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나갈 생각 안해요..'퇴사율 0%' 170억 회사의 비밀

조회수 2020. 9. 25. 15: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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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공화국 ④> "이 회사엔 특별한 게 있다", 퇴사율 낮은 기업 찾아보니
스타트업 크몽, 한국쓰리엠 퇴사율 낮아
직원이 행복한 조직 만들기 위해 노력
“기업 문화 변하니 성과는 저절로 따라와”

"토니, 탕비실 커피머신을 새것으로 바꾸면 좋겠어요."

"회의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합치면 어떨까요?"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이 흐르는 사무실. 전 직원이 모여 토니에게 사내 복지를 개선하거나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건의한다. 2주에 한 번 아침에 진행하는 '토니에게 묻다' 시간이다. 토니는 재능마켓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크몽'의 박현호 대표 영어 이름이다. 

출처: 크몽 제공

스타트업 크몽은 모든 사원이 직함 대신 영어 이름으로 서로를 부른다. 직원과 대표가 격없이 대화하고, 직원이 업무 중 게임기 앞에 앉아도 아무도 눈치주지 않는다. 이 회사의 지난 2년간 퇴사율은 0%다. 작년 매출액은 170억원을 기록했다.


수많은 기업 중 이 회사와 같이 유난히 퇴사율이 낮은 곳들이 있다. 이들 기업은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직원이 원하고, 퇴사하고 싶지 않은 회사를 만들었다. 퇴사율이 낮은 기업의 비결은 우수한 복리후생에만 있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일하고 싶은 기업’이어야 한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일하는 방식이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모든 사내 제도를 직원들이 직접 만드는 크몽


스타트업 크몽은 무형의 서비스를 사고 파는 장을 만드는 업체다. 일반 쇼핑몰이 옷이나 신발, 가구 등 유형의 물건을 유통한다면 크몽은 프로그래밍, 통·번역, 마케팅, 디자인, 법률상담 등 다양한 서비스를 거래한다.


2012년 세워진 이 회사는 올 9월 기준 직원수가 62명(모두 정규직)이다. 직원 대부분이 작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가 발표한 스타트업 평균 근속연수(21개월)보다 오래 이 회사를 다니는 셈이다.

출처: 크몽 제공

이 회사의 모토는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하는 회사’다. 하루 근무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주 35시간 근무’다. 직원들은 출근 시간에 ‘지옥철’을 견디지 않아도 되고, 자녀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데려다 준 후 출근할 수도 있다. 정해진 야근과 주말 출근도 없다. “스타트업은 야근을 밥먹듯이 한다”는 편견을 깬 것이다. 평균 연봉은 3000만원 중반대다.


모든 사내 제도는 직원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 만들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직원들이 투표를 해 우수사원을 뽑고, 상장과 보너스를 준다. 정기적으로 동료들과 영화를 보고, 다른 부서 직원들과 돌아가며 점심을 먹는 ‘친해지길 바라’ 시간도 있다.


크몽이 처음부터 이런 기업 문화를 갖춘 건 아니다. 3년 전만 해도 매년 30여명이 퇴사했다. 박현호 크몽 대표는 “2012년 창업 후 4년간 통일된 기업 문화나 사명, 비전이 없었다”며 “직원 모두 능력있고 자기주도적이지만 일하는 방식과 의견 표출방식이 제각각이라 공동체 의식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출처: 크몽 제공
박현호 대표

회사의 퇴직률이 급증하자 박 대표는 고민했다. 그는 “창업 전 연이은 사업 실패로 1억원이 넘는 빚을 졌다”며 “만약 회사가 이대로라면 오래 할 수 없을 것 같아 깊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천천히 가더라도 동료들이 스트레스 받지 않고 일하는 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사명이 ‘행복하게 일하는 세상을 만들자’, ‘워크해피(Work happy)’다.


기업 문화가 변하니 성과가 저절로 따라왔다.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시작한 2016년부터는 전년 대비 2.5배씩 매출이 성장했다. 작년엔 매출 170억원을 기록했다. 박 대표는 “직원이 행복과 안정감을 느낄 때 성과도 따라온다”며 “직원을 우선하는 사내 문화를 만드니 퇴사율이 자연적으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하루 근무 시간 중 15%를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한국쓰리엠


‘포스트잇’으로 익숙한 세계적인 기업 3M의 한국 지사 한국쓰리엠은 2016년 기업정보사이트 잡플래닛이 뽑은 ‘일하기 좋은 기업’, 같은 해 기업 조사기관 GPTW에서 뽑은 ‘한국에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뽑혔다.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10년 이상이다. 퇴사율이 낮은 대표적 기업이다.


이 회사는 직원들이 마음껏 일하며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대표적인 것이 ‘15% 룰’이다. 직원들은 하루 근무시간 8시간 중 15%인 1시간 10분 정도를 회사 업무가 아닌 다른 일에 쓸 수 있다. 이수연 한국쓰리엠 부장은 “15% 룰 시간을 직원들이 유의미하게 쓰고 있는지 조차도 감시하지도 않는다”며 “그 시간 동안 동료들과 커피를 마실 수도 있고, 점심을 오래 먹을 수도 있고, 야간 대학원에서 공부를 한다면 일찍 퇴근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만큼 직원들의 자율성을 강조한다는 뜻이다.

출처: 한국쓰리엠 제공
한국쓰리엠 직장 어린이집

이 회사는 직원들의 일과 가정 양립에도 신경을 쓴다. 근무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직원들은 눈치보지 않고 퇴근하고, 원한다면 오전 7~9시 사이 출근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본사 안에 어린이집이 있어 만 1~4세 자녀를 둔 직원들의 걱정을 덜어준다. 정준구 한국쓰리엠 부장은 “직원들이 일과 가정에서 균형을 이뤄야 능력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며 “회사가 나서서 직원들의 커리어 개발뿐만 아니라 ‘패밀리 퍼스트’를 강조한다”고 했다.


이 회사는 실패를 높게 쳐준다. 매년 실패한 프로젝트 중에서 수상자를 뽑는 ‘퍼스트 펭귄 어워드’를 연다. 바위 끝에서 제일 먼저 뛰어내리는 ‘퍼스트 펭귄’처럼 도전하는 사람을 높이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이런 도전 정신을 독려하는 회사 분위기는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자극해 시장에 통하는 신제품을 만들어 낸다. 한국쓰리엠은 수년째 연매출의 30%를 직원들이 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만든 신제품으로 달성한다.

출처: 조선DB
한국쓰리엠의 베스트셀러 '포스트잇'. 포스트잇은 실패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대표 사례다. 원래 강력한 접착제를 만들려다 실패한 것을 자국이 남지 않도록 떼었다 붙일 수 있는 접착 메모지로 만들었다.

한 때 퇴사율 20% 넘었던 구글도 변해


높은 보수, 자유로운 사내 분위기 등 복지 혜택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 글로벌 기업 구글은 수년째 퇴사율이 4%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낮은 퇴사율이 공짜로 얻어진 것은 아니다.


2014년 미국 구글 본사의 퇴사율은 20%가 넘었다. 구글 인사부는 퇴사자들의 데이터를 급히 분석했다. 그 결과 최근 출산한 여성의 이직률이 직원 평균 이직률의 2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문제점을 파악한 구글은 5개월 급여 및 수당 100%를 유급으로 제공하는 출산휴가정책을 도입했다. 출산한 여직원들의 개별 희망사항도 청취해 복지에 적극 반영했다. 그러자 이들의 퇴사율이 이전보다 50% 감소했다. 출산 후 여직원들이 회사로 돌아왔고 업무를 이어가며 성과를 냈다.


<퇴사공화국 ①> 직장인 10명 중 8명은 퇴사 고민한다

<퇴사공화국 ②> “퇴사자가 승자이자 용자”…퇴사파티 여는 사람들

<퇴사공화국 ③> “준비없는 퇴사는 재앙”, 퇴사 시 고려할 점은?

<퇴사공화국 ⑤> “퇴사율을 낮춰라”, 기업들 이탈 막기 사활


글 jobsN 기획취재팀(김성민, 이연주, 이승아,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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