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날수 없어요..1년 중 11개월 바다에서 보내는 직업은?

조회수 2020. 9. 18. 15: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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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11개월 크루즈 타고 여행하는 그의 직업은?

미국 마이애미에 본사를 둔 크루즈 기업 로얄캐리비언 인터내셔널에서 일하는 박현주(29) 씨는 크루즈 승무원 2년 차다. 크루즈 여객선은 ‘바다에 떠다니는 리조트’라 불릴 정도로 호화롭고 규모가 크다. 가장 큰 크루즈는 2800여개의 객실에 9000명까지 태울 수 있고, 길이만 350미터가 넘는다. 각종 문화시설은 물론이고 아이스링크와 워터파크, 미니 골프코스까지 갖춘 크루즈도 있다. 그 안에서 일하는 승무원은 한 번 승선하면 몇 달씩 배에서 머물다가 크루즈에서 내리면 1~2달 휴가를 보낸다.


6개월 동안 크루즈를 타고 세계를 누비다가 지난주 호주에서 귀국해서 휴가를 즐기고 있는 박현주 씨를 13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크루즈의 매력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라는 그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내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출처: jobsN
로얄캐리비언 인터내셔널 크루즈 승무원 박현주씨

- 크루즈에 6개월이나 있었다던데.

“3월 26일 크루즈에 탔다가 10월 7일에 내렸으니까, 6개월 조금 넘게 있었네요. 한 번 근무를 배정받으면 6개월 정도 크루즈에서 머물러요. 그리고는 1달 내지 2달 휴가를 받죠. 남들과는 조금 다른 생활 패턴입니다.”


- 다니고 있는 회사가 궁금하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로얄캐리비언 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에요. 전 세계에서 크루즈 노선을 운영하고 있는 업계 빅3 안에 드는 큰 크루즈 전문 기업입니다. 세계 크루즈 시장의 22%를 점유하고 있죠. 세계에서 가장 큰 크루즈 ‘심포니 오브 더 씨즈’를 소유하고 있는 회사이기도 합니다. 저는 거기서 크루즈 승무원으로 2년 째 일하고 있어요.”

출처: 박현주씨 제공
박현주씨가 승무원으로 탑승한 크루즈 '오베이션 오브 더 씨즈'(좌), 뉴질랜드를 지나며 갑판에서 동료들과

- 어떻게 크루즈 승무원으로 일 해볼 생각을 했는지.

“대학교 졸업 후 한국에서 무역회사에 다니다가 영어를 배우고 싶어서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갔어요. 호주 호텔에서 일했는데 일이 생각보다 잘 맞더군요. 재밌었습니다. 호주에는 크루즈 여행을 하는 사람이 많아요. 호텔에서 일하던 중 석양이 지던 어느 날, 노인 부부가 손을 잡고 크루즈로 들어가는 모습을 봤어요. 천천히 걸어 들어가던 뒷모습이 너무나 멋져보였습니다. 크루즈를 타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해봤어요. 바다에 떠다니는 호텔에서 일하고 싶어진 거죠.”


- 크루즈 승무원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호주에 있을 때, 크루즈 기업에 입사 지원을 해봤어요. 그런데 호주 채용에서는 호주 현지인들 위주로 뽑다보니 합격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들어와서 한국에서 뽑는 채용에 지원했어요. 크루즈 업체마다 채용 방법이 다양한데, 우리 회사 같은 경우는 면접 과정을 통해 선발해요. 1차로 한국 채용 파트너 회사의 면접을 통과하면 2차로 미국 본사 인사팀과 화상 면접을 진행합니다. 마지막으로 본사 게스트서비스 매니저와 전화로 면접을 통과하면 중국 천진에 있는 아시아 트레이닝 센터에서 3개월 동안 교육을 받아요.


교육 과정 중에 평가가 이뤄지는데 거기서 최종 합격하면 크루즈에 승선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크루즈 기업이 상시채용 방식이라 승무원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수시로 업체별 채용공고를 확인해야 해요. 우리 회사는 작년에 한국에서 승무원을 20여 명 뽑았고, 올해는 40여 명 채용할 예정이랍니다. 한국인 승무원 채용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요.”

출처: 박현주씨 제공
일본 나가사키 항 에서(좌), 시드니 항에 도착하며

- 채용 과정에서 어떤 면들을 주로 평가하나.

“한 크루즈에 50개국이 넘는 국적의 승무원들이 동시에 탑승하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있어서 영어는 기본입니다. 제2외국어가 가능하면 일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져서 유리하죠. 저는 중국어를 전공했는데,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승객들을 상대하는 직업이다 보니 긍정적인 마인드를 많이 보더라구요.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자기소개서도 그런 면을 중점적으로 썼어요. 호주 호텔에서 일했던 이야기와 다양한 여행 경험, 그리고 어려움에 닥쳤을 때 이겨냈던 이야기를 부각시켜서 작성했습니다. 면접은 편하게 진행됐던 것 같아요. 서비스에 대한 생각과 특정 상황을 맞았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 물어봤어요. 제2외국어로 자기 소개도 했었고, 여행에서 경험했던 이야기를 많이 물어봤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


- 크루즈 승무원으로 배를 타고 어디까지 가봤나요.

“제가 지금까지 배정받은 게 모두 아시아 노선이었어요. 중국-한국-일본을 주로 운항하고 태국, 필리핀, 베트남을 경유하는 코스를 주로 다녔습니다. 최근에 탔던 크루즈는 홍콩과 싱가포르를 거쳐서 뉴질랜드와 호주까지 운행하는 노선이었어요. 지난 10월 7일에 마지막으로 호주 시드니에서 내렸죠. 거기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귀국해서 지금까지 휴가를 즐기고 있습니다.”


- 노선 배정은 회사에서 정해주나요.

“회사에서 근무 레터가 와요. 거기에 내가 타야 할 크루즈와 일정, 비행기 티켓이 들어있어요. 출발지와 근무가 끝나는 도착지가 외국이라서 비행기를 타고 현지로 이동해야 하거든요. 보통 6개월 정도의 크루징 일정입니다. 그리고 다음 레터를 받을 때까지 휴가에요. 1-2달 정도 쉬고 다시 크루즈를 타는 패턴입니다.”

출처: 박현주씨 제공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갑판위에 모여서

- 6개월 동안 배를 타면 안 지겹나.

“크루즈를 타면 배에만 있는 것 아니냐고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그렇지 않아요. 여행지를 옮겨 다닐 때마다 정박을 하거든요. 2~3일에 한 번은 주요 도시에서 정박을 합니다. 그때는 육지로 나와서 잠깐의 여가를 즐기곤 해요. 주로 쇼핑과 관광을 합니다. 크루즈에서도 흥미로운 일들이 많아요. 직원들에 대한 복지가 잘 돼있어서, 일과 시간 이외에는 크루즈 내에서 직원 전용 헬스클럽도 다닐 수 있고 문화 활동도 합니다. 헬리포트라고 외부 갑판에 헬기 착륙하는 곳이 있는데, 늘 승무원들만 이용할 수 있게 개방해요. 저는 해 질 때 노을을 바라보며 즐기는 선 셋 요가 시간을 제일 좋아합니다. 크루즈에서 승무원만을 위한 파티 타임도 자주 있어요. 각국의 승무원들이 친구처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많아서 지루할 시간이 없습니다. 제가 이 일이 체질에 맞아서 그런 측면도 있구요.”


- 크루즈에서 맡은 일이 무엇인지. 일과도 궁금하다.

“제가 타는 크루즈만 해도 탑승하는 승무원 숫자만 1500명이 넘어요. 그렇다보니 승무원들마다 하는 일이 무척 다양합니다. 저는 그중에서 VIP 컨시어지를 담당하고 있어요. VIP 탑승객들을 전담으로 맡아 상담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출처: 박현주씨 제공
VIP 컨시어져로 일하는 모습(좌), 크루즈 승무원들 만의 선상 파티

- 승무원 중에 한국인이 많은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돼요. 한 크루즈에 한국 직원은 두 명이나 세 명 정도, 한 명인 경우도 많습니다. 크루즈 여행 문화가 아직 생소해서 한국 고객이 적은 관계로 한국 직원을 많이 뽑지 않는 것 같아요. 대신에 다양한 나라의 친구들과 친해질 기회가 많다는 점은 좋은 것 같아요. 외국 친구들을 정말 많이 사귀게 됐어요.”


- 크루즈 여객선의 규모가 궁금하다.

“제가 탔던 크루즈는 탑승 인원이 6500명 규모였어요. 승객이 4000명 정도 탔고, 62개국 국적의 승무원 1500여명이 탑승합니다. 2100여개 객실이 있고 VIP 객실은 40개 정도예요.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크루즈 ‘심포니 오브 더 씨즈’의 크기는 어마어마해요. 유럽 노선에서 운항하고 있는데, 9000명까지 태울 수 있고 길이만 362미터에요. 레스토랑만 40개, 수영장이 23개니까 상상이 안 갈 정도의 규모입니다.”


- 크루즈 여행이 아직 생소하다, 크루즈 여행의 매력은 무엇인지.

“예전에는 크루즈에 대한 선입견이 노인들의 여행, 좁아터진 객실, 지루한 항해 등이었어요. 하지만 요즘 크루즈 여객선은 완전히 다릅니다. 크루즈는 ‘떠다니는 대형 리조트’라고 보면 돼요. 배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가 엄청나거든요. 오페라를 즐길 수 있는 대형 무대와 락 콘서트를 할 수 있는 공연장은 물론이고, 워터 슬라이드가 있는 워터파크도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즐길 수 있는 스케이트장이나 암벽 등반 코스도 있고, 관람차, 짚라인, 수상스키장, 미니 골프코스 등 다양한 시설이 크루즈 안에 다 있어요. 미식가를 위한 다양한 요리와 산책을 위한 나무 정원도 있어서 지루할 시간이 없을 겁니다. 공항에서 맞이하는 여행지와 바다에서 맞이하는 도착지의 풍경은 느낌이 완전히 달라요. 그 매력을 많이 느껴보셨으면 좋겠어요.”

출처: 박현주씨 제공
크루즈 헬리포트에서 즐기는 선셋 요가

- 외국에서는 크루즈 인기가 어느 정도.

“상대적으로 한국에서 크루즈 여행을 즐기는 분들이 적지만, 외국에서는 크루즈를 찾는 여행객이 무척 많아요. 젊은이들일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많아서 이용객 연령대도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배인 ‘심포니 오브 더 씨즈’의 경우 2019년 말까지 모든 예약이 다 찬 상태라고 해요. 가족 단위의 고객들이 많고, 젊은 연인들도 추억을 만들기 위해 크루즈를 타는 경우가 많아요.”


- 오랫동안 집에서 나와서 생활하는 직업이다. 두려움은 없었는지.

“원래 여행은 좋아했어요. 새로운 곳을 경험하는 것도 좋아했고 돌아다니며 문화 체험을 하는 것도 좋아했습니다. 일하면서 여행하는 기분이 너무 좋더군요. 부모님께서도 제 성향을 잘 아시니까 늘 응원해 주세요. 저는 두려움 같은 건 없었던 것 같아요.”


- 휴가 기간에는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친구들을 만나고 맛집을 찾아다니기도 해요. 원 없이 잠을 푹 자기도 합니다. 여행을 워낙 좋아하다보니 크루즈에서 내렸어도 따로 여행을 다니기도 합니다. 마침 내일 일본 여행을 떠날 예정이에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여행을 좋아하고 다양한 경험을 즐기고 싶으신 분들은 크루즈 승무원에 대해 한번 쯤 생각해 보세요. 일 하면서 충분히 매력을 느끼실 거예요. 한국인 직원이 너무 없어서 외로울 때가 있어요. 크루즈 승무원에 대해 많은 관심 가져주셔서 함께 일할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 오종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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