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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으로 커피·핫도그 가게 차렸다 '쓴맛' 본 30대, 지금은..

조회수 2020. 9. 18. 15: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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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사업 시행착오 맛본 그가 선택한 직업의 '맛'
쿠쿠 상품기획자 김태균씨 인터뷰
대학 졸업 후 사업하다 실패하기도
늦깎이 입사후 영업 거쳐 마케터로

여기 하루 종일 ‘밥맛’에 몰두해 사는 사람이 있다. 국내 밥솥 시장 점유율 75%를 기록하고 있는 쿠쿠전자 마케팅팀 김태균(39) 과장. 아침에 출근해 하루 종일 밥솥을 구상하고, 새 밥솥을 기획하다가 퇴근한다. 일에 빠져 사느라 결혼도 다소 늦었다. 슬하에 생후 7개월 된 아이가 있다.


jobsN은 최근 서울 학동 쿠쿠전자 서울사무소에서 김 과장을 만났다.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맥도날드인터내셔널아카데미(고교)와 경희대(경영학 전공)를 졸업한 김 과장은 2010년 쿠쿠전자에 입사했다.


- 캐나다 출신인가.

“그렇지 않다. 서울 목동 출신이다. 중학교 졸업 후 글로벌 인재를 꿈꾸며 캐나다 고교로 유학을 갔다. 그런데 금융위기가 터져 귀국했다.”


- 쿠쿠에서 밥솥 상품기획자로 일하게 된 계기는.

“처음부터 밥솥 등 생활가전 업계에 투신할 생각은 없었다. 대학 졸업 후 회사보다는 장사를 하고 싶었는데 실패했다.(웃음)”


- 무슨 장사를 했나.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키워보겠다며 가게를 열었다. 커피숍과 핫도그를 파는 가게였다. 지인들과 함께 모은 돈 1억원으로 시작했다. 직영점 2곳을 냈는데 결국 접었다.”


- 왜 실패했다고 생각했나.

“공급자 마인드로 생각했다. 물건을 잘 만들어서 팔면, 소비자가 살 것이라고 봤다. 지금 마케터 관점에서 보면 소비자의 니즈(needs)를 치밀하게 파악하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그때 현장에서 아이들과 주부 등 소비자를 직접 대면했던 경험이나 사업 실패 과정 등은 마케터로 일할 때 꽤 도움이 된다.”


서른 한 살 신입사원으로…입사 후 영업 거쳐


김 과장은 사업을 접은 뒤 2010년 쿠쿠전자에 입사했다. 그의 나이 31세, 당시로서는 늦깎이 신입사원이었다.


- 쿠쿠 입사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외부 위험에 흔들리지 않는 회사, 밥솥이라는 아이템이 정말 확고한 회사, 주방에서 친숙하게 보는 브랜드라는 이유로 입사를 결정했다. 또한 밥솥 외에 정수기나 공기청정기 등으로 사업군을 확대하고 있어, 마케터가 할 일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채용 과정은 어땠나.

“서류전형과 면접, 영어시험으로 진행된다.”


- 면접에서는 뭘 물어봤나.

“학점과 학교생활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전공학과가 상품기획 업무에 어떤 도움이 될지를 묻기도 하더라. 그리고 나이가 많은데 뭘 했냐고 묻더라. 사업 이야기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 영어 시험은 왜 보나.

“쿠쿠 상품기획자는 해외 제조사나 유통업체와 연락할 기회가 많다. 그래서 평가가 필요하다. 영어 작문과 말하기 테스트를 받았다.”


- 상품기획 직무로 입사했지만, 처음에는 영업부서로 갔다고.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쿠쿠전자는 마케팅 부문이 본사가 있는 경남 양산에 있다. 일단은 회사에 적응을 하기 위해 서울사무소에서 근무를 희망했는데, 서울사무소는 대부분이 영업 사업본부다. 그리고 영업을 모르고는 마케팅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쿠쿠에서는 각 영업자가 작은 규모로 저마다 마케팅 활동을 해야 한다.”


-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쿠쿠 영업 담당자는 영업 현장인 유통 채널은 물론이고 최종구매하는 소비자까지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담당 직무 내에서 본사의 방향에 맞춰 홍보나 마케팅을 개별적으로 수행한다. 홍보물 제작이나 배포, 판매활성화 이벤트 진행시 필요한 작업이나 소품 등을 스스로 기획해야 한다.”

출처: 쿠쿠전자 제공
쿠쿠전자 마케팅팀 김태균(39) 과장

40년 데이터 기반으로 알고리즘을 밥솥에 입력


-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하루 종일 회의와 아이디어 발굴이 기본이다. 일단 오전에는 매일 아이디어 회의가 있다. 기존에 있던 상품에 대한 개선점, 대세 상품에 대한 품평 등 주제는 다양하다. 오후에는 연구팀과 개발 일정을 수립하거나, 토론을 하거나, 해외 협력사와 전화로 논의를 하기도 한다.”


- 밥솥의 핵심 기능은 무엇이라 보는가.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밥맛이다. 좋은 밥맛의 조건은 압력과 화력이다. 적절한 압력과 화력, 뜸 들이는 구간 설정 등이 모두 밥맛에 영향을 미친다. 40년간 밥솥을 제조하면서 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 취반(炊飯) 알고리즘을 밥솥에 입력한다.”


- 입사 후 당신의 대표 업적은.

“최근 출시한 ‘트윈프레셔’ 기획을 맡았다. 본래 경영진이 낸 아이디어인데 구체화를 맡았다. 쫀득하고 찰진밥과 고슬고슬하고 부드러운 밥 등 2가지 맛을 밥솥 하나로 구현했다. 이중 밸브를 조절하면 초고압(2기압)이나 고화력 무압(공기와 같은 1기압)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다. 밥솥으로 수육이나 삼계탕 등도 만들 수 있다.”


- 밥솥 개발에 외부 전문가의 비법을 접목한 적이 있나.

“일단 ‘밥맛’이라는 목표에 필요한 것이 있으면 뭐든지 연구하고 비교한다. 흔히 고슬고슬한 밥을 사용하는 초밥이나 김밥의 밥맛을 연구하기 위해, 초밥을 잔뜩 사기도 했다. 부산 지역 유명 초밥집을 돌면서 초밥을 포장구매해 와서, 회사에서 밥알의 크기나 식감 등을 먹어보며 분석했다.”


“히트 상품은 ‘작은 차이’에서 나온다”


- 상품기획자의 습관이 있나.

“우리 제품뿐만 아니라 전자제품을 보면 면밀하게 관찰하는 습관이 있다. 이전에는 제품의 외관이나 색상 등을 파악하는데 그쳤다면, 지금은 기능이나 재질을 따져본다. 또한 이걸 우리 회사에서 만든다면 어느 정도의 자금을 투자할지를 떠올려보는 습관도 생겼다.


양판점 등에서 물건을 살 때도 ‘다른 고객들은 어떤 점을 좋아하는지’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일반 소비자나 판매자가 느끼는 사소한 부분이 중요한 개발 포인트가 된다고 생각한다.


밥솥 기획자로서 생긴 습관도 있다. 해외 출장이나 여행을 가면 꼭 현지 요리, 그것도 쌀로 만든 음식을 먹는다. 그 지역의 쌀밥은 어떤 맛인지가 궁금하다.”


- 매일 밥을 짓나.

“회사에서 취사하는 것은 품질혁신팀과 연구원들이다. 나는 기획을 하기 때문에 회사 내에서 밥을 짓는 일은 별로 없다. 하지만 집에서는 매일 직접 밥을 해보고 있다. 쌀을 씻고, 이를 밥솥에 넣은 뒤 작동시키는 과정을 매일 반복해 본다. 어떻게 하면 더 청결하고 편리한 제품의 동선을 떠올린다. 밥을 먹으면서는 식감에 대한 소비자 의견 청취 방법 등을 고민한다.”


- 향후 포부는.

“밥솥 외에도 가습기, 그릴 등 신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상품기획자로서 신규 아이템 발굴을 꾸준히 해보는 것이 당장의 목표다.


- 쿠쿠 상품기획자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히트 상품은 ‘작은 차이’에서 나온다. 사소한 것이라도 그냥 넘기지 말고 왜 일어났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또 시장과 소비자 행동 분석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정된 재화에서 소비자가 우리 제품을 위해 돈을 지출해야 하는 이유를 발굴하는게 상품기획자의 업(業)이라 생각한다.”


글 jobsN 이현택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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