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어느 동네 몇 평짜리 아파트'가 중요한 한국인들에게..

조회수 2020. 10. 4. 16:56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건축을 '어느 동네 몇평짜리 아파트'로 이해하는 일반인들에게..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플로팅 하우스, 머그학동, 압해읍 종합복지회관…. 건축전문 잡지에 자주 등장하는 건물들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바로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가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공간이 사람을 만든다는 화두를 들고 새 시대를 반영한 건축물을 만드는 이 시대 대표 건축가 가운데 하나다.


최근에는 신문 칼럼과 KBS 명견만리, tvN 어쩌다 어른, 알쓸신잡2 등 방송을 통해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풀어서 건축에 대해 이야기해 주고 있다. ‘훌륭한 건축은 건축주와 함께 만들어 간다’는 생각에서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어디서 살 것인가’ 등의 책은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출처: 염승훈 작가, 박영채 작가
집안 어디서든 남한강 풍경이 보이는 '플로팅하우스'(좌), 담장과 벽 곳곳의 공간을 변형할 수 있는 '머그학동'

-‘건축가’라는 직업을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는가.

“건축가는 건축을 통해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과 관계 맺는 방식을 모색하는 사람이다. 차가운 공학적 언어로 건축물을 읽지 않고, 그 안팎에 존재할 사람들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공간이 사람을 만든다’고 말한다. 공간은 분명 사람의 생각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내가 하는 모든 경험을 하나로 응집시켜 결과물로 내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공간을 설계할 때 다양한 상상과 종합적인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내가 살아서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거기에 녹아 들고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저서 ‘어디서 살 것인가’에서 ‘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을 만든다’라는 처칠의 문구를 인용했는데.

“우리가 벽돌을 쌓아 집을 짓고, 도로를 깔고, 지붕을 만들고, 창문을 만드는 모든 일은 궁극적으로는 사람의 삶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건축물은 다양한 개인들이 모여서 이룬 사회의 복잡하고 심오한 삶들을 잘 담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대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 위에 일어날 프로그램을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는 뜻에서였다.”


-‘공간이 사람을 만든다’는 철학을 직접 설계한 건축물들에 녹여낸다고 들었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내는 것처럼 획일적으로 지은 학교 건물, 혹은 교도소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기보다, 단절시키고 괴리시킨다. 내가 설계한 ‘플로팅 하우스’ ‘머그학동’ ‘압해읍 종합복지회관’ 등은 모두 ‘사람과 사람 사이, 공간과 사람 사이를 어떻게 컨트롤할 것인가’라는 고민에서 출발해 지은 건축물이다. 단순히 공간을 구획하는 것을 넘어, 사람들이 공간 너머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지, 바깥 경치를 음미할 수 있는지 등 관계에 따라 달라지는 시각적 해석을 건축물로 풀어내려고 했다.”


-인기 강연자, 인기 방송인으로 꼽히는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방송에 나가고 강연을 한다. 예를 들어 11월 11일 오후 1시부터 90분간 ‘2018 조선일보 라이프 쇼’에서 내 책 제목과 같은 주제로 강연한다. ‘어디서 살 것인가’를 ‘어느 동네 몇 평짜리 아파트에서 살 것인가’로 이해하는 일반인들에게 건축과 인간의 관계를 이야기할 예정이다. 건축을 이해하면 사람을 더 이해하게 되고, 내가 더욱더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다. 건축은 사람을 비추는 거울이다.”

유현준 교수

-건축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바로 ‘다양성’이다. 양계장처럼 획일화한 학교와 오피스 건축이 전체주의적 사고를 양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 건축 철학은 단순하다. 사람들끼리 화목하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할 것이 다양성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건축물 안에서 산다. 다양한 건축물이 지어져야 사람들도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어디서 살 것인가’에서는 학교 건물을 예로 들어 획일화된 건물들에 대해 설명했다. 당장 건물을 바꾸지는 못할 텐데.

“맞는 말이다. 당장에 건물을 바꿀 수는 없다. 그러면 ‘운영’이라도 먼저 바꿔야 한다. 하드웨어가 안 되면 소프트웨어부터라도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 다시 학교를 예로 들겠다. 옥상을 개방하고, 교무실을 맨 위층으로 올리자.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라도 잠깐이라도 운동장에서 뛰어놀게 하려면, 이동 시간을 줄여줘야 한다. 교무실을 맨 위층으로 옮기면, 학생들이 운동장까지 뛰어 내려가는 시간이 15초라도 줄어든다. ‘40분 수업, 10분 휴식’ 대신 ‘100분 수업, 25분’ 휴식으로 수업 운영을 바꾸면 쉬는 시간에 운동장으로 나가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이다. 다만, 모든 문제를 운영 변화로 해결하려는 생각에는 반대한다. 결국에는 하드웨어, 그러니까 건축을 바꿔야 되는 것이다. 운영을 바꾸는 건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

유현준 교수

-사람들이 휴일만 되면 한강변으로, 쇼핑몰로, 넓은 공간을 찾아다닌다. 사적 공간에 대한 갈증이 있는 것 같다.

“사적 공간에 대한 갈증이 어떻게 건축과 연결되는지부터, 숨 가쁜 도심에서 벗어나 생각에 잠길 수 있는 대교 아래 공간 이야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통해 건축과 삶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공간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행복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청중들에 만들어 드릴 생각이다. 도시는 우리가 서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며 서로의 색깔을 나눌 수 있는 곳, 우리가 원하는 삶의 방향에 맞는 도시로 변화해야 한다.”


-강연장을 찾는 청중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는

“지금 고개를 들어 전후좌우를 살펴봤을 때 ‘내가 어떤 공간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분들을 위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청중이 하루 10시간을 넘게 보내는 일상생활 공간을 어떻게 새롭게 볼 수 있을까, 어떻게 삶을 바꾸는 공간으로 만들까를 함께 고민해 보려고 한다. 단순히 상대방에게 ‘생활 태도를 바꾸라’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아까도 말했듯이 중요한 건 ‘건축물’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작게라도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글 jobsN 이동휘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