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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 열광한 걸그룹 조합 탄생 뒤에는 이 사람 노력 있었다

'롬곡옾눞' 공부하고 요즘 가장 핫한 브랜드 만든 4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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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과 SM엔터의 만남 '스테이션 0'
'0 브랜드'의 2주 간격 음원 발매 프로젝트
1020세대가 열광하는 문화이자 브랜드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는 8월 10일부터 2주에 한번 ‘스테이션 0’이라는 음원을 발매한다. 소속 가수만 참여하지 않는다. 기획사와 장르를 따지지 않고 아티스트들이 모였다. 태연x멜로망스부터 레드벨벳 슬기x여자친구 신비x청하x아이들 소연까지 독특한 아티스트 조합은 1020세대 사이에서 ‘역대급’이란 평을 듣는다. 가사 내용은 청춘을 응원하는 내용이다. 음원을 발표할 때마다 국내·외 음원차트에서 1위를 휩쓴다. ‘스테이션 0’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유튜브에서만 약 3000만건에 달한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통신업체 SK텔레콤이 SM에 제안해 시작했다. SK텔레콤은 8월 1020세대를 위한 하위문화 브랜드 ‘0 브랜드’를 내놨다. 젊음을 뜻하는 ‘Young’과 시작점을 의미하는 ‘0’의 중의적인 표현이다.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는 세대라는 뜻이다.


0 브랜드는 단순히 통신 상품이 아닌 1020세대 문화를 대변하는 브랜드를 목표로 한다. 음원뿐만 아니라 콘서트를 열고 굿즈(goods)도 만든다. 굿즈란 특정 인물이나 장르를 이용해 만든 상품을 말한다.


0브랜드 뒤에는 IMC(통합마케팅커뮤니케이션)그룹 윤병호(40) 팀장과 팀원들의 노력이 있다. 윤 팀장은 광고홍보학이나 신문방송학, 경영학이 주를 이루는 마케팅 업계에선 드문 공학도 출신이다. 미국 미시간대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했다. 윤 팀장을 만나 1020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어떻게 분석했는지, 브랜드 기획자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들었다.

SK텔레콤 IMC그룹 윤병호 팀장.

출처jobsN

”진짜 0세대가 원하는 것”


SK텔레콤은 이미 ‘세대’를 대표하는 브랜드를 만든 경험이 있다. 20년전 대학생을 위한 티티엘(TTL), 10여년 전 10대를 대변하는 팅(ting)이 대표적이다. TTL 광고로 신인 임은경이 스타로 떠올랐다. 0 브랜드 프로젝트는 2017년 말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미래 세대인 젊은 세대에게 SK텔레콤이 어필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1020을 대변하는 브랜드를 만들기로 했으나 윤 팀장은 40대였다. 나머지 구성원 7명도 30대였다. 쉽게 허물 수 없는 세대 차이 벽 때문에 1020세대를 완벽히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1020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30~40대가 바라보는 1020세대 이미지를 경계했습니다. ‘1020세대는 이래야만 한다’는 시각을 원하지 않았어요. 1020세대가 진심으로 공감하길 바랐습니다. 각종 조사부터 시작해 1020의 문화, 생활방식을 이해하기 위한 일종의 ‘스터디 기간’을 보냈습니다. 대학생과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듣는 ‘비어 서베이(Beer survey)’도 했어요.” 

0 브랜드 광고. 유튜브 광고의 경우, 1020세대만 볼 수 있도록 설정했다. 3040세대는 해당 광고를 본적이 없어 0브랜드가 낯설다.

출처0 브랜드 광고 영상 캡처

①개성 강한 직관적 성향


예나 지금이나 1020세대를 표현하는 단어로 ‘개성’이 자주 꼽힌다. 그런데 윤 팀장과 팀원들이 관찰한 1020세대의 개성은 과거보다 더 각양각색이다.


“‘롬곡옾높(폭풍눈물을 거꾸로 한 유행어)’ 같은 유행어가 수백, 수천가집니다. 그저 재미로 보기에는 힘들고 자신의 색을 더 뚜렷하게, 다른 세대와는 다르게 표현하는 방식이라 봅니다. 저희 세대(30~40대)는 과거 어느 정도 진로가 잡혀 있었습니다. 의사·변호사·교사·공무원·회사원 정도였죠. 그런데 요즘 세대는 나중에 하고 싶은 일도 다양하고 좋아하는 것도 여러가지에요. 또 합리적이고 직관적입니다. 맛집 하나를 검색해도 구구절절한 설명 필요 없이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로 살펴봐요. ‘나만의 무언가’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뚜렷합니다.”


②음악과 콜라보


0 브랜드 영상 광고를 보면 SK텔레콤 로고가 없다. 통신업체의 이미지가 아닌 오로지 1020세대를 위한 브랜드에 집중하기 위해 로고를 없앴다. 1020세대들의 문화와 생활에 깊숙이 스며들기 위해선 광고만이 아닌 다양한 방식이 필요했다. SM과 함께 음원을 기획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태연x멜로망스, 엑소 백현x래퍼 로꼬, 엑소 찬열x세훈이 참여한 스테이션 0 음원 사진.

출처SK텔레콤 제공

“음악만큼 0(young) 세대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도 없습니다. 과거에도 통신사가 기획사에 CM송을 만들어달라고 의뢰를 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광고를 위한 배경음악’이 아니라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음악이 필요했습니다.”


윤 팀장과 팀원들은 SM에 찾아갔다. “기존에 SM이 매월 음원을 발매하는 ‘스테이션’이라는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소속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 가수·프로듀서·작곡가와도 협업을 했죠. 스테이션을 이용해 0세대를 위한 음악에 초점을 맞춰 6곡을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SK텔레콤은 곡 선정부터 아티스트 조합 과정에 참여했다. A&R팀과 매주 만나고,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수시로 이야기했다. “SM의 A&R(Artist and Repertoire·아티스트 발굴 및 음반 기획)팀은 전세계 아티스트들이 보낸 수만가지 음원을 갖고 있어요. 우선 A&R에서 추리고 또 추려서 20곡 정도 후보를 선정한 뒤 함께 논의했습니다. 아티스트의 경우 1020세대 사이에 이슈를 만들 수 있는 조합을 생각했어요. 아티스트들도 1020을 위한 음원이라고 말하니 더 참여하고 싶은 의지가 생긴다 하더군요.”


가사에서 0 브랜드를 광고하지 않고 오로지 0세대만 대변한다. 젊은 세대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찾도록 응원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태연과 멜로망스가 부른 ‘Page 0’에서는 “아득해 보였던 꿈의 조각들을 모아 내가 원했었던 찬란한 미래로 길을 만들어 줄거야”라며 0세대의 꿈을 말한다.

과거 콜라보가 비슷한 이미지나 취지가 같은 제품끼리 협업이었다면 최근 콜라보의 특징은 ‘예측불가’다. 스테이션X0도 ‘상상하지 못했던’ 가수들의 조합이 특징이다. 특히 걸그룹 4명(레드벨벳 슬기x여자친구 신비x청하x아이들 소연)은 음원 발매 전부터 각종 커뮤니티에서 ‘여덕 몰이(여성 팬층이 두터운 여자 가수) 조합’이라며 인기를 끌었다.

출처스테이션 0 'Wow thing' 뮤직비디오 캡처

③굿즈와 핫플레이스


0세대의 또다른 특징은 굿즈로 개성을 표현한다는 점이다. 대개 굿즈는 ‘한정판’이 많아 희소성이 있다. “가방에 키링(key ring·열쇠고리)을 달고 다니는 학생을 흔히 볼 수 있어요. 스마트폰 케이스 하나에도 열광합니다.”


굿즈를 만들 때도 ‘콜라보’ 공식을 따랐다. 비주얼 아티스트 노보(NOVO), 패션디자이너 김태근씨가 함께해 스마트폰 케이스, 에코백 등을 만들었다. “처음부터 ‘협업해야겠다’ 생각한 건 아닙니다. 0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하다 보니 콜라보가 필요했어요.”


0세대가 상수동, 익선동 등 동네 문화(핫플레이스)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떠올려 가상의 동네이자 모바일웹페이지 ‘영한동’을 만들었다. ‘영’의 동음이의어를 활용해 0세대에게 영감을 주는 젊은(Young한) 동네를 의미한다. 0세대만을 위한 상품을 팔고 이벤트를 벌인다.

0 브랜드 굿즈와 0한동 모바일 웹페이지.

출처SK텔레콤 제공

번뜩이는 아이디어? 버스 뒷좌석에서


대학 시절부터 인터넷 업계에 관심을 가진 그는 2000년 졸업 후 웹에이전시 ‘웹비즈니스코리아’에 취업했다. 벤처 붐이 한창일 때였다. 웹기획자로 일하며 인터넷 사이트를 설계하고 사이트에 들어갈 콘텐츠를 구성했다. “웹기획자는 마케팅도 합니다. 사이트에 게시할 배너광고 형태가 사이트 의도나 방향과 맞는지 생각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어느새 주로 인터넷 마케팅 기획, 컨설팅을 하고 있었어요.”


2006년 제일기획으로 이직했다. 인터넷·모바일 등 디지털 광고의 중요성이 높아질 때였다. 2013년 SK텔레콤으로 이직했다. 그는 이직할 때마다 면접관에게 ‘전자공학 전공해서 광고일 왜 하냐’는 질문을 들었다. 그만큼 공학과 광고는 거리가 먼 분야처럼 보였다.


“기술 기반으로 세상이 돌아간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을 이해해야 비즈니스도 잘 할 수 있습니다. MBA가 탄생한 이유도 공대생들의 사업 역량을 키우기 위함입니다. SK텔레콤은 첨단 기술이 중요한 회사입니다. 저는 공대생이기 때문에 전문 용어를 잘 이해하고, 기술 기반 디지털 광고를 기획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과 전공이 달라도 요즘엔 별문제가 되지 않아요. 전공을 기반으로 하고 싶은 일에서 전문성을 더 높일 수 있습니다.” 

그에게도 이번 프로젝트는 ‘역대급’이었다. “원래 바쁘긴 하지만, 이번엔 정말 손발이 부족했습니다. 음원 제작부터 굿즈 기획 판매까지 모든 걸 동시에 했습니다. 매일 시간마다 다른 일을 했던 거 같습니다.”

출처jobsN

윤 팀장은 마케터가 지녀야 할 역량으로 세가지를 꼽았다. 그는 SK텔레콤 신입사원 실무 면접에 들어가기도 한다. “우선 아이디어 내는 걸 즐겨야 합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도 좋지만, 남의 아이디어를 듣고 그 위에 살을 잘 붙이는 사람들이 있어요. 둘째, 의욕적이고 동료에게 에너지를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협업하면서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광고 분야는 협업이 기본입니다. 하루에 회의를 3~4번씩 합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다 보면 지칠 때가 있는데, 끝까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사소한 아이디어라도 놓치지 않고 메모하는 꼼꼼함도 중요하다. “에버노트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수시로 적습니다. 키워드 중심으로 적어두면 나중에 큰 도움이 됩니다. 예전에 버스 타고 출퇴근할 때는 버스 뒷좌석에서 아이디어가 잘 떠올랐어요. 창밖을 보면서 멍 때리다 보면 제법 쓸만한 아이디어가 많이 떠올랐죠.”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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