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지 말고 듣고 가요" 역사 전문 팟캐스트 '만인만색 다시또역시'

조회수 2020. 10. 4. 16:47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역사 생산 공장' 다시또역시

“···후백제 견훤이 신라 수도 경주를 극심하게 유린하고 갑니다. 이후 신라의 구원요청을 받은 왕건이 군대를 이끌고 급하게 내려왔죠. ‘공산성 전투’라고 부르는데, 현재 대구광역시 팔공산 부근에서 벌어졌습니다. 후백제군과 왕건 군이 제대로 붙는데 왕건이 거의 죽을 뻔해요.”

“옛날 KBS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신숭겸 아저씨가 대신 죽었던!”

“네. 삼국지로 치면 관우 같은 충신이었는데, 실제 사료(史料·역사학자들이 보는 옛 문헌 등 원자료)에서도 신숭겸이 왕건의 옷을 대신 입고 죽습니다. 견훤이 속았죠.”

“자, 아주 흥미로운 전툰데요. 이번 화에서는 공산성 전투 그 다음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고퀄리티 역사 생산 방송 ‘다시또역시’. 지금 출발합니다.”


경쾌한 배경음과 함께 쏟아진 젊은 역사학자들의 ‘역사 입담’은 마를 줄을 몰랐다. ‘오? 이런 사실도 있었어?’, ‘아! 이게 요새 나온 시각이구나’, ‘원인이 이거였네’. 역사학 석·박사들의 ‘지식 마사지’를 받다보면 평균 1시간의 팟캐스트도 짧게 느껴진다. 2018년 10월 기준 팟캐스트 어플 ‘팟빵’ 기준 전체 89위, 한 달 다운로드 약 33만 건. ‘역사 생산 공장’ 다시또역시는 오늘도 역사 지식을 배달한다.

출처: jobsN
'다시또역시' 출연진. 왼쪽부터 김재원, 현수진, 기경량.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현수진) 안녕하세요. 현재 다시또역시 팀장을 맡고 있는 현수진(27)입니다. 서울 소재 한 대학교에서 고려시대사 박사과정 마지막 학기를 밟고 있어요. 석·박사 과정은 학부시절보다 전공이 더 세세하게 나뉘는데 저는 주로 고려시대 사람들이 어떤 인재상을 추구했는지 공부하고 있어요.


(김재원) 네. 저는 팟캐스트 팀원 김재원(32)입니다. 한국현대사 전공이고,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 있습니다. 제 주연구 주제는 현대사회의 계층 이동이고, 특히 중산층의 계층 상승 욕망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기경량) 한국고대사 전공자 기경량(40)입니다. 다시또역시에서 패널을 맡고 있습니다. 수도권에 있는 모 대학교에 조교수로 있고, 고구려사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 “팟캐스트의 정식 이름은 ‘만인만색 역사共(공)작단 다시또역시’입니다. ‘만인만색’은 우리 팟캐스트 팀이 속한 단체 이름이죠. 역사공작단은 역사를 ‘함께(共)’ 즐기자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다시또역시’는 다양한 시각으로 털어보는 또 다른 역사학의 시선’이란 뜻입니다.


첫 방송은 2016년 4월에 했어요. 준비는 2015년 11월부터 시작했죠. 꼬박 2년 반 동안 185회를 내보냈습니다(2018년 11월9일 기준).”

다시또역시 팟캐스트 화면 캡처.

(김) “팟캐스트는 총 11명의 역사학 석·박사들이 운영합니다. 한국사(史)를 대상으로 해요. 고대부터 현대까지 ‘한국사’ 전(全) 시대 전공자가 있습니다. 각 화마다 다루는 시대가 달라 돌아가며 방송하죠. 한국사에 대한 전문성 하나만큼은 정말 자신 있습니다.”


-팟캐스트를 시작한 계기는


(현) “먼저 2015년 11월 만인만색 팀이 만들어졌어요. 만인만색(萬人萬色)이란 이름처럼 역사를 보는 단일한 시각에 반대하고 다양한 해석을 도울 방법을 찾는 신진 연구자들의 모임이었죠. 그 대표적인 방향 중 하나가 역사 대중화입니다. 신진연구자의 움직임이라는 데 의미가 있었죠.


특히 역사학이 '역사적 사건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연구자가 사료와 논리를 토대로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는 것임을 대중 분들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이것이 저희가 팟캐스트, 나아가 만인만색 활동을 하는 주 목적입니다.”


(기)“만인만색에 기획팀 등 총 4팀이 있는데, 팟캐스트 팀은 그 중 하나고 11명이 활동합니다. 10월에 콘텐츠 출판·기획 팀이 내놓은 ‘한뼘 한국사’는 대표적인 역사 대중화 성과에요.”


(김) “만인만색은 새로운 ‘학문 생태계’를 만들어 보자는 시도에요. 역사학 전공자들이 자신의 전공을 살려서 일자리를 찾기는 매우 어려워요. 경제적 어려움은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이건 연구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죠.


그래서 저희는 전문성이 뒷받침된 역사 지식을 활용한 수익 모델을 개발해보고 싶었습니다. 역사학자들이 공부를 하고, 이런 공부 성과가 자연스럽게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통해 다시금 공부를 할 수 있는, 새로운 학문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목적이죠.”

푸른역사.

-다시또역시 컨텐츠의 특징은?


(현) “‘깊이’와 ‘신선함’입니다. 전통적인 주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까지 깊이 있고 재미있게 다뤄요. 예를 들어, ‘고구려와 수당전쟁’ 같은 인기 주제부터 부여의 역사, 고려와 몽골의 외교 이야기, 임시정부나 한국전쟁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룹니다.”


(김) “특집이나 시리즈도 많이 내보내요. ‘후삼국 왕좌의 게임’에서는 왕건·궁예·견훤을 다뤘어요.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에서는 고대의 괴이한 이야기부터 조선의 처녀귀신 괴담까지 시대별로 다뤘죠. 이밖에도 ‘임시정부’, ‘여성통치자’, ‘반란특집’ 등등···.


(기) “전공자들이 직접 사료를 보고 하는 방송이니까 정확한 사실에 기반해 말씀드립니다.”


-주제를 발굴하는 기준이 있다면


(현) “일단 각 팀원이 하고 싶은 주제를 고르고 회의를 거쳐 최종 선정합니다. ‘한국전쟁’처럼 대중적으로 친숙한 주제나 ‘연개소문’ 같이 익숙하지만 논란이 분분한 주제를 가져오기도 해요. 연개소문을 ‘민족의 방파제’로 볼지, ‘왕조의 반역자’로 볼지는 개인의 자유지만 판단하기 위해 알아야 할 점이 많죠. 시의성도 중요해요. 2017년 광복절을 일주일 앞두고는 일본군’위안부’ 특집을 냈죠.


또 ‘일제강점기 조선의 밀수꾼’처럼 신선한 주제를 다룰 때도 있습니다. 식민치하 일부 조선인은 신의주를 중심으로 중국을 넘나들며 밀수업을 하며 살아가요. 그 과정에서 중국 관리들과 무력 충돌도 하고. 기존 교과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실제 삶의 모습입니다."

'다시또역시' 팟캐스트 캡처.

(김) “게스트를 초청해 방송을 만들기도 해요. 고려 원나라 간섭기 국제관계사 등은 각 분야를 전공한 교수님들을 모시고 진행했죠. 연구자끼리 네트워크를 통해 해박한 전문가들을 보다 수월하게 모셔올 수 있습니다.”


-앞으로 기획중인 주제는?


(기) “외교의 역사를 다뤄보려 해요. 고대부터 현대까지 중요한 주제들을 골라. 바로 다음 특집은 최근 영화 ‘안시성’이나 드라마 ‘미스터선샤인’ 특집입니다.”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현) “최소 6주가 걸립니다. ‘주제선정→패널 선정·섭외→원고작성→녹음→편집→송출’ 과정을 거쳐 방송이 나가요. 주제선정부터 녹음까지 최소 1달이 걸리고, 편집부터 송출까지 2주일이 걸리죠. 외부 섭외는 녹음하기 한 달 전에는 무조건 들어가야 하더라고요. 녹음은 한 번에 4시간을 하고 1시간 단위로 끊어서 총 4회를 2주에 걸쳐 송출합니다. ”


-운영비나 수입은?


(김) “수입원은 광고비와 후원입니다. 후원은 각 회당 받고 있습니다. 계좌후원이나 팟캐스트 후원 프로그램을 통해 받죠. 해당 에피소드가 마음에든 시청자분들께서 자유롭게 해주십니다. 치킨 후원도 받아봤어요.


현재는 스튜디오 대여비로 10만원 정도 드는데 딱 대여비 해결할 만큼 수익이 나요. 정말 상위권에 있는 방송이 아닌 이상 팟캐스트로 많은 수입을 올리는 건 엄청 힘든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도 추후 수입이 늘어나면 방송 출연 회차에 따라 패널 인건비를 배분할 계획입니다.”


-본업인 연구와 병행하기 힘들지 않은가요


(현)“저희 멤버들도 대학원생·강사·교수 다양하지만 모두 ‘논문’ 쓰는 게 핵심적인 일이다보니 쉽진 않아요. 그래도 다들 방송 제작에 열정이 있고, 부지런해서 2019년 2월까지는 방송계획을 모두 짜놨습니다.”

출처: JTBC Entertainment '차이나는 클라스 66회 예고편' 유튜브 영상 캡처.
방송에 출연해 역사를 설명하고 있는 기경량씨.

-역사학자는 얼마나 공부하나요


(기) “사람마다 너무 다른데. 어떤 분은 ‘9 to 6’만 하기도 하고 하루 종일 하시는 분도 계시죠. 밤에 하는 올빼미족도 있고.”


(현) “사람마다 다른데 석박사 합해서 10년 이상 걸리는 것 같아요. 연구하는 시대의 사료를 모두 읽고 검토해야 하는 하는 역사학의 특성상 논문 쓰는 게 다른 학문보다 상대적으로 오래걸립니다.”


-역사학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고 있다면?


(기) “오기 전에 독서 많이 해두면 나중에 아이디어 떠올릴 때 좋아요. 역사책 말고도 다양한 분야 책 읽으세요. 소설도. 물론, 독서량이 많지 않다고 대학원 공부 못하는 건 아니에요.”


(현) “연구하고 싶은 나라 외국어를 미리 배워두시면 대학원 때 여유가 있어요. 특히 외국사는 그 나라 말 모르면 사료를 못보니 꼭 배워야 하죠. 한국사는 조선시대 이전을 연구할 거면 한문 독해가 중요하고, 근·현대사 같은 경우 일본어와 영어가 매우 중요해요.”


-앞으로의 계획은


(김) “첫 번째로, 185화 동안 쌓인 원고를 책으로 묶어 내는 것입니다. 전쟁사, 여성사처럼 주제별로 혹은 시대별로 낼 계획입니다.


다음으로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 진출이 목표에요. 영상 제작은 또 팟캐스트와 다르더라고요. 역사 콘텐츠의 전문성엔 자신 있어요. 역사학 등 인문학에 관심 있는 BJ분들이나 편집 기술자 분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싶습니다.”


글 jobsN 정경훈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