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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도, 승차거부도 없는 ‘세상 조용한 택시’, 알고보니…

말하지 않아도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택시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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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액터스 송민표 대표
고요한 택시로 청각 장애인도 택시운전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사업하고 싶어”

"안녕하십니까. 목적지를 입력해주세요."


승객이 택시를 타자 택시기사의 목소리 대신 기계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나는 곳은 조수석 뒤에 달린 태블릿 PC. 화면을 들여다보자 음성·손·키보드 아이콘이 나온다. 승객이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입력할 방식을 고르는 것이다. 목적지 입력 후 '전송하기' 버튼을 누르면 택시기사 옆에 달린 태블릿 PC 화면에 목적지가 뜬다.


대화가 오가지 않아 조용한 이 택시의 이름은 '고요한 택시'다. 고요한 택시를 운전하는 기사는 청각장애인다. 하지만 승객과 소통엔 문제가 없다. 소셜벤처 '코액터스(CO:ACTUS)'에서 개발한 앱으로 청각장애인 기사와 비장애인 승객의 소통 장벽을 없앤 것이다. 현재 서울과 남양주, 경주에서 총 5대의 고요한 택시가 거리를 누비고 있다. 서울시 중구 충무창업큐브에서 고요한 택시 서비스를 개발한 코액터스 송민표(25)대표를 만났다.

코액터스 송민표 대표

출처jobsN

인액터스에서 프로젝트 시작


동국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이던 송 대표는 처음엔 창업할 생각이 없었다. 군 제대 후 대외활동에 관심이 생겨 찾아보던 중 인액터스를 발견했다. 인액터스는 사회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하는 학생단체다. 어려서부터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기도 했고 대학생들이 사회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신기해서 바로 가입했다. 1년 정도 프로젝트 매니저로, 1년은 회장으로 활동했다. 당시 다른 학교 인액터스 팀들이 청각장애인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을 보면서 무언가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국내 장애인 중 청각장애인의 비중이 두 번째로 높은 반면 취업률은 지적장애인 취업률(60%)보다 약 20% 포인트 낮았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죠. 청각장애인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찾아봤어요. 미국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의 경우 청각장애인 운전사가 있습니다. 앱으로 예약하고 사용하기 때문에 말을 할 필요가 없어 가능했습니다. 꼭 필요한 이야기는 필담으로 한다고 합니다. 그때 청각장애인도 운전할 수 있다는 사실과 한국에는 청각 장애인 기사가 없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기사와 승객이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면 택시 운전사로도 활동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송대표는 의사소통앱을 만들자고 마음을 먹었다. 뜻이 맞는 팀원과 개발자를 모집해 2017년 8월부터 '고요한 택시'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승객이 태블릿에 목적지를 입력하고 전송하면 택시 기사님 옆에 달린 태블릿에 목적지가 뜬다. 이때 원하는 요청사항이 있으면 함께 작성할 수 있다.

출처jobsN, 코액터스 제공

수십번 거절당해도 포기하지 않아


고요한 택시 프로젝트팀은 두 팀으로 활동했다. 개발팀과 대외협력팀이었다. 개발팀은 처음에 휴대폰에 설치해 이용하는 앱을 생각했다. 그러나 앱을 설치하지 않은 승객은 이용할 수 없었다. 또 출시해도 홍보를 통해 인지도를 올려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택시 안 태블릿 설치다. 태블릿에 앱을 깔아 승객과 청각장애인 기사가 소통하도록 했다. "기사분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손님 입장에서 필요한 기능을 넣었습니다. 편히 음성인식으로 할 수 있게 만들었고 결제 수단 및 목적지 근처 알림 등의 기능 등도 추가했습니다."


개발팀이 서비스를 개발하는 동안 대외협력팀은 직접 장애인협회에 연락해 운전면허가 있는 경력자를 모집했고 서비스를 도입할 택시회사를 물색했다. 쉽지만은 않았다. 기업도 아닌 대학생들의 기본 아이디어만으로 협회와 회사를 설득하기는 어려웠다. 수십번의 거절과 설득 끝에 뜻이 맞는 협회를 찾았다. 농아인협회에서 청각장애인 택시운전자격증 취득을 도와주기로 했다. 고요한 택시 서비스 아이디어를 좋게 봐준 한 택시 회사는 고요한 택시를 운행할 운전사 채용을 약속했다.


이후 15명의 지원자 중 2명을 뽑아 택시운전자격증 취득을 위한 시험준비, 교육을 도왔다. 자격증 취득 후에는 고요한 택시 사용법을 가르쳤다. 서비스를 갖추고 실제 택시 운전자를 양성하면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각종 창업 경진 대회도 출전했다. SK청년비상 창업경진대회, 태국 방콕 국제 지식재산발명혁신기술전시회, 서울 중구 언더그라운드 피치대회 등에서 수상했다. 그중 언더그라운드 피치대회에서 1위를 해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창업팀으로 뽑혔다. 

팀원이 택시 기사님께 고요한 택시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좌), 경주에서 고요한 택시를 운행 중인 기사님(우)

출처코액터스 제공

경주에서 첫 시작


2018년 5월 서비스 준비를 마쳤다. 곧 서비스를 시작할 생각에 들떠 있었다. 그러나 정식 주행을 앞두고 택시 회사가 청각장애인 운전사를 고용하지 않기로 했다. 눈앞이 캄캄했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다른 회사를 찾아다녔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때 마침 경주 수화통역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경주에서 운행을 시작한 지 한 달 된 청각장애인 택시기사가 있다고 했습니다. 당시 기사님은 메모장으로 소통하고 계셨죠. 곧장 경주로 내려가 태블릿 PC를 설치해드렸습니다. 그렇게 2018년 6월 고요한 택시 첫 운행을 시작했습니다.”


경주 택시 운전사를 통해 기술적인 피드백을 얻을 수 있었다. 처음엔 음성 인식으로만 목적지를 입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승객들이 생각보다 음성인식 기능 사용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현장 의견을 전달받았다. 음성 인식은 물론 손글씨 입력, 키보드 입력 모드를 추가했다. 대부분 승객은 청각장애인이 운전한다고 해서 택시 이용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한다. 오히려 감동을 받았다는 의견이 많다. 물론 가끔 ‘안녕하십니까 청각장애인이 운행하는 택시입니다’라는 문구를 보고 승차를 거부하는 승객도 있다고 한다.


이후 한국청각장애인협회, 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청각장애인이 코액터스를 통해 택시자격증을 취득할 경우 준비부터 취득까지 비용은 물론 교재까지 지원해준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서울과 남양주에서도 고요한 택시 운행을 시작했다.

서울에서 고요한 택시를 운전 중인 기사님(좌), 승객에게 받은 간식(우)

출처코액터스 제공

희망을 주는 사업, 고요한 택시


청각 장애인이 1종 대형이나 특수 면허를 취득하려면 평소 55dB 이상, 보청기 사용 시 40dB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1종 보통과 2종 보통은 아예 들을 수 없더라도 운전면허 취득에 지장이 없다. 1종·2종 보통 운전면허가 있으면 택시운전자격증 시험을 볼 수 있다. 청각장애가 있더라도 택시를 몰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청각장애 택시기사가 없었던 이유는 승객과 대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코액터스는 고요한 택시 서비스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서울에서 운전을 시작한 최씨는 어렸을 때 열병을 앓고 난 후 청각 장애를 갖게 됐다. 그는 택시 운전을 하고 싶었지만 그동안 택시 운전은 승객과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이룰 수 없는 꿈이었다. 고요한 택시를 통해 꿈을 이룬 셈이다.


송 대표는 고요한 택시를 운전하는 모든 기사분들이 끊임없이 감사 인사를 전해온다고 한다. “승객에게 간식과 팁을 받았다고 자랑도 하십니다. 자주 찾아가는데 그때마다 손을 잡아 주시면서 고맙다고 하세요. 그때마다 오히려 제가 힘을 얻습니다. 이 사업이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는 생각에 벅차기도 합니다.”


지금까지는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에 힘을 썼다고 한다. 올해 목표는 25명을 더 뽑아 택시운전자격증을 취득하게 하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서비스를 확장하는데 집중할 것입니다. 처음엔 5명을 생각하고 모집 공고를 올렸는데 총 15명이 지원해주셨어요. 서비스를 막 시작할 때여서 모두 뽑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부터 더 많은 기사분들과 함께 할 수 있게 체계를 더 탄탄히 갖출 것입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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