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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인서울 안 나왔지만, 대기업 9곳 부름 받았습니다

조회수 2020. 9. 18. 15: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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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졸업 후 직장생활하다 폴리텍대 입학
고교 졸업 후 직장생활하다 폴리텍대 입학
스펙·자존감 UP
신의 직장 취업 성공

김성중(26)씨는 2017년 10월 SK하이닉스에 입사했다. 경기도 이천 본사 이천Photo기술2팀에서 장비유지보수를 맡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떠오르는 ‘신의 직장’이다. 삼성전자, 마이크론과 다투는 세계 빅 3 반도체 회사다. 2017년 매출은 30조 1094억 3400만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매출은 계속 성장 중이다. 기업정보평가사이트 크레딧잡에 나온 초대졸 초봉은 약 4300만원(국민연금 기반).


김씨는 2010년 전북에 있는 이리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동안 직장생활을 했다. 이후 2016년 한국폴리텍대학 김제캠퍼스 컴퓨터응용기계과에 입학해 4.27이라는 우수한 학점으로 졸업했다. 그가 지원한 기업은 30곳. 이전에는 번번이 서류전형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던 그가 대기업 9곳의 서류전형에 합격했다. 이중 6곳 기업에 면접을 보러 갔다. 결국 SK하이닉스 취업에 성공했다. 

출처: jobsN
김성중씨.

학비 전액 지원받고 졸업 후 스펙UP


김씨는 특성화고를 다니며 일찍이 자신의 흥미와 적성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았다. 부모님, 누나 3명과 살았던 그는 이리저리 방황할 새 없이 일찍 철이 들었다. 고교 졸업 후 대학 진학보다는 취업을 택했다. “가만히 책상 앞에 앉아 책만 보는 공부에는 관심 없었어요. 기계를 만질 때는 온전히 그 일에 집중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다시 공부하기로 결심한 건 직장 선배 덕분이다. 김씨는 군 제대 후 2014년부터 (주)광전자에서 일했다. 반도체 기본 재료인 웨이퍼를 가공하는 생산직이었다. “폴리텍 광주캠퍼스를 다니던 선배가 있었습니다. 실습 위주라는 점이 맘에 들었어요. 늦은 나이에 입학한 사람들이 많아서 ‘나이가 많은데 지금 해도 될까’라는 걱정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선배가 제게 ‘너도 어리고 한창 배울 때이니 도전해봐라’고 용기를 북돋아주었습니다. 캠퍼스가 많아 멀리 통학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좋았어요.”


폴리텍대는 고용노동부 산하 특수 대학으로 기술 실무 인력을 양성하는 곳이다. 전국에 36개 캠퍼스가 있다. 현장에서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기 때문에 이 학교 출신들을 선호하는 기업이 많다. 졸업장만으로 취업시장에서 승부 보기 어려웠던 서울 주요 4년제 대학 입학·졸업생도 실무와 기술을 배우기 위해 다시 입학한다. 폴리텍대는 2018년 2년제 학위 과정에 신입생 8662명을 뽑았다. 이 중 1334명은 다른 대학을 다녔던 사람들이다. 1년 이하 전문 기술 과정의 경우 신입생 가운데 27%가 4년제 대학 졸업자였다.


취업 스펙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저렴한 학비도 강점이다. 2년제 학위과정 기준으로 학기당 등록금은 130만원 내외다. 4년제 공과 대학의 3분의 1 수준이다. 김씨는 고등학교 내신 성적과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는 서류전형, 그리고 면접 전형을 거쳐 2016년 3월 입학했다.


김씨는 학비 전액을 국가장학금으로 지원받았다. 기숙사비는 1학기당 34만원. 이외 생활비만으로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다. “대학에 가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께서 학비를 지원해준다 하셨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어요.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다닐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출처: 김성중씨 제공
증명사진, 폴리텍대 재학 시절 친구들과 함께.

학기 중에 미리 취업 준비


학비가 저렴해 수업 분위기가 좋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다들 취업이라는 목표가 확실했기 때문이다. 고교 졸업생부터 서른 넘어 입학한 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함께 수업을 들었다. “기계과가 60명이고 A, B반으로 나눠 한반에 30명씩 함께 수업을 들었습니다.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이 10명, 나머지는 또래나 동생이었어요. 다들 목적의식이 뚜렷하고 욕심이 있어서 저도 동기부여를 받았습니다.”


김씨는 고등학교처럼 주 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7교시 수업을 들었다. 국어·영어·역사 같은 인문 분야부터 기계 요소·설비·CAD(컴퓨터를 이용한 설계 작업) 등 전공 수업까지다. 수업은 언제나 앞자리에서 들었다. “앞자리에서는 졸려도 잠을 못 자니까, 억지로 앞자리에 앉았어요.” 수업이 끝나고 나면 산더미 같은 과제 속에 파묻혀 살았다.


방학 때도 여유는 없었다. 고등학교 때는 근처에도 가지 않았던 도서관에서 종일 공부했다. 졸업 전까지 자격증 3개 취득을 목표로 했기 때문이다. 컴퓨터응용가공산업기사·기계정비산업기사·기계조립산업기사 자격증을 땄다. 고등학교 때 내신성적은 4등급. 하지만 그의 대학 졸업학점은 4.5점 만점에 4.27점이다. 직장 경험을 쌓고 전문성 있는 실무 교육까지 받은 그는 명문대 졸업생 못지않은 취업 스펙왕이 됐다.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연습 삼아 입사지원서를 넣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합격한 자소서와 탈락한 자소서를 분석했다. 친구들과 돌려보며 의견을 묻고, 교수를 찾아가 첨삭을 받았다. “다른 지원자들보다 돋보일 강점을 살리기로 했습니다. 공고를 졸업하고 직장 경험이 있는 데다 학교에서 실무 교육도 받았어요. 직무 이해도가 높다는 점을 어필했습니다. 또 ‘내가 꿈을 이루면 누군가의 꿈이 된다’는 좌우명 등을 소제목에 넣어서 인사담당자가 관심을 갖도록 했어요.”

출처: 김성중씨 제공
SK 하이닉스에 제출한 자기소개서 일부. 2번 서류 탈락 경험이 있지만 학력과 학점을 다시 쌓아 지원했다는 등 미사여구 없이 진솔하게 썼다.

인적성과 면접도 학기 중에 미리 대비했다. 각종 대기업의 수십개 인적성 기출 책을 풀면서 깨달은 풀이 비결은 ‘아는 것만 골라 빨리 풀기’다. “모든 과목에서 시간이 늘 모자랐어요. 일부 기업 인적성 시험에는 문제를 틀리면 감점이 돼요. 어차피 다 풀지 못할 거, 찍지 말고 정확하게 아는 것만 빨리 풀고 넘어갔어요. 그러고 나서 시간이 남으면 모르는 걸 풀었습니다.”


면접을 준비할 때도 학교 친구들과 스터디를 하고 교수에게 조언을 구했다. 인터넷에 나와 있는 기출 질문과 예상 질문을 정리했다. 김씨는 면접에서 심하게 긴장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면접을 준비할 때도 눈동자가 떨리고, 너무 외운 티가 난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초기에는 면접 볼 때마다 청심환도 먹었어요. 처음에는 스트레스였는데 어쩔 수 없다 생각했습니다. 가고 싶은 기업의 면접에서는 떨리는 게 당연하니까요.”  

출처: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 전경

SK하이닉스 면접에선 면접관 4명이 면접자 5명을 평가했다. 한 면접관이 김씨에게 ‘직장 상사가 부당한 일을 시켰을 때 어떻게 하겠는가’라 물었다. 김씨는 “상사가 지시하는 대로 하되, 이후에도 계속 상사가 부당한 지시를 내린 잘못을 깨우치지 못하면 상사에게 바른 말을 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후로 김씨에게 이어진 질문은 없었다. 50분 동안 면접관들이 그에게는 단 1개의 질문밖에 하지 않은 것이다. 김씨는 불안함에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면접관이 마지막으로 할말이 있는지 물었다. 김씨는 ‘이대로 탈락일까’ 두려움을 이기고 “왜 제게는 더 질문하지 않으시냐”고 물었다. “한 분이 ‘반도체 공정을 잘 알지 않느냐’고 하셨어요.” 학교에서 쌓은 실무 경험이 믿음이 가 질문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김씨는 최종 합격 90명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이전 회사 대비 2배 이상 연봉을 받는다.

꿈 커지고 자존감도 올라


직장 경험이 있지만 아직도 배우고 도전하고 싶은 게 많다. “위험물산업기사 자격증을 꼭 따고 싶습니다. 회사에서 약품을 많이 만져서 화학 지식이 필요해요. 대학에 다닐 때부터 도전했는데 3번이나 떨어졌습니다. 끝을 보고 싶습니다. 또 현장 안전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산업안전기사 자격증 실기도 앞두고 있어요.”


목표를 정확히 갖고 공부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대학에서 공부하기 전까지는 진로나 꿈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했던 거 같아요. 목표가 뚜렷한 동기들과 함께 공부하다 보니 꿈이 더 터지고 자존감도 올라갔습니다. 도전해보세요.”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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