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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윤성빈 선수가 좋아하는 '밥 잘해주는 손 큰 누나'

조회수 2020. 10. 4. 17: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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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식사량 3배, 운동선수 식사 책임지는 이 사람
한국체육대학교 이수진 영양사
10년 동안 환자식 맡다가 학교로
장어·전복 등 보양식 연구해
정현 인스타그램 캡처

경기할 때 선생님이 해주신 전복찜 생각이 자꾸 나더라구요. 또 해주세요.


한국체육대학교에 재학 중인 테니스 선수 정현은 지난 1월 한국인 최초로 그랜드슬램 대회 중 하나인 2018 호주오픈 4강에 진출했다. 경기가 끝나고 학교로 돌아온 정현 선수는 한국체육대 이수진(33) 영양사를 만나 인사를 전했다. 쇼트트랙 심석희와 임효준 선수 등 그는 한국체육대에 다니는 여러 스포츠 스타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다. 올해 2월 졸업한 스켈레톤 윤성빈 선수도 이수진 영양사가 짠 식단을 먹었다.


그녀는 2009년 삼성 에버랜드(현 삼성웰스토리)로 입사해 2017년까지 일했다. 삼성웰스토리 소속으로 삼성서울병원에서 8년, 부산 해운대백병원에서도 1년 일했다. 작년 12월 삼성웰스토리에서 퇴사하고 올해 1월부터 한국체육대에서 일하고 있다.

출처: KBS 아침마당 화면 캡처
이수진 영양사는 지난 7월30일 KBS 아침마당에 출연했다.

식단 짜고 식재료 주문까지···연봉 줄어도 보람 있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한국체육대학교 생활관 식당 영양사다. 생활관은 체육특기자 학생의 기숙사다. 선수 생활을 하는 학생들에게 365일 하루 세 끼를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영양을 고려해 식단을 짜고, 식재료를 주문하는 것부터 매끼 배식까지 책임진다.”


-영양사의 처우는.


“회사마다 편차가 크다. 대기업에 다닐 때는 7년차에 연봉을 세전 4000만원 가량 받았다. 대학교 직원으로 일하는 지금은 세전 3000만원 정도 받는다. 보통 중소기업에서 영양사로 일하면 10년차가 넘어도 세전 3000만~3500만원을 번다.”


-이직하면서 수입은 줄었는데.


“병원에서 일할 때는 돈은 많이 벌었지만, 교대 근무를 해야 해서 힘들었다. 병원은 규모가 커서 영양사 8명이 역할을 분담했다. 메뉴만 짜거나, 조리원만 관리하는 등 한정적인 업무만 맡았다. 영양사 본연의 업무 외에도 매출·영업·손익 관리를 했다. 그런 일보다 식단을 짜고 환자에게 피드백을 받을 때 영양사로서 보람을 느꼈다.


학교에서는 교대 근무를 하지 않고 정시 출퇴근을 한다. 학교는 영양사가 한 명이라 혼자서 급식에 관한 모든 일을 책임진다. 사업장 하나를 운영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일은 힘들지만, 병원에 있을 때보다 지금이 근무 만족도는 훨씬 높다.”

출처: 이수진 영양사 제공
이수진 영양사가 학생들에게 식단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있다.

체급경기 출전 선수에 체중 조절식 제공하기도


-환자와 운동선수의 식단은 다를 것 같은데.


“병원에서는 치료가 식사의 목적이다. 식단을 짜는 데 제한이 많다. 염도 조절도 중요하고, 튀기거나 볶는 조리법보다는 찜이나 조리를 선호한다. 환자의 건강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해서 ‘맵단짠’(맵고 달고 짠) 음식이 없다. ‘환자식은 맛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운동선수는 식사량이 보통 성인의 3배다. 계란을 한 번에 10개씩, 바나나도 3~5개씩 먹는다. 1회 제공량이 많으니 일도 많다. 병원 식사는 1인분의 양이 정해져 있어서 정량을 식기에 담아 제공한다. 학교에서는 자율 배식을 해서 학생이 원하는 만큼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운동선수라고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은 아니다. 유도나 레슬링처럼 체급별 경기에 나가는 학생은 경기 전 체중 조절을 한다. 이들에게는 따로 체중 조절식단을 제공한다. 한 끼에 잡곡밥 100g·한우스테이크 300g·과일 150~200g이 들어간다. 빨간색 육고기를 식단에 반드시 넣고, 견과류는 하루에 50g을 맞춰서 제공한다. 학생들은 영양소 걱정 없이 건강하게 체중을 줄일 수 있다.”


-왜 영양사를 하기로 했나.


“아버지가 간경화가 있으셨다. 어머니가 아버지의 치료를 위해 저염식·건강식으로 식단을 바꾸셨다. 식이요법을 하고 나서 아버지의 건강이 많이 나아졌다. 평소 식사문화에 관심이 많았지만, 아버지가 식단을 바꾸고 나서 건강해진 걸 보고 식사가 사람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대학교 식품영양과에 진학해 영양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출처: 이수진 영양사 제공
스켈레톤 윤성빈 선수도 이수진 영양사가 짠 식단을 먹었다.

식품영양학 전공하고 국가자격증 취득해야


-영양사를 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


“영양사는 크게 급식영양사와 임상영양사로 나눌 수 있다. 보통 급식영양사를 영양사라고 부른다. 대학교 및 전문대학에서 식품학 또는 영양학을 전공하고 관련 수업을 18과목 52학점 이상 이수해야 한다. 이후 영양사 국가시험에 합격하면 학교·산업체 등에서 영양사로 일할 수 있다.


임상영양사는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환자에게 치료식을 처방할 수 있다. 의사·간호사와 협진하기도 한다. 급식영양사와 마찬가지로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해 학사 학위를 받고 영양사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이후 임상영양사 교육기관(대학원 과정)에서 교육을 받고 1년 이상 영양사로서 실무 경험을 쌓아야 한다. 교육 수료증과 1년 실무 경력이 있으면 임상영양사 국가자격시험을 볼 수 있다. 이 시험에 합격하면 임상영양사로 일할 수 있다.”


-하루일과는.


“오전 8시에 출근해 9시까지 아침식사 배식을 감독한다.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식사 인원을 파악하고 2~3일 뒤에 필요한 식재료를 업체에 주문한다. 학기 중에도 경기를 나가는 선수가 있어서 식재료 주문량도 매일 다르다. 식수인원 파악도 직접 한다.


오전 11시부터 점심 준비 과정을 확인하고 검식도 한다. 12시에 학생들이 식사를 시작하면 밀라운딩(meal-rounding)을 한다. 밀라운딩이란 배식 과정을 직접 보면서 학생들에게 어떤 음식이 먹고 싶은지 물어보고, 식단에 대한 피드백도 받는 것을 말한다.


오후 1시부터 2시까지는 조리원과 함께 점심을 먹는다.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식단을 연구한다. 식단은 한 달에 두 번, 한 번에 2주치를 짠다. 식재료 주문에 예산이 얼마나 필요한지 계산한다. 좋은 메뉴가 예상한 단가에 맞게 나오는 게 가장 중요하다. 보통 15일치 식단을 짜는 데 하루 3시간씩 3일이 걸린다.”


-앞으로의 계획.


“환자와 운동 선수를 대상으로 전문식을 제공해왔다. 병원에서 일할 때는 저염 레시피를 많이 연구했고, 운동 선수에게는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보양식을 제공했다. 지금까지 해온 연구를 바탕으로 전문 레시피를 소개하는 책을 쓰고 싶다.”


글 jobsN 송영조 인턴

jobarab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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