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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중퇴하고 MS·아마존 대신 동대문으로 달려간 까닭

동대문 거래, 앱으로 넣은 ‘터틀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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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거래, 앱으로 넣은 ‘터틀체인'
하버드대 중퇴하고 창업
금융으로 넓혀 동대문 혁신이 목표

최근 동대문 상인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는 기업이 있다. 이름이 수상하다. ‘거북선컴퍼니’ 어떤 기업인지 만나봤다.


아직도 수기가 대세, 동대문을 바꾸자


거북선컴퍼니는 염승헌 대표와 김태은 부사장이 작년 4월 공동 창업한 기업이다. 염 대표는 IT, 김 부사장은 커머스 전문가다. 영업 조직은 인터넷쇼핑몰 등 유통업계 경력이 15년을 넘는 사람들로 구성됐다. 전통 시장, 그중에서도 동대문시장의 IT혁신이 사업 모델이다.


-왜 동대문이죠?

“동대문시장 연간 거래액이 20조원에 달합니다. 도매가격 기준이죠. 소비자 가격으로 환산하면 더욱 커집니다. 전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질 것 없는 큰 시장이에요. 전국을 넘어 수출입도 합니다. 여기서만 성공해도 큰 사업을 일굴 수 있습니다.”


-어떤 걸 바꾸겠다는건가요?

“거래 방식이요. 동대문 도매점과 소매점이 거래하는 걸 보면, 무척 원시적입니다. 다 손으로 해요. 계약서 조차 없습니다. 영수증 종이 쭉 찢어서 주문량이랑 금액 기록해 놓고 외상으로 물건 줍니다. 그리고 며칠 있다 소매점이 외상 갚으면, 적어놨던 종이를 구겨서 버리죠. 당연히 사고가 생깁니다. 종이에 기록할 때 0 하나 잘못 넣거나 빼고, 심지어 까먹고 기록하지 않는 경우까지 나옵니다. 물건 줘놓고 증명할 방도가 없는거죠.”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나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터틀체인’을 통해 도매점과 소매점이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소매점은 모바일로 빠르고 쉽게 주문을 넣을 수 있고 도매점은 간단히 그걸 처리할 수 있죠. 소매점이 도매점 계정에 주문을 등록하면, 도매점이 소매점에게 물건 보내주는 겁니다. 결제도 가능합니다. 현금 들고 도매점에 갈 필요없이, 앱을 통해 간편하게 대금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서비스가 나온지 얼마되지 않았다. 지난 1월 베타서비스를 거쳐, 6월 말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반응이 괜찮다. 쇼핑몰 등 대형 소매점 고객은 10월 초 현재 11곳. 도매점 고객은 492곳을 확보했다. “대형 소매점 한 곳이 수십, 수백곳 도매점과 거래해요. 그래서 대형 소매점 한 곳을 확보하면, 자동으로 수십 수백 도매점 고객이 따라옵니다. 초반 성장을 위해 대형 소매점 고객을 확보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하루 거래액은 4000만원 대를 기록하고 있다.

염승헌 거북선컴퍼니 대표

출처거북선컴퍼니 제공

하버드대 중퇴하고 한국으로


그는 12살 때 부모님 따라 캐나다로 갔다. 고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나와 보스턴대에 들어갔다. 경영대로 입학했는데 2학년 때 컴퓨터공학과로 전과했다. “스티브잡스가 타계한 해였어요. IT 혁신이 큰 토픽이었죠. 무조건 IT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컴퓨터공학과를 다니면서 다양한 미국 기업 인턴십을 경험했다.


창업동지 김 부사장은 학부 시절에 만났다. “부사장님이 한국에서 모바일 애드테크 회사를 운영하고 계셨는데요. 2014년 보스턴대가 한국에서 진행한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미국까지 오셨어요. 3주간 각종 창업 교육과 지원을 받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때 학교가 통역 등을 위해 한인 학생과 각 기업을 연결해 줬는데, 제가 김 부사장님 파트너로 지정돼 처음 만났습니다.”


호흡이 잘 맞았다. 김 부사장이 한국 돌아가서도 꾸준히 연락했고, 김 부사장 광고회사의 미국 지사 역할까지 했다.


대학 졸업 즈음 MS 등 여러 기업에서 그를 불렀다. 그가 선택한 직장은 기업이 아니라 하버드대였다. 하버드대는 대학이면서, 엔지니어만 1000명 이상 근무하는 대기업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유학온 친구들은 주로 한국 대기업으로 갔고, 현지 친구들은 스타트업 취업을 많이 했는데요. 전 세계 최고 대학의 운영 방식이 궁금했어요.” 하버드 교내의 각종 결제시스템 관리를 맡아 일했다. 일하면서 석사과정도 함께 했다. 2015년 하버드대 대학원 과정에 들어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전공했다.


2016년 겨울. 일도 공부도 익숙해지면서 매너리즘이 왔다. 아마존, 블룸버그에서 오퍼가 왔다. ‘옮겨 볼까?’ 고민하던 차에 한국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보스턴 시간으로 새벽 4시. ‘지금 하는 애드테크 회사 엑싯이 마무리 단계에 있으니, 공동창업을 해보자'는 김 부사장의 제안이었다.


30분을 통화했다. “여러번 ‘같이 하자’고 얘기했는데, 이제 실현하자더군요. 오래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무조건 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찼습니다.” 하버드대를 중퇴하고, 한국행 편도 비행기표를 끊었다.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각오죠.” 그렇게 한국에 들어와 2017년 4월 공동창업했다.


한국어가 유창하다. 외국에서 오래 살았다는 것을 눈치채기 어렵다. “어릴때 인터넷이 무척 느렸는데 꾹 참고 TV 프로그램 꾸준히 시청하면서 우리 말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다행입니다. 이렇게 예쁜 말 잊지 않았다는 게.”


-그래서 회사 이름도 한글로 한건가요?

“예. 요즘 기업들 보면 국적 불명인데, 전 한국적인 이름을 걸고 싶었습니다. 갑자기 거북선이 떠오르더라구요. 얼핏 촌스러워 보이지만 얼마나 과학적이고 역사적입니까. 세계 어디에도 없고 한국에만 있죠. 정말 멋지지 않나요? 우리 사업도 그렇게 독창적으로 뻗어나가자는 뜻에서 거북선컴퍼니라 지었습니다.”

서비스 '터틀체인' 로고

출처거북선컴퍼니 제공

금융으로 사업영역 확대


아이템은 우연히 떠올린 것이다. “창업할 때 아이템이 정해진 게 아녔어요. 부사장님 전공인 커머스와 제 전공인 IT를 결합해 보자는 약속만 있었죠. 무작정 아이템 찾아 다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동대문에서 옷 떼어가는 모습을 목격한 일이 있었어요.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거든요? 그런데도 젖은 손으로 영수증 종이 찢어서 거래 물량 기록하더라구요. 물에 잉크가 번져 나중에 알아나 볼까 싶더라구요. 내가 할 일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업 기획과 시장조사에 들어가, 개발 과정을 거쳐 지난 1월 베타서비스를 오픈했다. 44일간 운영해 거래액 7억원을 기록했다. ‘이거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6월 말 정식 오픈했다. “지금은 기반 다지기에 집중하는 단계입니다. 내년 공격적으로 확장해보려고 합니다. 대형 소매점 100곳 확보가 단기 목표입니다.”


-그 이후는요?

“대출이요. 동대문에선 갖가지 이유로 외상이 벌어집니다. 이를테면 소매점에 매출이 ‘터지는’ 때가 있어요. 갑자기 주문이 몰리는 거죠. 이때 손님 놓치지 않으려면 도매점에서 많은 물량을 확보해야 합니다. 하지만 당장 현금이 없잖아요? 어쩔 수 없이 ‘외상’ 거래를 하게 됩니다. 원래 아는 사이니까 도매점이 얼굴 보고 물건 주는 거죠. 외상 기간은 3일에서 2주 정도 됩니다.”


약속대로 돈 갚으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돈 떼는 일이 부지기수로 벌어진다. 규모가 클 경우 연쇄부도가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일을 우려해 외상거래에 소극적인 업체가 많다. “우리가 자금을 융통시킬 수 있다면, 소매점이 안정적으로 자금을 확보해 도매점과 마음놓고 거래할 수 있습니다. 지금보다 시장이 훨씬 활발해질 수 있는거죠.”


-기존 금융회사들이 대출해주지 않나요?

“일반 소매점이 은행 문턱 넘는 건 무척 어렵습니다. 넘는다 하더라도, 바로 물건 확보하려면 시간이 생명인데, 은행에선 빠르게 대출받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대부업체 이용하면 금리가 너무 비싸구요.”


-거북선은 어떻게 해결해줄 수 있죠?

“저희 앱에 도매점과 소매점의 주문 결제 데이터가 모이면, 이를 기반으로 해당 업소의 신용도를 판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대부업체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할 수 있습니다. 대부업체는 신용도를 제대로 판정할 수 없어 높은 금리를 부과하지만, 우리는 신용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들의 신용도를 판정해서 그에 맞는 금리를 부과할 수 있는 겁니다. 중금리 시장으로 포지셔닝하는 거죠. 은행보다 편리하게, 대부업체보다 싸게 자금을 융통시킬 수 있습니다.”

염승헌 거북선컴퍼니 대표

출처거북선컴퍼니 제공

-수요가 많을까요?

“현재 외상 거래가 많다는 건 대출에 대한 수요가 풍부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에게 돈을 빌리더라도 3일~2주 정도 외상기간을 고려하면 실제 부담하는 이자액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아마 자금 융통에 따른 수수료 정도로 생각 하시지 않을까 싶어요. 이 정도 수수료 내고 안정적으로 자금 확보해, 도매점에서 불편없이 물량 확보할 수 있다면, 이보다 편한 일이 있을까요? 특히 신용도가 우수할수록 금리가 낮아질테니 적극적으로 우리 대출을 이용하려고 할 겁니다. 도매점 입장에서 보면, 거북선에게서 돈을 빌려 현금 들고 오는 소매점과, 계속 외상거래 하자는 소매점 중 누구에게 먼저 물건을 줄까요? 우리 방식이 대세가 될 겁니다.”


-대출 자금은 어떻게 확보하죠?

“우리가 자체적으로 자금을 끌어와 대출할 수 있구요. 기존 금융사와 콜라보 상품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일단 소액이나마 시범 서비스를 해보려고 합니다. 내년 하반기 본격적인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주문-결제-금융으로 이어지는 3단계 서비스를 완성하는 게 우리의 궁극적인 그림입니다. 주문을 IT화하는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다만 금융과 연결해보려는 시도는 없었어요. 결국 수익성 확보에 실패하면서 대부분 사업을 접었어요. 우리는 그 틀에서 벗어날 겁니다.”


-거래 자금 외에 기대하는 확장성은요?

“운전자금 수요도 꽤 있을 것으로 봐요. 장사 하시는 분들 보면 신용도 좋은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대체로 은행 대출이 막혀 있는데요. 이런 분들에게 저희 DB에 쌓인 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보다 싸게 자금을 빌려드릴 수 있습니다.”

서비스 시연 화면과 서비스 설명 PT

출처거북선컴퍼니 제공

동대문에서 승부가 먼저


-다른 수익성 확보 방안은요?

“주문-결제-금융 3단계 서비스 중에서, 주문 주고받는 건 계속 무료로 제공할 예정입니다. 결제는 수수료를 받을 예정인데, 건당 500원 정도로 상징적인 수준만 부과할 생각입니다. 결국 금융이 수익원인데, 대출 서비스에서 수수료를 받거나, 차입-운용 마진을 남길 예정입니다. 이외에 세금 관련, 계산서 정리, 장부 기장, 노무 관리 등 함께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많아요. 지금은 핵심역량에 집중하는 단계지만, 추후 서비스를 계속 넓혀 갈 예정입니다.”


-동대문을 넘어 다른 시장 진출 계획은요?

“일단 여기서 승부를 내야죠. 동대문 시장이 수십년 묵은 원시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선진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얘기를 꼭 듣고 싶습니다. 이후부터는 연결 선상의 다른 밸류체인을 공략할 수 있을 겁니다. 예를 들면 생산 공장과 도매업자 사이에도 외상 거래 문제가 있는데요. 그걸 우리가 가져오는 거죠. 동대문 시장과 비슷한 곳을 찾아 해외 진출도 가능할 겁니다. 항상 새로운 걸 배워야 합니다. 지속적인 시장 조사도 필요하구요.”


-창업하는 분들에게 조언 하나 해주세요.

“회사 다닐 때는 신경 쓸 필요 없던 일이 복병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기업은 시스템으로 돌아가는데, 내 사업 하게 되면, 서류 하나 하나 내가 챙겨야 합니다. 자잘한 일 미리 경험해 봤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요. 직접 겪어봐야 아는 게 너무 많아요. 사업 전에는 컨셉트 잡는 게 무척 중요합니다. 처음 어떤 가설을 세웠느냐에 따라 사업 성패가 갈립니다. 사람에 따라 성공하는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최초 어떤 가설을 세웠느냐에 따라 궁극적인 결과가 결정됩니다. 빨리 사업하겠다는 욕심으로 컨셉트 구체화하지 않는 분들이 많은데, 반드시 컨셉트부터 제대로 잡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글 jobsN 박유연

은행권청년창업재단 D.CAMP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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