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짝퉁 원천 차단..카카오 출신이 만든 획기적 중고거래

조회수 2020. 10. 4. 16: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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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퀵으로 거래할 수 없는 중고거래 서비스의 정체
당근마켓 김용현, 김재현 대표
반경 6㎞ 이내 직거래만 가능
목표는 '지역 정보 서비스'

'당근마켓' 이름만 들어서는 채소를 파는 곳 같지만 '당신 근처에서 만나는 마켓'이라는 뜻의 중고거래 앱이다. 출시한 지 3년 만에 월 이용자 130만여명, 다운로드 수 180만 건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다. 5월에는 소프트뱅크 벤처스, 카카오벤처스 등으로부터 68억원 투자를 받았다. 당근마켓은 기존 중고거래 플랫폼과 다르게 오직 사용자가 살고있는 곳 6~10㎞ 이내에서 직거래만 가능하다.


김용현(40)·김재현(39) 공동대표가 당근마켓을 이끌고 있다. 과거 카카오에서 3년 동안 기획자와 개발자로 합을 맞춘 두 사람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다. 결국 둘 다 회사를 나왔다. 각자 퇴사 시기는 달랐지만 2015년 7월 창업으로 다시 뭉친 두 대표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출처: jobsN
(왼쪽부터)김용현 대표, 정창훈 CTO, 김재현 대표. 셋이 함께 당근마켓을 시작했다.

IT기업에서 일하던 개발자와 기획자


두 대표 모두 당근마켓 창업 전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일했다. 김용현 대표는 삼성물산을 다니다가 2007년 네이버로 이직했다. 지식인 서비스에서 3년 정도 근무하다 2011년 카카오로 옮겼다. 김재현 대표는 2007년부터 네이버에서 개발자로 일했다. 카카오로 이직하기 전 한 차례 창업 경험이 있다.


-어떤 회사를 창업한 것입니까.


"앱스토어가 생기면서 취미로 간단한 앱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인터넷 쇼핑을 한 곳에 모은 앱 '포켓스타일'을 출시했는데, 앱스토어 랭킹 상위에 올랐어요.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2010년 초에 회사를 나와 앱 개발 회사 '싱크리얼즈'를 창업했습니다."


-창업했는데 카카오로 간 이유가 있나요.


"싱크리얼즈에서 포켓스타일 말고도 소셜 커머스 '쿠폰모아', 프랜차이즈 매장 쿠폰 혜택 서비스 '비바히어'를 운영했어요. 쿠폰모아는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할 만큼 성장했습니다. 2012년 카카오에서 인수제안을 해오더군요. 회사를 매각하고 카카오 TF팀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때 김용현 대표를 처음 만났고 2년 정도 함께 일했습니다.”

당근마켓 제공

판교장터에서 시작한 당근마켓


2014년 김용현 대표가 먼저 퇴사했다. 김대표는 지역 기반 서비스 창업을 위해 회사를 그만뒀다. 그러나 함께 창업을 준비하던 친구가 미국으로 떠났고 TF팀에서 일할 때 합이 잘 맞았던 김재현 대표에게 창업 제안을 했다. 제안을 받아들인 김대표도 카카오에서 나와 2015년 7월 판교장터를 시작했다.


-판교장터는 무엇인가.


“카카오에서 일할 때 사내 벼룩게시판이 따로 있었습니다. 직원들끼리 중고물건을 사고파는 것이죠. 택배를 따로 보내지 않아도 되고 직거래니까 사기당할 일도 없어 편해서 인기가 많았습니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판교에 있는 회사원을 중심으로 한 중고물품 직거래 서비스였습니다. 회사 이메일로 인증 후 가입하고 거래를 하는 것이죠.”


-인기가 많았나요.


“3~4개월 정도 운영했는데 가입자가 6000명이었습니다. 다른 지역으로 확장을 하려고 알아보니 판교처럼 회사원들이 모인 장소가 구로디지털 단지 정도뿐이었습니다. 그때 고객문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남편 혹은 아내가 앱을 쓰고 있는데 자신은 판교에서 일하지 않아 판교장터를 이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어요. 워낙 많은 사람이 요청해 회원가입을 회사 이메일 인증에서 핸드폰 번호 인증으로 바꿨습니다.”


-이용자가 더 늘었나요.


“회사원만 이용할 때보다 이용자들이 5~10배 활발히 활동했습니다. IT기기보다 육아용품 거래가 늘었습니다. 핵심 타겟을 회사원에서 주부로 바꿨어요. 이름도 ‘당신 근처에서 만나는 중고마켓’의 의미를 담은 당근마켓으로 바꾸고 2015년 10월 판교지역부터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출처: 당근마켓 제공
위조품과 금지 거래 품목인 동물을 머신러닝으로 골라낸다.

매너 평가 도입…금지물품과 짝퉁 자동으로 골라내


이용자가 많아지자 약속 시간에 늦거나 거래 당일 연락이 없는 비매너 거래자가 생겨났다. 두 대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평가시스템을 도입했다.


-어떤 평가 시스템인가요.


“매너 평가 시스템 ‘매너 온도’를 도입했어요. 거래 후 서로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좋은 평가를 받으면 온도가 올라가고 안 좋은 평가를 받으면 온도가 내려갑니다. 특정 기간에 여러 사람으로부터 좋지 않은 평가를 계속 받으면 경고, 일정 기간 활동정지 등 징계를 합니다.”


-금지물품도 자동으로 골라낸다고 하는데…


“다른 중고거래 서비스와는 달리 앱 구성이 깨끗한 것도 장점입니다.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모니터링이 중요해요. 술이나 옷 등 쇼핑몰에서 올리는 업자, 거래 금지 품목인 동물 그리고 위조품까지 걸러내야 합니다. 한 달에 160만건이 올라와요. 사람이 다 골라낼 수가 없어서 머신러닝 기술이 자동으로 골라냅니다. 앱 운영 초반에 직접 모니터링 한 사진과 글 내용을 기계에 하나 하나 학습시켰습니다.”


-사기꾼은 아예 가입을 못 한다고 합니다.


“경찰청 사이트에 가면 사기 범죄자 정보가 있습니다. 정보에 있는 번호와 가입하려는 사람의 번호가 일치하면 가입 자체를 못합니다. 또 한 사람이 사기를 목적으로 여러 정보를 통해 가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계좌번호, 올리는 글과 채팅 패턴을 분석해 동일 사용자를 가려냅니다. 이런 사람과 거래를 하게 되면 상대방 채팅창에 주의하라는 문구가 뜹니다.”


-기술 개발로 밤을 새는 경우도 많을 것 같습니다.


“판교장터를 시작한 날부터 지금까지 모든 직원이 야근을 한 적이 없습니다. 야근을 하면 다음날 업무 효율이 떨어져요. 쉴 땐 쉬어야 합니다.”

당근마켓 영상 캡처

목표는 “지역 정보 하면 당근마켓”


현재 당근마켓 월 사용자는 134만명이다. 올해 6월 86만여명에서 5개월 사이 사용자가 약 2배 정도 늘어난 것이다. 매월 30만~40만명이 새로 가입하고 있다. 사람들이 서비스를 찾는 비결을 물었다.


두 대표는 “동네 콘텐츠로서 재미를 주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다른 중고 거래 서비스와는 목적이 다릅니다. 거래를 통해 동네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용자들은 벼룩시장에 나가 장을 구경하듯이 앱을 이용하면서 ‘우리 동네에는 어떤 물건이나 나눔이 올라왔나’하면서 살펴봅니다. 매월 11일에는 무료 나눔도 해요. 따뜻한 동네 분위기를 앱에서도 느끼게 하고 있죠.”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을까요.


“한 사용자가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고 우울증이 나았다고 선물을 보내주셨습니다. 방안에만 있다가 거래와 무료나눔을 통해 동네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좋아지셨다고 했어요. 우리가 원하는 동네 서비스로 제 역할을 하는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올 1월부터 비즈니스 모델을 처음 도입했다고 합니다.


“앱에 소상공인 광고를 싣고 있습니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동네 주민을 상대로 장사하시는 분들을 위한 광고 공간입니다. 빵집, 인테리어 가게, 과외 등 등록한 광고만 1000여개 입니다. 비즈니스 모델을 올해 처음 도입해서 매출은 크지 않습니다. 또 2년 반은 수익모델은 따로 없었고 투자받은 것으로 운영했어요.”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사람들이 사는 지역의 정보가 필요할 때 찾는 서비스가 되는 것입니다. 동네에서 운영하는 각종 클래스, 모임 등의 정보를 제공할 겁니다. 최근 동네 주민간 질문답면 서비스도 오픈했습니다. 주민과 주민, 주민과 소상공인의 연결통로로 발전하고 싶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ja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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