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나 번 돈, 4년만에 다 까먹고 남은건 10억빚 뿐이었죠

조회수 2020. 10. 4. 16:5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대박났던 여성복 쇼핑몰에 위기 닥치자 아동복으로 재기한 자매
로아앤제인 송현지 대표, 송수지 실장
여성복 인터넷 쇼핑몰 펀펀걸로 대박
성장 한계에 부딪혔다가 아동복으로 재기

매번 출시하는 상품마다 20~30대 아기엄마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아동의류 업체가 있다. 이 업체가 지난 9일 대형 인터넷 쇼핑몰인 롯데닷컴에 내놓은 미키마우스 털부츠는 이날 전체 상품 중 제일 많이 팔린 상품이 됐다. 이 업체의 이름은 로아앤제인. 2014년 온라인에서 런칭한 아동의류 업체로 현재는 온라인과 함께 전국 12개 백화점에서 직영 매장을 운영한다.


이 업체는 송현지(36) 대표와 송수지(39) 실장 자매가 이끈다. 이 자매는 ‘펀펀걸’이라는 1세대 여성복 인터넷 쇼핑몰을 창업해 대박을 터트렸지만 이후 좌절을 맛봤다. 지난 12일 서울 성동구 사무실에서 만난 이들은 “그때의 좌절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출처: 로아앤제인 제공
디자인을 검토하는 송현지 대표(왼쪽)와 송수지 실장.

1세대 여성복 인터넷 쇼핑몰 창업해 성공


‘송송 자매’는 어릴적부터 디자인, 미술과 친숙했다. 인테리어업을 하던 아버지는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때 물감이나 팔레트 등 미술도구를 선물로 줬다. 언니인 송수지 실장은 건국대 일본어학과를 나와 독학으로 웹디자인과 그래픽을 공부했다. 졸업 후 인터넷 웹페이지를 만들어주는 에이전시에 근무했다.


동생인 송현지 대표는 의상 디자인을 하고 싶어 고등학교 졸업 후 패션 학교인 프랑스 에스모드에 들어갔다. 6개월만에 귀국했고 한양여대 의상디자인과에 입학했다. 송 대표는 대학 2학년이던 2003년 인터넷 쇼핑몰을 차렸다.


-대학생이 인터넷 쇼핑몰 창업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예쁜 옷을 선별하는 감각엔 자신있었다. 엄마에게 300만원을 빌려 2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여성복을 옥션과 G마켓에서 팔았다. 그때가 인터넷 쇼핑 초창기였다. 나중엔 웹디자이너인 언니에게 부탁해 사이트를 개설했다. 재밌게 해보자는 뜻에서 쇼핑몰 이름도 ‘펀펀걸’이라고 지었다.”


-장사는 잘 됐나.


“매일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동대문에 가서 옷을 사왔다. 내가 학교 수업을 받는 동안 엄마가 상품 포장을 했고, 하교 후 같이 배송 작업을 했다. 일이 많아지면서 2004년 건대 앞에 사무실을 차렸다. 그때부터 쇼핑몰 방문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하루 방문자만 3만명을 넘었고, 2분에 한 벌꼴로 옷이 팔려나갔다. 가장 잘 될 때는 하루에 매출이 1000만원, 한달에 3억원을 찍었다.”


-언제부터 자매가 동업했나.


“언니는 대학 졸업 후 대형 웹에이전시에서 일했다. 많은 대기업 계열사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펀펀걸이 성장하며 2004년 사무실을 얻을 때 언니도 동업을 시작했다. 사무실에서 매일 밤을 새다시피하며 일했다. 패션 쇼핑몰 방문자 규모에서 스타일난다에 이어 2위였다. ”


-이후 사업이 어려워졌다고 하던데.


“2010년쯤부터 대규모 의류 쇼핑몰이 생겼고 광고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졌다. 아무리 눈썰미로 좋은 디자인의 옷을 골라 팔아도 마케팅에 밀려 매출이 하락했다. 하락세를 막기 위해 매달 7000만~8000만원을 광고비에 썼다. 하지만 그만큼의 수익이 줄었다. 2004~2010년 6년간 벌었던 돈을 2010~2014년 4년동안 다 까먹고 빚이 10억이 생겼다.”

출처: jobsN·로아앤제인 제공
송현지 대표와 송수지 실장의 모습. 오른쪽은 롯데닷컴에서 전체 판매 1위를 차지한 로아앤제인 미키마우스 털부츠.

직접 만드는 아동복으로 승부수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송 대표와 송 실장은 각자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 코너에 몰린 두 사람은 마지막이란 각오로 2014년 여성복 대신 아동용품으로 눈을 돌렸다.


-아동용품을 택하게 된 계기는.


“더는 물건을 사입해 판매하는 쇼핑몰로는 승산이 없었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디자인으로 직접 상품을 만들어 팔자고 생각했다. 당시 딸에게 직접 옷을 만들어 입히면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다. 승산은 있다고 봤다. 2014년 11월 첫 상품으로 담요를 만들어 인터넷 블로그에서 팔았다. 무채색에 ‘MY BLANKET’이라고 쓴 담요였다. 우리 자매의 두 딸 로아와 제인 이름을 따서 브랜드 이름도 로아앤제인으로 지었다.”


-반응은 어땠나.


“아이들 담요엔 대부분 만화캐릭터가 그려져 있다. 우리가 만든 담요는 무채색에 심플하면서도 모던한 느낌이라 엄마들이 좋아했다. 지금까지 마이 블랭킷을 1만개 정도는 판 것 같다. 점차 상품을 확대했고, 2015년부터는 옷을 만들어 판매했다.”

출처: 로아앤제인 제공
왼쪽부터 로아앤제인이 처음으로 만들어 판매한 마이블랭킷과 처음으로 만든 아동의류, 최근에 내놓은 의류.

-제작 판매한 옷도 인기를 끌었나.


“우리는 내 아이를 위한 옷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일한다. 다른 브랜드보다 좋은 소재를 사용하고 디자인도 내 아이가 입을 때 예쁜 것을 만든다. 신상품이 나오면 전문 아이 모델을 피팅모델로 쓰지만, 딸인 로아와 제인도 착용샷을 찍었다. 내 아이가 실제로 입을 때의 느낌을 고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로아앤제인이 잘 되면서 자연스럽게 펀펀걸은 문을 닫았다.”


-홍보는 어떻게 하나.


“펀펀걸을 운영하며 마케팅과 광고로 어려움을 겪었잖나. 광고를 안하고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게 절실했다. 당시 유행이었던 인스타그램을 활용하기로 했다. 제품 착용 사진을 올렸고, 로아와 제인을 키우면서 생기는 일들을 포스팅하며 고객과 소통의 폭을 넓혔다. 현재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3만8000명이다.”

출처: 로아앤제인 제공
실제 착용사진을 찍는 모습. 왼쪽 사진은 송수지 실장이 자신의 딸인 제인(맨 왼쪽)과 동생 송현지 대표의 딸인 로아와 촬영하는 모습. 오른쪽은 로아와 송수지 실장이 촬영을 준비하는 모습.

오프라인으로 나와 12개 백화점 입점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로아앤제인은 2016년 2월 오프라인으로 나왔다. 전국의 백화점을 돌며 팝업스토어를 연 것. 송현지·송수지 자매는 “인터넷 쇼핑몰을 하면서 온라인 비즈니스의 한계를 명확히 느꼈다”며 “정체되지 않고 성장하지 않기 위해 오프라인 문을 두드렸다”고 했다.


-팝업스토어 반응이 어땠나.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첫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하루에 매출 1000만원이 나왔다. 보통 백화점 매장이 하루에 100만~200만원 매출을 거두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과였다. 사람이 하도 몰리니 보안요원까지 출동했었다. 이후 백화점들의 팝업스토어 요청이 쏟아졌다. 매달 1~2번 트럭에 짐을 싣고 전국 백화점에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1년간 20여개 백화점은 거친 것 같다.”


-백화점 정식 입점 계기는.


“2016년 8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는데 행사 기간 일 평균 매출이 1500만원을 찍었다. 유아 의류 팝업 매출 1위였다. 그것을 눈여겨본 신세계백화점 측이 그해 12월 동대구점을 새로 내면서 입점을 제안했다. 이후 롯데 이천아울렛점, 현대백화점 판교점, 천호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롯데백화점 중동점 등 12개 백화점에 입점했다. 오는 12월에는 롯데아울렛 기흥점에 입점할 예정이다.”

출처: 로아앤제인 제공
왼쪽은 현대백화점 충청점에서 열린 팝업스토어에 고객들이 몰려든 모습. 오른쪽은 신세계백화점 동대구점에 입점한 로아앤제인 첫 정식 매장.

-매출은 어느정돈가.


“매년 2배씩 늘고 있다. 2016년에 연 매출이 15억원, 2017년엔 30억원이었다. 올해는 60억~70억원을 예상한다. 처음에는 온라인 매출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절반 이상이 오프라인 백화점 매출이다.”


-해외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던데.


“2016년 중국 유아동복박람회에 참가해 중국 측 바이어들과 만났다. 이후 중국, 홍콩,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바이어들이 제품을 사간다. 올해와 내년엔 해외 진출을 더욱 적극적으로 할 예정이다.”


-재기 비결은 무엇이라고 보나.


“겁이 없다는 것이 아닐까. 내 아이가 입는 제대로 된 옷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다는 것이 소비자에게 먹힌 것 같다. 현재 우리 고객들의 대부분은 로아 또래 5살 아이를 가진 엄마들이다. 고객들의 아이가 클 때까지 우리 브랜드도 함께 커야된다고 본다. 아이가 5살, 7살, 9살이 돼가면 각각의 나이대에 맞는 상품을 만들어 팔려고 한다. 우린 이제 온라인 브랜드가 아니다. 시작을 했으면 끝을 보자는 생각이다. 아동복 분야에서 최고점을 찍어보고 싶다.”


글 jobsN 김성민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