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에 젊은 퇴사자 속출하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조회수 2020. 10. 4. 16:59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젊은층이 대기업 때려치우는 이유? 개인 욕망 누를 동기부여 없기 때문"
나훈영 서울워크디자인위크 총괄기획자
DDP, SM엔터 본사 등 공간 기획 경험
공간에 대한 관심이 일로 확장

온종일 ‘이 공간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할까’라는 생각만 하는 사람이 있다. 주어진 공간을 목적과 맥락에 맞게 기획하는 ‘공간 기획자’ 나훈영(42)씨다. 그는 프로젝트별로 공간을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프로젝트디자인그룹’ 대표를 맡고 있다.


평생 정해진 구획에서 남들이 어떤 것을 원하고 어떻게 그 공간을 이용하는지를 탐닉하던 그는 최근엔 ‘일(Work)’에 관심을 기울인다. 오는 7~10일에는 여러 유명인사를 강연자로 초청해 ‘서울워크디자인위크(SWDW)’를 연다. 최근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 크레아에서 만난 나 대표는 이 행사를 ‘국내 최초 일을 탐구하는 축제’라고 정의했다. 10년 넘게 공간 기획을 하던 그의 이력을 비춰보면 조금 생뚱맞은 일이다. 하지만 그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미래 사람들의 일하는 공간에 관심을 갖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요즘 한창 일하는 세대를 보면 우리 아버지 세대와는 일에 대한 인식이 너무 다르잖아요. 앞으로 일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도 무척 궁금하고요. 그런 것들을 꺼내 놓고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제 입장에서보면 공간 기획의 연장선상이죠.” 달변인 그에게 질문 하나를 던지면 꼼꼼하고 착실한 답이 돌아왔다.

출처: jobsN
나훈영 피디지 대표이자 서울워크디자인위크 총괄기획자.

일본에서 진행 중인 워크디자인위크 들여와


-서울워크디자인위크가 대체 뭔가.


“강연도 있고, 전시도 있고, 워크숍도 있는 행사다. 변화하는 일, 일하는 공간, 일하는 조직, 일하는 방법 등에 대해 이야기해보자고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


-워크디자인이라는 말이 생소하다.


“예전 ‘디자인 씽킹(Thinking)’이라는 말이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던 적이 있다. 생각과 공간을 어떻게 변화할 때 사람들이 더 창의적이 되더라는 내용이었다. 일도 마찬가지다. 이제 일하는 방법과 프로세스를 디자인해야 한다. 어떤 리더십으로 어떤 동기부여가 되고, 어떻게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지 일에 대한 전체적인 것을 다시 디자인하자는 의미로 보면 된다.”


-이 행사를 개최하는 계기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사업을 하고, 일본에 집도 있다. 일본에서 지낼 땐 서점을 자주 간다. 2년 전만 해도 패션잡지가 많았는데 어느 순간 그것이 점차 줄고, ‘어떻게 일할까’ ‘어떻게 살까’라는 잡지가 등장했다. 일본 전역에 1000여개 매장이 있는 츠타야 서점에는 아예 ‘어떻게 일할까’라는 책 코너도 생겼다. 이런 현상이 재밌더라. 일과 공간에 대해 스스로도 고민해보다가 일본 도쿄에서 2013년부터 도쿄워크디자인위크라는 행사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국에서도 미래의 일에 대해 공유하고 이야기하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획안을 만들고, 도쿄워크디자인위크 사무국에 찾아갔다. 한국에서 이 행사를 하고 싶다고 하니 흔쾌히 승낙하더라. 로열티 한 푼 없이.”

출처: 인터넷 캡처
서울워크디자인위크 브로슈어.

공간과 그 안의 콘텐츠를 기획하는 일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나 대표는 도시계획가가 꿈이었다. 사람들이 보고 감동하고, 그 안에 살고 싶은 도시와 집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자라면서 그는 건축가보다는 세밀한 디자이너를 꿈꿨다. 1996년 홍익대 산업디자인과에 입학해 실내환경디자인을 전공했다.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군대에 갔고, 제대 후 바로 마케팅·브랜딩 회사에 취직했다.


-공간 디자인은 언제부터 했나.


“제대 후 입사한 회사에서 아파트와 주상복합 마케팅·브랜딩을 하는 업무를 했다. 아파트 분양 브로슈어를 만들었고 어떻게 하면 주상복합이 잘 되게 할까, 상가 디자인은 어찌해야 하느냐 등을 기획했다. 그런 일을 하다 보니 마케팅하던 그 공간을 직접 디자인해보고 싶더라. 그래서 2003년 씨드디자인을 창업했다. 레스토랑, 카페, 인천공항 상업시설 등을 공간 디자인하며 업력을 쌓았다. 주변에 쓸모가 명확하지 않은 버려진 공간이 있으면 이곳을 어떻게 채울까 혼자 상상하는 습관이 생긴 것도 그때부터다.”


나름 공간 디자인 업계에서 이름을 날리던 그는 2012년 기존 공간 디자인 회사 대신 새로운 회사를 차린다. 바로 ‘프로젝트디자인그룹’, 피디지(PDG)다. 이전 씨드디자인은 정해진 공간과 콘텐츠를 예쁘게 디자인하는 일을 했다면, 피디지는 이러한 공간에 무엇을 넣을지 기획하고 콘텐츠를 개발하는 공간 기획회사라고 나 대표는 설명했다.

출처: jobsN
나훈영 대표.

-영업이 잘되던 씨드디자인을 왜 접었나.


“20대 후반부터 30대 중반까지 했으니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하지만 벽에 부딪혔다는 느낌이 들었다. 국내에 실력이 뛰어난 외국계 공간 디자인 회사가 급속히 늘어나던 시점이었다. 고민을 하던 중 스위스의 한 건설회사에 일하는 친구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 기업인이 멋진 미술관을 만들어달라며 회사를 찾아왔는데 공간을 어떻게 구성해달라는 이야기 없이 무조건 멋진 미술관을 지어달라는 말만 반복해 회사가 난감했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깨달았다. 정해진 틀에서 공간 디자인을 하는 것이 아닌, 공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어떤 콘텐츠를 채울까라는 공간의 쓰임에 대해 디자인을 해야겠다고. 그래서 피디지를 차렸다.”


-공간을 기획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나.


“사람들이 이 공간 안에서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콘텐츠를 원하며, 공간의 타깃층은 누구고, 타깃층이 좋아하는 음식이나 서비스를 설계하는 것이다. 무턱대고 공간에 유명 브랜드를 넣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조화 속에 복합 공간을 만드는 것이 공간 기획이다. 건물주가 원하는 것과 그 공간을 이용하는 20대 초반 타깃층이 원하는 것은 갭이 크다. 그 갭을, 그 공간의 쓰임을 디자인한다고 보면 된다.”


-지금껏 공간 기획을 담당한 곳은 어디 어딘가.


“보통 1년에 2~3개 정도의 공간 기획 프로젝트를 한다. 대표적으로 2016년 DDP 공간 전체를 리뉴얼했고, 같은 해 신세계면세점 명인명장관 ‘한수’ 공간도 기획했다. 2015년엔 SM엔터테인먼트 청담동 본사 1층과 지하 1층도 공간 기획했다. SM은 이 공간을 통해 여러 크리에이터와 다양한 협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했다. 카페·식당·라운지·편의점 형태로 기획해 공간 가이드라인을 잡고 디자이너를 직접 섭외해 완성했다.“

출처: 나훈영 대표 제공
왼쪽부터 나훈영 대표가 공간을 기획한 SM 엔터테인먼트, 신세계면세점 한수,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크레아. 특히 나 대표는 복합공간 크레아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회사와 일에 대한 인식의 변화 필요해”


나 대표는 공간과 사람에 대한 관심을 ‘일’로 확장했다. 그는 직접 총괄기획한 서울워크디자인위크에서 현재 우리 세대의 일에 대한 인식과 일과 삶의 균형, 일 잘하는 방법 등을 짚어볼 예정이다. 이 행사를 위해 그는 38명의 강연자와 패널을 섭외했다.


-요즘 세대의 일에 대한 인식은 어떻다고 보나.


“예전 우리 아버지 세대, 아니 10년 전만 하더라도 직장에 올인하는 사람들에게는 명확한 동기부여가 있었다. 열심히 일해서 돈 많이 벌고, 성공하고, 아파트 평수 늘리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그 동기부여 때문에 개인적인 욕망은 다 묻어놓고 일을 했다. 하지만 요새 일하는 30대는 그렇지 않다. 월급보다는 자신만의 시간을 중시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삼성전자, 현대차, 맥킨지 등 고임금의 직장도 빨리 그만두는 사람이 허다하다.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에도 그렇고 개인이 가진 욕망은 비슷하다. 하지만 과거에는 그 개인 욕망을 누를 만한 동기부여가 있었던 것이고, 현재는 그런 게 없다. 이런 현상이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를 판단할 필요는 없다. 그냥 일에 대한 가치기준이 변한 것으로 본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분위기로 생산성이 떨어졌다는 시각도 있는데.


“한국은 효율성, 생산성, 열심이라는 가치에 목매는 나라다. 하지만 노동생산성 지표로 보면 한국은 20위권이다. 열심히 밤늦게까지 일하며 효율성을 중시했지만, 생산성이 좋지 않다는 것은 우리가 지금껏 해온 방식이 틀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어째야 하냐고? 나도 도쿄워크디자인위크를 만든 사람한테 물어봤다. 개인들이 자기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 그 안에서 적절한 동기부여 시스템을 갖추고 나름의 규율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서울워크디자인위크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


“지금 당장 생산성과 효율을 높이기 위해 직장에서의 휴대폰 사용을 금지한다면 어떻게 될까. 난리가 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인식 변화가 필요하진 않을까. 비슷한 여러 담론을 꺼내놓고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사람과 일, 공간에 대한 큰 공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글 jobsN 김성민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