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365일의 상징' 편의점, 명절·새벽에 불꺼지나?

조회수 2018. 11. 1. 17: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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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365일, 24시간 영업의 대명사인 편의점이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편의점 명절·24시 영업 논란 재점화
“야간 영업할수록 손해” VS “편의점의 기능 중요”
정치권까지 가세 개정안도 이미 발의

경기도 용인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60대 김모씨는 지난 추석 연휴 꼼짝없이 편의점을 지켜야 했다. 명절이라 아르바이트생을 구하지 못했지만 편의점 문을 닫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연휴 닷새 동안 총 매출이 100만원 미만”이라며 “문을 닫고 싶은데 마음대로 쉬면 불이익을 받는다고 해 어쩔 수 없이 편의점을 지켰다”고 했다.


1년, 365일, 24시간 영업의 대명사인 편의점이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내년부터 최저 시급이 8350원으로 오른다. 게다가 ‘일과 삶의 균형’ 즉 워라밸이 중요해지면서 명절과 새벽 시간에는 편의점 문을 닫을 수 있게 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본사와의 계약에 묶여 ‘자의반 타의반’ 심지어 명절에도 24시간 영업을 이어왔다.


작년말 기준 전국에는 3만6824개의 편의점이 있다. 매년 약 5000개 편의점이 새로 생기고, 1500개의 편의점이 문을 닫는다. 통계청이 작년 발표한 ‘프랜차이즈(가맹점) 통계’를 보면 2015년 기준 편의점에서 일하는 사람은 11만6978명이다. 매년 편의점 수가 10%씩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현재는 15만명에 육박하는 근로자가 편의점에서 일한다고 봐야 한다.

1년, 365일, 24시간 영업의 대명사인 편의점이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내년부터 최저 시급이 8350원으로 오른다. 게다가 ‘일과 삶의 균형’ 즉 워라밸이 중요해지면서 명절과 새벽 시간에는 편의점 문을 닫을 수 있게 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본사와의 계약에 묶여 ‘자의반 타의반’ 심지어 명절에도 24시간 영업을 이어왔다.

작년말 기준 전국에는 3만6824개의 편의점이 있다. 매년 약 5000개 편의점이 새로 생기고, 1500개의 편의점이 문을 닫는다. 통계청이 작년 발표한 ‘프랜차이즈(가맹점) 통계’를 보면 2015년 기준 편의점에서 일하는 사람은 11만6978명이다. 매년 편의점 수가 10%씩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현재는 15만명에 육박하는 근로자가 편의점에서 일한다고 봐야 한다.

출처: SBS 드라마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 영상 캡처
편의점 알바생 최인하 역할로 드라마에 등장한 배우 박신혜씨.
출처: 조선DB
한 알바생이 편의점 음료코너를 채워넣고 있다.

1년 내내 영업해야 하는 편의점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편의점이 들어선 것은 1989년 5월 6일이다. 서울 송파구 오륜동 올림픽 선수기자촌(올림픽아파트) 상가에 들어선 세븐일레븐 1호점이 한국 최초의 편의점이다. 이 편의점은 115㎡(약 34평)의 공간에서 2000여종 상품을 판매했다. 11명의 직원이 교대로 24시간 근무했다. 당시 24시간 문을 열고 영업을 하는 슈퍼마켓은 없었다. 편의점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점포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사실 편의점 24시간 영업은 의무사항은 아니다. 편의점주가 가맹 본사와 계약을 맺을 때 선택하는 것이다. 편의점 가맹 본부는 가맹 계약을 체결할 때 점주에게 영업시간을 1일 18~19시간으로 할지, 24시간으로 할지 선택하도록 한다. 또 최근 3개월간 심야 영업시간대 매출이 영업비용보다 낮아 손실이 생기거나 편의점주의 질병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으면 협의 후 영업시간 단축이 가능하다. 

출처: 세븐일레븐 제공
서울 송파구 오륜동 올림픽 선수기자촌(올림픽아파트) 상가에 문을 연 우리나라 첫 편의점의 모습.

하지만 편의점주들은 대부분 24시간 영업을 선택한다. 본사의 지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24시간 영업을 할 경우에만 본사에서 전기료를 지원한다. 편의점은 보통 전기료가 매달 거의 100만원씩 나온다. 한 푼이 아쉬운 편의점주들이 새벽에 과감히 편의점 문을 닫기는 쉽지 않다.


설이나 추석 등 명절에도 마찬가지다. 자율휴업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관계자는 “자의적으로 휴업을 하는 경우는 계약사항 위반이기 때문에 불이익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마음대로 쉬었다가 재계약 시 가맹 수수료가 오르거나, 수익분배에서 불리해질까 울며 겨자 먹기로 24시간 연중무휴 영업을 한다.


서울시는 올 2월 서울 소재 편의점주 9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편의점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24시간 편의점을 운영하는 편의점주들의 주당 노동시간은 65.7시간이었고, 근무 중 평균 식사시간은 15.6분에 불과했다. 10명 중 7명은 장시간 근무로 인해 1개 이상의 건강이상 증세를 보였다.

출처: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올 2월 조사한 편의점 실태조사 결과. 편의점주 대부분이 명절 자율영업에 찬성하고, 절반 이상이 심야영업 중단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24시간 영업 거부 움직임 활발


상황이 이렇자 최근엔 24시간 영업과 명절 영업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지난 8월 21일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편의점주 숨을 쉬고 싶다’는 성명을 냈다. “편의점 본사는 기존의 각종 본사 지급금을 지원금이라 바꾸어 야간 미 영업 시 지급하지 않는 꼼수를 부려 사실상 심야영업을 강제하고 있다”며 “가맹점주가 실질적인 심야 영업 중단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도 지난 8월 3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모인 협의회에서 “명절 기간에는 매출이 별로 없을뿐더러 아르바이트생도 쓸 수 없어 대부분 가맹점주가 자리를 지키게 된다”고 했다. 이어 “명절기간 야간 영업을 자율적으로 결정해 영업할 수 있도록 본사가 어떤 불이익도 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서울시가 편의점주 951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 편의점주 86.9%는 명절 당일 자율영업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또 전체 중 62%는 심야영업을 중단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출처: 조선DB
지난 8월 21일 편의점 점주들이 서울 송파구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야간 자율영업 보장하라' 등의 손팻말을 들었다.

편의점주들이 최근 24시 영업을 적극 거부하는 배경엔 최저임금 인상이 자리하고 있다. 내년부터 최저임금 시급이 8350원으로 오르면 손님이 적은 심야에 영업을 해도 인건비가 높아 적자가 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편의점주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새벽에 영업을 하면 할수록 적자만 늘어난다”며 “1년 내내 쉬지도 못하고 손해만 난다면 누가 24시간 영업을 하려하겠느냐”고 했다.


24시 영업을 거부하며 실천에 옮긴 편의점주들도 있다. 24시 영업이 의무가 아닌 편의점으로 간판을 바꿔 단 곳이 많다. 올해 편의점 업계 개점 및 폐점 현황을 보면, 연중무휴 24시간 영업 특약이 없는 이마트24의 점포 수는 작년 말 전국 2652개에서 8월말 현재 3413개로 761개(28.7%) 증가했다. 다른 편의점보다 200~400개 더 많이 생긴 것이다.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타사 편의점주가 이마트24로 전환하는 비율은 5.5%에 불과했지만, 올해 1∼8월에는 그 비율이 14.7%로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편의점을 운영하다 24시간 영업에 지쳐 점포를 이마트24로 바꾸는 편의점주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타사에서 이마트24로 전환한 점포 중 24시간 영업을 선택한 점포는 17.1%에 불과하다.

출처: 이마트 제공

편의점 당번제는 사실상 불가능, 입법으로 가능할까


편의점주들의 이러한 요구에 대해 편의점 본사들은 탐탁지 않다는 반응이다. 편의점은 슈퍼마켓과 달리 24시간 문을 열어야 하는 공적인 기능이 있고, 편의점주들도 계약에 따른 것이니만큼 이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편의점 본사는 편의점이 고객들의 구매불편 해소와 취약시간 대응, 생활거점으로의 역할을 한다고 본다. 또 여성·아동안심지킴이집으로 치안에 기여하고 자동현금인출기로 금융서비스도 제공하며, 안전상비의약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한 편의점업체 관계자는 “지난 30여년 동안 연중무휴로 편의점은 다분히 공적인 역할을 한다는 공감대가 생겼다”며 “이를 무시한 채 자율영업을 한다면 슈퍼마켓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편의점도 약국처럼 휴일이나 주말에 당번제로 돌아가면서 휴업을 하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편의점 업계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답한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관계자는 “약국의 경우 지역 지부와 약사회가 있고, 기본적으로 약국은 자영업이라 당번제가 가능하지만 비즈니스 경쟁사인 편의점 업체들은 서로 합의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또 배송 시스템 문제도 있다. 편의점 업체는 신선식품이나 기타 상품 등 3000~4000가지 물품을 정해진 시간대에 배송한다. 1년 365일 24시간 영업하기 때문에 늦은 밤, 새벽, 휴일을 가리지 않고 배송한다. 자율휴업을 하면 24시간 문을 연다는 전제하에 만든 현재 배송 시스템이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편의점 본사와 편의점 가맹점주들의 입장 차가 평행선을 그리자 정치권도 가세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최근 열린 토론회에서 편의점주들의 명절 휴식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편의점 명절 휴무를 허용하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상태다.


글 jobsN 김성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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