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빠가 한달에 1000만원 넘게 벌면, 자녀 초봉은.."

조회수 2020. 9. 21. 22: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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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있는 집 자녀는 초봉도 높다" 10년 전보다 개천에서 용나기 어려워
부모 소득 높을수록 초봉 높아
부모 지위에 따른 자녀 학력 격차도 심화
'개천에서 용나기 점점 어렵다'

엄친딸·엄친아는 집안·성격·두뇌·외모·체력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여러 가지 완벽한 조건을 갖춘 사람을 말한다. 모든 것이 뛰어나 엄마가 늘 나와 비교하는 엄마 친구 딸이나 아들이다. 요즘 드라마 주인공은 엄친아가 많다. 직책은 보통 실장님이다. 부모는 재벌 혹은 그에 준하는 부자다. 예전에는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나 노력해 성공하는 이른바 개천에서 난 용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가 꽤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개룡남'이나 '개룡녀'가 주인공인 드라마를 찾아보기 힘들다.


엄친딸·엄친아는 ‘부의 세습’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좋은 집안 환경에서 자란 이들은 미래에도 좋은 환경에서 지낼 가능성이 높다. 부의 세습은 부모가 자녀에게 유산을 상속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부자 부모는 자녀에게 비싼 사교육을 받게 하고 지인을 총동원해 정보를 알려준다. 좋은 음식만 먹여 건강 관리에 힘쓰도록 하고,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교육개발원은 한국고용정보원의 ‘대졸자 직업이동 경로조사’ 자료를 이용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대학경험과 노동 시장 지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8월 발표했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부모 소득 수준과 대학 유형에 따른 첫 일자리 임금 격차 추이를 분석했다. 이 보고서를 보면 부모 소득이 높을수록 자녀의 학력이 좋고 첫 일자리 임금이 높다. 부모가 돈을 잘 벌면, 자녀도 돈을 잘 벌 가능성이 높다는 소리다. 현실에서도 드라마에서도 개룡남녀가 사라지고 있다. 

출처: KBS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 캡처
2017년 방송한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4남매 중 둘째 변해영(배우 이유리 분)은 일명 개천에서 용난 여자 '개룡녀'로 나온다. 사법고시를 패스하고 변호사가 된 가족의 자랑이다.

부모 소득 높을수록 초봉 높아


부모의 월 소득이 1000만원 이상(2011년 기준)인 대학 졸업생의 첫 일자리 임금은 월평균 226만 1200원이었다. 부모 월 소득이 500만~700만원 사이인 대졸자는 첫 월급이 191만 5800원, 300만~400만원인 대졸자는 첫 월급이 182만 3000원이었다. 부모 월 소득이 100만~200만원 사이인 대졸자의 첫 월급은 평균 169만 8600만원이었다.


부모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집단(300만원 이하)에서는 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른 자녀의 임금 수준 차이가 크지 않았다. 부모 소득이 100만~200만원인 대졸자의 첫 급여와 부모 소득이 300만~400만원 사이인 대졸자의 첫 급여는 약 12만원 차이가 났다.  

한국교육개발원 BRIEF 2018년 2호 '부모 소득에 따라 자녀의 대학 진학 유형과 첫 일자리 임금이 다르다'

반면 부모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집단(부모 소득 500만원 이상)에서는 부모 소득이 수준에 따라 대졸자 초봉 수준 차이가 컸다. 부모 소득이 1000만원 이상인 대졸자 첫 월급과 500만~700만 사이 대졸자 첫 급여 차이는 약 34만원이었다.


소득의 대물림은 학력 대물림에서 시작한다. 부모의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 진학할 확률도 높다. 같은 연구 결과에서 부모 소득이 낮은 집단(200만원 이하)의 자녀 중 서울 4년제 대학 진학 비율은 7~8% 정도인 반면 부모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집단(500만원 이상)의 자녀 중 서울 4년제 대학에 간 비율은 25~30%였다. 조사기간인 2008년부터 2014년 사이 부모 소득 수준에 따라 진학하는 대학 유형 격차는 큰 변화 없이 비슷했다.

한국교육개발원 BRIEF 2018년 2호 '부모 소득에 따라 자녀의 대학 진학 유형과 첫 일자리 임금이 다르다'

부모 소득이 비교적 높은 집단(500만원 이상)에서 서울 4년제 대학 졸업생과 지방 사립 4년제 대학 졸업생 간 첫 일자리 임금 격차는 늘었다. 부모 소득 상위 집단 서울 4년제 대졸자 첫 일자리 임금은 2008년 242만4000원이고 2017년엔 242만3000원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소득 상위 집단 지방 사립 4년제 대학 졸업생은 2008년 205만9000원에서 2014년 184만8000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부모 소득이 비교적 높은 집단에서 학력이 첫 일자리 임금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커졌다는 뜻이다.


그러나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집단(200만원 이하)은 서울 4년제 대학 졸업생과 지방 사립 4년제 대학 졸업생 간 일자리 임금 격차가 줄었다. 문제는 서울 4년제 대졸자 초봉이 크게 줄어 격차가 좁아졌다는 점이다. 부모 소득이 낮은 서울 4년제 대졸자 초봉은 2011년 208만 7000원에서 2014년 188만 3000원으로 줄었다. 초봉이 20만원 이상 감소한 것이다. 부모 소득 하위 지방사립대졸자 초봉은 같은 기간 175만원에서 169만원으로 6만원 줄었다. 부모 소득이 비교적 낮은 청년들의 첫 일자리 수준이 낮아졌다는 뜻이다. 

한국교육개발원 BRIEF 2018년 2호 '부모 소득에 따라 자녀의 대학 진학 유형과 첫 일자리 임금이 다르다'

연구진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대학유형 이외의 또 다른 대학경험을 통해 자녀세대의 노동시장 격차를 유발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즉, 부자 부모는 자녀에게 어학연수 등 다양한 기회를 줄 수 있어 자녀는 명문대 고스펙자가 될 수 있다. 반면 부모 소득이 비교적 낮은 대졸자는 학력이 좋아도 경제적 이유로 스펙을 쌓기 어렵고 취업시장에서 경쟁력을 잃는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17년 발표한 ‘교육격차 실태 종합분석’을 보면 부모 소득이 높은 청년일수록 어학연수 참여 기회가 많았고 임금도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제적 이유로 휴학한 학생은 첫 일자리에서 높은 초봉을 받기 어려웠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부모 지위에 따른 자녀 학력 격차 심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학력도 좋다는 연구 결과는 또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국회 교육위원회·운영위원회)이 ‘2018 OECD 교육지표(Education at a Glance 2018)’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학력 격차는 10년 전에 비해 더욱 심해졌다.


2018 OECD 교육지표는 ‘사회경제적 균형 지표(ESCS parity index)’를 국가별로 비교·분석했다. 사회경제적 균형 지표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상위 학생과 하위 학생의 학업 성취도의 균형 수준을 나타낸다. 부모의 직업, 교육수준, 가정의 보유자산 등을 토대로 산출한 지표다. 1에 가까울수록 양 그룹 간 비율이 균형을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출처: 박경미 의원실 제공

조사 결과, 한국의 지표는 약 0.79였다. 이는 사회경제적 지위 지표상 하위 25% 학생 그룹에서 기초학력 이상의 학업 성취도를 나타낸 학생 비율이 상위 25% 학생 그룹보다 약 21%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OECD가 3년 마다 발표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는 학업성취도를 6단계로 나눈다. 1등급은 기초학력 미달이다. 2018 OECD 교육지표는 2015 PISA 결과를 토대로 했다.


2006년 같은 조사에서 한국의 사회경제적 균형 지표는 0.89였다. 사회경제적 지위 지표상 상위 25% 그룹보다 하위 25% 그룹에서 기초학력 이상 학업 성취도를 나타낸 비율이 약 11% 적었던 것이다.


사회경제적 균형 지표가 10여년 전보다 0.1가량 떨어졌다는 것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졌다는 뜻이다. 즉 개천에서 용나기가 더욱 힘들다는 소리다. OECD 사회경제적 균형지표가 나빠진 국가는 40개국 중 우리나라와 핀란드(2006년 0.92→2015년 0.81, 차이 -0.11) 뿐이었다.


박경미 의원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이 약 10년 전에 비해 더욱 커진 만큼 교육 형평성 문제에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글 jobsN 이연주

디자인플러스이십일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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