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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할 나만의 고통 ‘변비’, 이걸 어떻게 표현하냐고요?

변비, 어떻게 표현하냐고요? 마케팅팀장이 말하는 변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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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최유리 팀장 인터뷰

디지털대행사 출신으로 야후-듀렉스 거쳐

‘오매불변’ 등 튀는 아이디어로 ‘변비’ 표현


‘변비약’하면 무엇을 떠올릴까. 행복한 표정으로 ‘시원함’을 강조하는 연예인을 떠올릴까. 아니면 손가락으로 ‘따봉’을 외치는 CF를 떠올릴 것인가. 아니면 ‘비켜’라고 말할 수도 있다. 변비약은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약품인데, 거참 필요한데, 어떻게 표현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최유리(35)씨는 그걸 업(業)으로 삼는 사람이다. 그는 글로벌 제약회사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에서 변비약 ‘둘코락스’의 브랜드 매니저(팀장)이다. 둘코락스를 담당하기 전에는 콘돔 브랜드 ‘듀렉스’의 마케터로 일했다. 역시나 꼭 필요한데, 참 표현하기 어려운 제품이다.


jobsN은 1일 최 팀장을 만났다. 광명북고와 이화여대 광고홍보학과를 졸업한 최 팀장은 디지털대행사 ‘디지털 오션’, 야후코리아 등을 거쳐 현재 직장에 자리를 잡았다.


“무조건 디지털로 가자” 결심


- 당신은 누구인가.


“변비약 브랜드 둘코락스의 브랜드 매니저다. 브랜드의 기획부터 운영, 판매, 결과 분석 등 마케팅에 관련한 모든 일을 총괄한다. 제약업계는 브랜드매니저가 의료전문가와의 커뮤니케이션도 관여한다.”


- 마케터로 진로를 설정한 이유는.


“대학 때부터 마케팅 공부를 하면서 꿈을 키웠다. 그때만 하더라도 4대 매체라 불리는 TV·신문·라디오·잡지 위주의 마케팅에 대해 주로 배웠다. 디지털 마케팅은 당시 빠르게 성장하고 또 급변하는 분야였는데, 연구가 부족하고 관련 인력은 더더욱 적었다. 이에 디지털 마케팅 쪽으로 경력을 특화해 보자는 생각에, 졸업 직후 소규모 디지털대행사에 입사해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외국계 회사에서 일해보고 싶어 야후코리아로 이직했다.”


- 야후에서는 어떤 일을 했나.


“삼성이나 벤츠 같은 광고주와 협업해, 해당 브랜드에 맞는 특별 페이지를 구성하거나 마케팅 콘텐츠를 기획하는 일을 했다.”

최유리 팀장.

출처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제공

튀는 카피로 ‘변’ 표현…‘오매불변’ 같은 신조어도


- 변비라는 소재는 마케팅을 할 때 표현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늘 톡톡 튀는 카피를 고민한다. 1일 선보인 카카오톡 무료 이모티콘의 이름을 고를 때도 고민이 많았다. ‘스물스물 부드럽게’, ‘짜릿짜릿 핑크전율’ 등의 문구를 썼다.”


- 최근 나오는 CF는 여교수가 강의를 하고, 배에서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콘셉트를 잡았다.


“배 안에 다양한 장기가 있다. 인류는 정확히 어떤 장기가 변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100% 알지 못한다. 하지만 적어도 각각의 장기가 톱니바퀴처럼 기능을 유기적으로 해줘야 소화와 배변이 잘 된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걸 톱니바퀴로 표현했다. 여성 교수 캐릭터를 내세운 것은 전문직 여성이 중요하지 않은 변비를 잘 해결하고, 강의 같은 큰일에 집중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 본인이 만든 신조어가 있나.


“우리 팀에서 만든 카카오톡 이모티콘이 있다. ‘오매불변’이라고 한다. 언제 올까 신호가 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린다는 변비 환자의 심정을 표현했다.”


- 이전에는 콘돔 마케터로 일했는데. (최 팀장은 듀렉스 콘돔의 한국 론칭을 담당했다.)


“사실 변비와 마찬가지로, 콘돔 역시 마음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다. 이를 뛰어넘는 것이 고민이었다. UMF 같은 음악 페스티벌에 스폰서로 참여하는 등 젊은층과의 접점을 늘려갔다. 케이블 TV에 콘돔 광고를 집행한 것도 최초였다.”


- 일하면서 현실적 규제 장벽에 막혀 좌절한 일이 있나.

“듀렉스에서 콘돔을 철제 통에 넣어서 나눠주는 프로모션을 기획했다. 이름을 새긴 콘돔통을 나눠주는 이벤트를 준비했고, 올리브영 등 프로모션 채널도 섭외했다. 그런데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에서 불허 통보가 와서 접었다.


변비약 역시 규제가 엄격하다. 일단 의약품이기 때문에 심의 규정이나 법적 가이드라인이 까다롭다. 식약처 광고 심의 규정과 약사법 등의 법규를 철저히 따라야 한다.”


메일함 열며 일과 시작…매달 1회 약국 현장 투어


-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출근하면 일단 메일함부터 열어본다. 이후 판매량과 재고를 파악하고, 글로벌 본사와 콘퍼런스 콜을 한다. 그리고 꾸준히 업데이트 상황을 공유한다. 하루 종일 회의와 숫자 확인, 전략 수립 및 공유 등이 주된 업무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영업 현장, 즉 약국을 방문한다. 영업사원과 2인 1조로 방문해 제품의 구매율과 경쟁사의 판매 추이 등 동향을 살피고, 약사와 미팅을 한다.”


- 약사들을 상대하는 것은 힘들 것 같다.


“약사는 약학 분야의 전문가다. 약사들을 대할 때는 그들이 가진 견해에 대해 최대한 경청하는 것이 기본이다. 마케터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맡은 브랜드가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약사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 또한 약의 성분이나 약효에 대해 현장에서 다양한 견해가 있다. 약사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서는 좋은 약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약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공부가 많이 된다.”


- 일하면서 신경 쓰는 포인트가 있다면.


“둘코락스는 변비약 시장에서는 확실한 1위다.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변비약의 약 40%가 이 제품이다. 2위권 브랜드들이 점유율 4~6% 정도다. 하지만 점유율이 높다고 늘 하던 대로 마케팅을 하면 ‘올드한 브랜드’가 되고 밀려나기 쉽다. 늘 경각심을 갖고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최근에는 20대 여성을 겨냥한 변비약 ‘둘코락스 핑크’를 내놨다.


“20대 여성은 변비약 시장의 주된 타깃이다. 타 연령대 및 성별의 사람과 달리, 변비약에 대해 치료해야겠다는 생각에 더 소극적인 특성이 있다. 자체 설문조사 결과, 20대 여성의 55%가 변비를 경험했지만, 이 중 34%는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마케팅 측면에서는 둘코락스가 전체 연령층에서 인지도에 비해 20대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사노피 글로벌 조사 결과 2015년 여성 소비자에게 둘코락스 보조인지도(여러 가지 제품의 브랜드를 보여줬을 때,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인지하는지를 측정한 것)가 76%였지만, 20대 여성에서는 55%가 나왔다. 그래서 20대 여성에 타기팅한 마케팅이 필요했고, 같은 이유로 둘코락스 핑크를 출시했다. 가격이나 성분은 일반 둘코락스에스 약과 같다.”


- 젤리처럼 먹는 변비약도 있던데.


“약이 아니라 건강기능식품이다. 젤리 형태의 건강기능식품 ‘둘코 화이버 구미’는 전 세계 170개 지역 중 한국에서 먼저 출시했다. 콘셉트는 글로벌 본사에 있었는데, 한국 법인에서 구체화하고 개발과 브랜딩, 출시를 도맡아서 했다. 프리바이오틱스(프로바이오틱스의 먹이로, 유익한 균이 장내에 체류하는 시간 및 개체 수를 증가시켜줌)와 식이섬유가 들어 간 젤리다. 간식처럼 부담 없이 먹게 하려고 4개 들이로 포장했다.”

최유리 팀장.

출처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제공

외국계 다니면 영어는 필수…“영어 자체에 관심이 많아야 도움”


- 일하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그냥 덮는다.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데 책상에 앉아서 버티는 것은 올바른 행동이 아니다.”


- 외국계 회사 팀장이면 영어를 잘 해야 할 것 같다.


“업무가 가능한 정도다. 외국에서 살 다 온 적은 없고, 교환학생도 일본으로 다녀왔다. 일어는 학창시절에는 꽤 했는데 지금은 많이 잊어버렸다.”


- 영어 공부 비결이 있나.


“영어 자체에 관심이 많은 게 도움이 된다. 언어를 새로 배우면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이 하나 더 생긴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나라 말에는 없는 새로운 표현을 배우는 것이 재미있었다.”


- 약에 대해서 잘 모르면 제약 마케터가 될 수 없을 것 같은데.


“대학생들이 제약업계를 잘 몰라 두려워하는 듯하다. 나 역시도 이직할 때 약간의 두려움은 있었다. 하지만 약에 대해서 잘 몰라도 된다. 사내에 충분히 정보와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약 정보와 지식 전문가는 따로 있다. 오히려 약에 대한 지식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타 부서와 협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글 jobsN 이현택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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