. 음악 기록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한마디로 스케치북이다. 핑거드러밍이나 퍼포먼스를 영상으로 남겨두었다가 나중에 다시 펼쳐보기도 한다.


요즘은 영상을 자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사실 유튜버가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일이다. 촬영 장소 섭외, 영상 편집, 구독자 댓글 관리 등등 아주 정신이 없다. 유튜브는 나중에 재미있는 콘텐츠로 또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다.”


영국의 웹 매거진 ‘FACT Mag’는 작년 6월 SOWALL의 핑거드러밍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며 ‘한국의 비트메이커’라고 소개했다. 이 영상은 약 23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유튜브 채널 'FACT Mag'가 SOWALL을 소개하는 영상 캡처

-댓글을 찾아보는 편인지.


“잘 보는 편이다. 유튜브는 알림이 뜰 때마다 본다. 다른 영상물이나 노래 가사에 대한 댓글을 보면 ‘난해하다’ ‘무슨 얘긴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있다. 그런 댓글 읽어보는 게 꽤 재미있다.


20대 초반엔 그런 반응을 보고 화가 나서 잠이 안오던 때도 있었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정도로 받아들인다. 오히려 그런 의견을 앞으로 반영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나름의 분석도 내놨다. 굳이 자신의 음악을 찾아 듣고선 악플을 다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나중에라도 이 음악을 다시 들어볼 확률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사람의 마음을 꼭 돌려야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저 계속해서 자신의 길을 갈 뿐이다.”


-비트음악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어떤가.


“비트는 반복적이지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서사적이다. 비트를 만들 때 이야기를 써내려간다는 느낌, 그림을 그린다는 느낌으로 작업한다.


사람들이 들었을 때 ‘내가 의도한 주제’와 다른 방향으로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상관 없다. 그림을 그린다는 자체가 중요하다. 음악을 통해 사람들이 어떠한 생각을 펼쳐나간다는 것이 신기하다. 나와 주제는 다를 수 있지만 그 사람의 감성이나 옛 일을 꺼내올 수 있었다는 반응이 가장 감사하다.”

SOWALL 인스타그램 캡처

계획했던 해외진출까지


SOWALL은 올해 에이블턴 룹(Ableton Loop)에 호스트 자격으로 참여한다. 에이블턴 룹은 ‘뮤지션을 위한 정상회담’이라고 하는 세계 뮤지션의 음악캠프다. 올해는 11월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전세계의 뮤지션들이 LA로 모인다. 토론·공연·프레젠테이션 등을 통해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서로의 음악을 감상한다.


-에이블턴 룹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세계 각지에서 모인 뮤지션들이 모였으니 그들을 조율하는 사람 바로 ‘호스트’가 필요하다. 그 중 두 개 세션에서 호스트를 맡았다. 하나는 ‘내가 음악을 만드는 방법이나 노하우’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날 처음 만나는 다른 호스트와의 즉흥연주’다.”


SOWALL은 여러 재즈 페스티벌에서 드럼 연주를 선보였다. 락페스티벌에서는 가수 선우정아와 콜라보레이션 무대에 올랐다. SOWALL이 만든 비트에 선우정아의 목소리를 입혔다. 다양한 국악 퓨전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올해 말에는 독일에서 국악 퓨전 공연을 앞두고 있다.

2018 에이블턴 룹에 참여한 SOWALL(맨 오른쪽)

출처SOWALL 인스타그램 캡처

-재즈·힙합·일렉트로·국악 등 장르를 넘나드는 것에 대해.


“장르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음악의 장르나 뮤지션의 역할에 대한 경계가 흐릿해지는 걸 느끼고 있다. 어떤 타이틀을 갖고 연주하는지보다 어떤 연주를 하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후배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고.


“어떤 장르를, 어떤 악기로 작업하고, 어떤 플랫폼으로 세상에 내보낼지에 대해 물어보는 후배들이 많다. 음악을 시작하려는 10명 중 9명은 고민하는 데 시간을 많이 쓴다. 다른 1명은 이미 자신이 정한 길을 재미있게 걸어가고 있다.


실용음악은 트렌트에 민감하다. 다른 사람이 어떤 음악을 하고 있는지를 자꾸 신경쓸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진득하게 팠으면 좋겠다. 뭔가 하나를 정하고 시작했다면 ‘이게 아닌가’ 싶을 때 바로 돌아서지 않았으면 한다. 그 단계를 넘어서야만 비로소 ‘내 것’이 생긴다.”

출처jobsN

-음악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내가 아닌 다른사람의 기준이나 판단에 흔들리지 않는 연습을 하는게 중요하다. 어쩌면 음악 뿐만이 아니다. 나 스스로 무엇을 하고 싶고, 내가 무엇을 가장 원하는지 항상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고, 그것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글 jobsN 이영지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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