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아니지만..추석 연휴인 오늘도 혼자 출동합니다.

조회수 2020. 9. 25. 15: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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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아니지만.." 보안회사 출동요원이 격오지 점령한 까닭은
오지 보안 책임지는 에스원 1인 사업장
출동부터 영업, 고객 응대까지 일당백 역할
추석 연휴에도 근무지 지키는 사람들

“최 전임님. 내일 아침에 우리 집 오셔서 아침 잡수고 가셔야 해요. 꼭이요.”


강원도 평창군 횡계리에 있는 에스원 1인 사업장에서 근무 중인 최상진(34) 전임은 이맘때가 되면 동네 어르신들의 ‘부름’을 받는다. 추석 명절 동안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마을을 지켜주는 그를 위한 주민들의 배려다. 최 전임은 올 초 횡계리 1인 사업장에 파견돼 근무 중이다. 1인 사업장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산간 등 지형적으로 이동이 어려운 곳에 있다. 에스원이 전국적으로 운영하는 1인 사업장은 16곳. 강원도에만 10곳이 있다.


횡계리 대관령면과 진부면의 고객사를 담당하는 최 전임은 신입 시절부터 지금까지 회사 생활 대부분을 1인 사업장에서 보냈다. 에스원에서 가장 오랜 기간 1인 사업장에서 일한 직원이기도 하다. “경찰은 아니지만 고객과 주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어디든 달려간다”는 베테랑 출동요원의 하루를 들어봤다.

출처: 에스원 제공
에스원 최상진 전임.

 “에스원 사장 최장기간 격오지 근무…자력으로 업무 익혀”


1인 사업장은 군사분계선, 땅끝마을 등 격오지 보안을 전담한다. 두 명이 교대 근무를 하지만 출동에서부터 영업, 보안 시스템 및 고객 관리까지 혼자서 해야 하는 일이 많다.


-어떤 일을 하며 근무 패턴은 어떻게 되나.


“이 지역 400여 개 고객사를 관리한다. 농협, 축협, 은행 등 금융기관이 대부분이고 VIP 별장 등도 일부 있다. 하루 일과는 아침 6시에 시작한다. 1인 사업장을 관할하는 지사와 영상통화로 전날 특이사항 등을 보고한다. 출동 요청이 있으면 현장에 나가고, 고객사 관리도 한다. 계약처에 이상 상황이 생기면 관제센터로부터 출동 메시지를 받고 나간다.”


-1인 사업장은 순환 근무인가.


“그렇다. 두 명이 주⋅야간 교대로 일한다. 6개월 정도 1인 사업장에서 일을 하면 지사로 발령을 낸다. 오지에서 가족과 떨어져 혼자 생활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는 것이다. 신입보다는 3년 차 이상 선임급이 발령을 받는다. 나는 신입 때 자원해서 왔다. 2008년 입사 후 지금까지 1인 사업장에서 근무한 횟수만 세 번째다.”


-자원을 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가정형편 때문이다. 1인 사업장은 숙식이 해결되기 때문에 생활비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원룸 형태의 사무실에서 일하고 잠도 잔다. 사실상 24시간 근무체제다. 1인 사업장에서 일하면 좋은 점도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혼자 배우고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많다. 어떤 상황에서도 혼자 힘으로 적응하는 훈련이다. 자력으로 성장했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대관령에서만 두 번째 근무라 들었는데.


“맞다. 결혼 전에 횡계에서 근무하고 결혼하고는 다른 지역 1인 사업장으로 발령받아 갔다. 그동안 횡계가 그리웠다. 가족처럼 지낸 지역 분들의 애정이 늘 생각났다. 명절에 집에 못 가는 나를 위해 떡국을 늘 챙겨주셨다. 동네 지나다가 ‘밥 좀 주세요 어르신’하고 문을 두드릴 정도다. 가족처럼 친밀해졌다. 결혼식을 강릉에서 했는데 축의금도 보내주시고 직접 오신 분들도 계셨다. 내 가족을 못 보는 것은 아쉬워 다시 횡계로 와야겠다는 생각은 늘 했다. 이번 1인 사업장 근무가 올해 11월 말이면 끝나지만 연장 근무를 요청할 생각이다.”


-도심에 비해 힘든 일이 많을 것 같은데.


“한 명이 두 개의 면을 관리하다 보니 출동 업무가 겹치면 애로가 생긴다. 진부에서 일을 보고 있는데 대관령에서 출동 상황이 발생하면 먼저 마음이 다급해진다. 진부에서 아무리 빨라도 20분 정도 걸린다. 본의 아니게 고객들을 기다리라고 할 수 있는 상황도 생긴다. 대부분 이런 상황까지 이해를 해주시지만 간혹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하루에도 두 개 면을 몇 번씩 왔다 갔다 해야 한다. 출퇴근 시간도 분명하지 않고 가족 없이 홀로 밤을 지새우는 일이 많다는 것은 힘든 점이다.” 

출처: 에스원 제공
에스원 최상진 전임.

 “가족 같은 지역주민 덕분에 행복…납치범 잡았을 때 보람”


출동요원은 고객사에 사건 사고가 발생할 때 제일 먼저 달려가고 경찰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격오지는 인구가 많지 않아 출동요원의 역할이 어느 곳보다 크다. 최 전임은 “출동 신고 접수 건의 90%가 기기 오작동으로 일어난 것이지만 늘 10%의 실사고 발생 위험을 안고 현장에 출동한다”고 말했다.


-기억에 남는 출동 건이 있었다면.


“5년 전 일이다. 위급 상황에서 이용자가 휴대하는 벨의 버튼을 누르면 안전요원이 출동하는 서비스가 있다. 점심시간대가 지나고 진부면에서 접수된 출동 메시지가 떴다. 먼저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좌표가 나타내는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좌표 지점에 다다르자 사람은 보이지 않고 도로 위에 벨만 떨어져 있었다. 순간 ‘사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에 출동 요청을 했다. 좌표가 옮겨간 경로를 토대로 차량이나 사람이 움직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방향을 경찰에 설명했다. 경찰은 신속하게 CCTV를 확인하고 검문검색을 펼쳤다. 추적 끝에 경찰이 벨을 소지했던 여성을 차에 태우고 달아나던 납치범을 잡았다.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 이후 일에 대한 보람도 커졌다.”


-목숨에 위협을 느끼는 순간은 없었나.


“밤 10시쯤 인적이 드문 골목에 있는 식당에서 출동 메시지가 들어왔다. 현장을 출동했다. 현장을 살피던 중 컨테이너 박스 안에 범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은닉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와 눈이 마주친 범인은 3~4초 정도 망설이다가 이내 전력으로 뛰었다. 지역 지리를 잘 알고 있는 사람 같았다. 끝까지 따라가 잡기에 역부족이었다. 당시 범인이 흉기를 들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언제부터 출동요원이 될 생각을 했나.


“전역 후 대학에 복학하고 난 후에 어떤 일을 할까 고민했다. 그때 든 생각이 ‘정의감에 불타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불의를 못 참는 성격이다. 소방관을 할까 생각하다가 보안회사에서 일하는 출동요원이라는 직업을 알았다. 소방관과 달리 보안회사 출동요원은 서비스 마인드를 갖고 일한다는 점이 좋았다. 소방관이 못돼서 후회하지는 않는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한다.”


-사명감이 남다른 것 같다.


“경찰관은 아니지만 사건사고가 없는 상황이 유지되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 ‘내 노력의 결과가 있구나’라는 자부심도 느낀다다. 이곳은 관광지라 외국인들을 만나는 때가 꽤 많다. 한 번은 외국인을 만났는데 말문이 막혔다. 뭔가 설명을 해주고, 도와주고 싶은데 말이 안 되니까 너무 답답했다. 바로 다음날부터 혼자 영어공부를 했다. 출동 나가거나 길 가다가 외국인을 만나면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익혔다. 다른 사람들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참 좋다.”


- 출동요원을 꿈꾸는 이들이 많다. 조언을 해준다면.


“이 일은 특정 고객사의 보안을 책임지

지만 불특정 다수를 위한 서비스를 해야 하는 업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에스원 직원이지만 우리 고객사만 살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눈이 많이 오는 이곳 대관령에서 눈을 치우는 장소는 고객사 앞마당이 아니라 옆집 할머니, 할아버지 마당이 될 수도 있다. 단지 회사가 안정적이고 연봉이 꽤 괜찮다는 이유로 입사를 생각한다면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글 jobsN 김지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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