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반대로 만화가 포기하고 이화여대 간 그녀, 7년 뒤..

조회수 2020. 9. 25. 15: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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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학생, 휴학하고 '벽화 기업' CEO가 된 까닭은
이대 영상디자인과 박희정씨
예비사회적기업 ‘데이그래피’ 세워
한달에 벽화 작업 30~40건 진행

돈을 벌면서 사회적 선(善)을 추구할 수 있을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공공기관이나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면 된다. 하지만 약간은 더 기업에 방점을 찍는다면 사회적기업이 있다. 사회적기업은 고용 창출이나 사회적 서비스 제공 등 긍정적인 가치를 창출하면서 기업으로서 이윤을 내는 곳을 말한다.


이화여대 영상디자인학과를 휴학한 박희정(27)씨 역시 그 중 하나다. 그는 벽화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예비 사회적기업 데이그래피(사이벽)의 대표다.


정직원 10명, 인턴 2명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아직은 연 매출 3억원 수준의 시작 단계지만, 투썸플레이스, 스타벅스, 시몬스, 현대카드 등에 벽화를 그려내는 사업가다.


천국의기자단은 박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처: 데이그래피 제공
2018 스타벅스 벽화 작업

- 왜 벽화를 사업 아이템으로 잡았나.


“살면서 계속 내 진로는 미술이었다. 화가 또는 만화가, 디자이너 사이에서 진로를 고민했다. 만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부모님이 반대하셨다. 결국,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만화도 하면서 디자인도 할 수 있는 영상디자인학을 전공하게 됐다.


2011년 대학 입학 후에는 벽화 아르바이트에 입문했다. 학과 친구가 제안해서 같이 일하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계속 소개를 받으면서 꾸준히 벽화를 그렸다. 그러다가 사업이 됐고 지금은 법인 차량도 두 대 있다.”


-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게 된 이유는.


“대학에 들어간 뒤 방황을 좀 했다. 휴학 후 스타트업에 합류해 같이 일하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혼자 일하기도 했다. 30대 창업예정자들이 명함 디자인을 줘서 본래는 혼자 일했다.


프리랜스 디자이너 신분이었다. 처음에는 휴학 후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어떤 때는 혼자서 공유오피스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주위 사회적기업 분야 선배들의 조언으로 창업하게 됐다.”


  - 창업은 누구와 함께 했나.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했다.”


  - 하루 일과는 어떤지 궁금하다.


“하루 8시간 유연근무제를 한다. 오전 10시반에 출근하는 직원도 있고, 오후 1시나 오후 5시에 나오는 직원도 있다. 또한 디자인 의뢰나 벽화 프로젝트 사업이 들어오면 담당 직원이 클라이언트와 다이렉트로 일을 한다. 다들 알아서 하자는 분위기다.”


  - 급여는 얼마나 주나.


“월 200만~300만원을 준다. 밀린 적은 없다.”

출처: 박희정 씨 제공
2018 블루문 반얀트리 풀파티 퍼포먼스 벽화 작업 중 직원들과

 - 운영 방침이 있다면.


“내 회사가 아닌 우리회사가 이념이다. 직원을 뽑을 때도 ‘내 회사’라는 자의식이 강한 사람은 경계했다. 나 역시 직함만 대표인 직원이라고 생각한다.”


  -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한 달에 30~40건을 그리다 보니 다 기억하긴 어렵다. 장소로는 하와이 출장이 기억에 남고, 최근에 한 작품 중에서는 시몬스 테라스&팩토리움 벽화가 있다. 연구소 내 공개시설 디자인과 벽화 제작을 했다. 최근에는 몇몇 대기업에서 비공개로 진행하는 벽화 사업과 오피스 디자인을 맡고있다.”


  - 사업하면서 위기는 없었나.


“사업 초기에는 동료 관계가 어려웠다. 친한 사람과 같이 일하는 사람에는 큰 차이가 있다. 최근엔 사업적인 부분보다는 개인적으로 점점 커지는 책임부담감을 견디는 것이 최근 사업을 운영하며 겪는 위기다.


최근에는 정기적으로 정신과에 다니고 있다. 이전에 ‘한국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고민이 많고 불안하면 정신과에 가야 하는데 사주를 보러 간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글을 보고 와닿아서 병원에 다녀왔는데 효과가 있다. 진료비 5천원에 일주일 치 약값이 3천원이었다. 전문가인 의사의 도움을 받으니 스트레스가 덜하다.”


  - 후회는 없나.


“벽화 알바는 육체적으로 고된 일이다. 절대 이 길을 가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만 수백번이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이 좋았고, 지금도 이 일을 한다.” 

출처: 박희정씨 제공
2017 직원들과의 뉴욕워크샵

  - 아직 시작단계의 기업인데 직원들과 뉴욕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이 아니라 직원 교육의 일환이다. 매출이 크지 않지만 수입의 대부분을 직원 교육에 투자하고 있다. 뉴욕은 2018년 2월에 다녀왔다. 벽화미술의 메카 같은 곳이다.


일주일 동안 뉴욕 시내의 미술관과 벽화 작품, 롤모델 격인 벽화회사를 탐방했다. 현지 한 벽화회사는 매출이 우리 돈 250억원 규모나 했다. 다음 번에는 직원들과 로스앤젤레스 쪽 벽화시장을 둘러볼 생각이다.”


  -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사장님에게서 ‘돈은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걸 해주는 것에서 번다’는 말을 들었다. 힘들다는 것이 돈 버는 일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창업을 하면 모든 경험과 감정을 겪어볼 수 있다. 나 역시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직원들에게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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