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이혼, 암..역경딛고 '11자 복근' 지사장이 되었습니다

조회수 2020. 10. 4. 16: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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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이혼, 암..역경 딛고 한국지사장이 되었습니다

인도네시아 관광청 한국지사장 박재아


워라밸 문화의 확산으로 해외여행을 나가는 사람이 많다. 각 나라마다 한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그래서 한국에 관광청 지사를 만들어 홍보를 한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도네시아 관광청 한국지사장’, ‘남태평양 관광기구 상임 고문’, ‘전 피지관광청 한국사무소 대표’란 화려한 이력의 주인공 박재아(39) 씨는 활발하고 톡톡 튀는, 배에 11자 복근도 가지고 있다는 커리어 우먼이다. 6일 서울 코리아나 호텔에서 열린 ‘인도네시아 골프 에이전트 세미나’를 마친 그를 만나 외국 관광청 한국지사에서 하는 일에 대해 들어봤다.

출처: jobsN
박재아 지사장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이력이 화려하다. ‘금수저’같아 보이는데.

“꼭 ‘금수저’ 여야만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고 원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제가 도전하며 이뤄냈던 성과들은 맨땅에 열정만 가지고 부딪혀본 결과였거든요. 제가 가장 자신 있었던 것이, 한 번 확신을 갖고 시작한 일은 끝까지 해보는 근성이었습니다. 집이 어렵고 인맥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길러진 능력일지도 모르죠. 실패한 적도 많았지만, 실패도 결국 다시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데 큰 힘이 됐던 것 같습니다. 함께 일해 본 사람들 가운데 끝까지 해보지도 않은 채 중간에 포기하고 남 탓을 먼저 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도전하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건 더 좋은 스펙이 아니라 근성과 간절함이라고 생각합니다.”


- ‘인도네시아 관광청 한국지사장’이란 직함이 생소하다. 무슨 일을 하는 건가.

“각 나라마다 자국의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현지에 지사를 운영해요. 지사를 통해서 현지 사람들이 자국으로 찾아오게 홍보를 합니다. 제가 하는 일이 그거예요. 인도네시아 관광청에서 한국지사장으로 임명했고, 인도네시아 관광을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방영됐던 tvN 윤식당의 인도네시아 촬영을 지원하고, 촬영지인 인도네시아 롬복이 인기를 얻으면 다양한 언론 매체를 통해 롬복의 여행 상품과 매력을 소개하는 기사를 배포합니다. 그리고 관련 지역으로 전세기를 유치해서 여행객 숫자를 늘리고, 홍보를 위해 미디어와 여행사의 팸 투어를 지원하기도 합니다. 일반 여행자 외에도 다이빙, 골프, 어학연수, 한류문화, 무역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방문자들을 위해 지원하는 역할도 하죠. 모두 결과적으로는 인도네시아의 방문객을 늘리는 게 주된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처: 박재아씨 제공
인도네시아 빠리앙안에서(좌), 인도네시아 롬복 사삭 부족 마을에서

-우리나라에 외국 관광청 한국지사들이 많은지. 어떻게 계약을 하는지도 궁금하다.

“한국에 있는 외국 관광청은 작년 기준으로 미주 13개, 유럽 12개, 중국 10개, 일본 8개, 오세아니아 태평양 지역 9개, 기타 6개가 있습니다. 중국이나 일본 같은 경우처럼 주나 현 같은 각 지역별 지사를 두는 경우도 있어요. 관광청 지사 계약은 입찰을 통해 계약하는 경우도 있고, 인맥을 통해 임명되기도 합니다. 홍보회사나 개인과 1년~3년 단위로 계약을 합니다. 의외로 관광을 주로 하는 홍보 회사가 없어서 저 같은 개인도 노력하면 충분히 지사장으로 임명될 수 있습니다.”


-25세부터 무려 10년 간 ‘주한 피지 관광청 한국사무소 대표’도 했다. 어떻게 한 건가.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첫 직장으로 피지 관광청 한국사무소에 직원으로 입사했어요. 직원이 3명뿐인 작은 사무소였는데, 피지라는 나라가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처음 일 때문에 피지에 다녀온 이후로 그 작은 섬에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깊은 애정이 생겼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3년 동안 24시간 내내 일만 생각하며 모든 정성을 쏟았어요. 출장과 사무실 업무 처리가 반복됐었고, 집에 들어간 날보다 회사에서 야근 하거나 밤을 샌 날이 더 많을 정도였습니다. 개인 휴가는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었고, 피지에 방송 촬영팀이 갈 때마다 지원 목적으로 동행하며 휴가를 모두 사용했습니다.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그런데 3년째 일하던 2005년. 갑작스러운 병을 얻어서 수술 때문에 퇴사했어요. 아쉬웠죠. 그런데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기적같이 피지 정부에서 연락이 왔어요. ‘어떤 조건이라도 좋으니 함께 일하자’는 요청이었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일했던 걸 좋게 봐 주셨나 봐요. 그래서 2006년에 한국사무소 대표로 계약했습니다. 이후로 관광 전략 상 피지 정부가 한국사무소를 철수시킨 2016년까지 10년 동안 대표로 있었어요.”

출처: 박재아씨 제공
사모아 수도 아피아에서(좌), 사모아 관광교역전 개막식에서

-외국 관광청 한국지사를 맡으면 얼마를 받는지. 수입이 궁금하다.

“아무래도 나라의 관광청 규모에 따라 계약 금액이 틀립니다. 미국같이 큰 관광청은 업무량이 몇 명이 할 수 없는 규모다 보니 한국의 관광 홍보 업체와 계약을 해요. 저와 같이 업체가 아닌 개인과 계약하는 나라들도 국가별로 차이가 있는데, 피지 한국사무소를 맡았을 때 많게는 1년에 1억 넘게 받기도 했습니다.”


-해외 출장도 많이 다닐 것 같다.

“맡은 일이 해외 관광 홍보다 보니 여러 가지 일로 해외 출장을 자주 다니는 편이에요. 해외 관광 상품 개발, 업무 관련 출장, 미디어 홍보 지원 등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다닙니다. 합쳐보면 일 년에 100일 이상은 해외에 있는 듯해요.”


- 현재 ‘인도네시아 관광청 한국지사장’이다. 어떻게 맡게 됐는지.

“피지 한국사무소가 철수한 이후 한 여행 매체의 자유기고가 자격으로 우연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출장을 갔어요. 인도네시아와의 첫 만남이었죠. 그런데 깜짝 놀랐어요. 인구 2억이 훨씬 넘는 국가 규모에 무시 못 할 경제력에도 불구하고 언어와 음식, 옷차림 등 한국에 알려진 게 너무 없는 거예요. 소개할 것과 매력적인 관광지가 이렇게 많이 있는데 말입니다. 거대한 금광을 발견한 것처럼 흥분 상태로 몇 달을 보냈어요.

출처: 박재아씨 제공
한-태평양도서국 고위관리회의에서(좌), 몰디브에서

인도네시아를 한국에 소개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공부해서 제안서를 들고 무작정 수도 자카르타로 갔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용감했던 것 같아요. 당시 아시아 태평양 총괄국장의 사무실 앞에서 죽치고 앉아있었어요. 국장을 만나자마자 불쑥 인사를 하고 제 소개를 했어요. 제발 10분만 시간을 달라고 부탁했죠. 흔쾌히 사무실로 들어오라고 한 국장 앞에서 준비해 온 제안서를 열고 열심히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시작한 지 5분 만에 ‘같이 일합시다’라고 하더군요. 3개월 후 서울에 인도네시아 한국지사를 만들어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혼자 일하는지, 아니면 직원을 두고 일하는지.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자주 듣는 질문이 사무실이 어딘지, 직원은 몇 명인지 입니다. 이 일은 많은 직원보다는 집중력 있게 효율적으로 일하는 게 더 중요해요. 10년 전에는 두 명의 직원을 두고 일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혼자 일해요. 프로젝트마다 전문가들과 팀을 만들어 일하는 형식으로 바꿨죠. 그래서 프로젝트를 맡으면 그 분야에서 제일 잘하는 몇 사람과 단기 계약을 맺고 일을 진행합니다. 물론 잡무를 처리해 줄 사람이 없어서 몸이 피곤하긴 하지만,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늘 고민해요. 작은 개인 사무실을 가지고 있지만, 주로 업체나 공공기관과 미팅을 할 때는 제가 직접 찾아갑니다. 오히려 같이 일하는 분들은 더 좋아하세요.”


-바쁠 것 같다.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저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편이에요. 보통 새벽 3시쯤 일어나서 오전 7시까지 집에서 업무를 봐요. 메일, 제안서, 보고서 등을 작성하고 검토하죠. 아침 7시부터는 1시간 꼭 운동을 합니다. 8시에 가족을 위해 아침밥을 차려주고 아이들 학교를 보낸 후 9시부터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해요. 사무실로 출근을 하거나 미팅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요. 일이 많은 날은 저녁까지 일하니까 보통 하루에 4시간 정도 잠을 잡니다. 오랜 기간 적응하다 보니 생활 패턴이 그렇게 변했어요.”

출처: 박재아씨 제공
발리 공항에서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 대통령 모형과 함께(좌), 수마트라에서 만난 여자아이와 함께

- 이 일의 매력이 무엇인가.

“적극적으로 일할수록 많은 경험과 인맥을 쌓을 수 있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나 피지의 경우 고위급 관리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데, 이런 인맥이 나중에 비즈니스에서 큰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맡고 있는 나라에 대해 소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찾다 보면,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어요. 유명한 관광지에도 일 때문에 자주 가다 보니, 일하면서 휴가를 즐기는 것 같은 짜릿함도 느낄 수 있습니다.”


- 이야기를 들어보면 승승장구한 것처럼 들린다. 어려운 시기는 없었나.

“24살에 암을 앓았어요. 피지 관광청에서 일하다가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큰 수술을 받았고 지금은 완치 상태지만 한창 일할 나이에 힘들었어요. 생사를 오가는 질병, 그리고 학창시절 부모님의 이혼 때문에 공부하고 도전하지 않으면 당장 먹고 살 걱정을 했을 정도로 위기의 20대를 보냈습니다.

늘 절박하고 간절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오히려 그게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긴장감은 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거든요. 한 번의 죽을 고비를 경험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어요. 어린 나이에 아팠던 경험은 결과적으로 인생에 큰 자극제가 됐습니다.”

박재아씨 제공

-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운동하는 사진을 봤다. 복근을 보고 놀랐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헬스클럽을 다녀서 운동이 생활화됐어요. 몸에 근육도 많고요. 평소에 워낙 오래 앉아서 일하기 때문에 어깨 근육이 많이 뭉치는 편이에요. 몸을 위해서라도 매일 운동합니다. 몇 년 전 복근이 유행하기에 고단백질 위주로 식단을 조절하며 복근 운동도 해봤어요. 식스팩을 지나 11자 복근을 6개월 만에 만들기도 했어요. 한 번 만들어 봤으니 이제는 마음 놓고 먹고 있습니다. 아, 아직 고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하기는 해요. 삼겹살에 소주를 무척 좋아하거든요. 하하.”


글·사진 오종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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