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때까지 럭비선수로 살던 남자가 11년째 하는 일

조회수 2020. 10. 4. 1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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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비 선수 출신 30대, 주류회사에서 10년 넘게 일하는 비결
11년째 싱글몰트 '맥캘란' 앰버서더
에드링턴코리아 전태규씨 인터뷰
"소믈리에+브랜드 매니저인 직업"

전태규(39)씨는 주류 업계에서는 꽤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다. 그는 국내 대표 싱글몰트 위스키인 맥캘란의 브랜드 앰버서더다. 쉽게 말하면 시음회를 진행하고, 시음을 진행하며, 위스키에 얽힌 스토리와 지식을 음용자에게 풀어내는 사람이다.


처음부터 주류 전문가로 커리어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15년 전만 하더라도 그는 럭비선수였다. 중1 때부터 시작한 럭비 선수 생활은 스물 일곱인 2006년에 끝냈다. 무슨 사연일까. 최근 전씨를 만나 인터뷰했다.


양정고와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전태규씨는 대학 졸업 후 뉴질랜드 럭비 3부리그에서 활약하다가 귀국, 대한장애인체육회를 거쳐 2008년 주류 수입유통회사 맥시엄코리아에 입사했다. 이후 맥캘란의 국내 유통이 직영 법인인 주류유통사 에드링턴코리아로 넘어오면서, 전씨도 함께 소속을 옮겼다.


- 럭비선수 출신의 주류 전문가라는 점이 특이하다. 럭비는 어떻게 시작했나.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서울 강신중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럭비부 감독을 겸했는데, 선수 입문을 권하셔서 시작했다.”


- 경기 성적은 좋았나.

“꽤 잘 했다. 중학교 때만 빼고.”


- 자세히 말해달라.

“중학교 때는 럭비부가 그리 잘하는 팀은 아니었다. 그래서 달랑 1승 했다. 고교 진학 이후에는 승률이 80%가 넘었다. 전국 체전 우승, 대학럭비대회 춘계리그 우승 등을 했다. 양정고와 배재고가 함께하는 ‘양배전’, 연세대와 고려대가 하는 ‘연고전’에서도 3년씩 우승을 이끌었다. 대학도 체육특기자로 들어갔다. 포지현은 풀백이었다.”


- 대학 졸업 후에도 럭비를 했나.

“그렇다. 2004년 대학 졸업 후 뉴질랜드에 있는 3부리그 지역 클럽에서 활동했다. 1년 정도 활약을 하고서 은퇴했다.”


- 이유는.

“비인기 종목이라는 점이 컸다. 앞으로 먹고 살 길이 어렵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뉴질랜드도 영어권이고 해서 향후 지도자로 성장할 목적으로 갔던 것이다.”


이후 전씨는 귀국했다. 연세대 럭비팀에서 트레이너로 1년을 보내면서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 1년간 봉사활동도 했다. 그리고는 대한장애인체육회 ‘운영위원 인턴’으로 6개월간 근무했다. 이 때 전국장애인럭비대회 출범을 위한 실무작업을 맡았다. 

출처: /사진 에드링턴코리아 제공

‘브랜드 앰버서더’ 직무로 입사…사내에서 3명만 하는 직업


- 왜 주류회사에 취업했나.

“꼭 주류회사를 고집한 것은 아니다. 업종과 직군을 가리지 않고 신입사원 원서를 한 100장 정도 썼다. 40곳 정도에서 면접 연락이 왔다. 5곳 합격했는데 그 중 맥시엄코리아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 면접 질문은 어떤 걸 받았나.

“술을 잘 먹느냐, 노는 것을 좋아하느냐,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느냐, 문화체험에 대해 말해보라 같은 질문을 받았다.”


- 직무는 뭘로 입사했나.

“회사 내에 브랜드 앰버서더 직무가 따로 있다.”


- 어떤 일을 하나.

“소믈리에와 브랜드매니저를 합친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제품을 국내에 출시할 떄부터 소비자가 마시는 순간까지를 담당하는 사람이다. 구체적으로는 제품을 파악하고, 한국시장에 맡게 전달할 스토리를 구성하며, 론칭 행사와 소비자 시음회를 진행한다. 사실 입사할 때까지만 해도, 무슨 일 하는 지 몰랐다.(웃음)”


- 브랜드 앰버서더의 채용 평가요소는 뭔가.

“일단 개인의 성향, 목소리 톤, 이미지, 설명하는 방식 등을 주로 본다. 앰버서더가 전달하는 스토리와 앰버서더의 설명을 들으면서 시음하는 것 자체가 우리의 상품이기 때문이다.”    

출처: /사진 에드링턴코리아 제공

오후 2시 출근…입사 후 1개월 해외 교육도


- 회사 내에 브랜드 앰버서더가 몇 명이나 있나.

“3명이 있다. 화이트 스피릿(보드카 등 ‘하얀 술’) 담당이 1명, 브라운 스피릿(위스키 등 ‘갈색 술’) 담당이 1명씩 있다. 또 우리 회사는 맥캘란이 주력 상품이라 따로 맥캘란 전담을 두고 있다.”


- 신입 브랜드 앰버서더에게 교육을 하나.

“물론이다. 국내 교육 3주, 해외 주류 교육 1개월이 있다. 나는 입사 직후 스페인과 스코틀랜드에 가서 교육을 받았다. 말 그대로 위스키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눈으로 모두 보고 공부할 수 있다. 맥캘란은 스페인산 와인을 숙성시킨 셰리 오크통을 스코틀랜드로 수입해, 그 통에다 위스키를 숙성한다. 그래서 스페인에 가서 셰리 나무를 보고, 와인을 숙성하는 오크통을 공부한다. 그리고 스코틀랜드에 가서 위스키 숙성에 대해서 공부한다.”


- 용어나 개념이 익숙치 않을텐데.

“그렇다. 쿠퍼리지(cooperage·오크통을 만드는 곳)나 보데가(bodega·술을 저장하고 숙성시키는 창고) 같은 말은 난생 처음 듣는 말이었다. 정말 열심히 외우고 또 익혔다.”


- 국내에서는 어떤 교육을 받나.

“술에 대한 역사나 제작과정 등 ‘필기’ 공부를 한다. 그리고 영업 기법이나 주류 유통시장에 대해서도 공부한다.”


- 하루 일과는.

“오후 2시에 출근한다. 저녁에 일하는 경우가 많고, 주 52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다. 그리고 오후 5시부터는 저녁시간에 이벤트나 외부 행사 진행을 한다.”


-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공부를 많이 해간다. 제작공정이나 위스키의 역사에 대해서 최대한 자세하고 재미있게 풀어놓으려고 노력한다. 또한 위스키는 와인에서 파생된 술이다. 당장 숙성도 와인을 담았던 통에 하지 않나. 그래서 와인의 용어를 많이 쓰고, 와인과 접목해서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노력한다.”


- 영어를 잘해야 하나.

“상중하가 있다면 ‘중’ 정도면 된다. 막상 스코틀랜드 사람들과 이야기해보면 사투리도 심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표준 영어’와는 거리가 있다.”


물에 타기보다는 천천히 음미 추천…“코로 향 충분히 맡고 마셔보세요”


주류 전문가를 만난 김에 맛있게 위스키 먹는 법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 맥캘란 같은 싱글몰트 위스키는 어떻게 마셔야 맛이 좋나.

“일단 위스키는 도수가 40도 이상으로 높다. ‘원샷’을 하기에는 적합한 술이 아니다. 천천히 음미하기를 권한다. 흔히 위스키는 눈으로 보고, 코로 향을 음미하고, 입으로 맛을 느낀다고 한다. 향을 충분히 코로 느낀 뒤 맛을 보면 풍미가 더 좋다.”


- 일각에서는 위스키를 물에 타서 마시는 미즈와리(水割り) 음용법을 권하기도 하는데.

“물에 풀어서 마시는 것은 편하게 즐기고 덜 독하게 마시기 위함이다. 그런데 맥캘란은 단맛과 과일향이 풍부해서 그리 독하지 않다. 오히려 부드럽게 마시려면 잔에 술을 따라두고 향을 공기에 약간 날린 뒤 마시는 것이 좋다.”


- 칵테일로도 마실 수 있나.

“물론이다. 토닉워터 3에 위스키 1로 해서 하이볼로 타서 마셔도 좋다. 경험상 하이볼로는 15년산 파인 오크를 권한다. 샴페인 같은 풍미가 있다.”


- 싱글몰트와 어울리는 한국 음식이 있나.

“개인적으로는 생굴을 많이 권한다. 프랑스에서는 귀한 음식이라 코스 요리에 한두 개가 나오는 데, 국내에서는 ㎏ 단위로 먹지 않나. 그 외에 달달한 갈비찜도 위스키와 함께 먹으면 맛있다.”


- 술이 세나.

“좋아는 하는데 많이는 안 먹는다. 주량은 소주 기준 반 병 정도다.”


- 술을 많이 마시면 살이 찔텐데.

“그래서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처음 입사 후 25㎏이 쪄서 고생한 적이 있다. 지금도 퍼스널트레이닝(PT)을 받으면서 자기 관리를 한다. 내가 브랜드 이미지라는 생각에 관리를 꾸준히 하고 있다.”


글 jobsN 이현택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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